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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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7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39화
[무료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39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에 대롱대롱 달린 아름다운 조명을 구경하던 중, 나에게 전화가 왔다.
- 도련님... 죄송해요...
형수님이었다.
아마 옆에는 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나는 말을 골라 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별로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아요.”
- 혹시 지금 어디신가요?
“근처 공원에 앉아서 쉬고 있어요.”
내 말이 끝난 다음 형수님은 형과 대화를 하는 듯, 휴대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는 이내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대답을 들려주었다.
- 제가, 데리러 가도 될까요? 도련님?
“... 네.”
내가 지금 집으로 들어간다고 말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기에, 내가 집으로 알아서 들어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마 그녀 역시 나에게 할 말이 있었으니, 나보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 대신, 자신이 나를 찾으러 온다고 말한 것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도련님.”
“네, 여기에요.”
형수님은 마치 멀리서부터 나를 보고 있었다는 듯 나를 바로 찾았고, 나는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내 위치를 알렸다.
그녀의 주변에는 내 형이 없었다.
그녀가 모습을 보이기 전, 형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형수님이 나를 찾으러 공원으로 나갔고, 나쁜 의도가 있거나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니 형수님을 용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분명 나에게 공격적으로 말을 한 것은 맞았지만, 나는 그 속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려고 한 말이었음을 내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형은 몰랐다.
그는 갑작스레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나에게 막말을 내뱉은 형수님을 보며 당황하였고, 지금 나에게, 자신의 잘못인 것 마냥 사과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형이, 이번 형수님의 행동을 자신의 잘못이라며 사과할 이유가 없었다.
형이 나에게 형수님을 용서해달라고 하였지만, 나는 누군가를 용서할 처지가 못 된다.
그건 형수님도 마찬가지.
지금 이곳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끔찍하게 속고 있는 사람은 형이었다.
그런데 그런 불쌍한 사람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형수님을 용서해 주라고 하였다.
마음이 복잡하기는 했지만, 나와 그녀의 비밀을 폭로하는 순간 정말 모든 것이 뒤엉키기 시작할 것은 뻔했기에, 나는 형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형수님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형을 안심시켰었다.
“도련님... 화나셨어요?”
“왜요? 설마 제가 그 의도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내 대답을 들었던 형수님은, 이내 굳어있던 얼굴을 활짝 펴며 미소 지었다.
지금 그 집안에 살던, 나와 형 그리고 형수님 중에서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은 형뿐이었다.
형수님은 내 옆에 앉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 나가실 건가요? 도련님?”
“...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형수님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그이는 도련님이 원하시면, 이번 주말 바로 방을 같이 구하러 가주겠다고 했었어요. 물론 여기서 생활하시고 싶으시다면 계속 그렇게 하셔도 된다고 했어요.”
“그런가요...”
형은 어디까지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배려를 이용하여, 나는 그를 배신하면서 지금보다도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이제 와서 형수님과 멀어지려고 한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애초에 형에게 용서를 구할 용기도 없었다.
결국 내가 하려고 한 선택은 도망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형수님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선택보다는, 차라리 희경과 떨어져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형수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붙잡고 싶은 듯 보였다.
“혼자 살게 되시면, 밥이라든지 빨래라든지 집안일 하시기 힘드실 텐데...”
그녀는 혼자 사는 내 생활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생활을 걱정하는 척하며, 내가 내린 결정을 거두어주기를 바라며 하는 말이었다.
그것을 내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형수님은 이내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같이 사시면... 자주는 못 해 드리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계속 도와드릴 수 있어요, 도련님.”
그녀의 목소리는 자그마하게 울먹였다.
예전, 희경은 나와 헤어지고 난 이후로, 나를 잊으려 했을 것이었다.
그녀는 헤어지던 그 순간에도, 자신은 내가 직업이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으니 헤어지자는 결정을 거두어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버렸고, 그녀와 그대로 헤어졌었다.
그런 식으로 헤어지게 되면 보통, 그녀가 나를 미워하게 되어야 정상이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잊으려 노력하기는 했었지만, 좋아했었던 감정만은 꾸욱 지켜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그녀는 다시 재회했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인지, 그녀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에게 얽혀왔다.
물론 그녀도 처음에는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었지만, 나에 대한 형의 배려 때문에, 희경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형을 좋아한다고는 했었지만, 그 이상으로 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듯했다.
아마, 나와 다시 재회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가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그녀도 형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깊게 숨을 들이켰고, 천천히 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형수님과 도련님 사이인데... 지금까지 안 들키고 즐길 수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해야죠.”
“그런가요...”
그녀는 이내 훌쩍거리며 자신의 팔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또... 차였네요...”
애초에 유부녀가 할 말은 아니었다.
도덕적으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뒤, 훌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희경이 말을 이었다.
“그때... 억지로라도 남자친구 집에서 나가지 말았어야 했던 건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이렇게 좋아하게 될 거였으면...”
“...”
희경은 신세 한탄하듯 내 옆에서 중얼거렸다.
좋아했던 사람을 잡지 못한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까워 보였고, 불륜을 정당화하려는 유부녀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추해 보였다.
나는 희경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녀의 옆에 함께 앉아있어 주었다.
...
나와 형수님은 함께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집 안에 있던, 아무것도 모르는 형이, 나와 그녀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형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형, 미안해.”
나는 그렇게 말한 뒤, 뒤에 말을 더 붙였다.
“나 돈 모을 때까지 조금만 더 신세 질게.”
“네가 나가고 싶다고 하면, 도와줄 수 있고... 상관은 없는데...”
형은 형수님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집안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내 옆으로 형수님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내 말을 듣고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결국 나 자신을 억제하지 못했다.
달콤하고 안쓰러웠던 형수님의 꼬드김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이후 형수님은 상쾌한 얼굴로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신발을 벗은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미래의 내가 일을 끝내고 퇴근을 하고 난 뒤, 형이 먼저 집에 돌아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약 형이 나보다 먼저 집안으로 돌아와 있지 못하면, 이 집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줄 존재가 아무것도 없었고, 형수님도... 나도...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옳지 못한 행동을 선택했고, 형의 집에 발을 들였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