스와핑 가족 7화
무료소설 스와핑 가족: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스와핑 가족 7화
"어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면 섹스를 하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단지 정서적으로만 사랑을 나누기를 원하죠, 또다른 누군가는 상대가 좋다는 이유로 구속과 속박을 반복하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우리같은 누군가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섹스라는 이름 아래 자유와 즐거움의 추구를 존중하기 때문에 스와핑같은 섹스의 방식을 허용하기도 하는거구요."
단호한 표정으로 유라의 어깨를 감싸쥐며, 수정은 말을 마쳤다.
"다만, 그 어떤 사랑의 방식을 추구하든,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건 역시 서로 간의 명확한 ‘동의’, 그리고 상대의 인격과 신체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친언니처럼 조언해주는 수정의 목소리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유라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이런 얘기 누구한테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앓았었는데... 그래도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얼마든지요,” 수정이 부드러운 손길로 유라의 어깨를 토닥였다.
"앞으로도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 해줘요.“
제3장
부산까지 내려온 재진은 적당히 일을 끝마치고 저녁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 일은 이정도로 끝내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화끈하게 놀다 가야겠는데... 부산은 재진의 와이프 수정의 고향이다. 수정은 부산에서 나고 자라 고교까지 끝마친 후, 서울 Y대학교 재학을 위해 상경했다. 대학교 재학 중 수정과 재진은 만난 것이다. 수정은 청초한 한 마리 사슴과 같았고, 그래서 수 많은 남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옛날 말로 하자면 한 마디로 캠퍼스 퀸카였다
.
재진은 수정을 처음 본 그 순간 ‘이 여자가 내 여자구나’ 라고 생각했다.
티없이 투명하게 맑았던 수정이 너무 청순해 보였던 나머지, 뭇 남성들은 그저 속 태우며 애 끓일 뿐 과감하게 대쉬하지 못했고, 용기 내어 다가갔더라도 말 몇 마디에 수정이 대꾸하지 않으면 알아서 제 풀에 나가떨어지곤 했다. 그러나 재진은 그렇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끈질긴 재진의 대쉬를 받은 수정은 이전보다 상냥하게 재진을 대해주었다.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데이트를 약속했다.
‘이런 날씨에 수정이와 야외에라도 가면 좋으련만.’
재진은 짙은 아쉬움을 접어둔 채 우선 어떻게 성공적인 식사를 마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외관부터 화려해서 부티가 흐르는 레스토랑으로 수정을 안내한 재진.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따로 예약을 하셨을까요?"
"예."
예약번호를 말하자 웨이터는 수정 일행을 안내했다. 화려함 속 은은한 무드는 수정에게 잘 어울렸고, 왠지 모를 포근한 느낌에 수정은 만족스러웠다. 식사 주문 후 재진은 수정을 바라보았다.
(음, 싫지는 않은 모습이군. 좋아.)
"마음에 드십니까?"
"음, 좋아요. 마음에 드네요."
"이곳에 자주 오시나 보죠?"
"자주는 뭘요. 가끔 들르죠."
"다만 혼자서 이런 곳을 오려니 조금은 쓸쓸하죠."
"어머, 이런 곳을. 혼자서 다닌단 말이에요?"
"재진씨 정도 되는 외모면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재진이 호탕하게 웃었다.
"수정씨가 저를 아주 높이 사주시는군요, 이거 영광인걸요."
"아마도 수정씨같은 아름다운 여성분과 함께 오려고 소쩍새 아니, 저는 그렇게 오래도록 혼자서 다녔나 봅니다."
"네? 아하핫.." 약간은 민망한 듯, 그러나 싫지 않은 모습으로 수정은 웃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술 몇 잔을 함께 기울였다.
대화와 술은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지게 만들었다.
재진은 약간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수정씨,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어머,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청혼을 하세요." 놀란 수정이 대답했다.
"사실 서로 정식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잖아요."
"처음이면 어떻습니까.
서로가 얼마나 마음이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저는 수정씨를 사랑합니다. 수정씨를 생각하던 수많은 날, 그 많은 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잠 못 이루었는 지 모르실 겁니다. 더 이상 잠을 설쳤다가는 난 죽고 말 거에요. 부디 수정씨가 저 좀 살려주십시오."
수정은 난처해졌다. 사랑이라는 게 그렇더라구요. 한 번 빠지면 잘 자던 잠도 못자고, 잘 먹던 밥도 못먹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 하나만 가득 차게 되죠. 저는.. 정말로 수정씨 생각 하나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졌어요. 수정씨 없는 제 세상은 더 이상 제게 의미가 없어요."
"나 참," 수정이 푸흣,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3류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5-60년대 신파극은 더욱 더 아니고... 아이 참"
"사랑은 3류 영화보다도 더 유치한 겁니다.
그 유치함에 사랑이라는 고결함이 더해졌기 때문에 유치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좋아요," 숙고 끝에 수정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바로는 아니에요.
당장 결혼 어쩌고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사귀며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도록 해요. 단, 결혼을 전제로 저와 사귀실 생각이시라면 저의 과거 남자 관계라던가, 제가 추구하는 즐거움이 어떤 형태든 간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해줘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있다면 저와 사귀시는 걸로 해요
"좋습니다.
저 역시 지나간 과거의 일들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딱 질색입니다. 방금하신 그 말은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겠지요. 그렇다면 저는 약속할 마음도, 지켜낼 자신도 있습니다. 그날 이후 서로 교제하게 된 수정과 재진은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그렇게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재진은 수정의 고향 부산에 있는 탓이었는지, 지난 날 수정과 결혼 전 연애시절이 생각난 것이었다.
‘과거의 남자 관계`라. 재진은 이따금 수정과 처음 만났을 때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곤 했지만 심각하게 여겼던 적은 없었다. 두 사람이 첫날 밤을 치를 때 역시, 재진은 수정이 처녀였는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다. 숫처녀가 아니라는 생각을 꿈에도 한 적 없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탓이었다.
(여기는 부산, 수정의 고향...수정이가 여기서 자랐단 말이지.)
그 때 그 날 느꼈던 수정의 풋풋함, 청초함, 순수함.... 막상 멀리 떨어져있다고 생각하니 재진은 갑자기 수정이 보고싶어졌다. 재진의 머릿 속 수정의 얼굴이 처제 은정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래, 그러고보니 처갓댁엔 우리 처제 은정이가 있었지. 잠시 고민하던 재진이 생각을 마쳤다.
(좋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만나보고 가야지.)
수정의 동생이자 재진의 처제 은정은 재진을 아주 잘 따랐다.
(은정이는.. 지금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겠구나.)
핸드폰 번호를 누르는 재진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좋아, 잘만 하면 오늘 아주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겠구나.
[뚜르르르..]
(제길, 신호는 가는데 왜 안 받는 거야.. 오늘은 글러먹은 건가)
재진이 막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수화기 너머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은정이었다.
"어어, 여보세요? 은정아, 나야"
"여보세요? 누구세요? "
"저런, 벌써 내 목소리도 잊어버렸단 말이지.
"퍽 섭섭한데..” 재진은 부러 힘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어머 형부, 형부 맞죠!
"어쩐 일이에요. 갑자기 전화를 다하시구......"
"아아, 내가 일 때문에 오늘 부산에 내려왔거든. 온 김에 처제나 볼까 했지."
"아아 맞아요, 어디 계신데요?"
"여기가.." 재진은 잠시 뜸을 들였다.
"부산 롯X 호텔. 처제는 지금 어디 있어?”
"저는 지금 막 수업이 끝났어요. 마땅히 갈 데가 없어서 카페나 갈까 했지요" 꺄르르 웃는 은정.
"아니, 다 큰 처자가 대낮에 카페에서 죽칠 생각이나 하고 말야. 그 미모를 가만 놔둘 남자는 없을 텐데. 부산에는 남자가 없는 건가?" 오바스러운 재진의 농담에 맑게 웃으며 손사래치는 은정. 재진은 장난 속에 진심을 섞어 말했다.
"마땅히 약속 있는 것 없다면, 처제의 시간을 형부에게 내줄 생각은 없나"
"좋아요!” 은정이 흔쾌히 대답했다.
"형부같은 멋진 사람과 시간은 보내면 저야 좋죠. 어디서 만날까요?”
(걸려 들었구나)
신이 난 마음을 부러 감추며, 재진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부산이 아직 낯설어서,데리러 가고 싶지만 지리를 몰라 장소를 정하기가 애매하네.."
"아아,” 이해한다는 듯 은정이 말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럼 제가 형부 계신 호텔로 갈게요"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처제. 혹시 식사 전이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는 건 어때? 식사했다면 바에서 간단히 한 잔 해도 좋고."
"음, 식사도 아직이고 술도 좀 땡기네요. 식사 겸 한 잔 해요. 도착해서 전화 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재진은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매무새를 정리했다.
짙고 깊은 매혹적인 향수를 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