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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학교 (…죽고 싶니, 정말로?) 33화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노예 학교 (…죽고 싶니, 정말로?) 33화


코를 찌를 듯한 역한 냄새가 났다. 온몸에 감각이 없었다. 분명히 내 몸인데,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지금 자신이 어떤 자세인지조차 애매했다.

“이선하. 선하야.”

갑자기 몸 위로 따뜻한 물이 쏟아졌다. 덕지덕지 말라붙은 정액이 떨어져 나가면서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아래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교관님…….”

“후훗… 사람 목숨 끈질기다니까. 설 수 있겠어?”

유정의 힘으로는 욕실까지 끌고 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선하는 그제야 여기가 욕실이고, 유정이 선하를 질질 끌어 욕실에 던져 놓고 샤워기를 틀었다는 걸 알아챘다.

욕조를 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지친 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밑에서 거대한 손이 들어와 생살을 한 점 한 점 헤집는 것 같았다. 쓰라리고, 욱신거리고, 둔한 격통과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따가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도 한참 걸리는 선하의 몸 위로 물을 끼얹어 주다가, 유정도 버티기 힘든지 욕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교관 안 할래요.”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저 그냥 죽을래요.”

앉아 있기도 힘든지 욕조에 매달려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군데군데 정액이 말라붙어 있는 처참한 모습으로 선하는 작게 중얼거렸다. 봉긋한 가슴에 멍울이 얼룩져 있었다. 가느다란 팔다리를 따라 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매일 손질하는 음부에는 음모가 하나도 없어서… 잔뜩 부어오른 조개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상태였다.

처음 들어왔을 때의 선하의 몸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그나마 생기 있었던 선하의 얼굴에, 그때는 없었던 짙고 어두운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사람이 달라 보일 정도로…….

“…그런 얘기 충동적으로 하는 거 아니야.”

“…….”

“사형장으로 돌아가는 건 언제든 가능해.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선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정은 샤워기를 끄고 욕실을 나섰다. 글쎄,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저 말이 정말 충동적으로… 일까.

난데없는 상실감이 유정을 습격했다. 이 학교에서 죽는 사람을 한두 명 본 게 아니었다. 그러나 선하도 죽겠구나… 하는 생각은 새삼 유정을 좀 슬프게 했다. 선하의 눈에 깊게 가라앉은 암흑… 그 암흑이 서글펐다. 저건 그냥 홧김에 뱉은 말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선하는 정말로 죽고 싶은 거다…….

‘…11기, 이제 끝인가…….’

문득 처음 선하를 뉴스에서 봤을 때 떠올렸던 명화,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이 떠올랐다. 선하는 지금이 더 그 그림과 비슷해 보였다. 절대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소리치던 눈물 어린 겁먹고 두려운 표정과 다르게, 지금이 더… 그 그림을 닮은 얼굴이었다. 세상의 끝을 겪고 모든 희망을 포기한 서럽고도 처연한 표정…….

‘…나는 그걸 보고 싶어서 그 애를 기어이 여기까지 데려왔던가?’

쓴웃음이 났다. 자조밖에 할 수 없었다. 교관 다섯 명이 장난감처럼 갖고 논 선하 정도는 아니지만, 장 교관이 죽도록 쑤셔댄 탓에 유정의 다리도 제대로 걷기 힘겹게 후들거렸다.


이 학교의 여자는 음부에 감각이 없어도 휴식을 길게 받을 수는 없었다. 선하는 간신히 씻고 나와서 기절하듯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깨어나야 했다.

가물가물한 눈을 떠보니 아버지뻘인 사내가 선하의 가는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몽둥이 같은 성기가 아래를 밀고 들어왔다. 부어오른 아래가 쓰라렸다. 죽여 달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윤주가 생각났다.

정우 씨가 데려가기 전… 윤주가 이런 상태였던 것 같다. 생기 없고, 멍하고, 덮쳐오는 고통에 반사적으로 몸부림만 치는 인형 같은 상태…….

“아윽……! 흐, 아흐… 아, 주인님… 아파요, 저… 거기… 거기가… 아악……!”

“꽉꽉 조이는 게 죽여주네, 가만 있어! 어차피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뭐 새삼 아프다고 지랄이야?”

“으흑, 흐… 아으… 아아아!”

엉망이 된 여린 살을 헤집으며 사내는 히죽히죽 웃었다. 원망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얼른 죽고 싶을 뿐.

사내가 그 짓을 끝내기 전에 선하는 또 의식이 몽롱해졌다. 선하의 반응이 약해지자 사내는 선하의 뺨을 때리고, 봉긋한 가슴을 쥐어뜯듯 비틀었다. 고통에 반사적으로 꿈틀대자 사내는 키득대며 욕망을 선하의 안에 토해냈다.

씻어야 하는데 일어날 힘이 없었다.

몸 안에서 정액이 질질 흐르는 게 꼭 남의 일 같았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을까?

이상하게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손님이 들어오는데도 제대로 인사하지 않고, 씻을 기운도 없어서 씻지 않고 멍하니 있기도 하고, 음부에 까맣게 점이 보이는 걸 봐서는 제모를 당한 지 조금 지난 것 같은데…….

배급되는 식사도 제때 들어오지 않고, 무엇보다 이 넋을 놓은 선하의 태도는 당장 처벌이 따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판에, 교관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소리는 들리는데 선하의 방에 쳐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예약된 시간에 손님은 꼬박꼬박 찾아왔기 때문에 그 뒤로 두세 명과 더 정사를 나눴는데… 그동안 아무 말이 없다니, 어쩐지 공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피폐해진 상태로는 의문을 가지기도 쉽지 않았다. 선하가 뭔가 평소와 다른 것 같다, 라고 느꼈을 때는 이미 소란은 꽤 커져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목욕을 하고, 머리를 빗고, 아릿한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더니 창백한 얼굴의 유정이 들어와서 문을 잠갔다.

“…교관님?”

“아직 시체처럼 늘어져 있을 줄 알았더니… 깨어 있었니? 쉿, 조용히 해.”

유정은 문을 잠그더니 숨죽여 바깥 동정을 살폈다.

바깥에서 교관들이 달리다가 선하의 방문을 열어보고는, 잠겨 있는 걸 확인하고 다음 방으로 달려가더니 소리를 질렀다.

“문 잠가! 복도로 나오면 죽을 줄 알아!”

기겁한 여자의 비명 같은 대답이 들리고, 교관들이 또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유정은 선하를 돌아봤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정은 미친년처럼 헤죽헤죽 웃고 있었지만… 오늘의 미소는 아주 기묘했다.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죽고 싶니, 정말로?”

“…….”

“난 아직 살고 싶어. 죽을 거니, 이선하?”

“…왜 그러세요? 밖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무슨 일 났어요?”

“…차윤주 손님이 사고 쳤어.”

“네?”

“있잖아, 그. 정우 씨. …동영상 첨부로 윤주 유서까지 전부 언론에 공개했어. 위에서 막고 있지만… SNS 같은 데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유정의 웃음이 기묘한 이유를 알 듯 말 듯했다.

“자극적인 이야기잖아? 사형을 받을 정도로 죄를 지은 사람들이니 관계없다… 라는 이야기도 많지만, 동영상은 확실히 흥미를 부르는 것 같네. 그래서 도대체 어떤 험한 꼴을 당하는지 저열한 호기심으로 파헤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

“…문제는 윤주 유서에 네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거야. 네 사건… 큰일이었잖아?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선하는 살아 있는 거냐… 하는 얘기도 있어서…….”

“교, 교관님?”

선하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유정의 눈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미친년 미친년 해도… 이렇게 기묘한 얼굴의 유정을 본 적은 없었다. 지금의 유정은… 설마…….

“이 학교 말이야… 꽤나 윗사람이랑 연관되어 있나 봐. 대통령 관할이란 소문까지 도니까… 후훗…….”

“…….”

“메이저 언론 입 다물게 하는 건 간단해. SNS로 퍼지는 얘기… 헛소문으로 치부할 수 있어. 이 학교 내에 있는 여자는 외부와 연락할 수 없으니까… 가둬 놓기만 하면 돼. 아무 문제 없어. 너만 빼고…….”

유정은 망치를 집어 들었다. 선하는 두 걸음 더 물러났다. 유정의 입에서 나올 얘기를 알 것 같았다.

“정우 씨… 정말 웃기는 새끼야, 그치? 지위도 재산도 있는 사람이… 겨우 사형수였던 여자 노예한테 빠져서… 이런 대사고를 치다니. 그 집 아버지가 열심히 막고 있지만… 아마 지금쯤 죽었을 거야. 군대가 출동했을까, 경찰일까, 어떨까…….”

“교관님, 잠깐… 잠깐만요. 전……!”

“여기 교관들은 거기까지 죽이러 갈 수는 없으니까, 위에서 알아서 했겠지? 여기 교관들은 말이야… 손님이 데려간 여자들을 죽이러 갔어. 물론… 사정을 설명했더니 직접 죽이는 손님도 있었지. 그래도 시체는 수거하러 가야 하니까 교관들이 며칠 동안 좀 바빴어, 응…….”

선하는 직감했다. 유정의 저 하얀 얼굴은 말하고 있었다. 윤주의 유서에 선하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이상… 이 학교에 있는 여자들은 내보내지 않는 걸로 해결될지 몰라도, 선하는… 영영 입을 다물게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명령은 아마 유정에게 떨어졌던 거다…….

벽에 등이 닿았다. 선하는 멈췄다. 머리가 자꾸 멍했다. 아래는 아직 아팠다……. 죽을 만큼.

살려주세요, 라고 말해야 할까.

선하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망치가 자신을 향하는 게 보였다.

“네 입은… 네 입만은 꼭 막아야 한다고 하니까, 안 됐네. 이선하. 차윤주가 너만은 살아달라고 했는데… 하필 그것 때문에 넌 죽어야겠다. 자, 어차피 죽고 싶었지? 죽을 거지?”

지금 그런 말을 해봤자… 유정의 죄책감을 더할 뿐이다.

유정이라도 마음이 편하려면, 여기서 그 말은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선하는 입을 열었다.

“…네. 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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