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학교 (실험대 위의 개구리) 13화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노예 학교 (실험대 위의 개구리) 13화
윤주는 저도 모르게 일어날 뻔했다. 선하는 오늘 처음 애널 섹스를 했다. 그것도 교배대에 묶여서 눈까지 가려진 채, 앞은 유정의 딜도로 쑤셔지면서 손님이 뒤를 범했던 것이다.
그런 짓을 하고 나서 넋을 놓은 선하를 용납하지 못하고 교육이 안 됐다고 비난하며 리모콘을 찾는 건 정말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에 걸린 목걸이가 사형장의 밧줄만큼이나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그러나 유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일어나더니 손님에게 리모콘을 건넸다. 손님은 리모콘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대뜸 스위치를 켰다.
“악!! 흐, 읍, 크읍, 흐으으……!!”
윤주는 저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었다. 윤주도 이미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이 학교의 누구라도 머리가 하얗게 되고, 온몸이 덜덜 떨리고, 눈물, 콧물, 침까지 흘리며 경련할 수밖에 없었다. 목걸이에서 주어지는 전기 쇼크는 강렬했다. 손님이든 교관이든… 저 리모콘을 쥔 사람이 버튼을 끝까지 올리기만 하면.
죄수는 죽는 거다.
‘그만… 제발, 그만…….’
윤주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최대한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젓고 싶었다. 끔찍했다. 선하의 가는 몸이 묶인 채로 덜덜 떨리는 것도, 그 입에서 새는 비명을 듣는 것도, 언제나 차갑게 빛나고 있는 카메라 렌즈도, 히죽대는 손님의 웃음과 미쳐버린 유정의 미소도 더는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주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애써 입을 다문 채, 차분하게 앉아 이를 악물었다. ‘관전’을 할 때 멋대로 구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일어나서 항의하다가 같이 전기 쇼크를 받으면서 옆에서 뒹굴어주는 게 선하에게 잠깐의 위로가 될지는 몰라도… 그런 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인님…….”
나긋나긋 나른한 목소리가 유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손님은 버튼을 끄지 않은 채 유정을 돌아봤다.
이 학교에서 유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유정의 기이한 행태는 유명했다. 남자도 유정을 알고 있었다.
“네 담당이지, 얘네?”
“네, 주인님. 그러니까…….”
유정은 웃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또 다른 리모콘을 꺼내, 손님에게 건네더니 헤죽헤죽 웃으면서 그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세요, 얘가 처음이라 그래요. 잘 교육 시킬게요. 제발…….”
“흐음…….”
남자는 선하의 리모콘을 끄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새로 받은 리모콘을 켰다.
“……! 흐, 읍… 윽, 하으으……….”
선하는 이제 교배대에 묶였다기보다는 교배대 위에 쓰러진 것처럼 축 몸을 늘어뜨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유정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유정이 건넨 건 본인의 리모콘이었다.
윤주는 눈을 감지도 않고, 귀를 막지도 않고, 웅크리지도 않은 채 얌전히 그걸 봤다. 그러나 눈물이 고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은 저 여자도 똑같은 처지였다. 손님의 변덕에 따라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는 거라면…….
…우리가 정말로 살아날 방법이 있긴 할까?
“웃어. 씨발, 네년은 미쳤잖아? 무슨 짓을 당해도 좋아한다며. 그걸로 교관씩이나 하는 거 아냐? 사형수 주제에! 웃으라고!”
“흐… 으읏, 윽… …네, 주인… 흐윽! 주인님…….”
윤주는 배가 찢어져 내장을 드러낸 채 해부 당하고 있는 실험대 위의 개구리가 문득 떠올랐다. 버튼 하나로 경련하는 이 방의 여자들은 전부 죽은 개구리였다. 전기 자극을 흘리면 팔딱팔딱 근육이 움직이지만… 두 번 다시 마음껏 울 수도, 헤엄을 칠 수도…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유정은 남자가 원하는 대로 발밑에서 비참한 몰골로 벌떡벌떡 경련하고, 그 와중에도 애원하고 빌고… 시키는 대로 웃었다. 남자는 몇 번이나 그걸 반복하다가 간신히 리모콘을 돌려주고는 방을 나갔다.
유정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자꾸 손이 떨려서 선하의 결박을 풀기가 힘들었다. 윤주는 그제야 다가가 묶인 선하를 풀어주고, 선하를 일으켰다.
유정은 그때까지도 일어나지 못했다. 선하보다 훨씬 오래 남자의 장난감으로 전기 쇼크를 당했던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후훗… 우리 에이스……. 왜 울고 그래? 너 울리고 싶단 손님 참 많은데, 거기서 울어주기도 힘들지 않니?”
“……일어나세요. 교관님.”
유정은 윤주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났다. 선하는 그제야 좀 정신이 드는지 펑펑 울고 있었다.
“교, 교… 교관님… 저, 그… 흐흑……. 흑, 흐흑……!!”
“아하하. 윤주야, 에이스야. 이선하 얘 정말… 어쩜 좋겠니? 귀한 처녀…가 아니라 이제 아다 아니고 후다네. 아하하하하.”
유정은 정말로 재밌다는 양 웃었다. 윤주는 그 웃음이 거짓 같기도 하고, 진실 같기도 했다.
“고마워하지 마. 미안해하지도… 말고. 이제 막 후다 된 네가 죽어버리면 내가 더 좆 되니까 좀 굴러준 걸 가지고. 정 인사하고 싶으면 몸으로 지불해, 이 순진한 년아. 아, 년들…이지?”
유정이 뭐라고 말해도 선하는 울면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윤주는 그런 선하를 데리고 방을 나왔다.
윤주가 보기에도 선하는 지나치게 순했다. 의외로 심지도 굳고 체력도 나쁘지 않긴 한 것 같지만……. 과연 괜찮을까.
윤주 자신도 선하를 걱정해줄 처지는 아니었지만, 선하가 정말 버틸 수 있을지 못내 걱정이었다.
이제부터는 선하도 꼼짝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과를 수행하고, 수업을 받아야 하니까…….
이 학교의 아침은 오후 2시였다. 예약이 잡힌다거나 하는 예외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 시간부터 죄수들의 일정은 시작된다. 새벽까지 내내.
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알몸으로 나란히 서서 출석을 체크하고, 한 명씩, 혹은 두세 명… 때로는 전원이 전부 네 발로 엎드려 관장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관장을 하고 나면 ‘검사’를 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 짓을 며칠 반복하자, 선하는 어느 정도 일과에 익숙해졌다.
오늘은 혼자였다. 선하를 욕실로 데려간 건 진태였고…….
“안녕하세요.”
온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선하의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진태는 선하의 그 얼굴을 보자 왠지 모르게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선하는 진태가 말이 없는데도 알아서 인사하고, 진태의 앞에 엎드려 관장 자세를 취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도 그럭저럭 일과인 관장을 해내는 선하를 보며 진태는 말을 꺼낼지 말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진태가 선하의 뒤를 닦아주고, 씻어내고, 욕실 밖으로 나오자 선하는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엎드렸다. 진태는 선하의 음부를 대강 벌려서 상태를 체크했다.
음부와 항문의 상처 정도, 그 외의 몸의 상태, 성병의 유무, 컨디션 등을 매일 기록하는 거다. 관리 대상이니까…….
이때 교관들이 검사라는 명목으로 온갖 짓을 다 하기도 하지만… 진태는 오늘 그럴 생각은 없었다.
“선하야.”
“네.”
선하의 눈은 어느새 텅 비어 있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사형수들은 점점 죽어간다. 한순간에 교수형을 당하느냐, 여기 와서 느릿느릿 학대당하며 죽어가느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전에는 진태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사형을 받을 정도로 중죄를 지은 죄수들이었다. 몇 번이나 시체를 치우면서도, 이건 틀린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사건 조사해봤어.”
“네? 어, 어, 어때요?”
그러나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개인적으로 알았을 때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1:1로는 다 좋은 사람인데… 특히 선하에 대해서는 진태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망설이던 말을 꺼내자, 순간적으로 선하의 눈에 다시 희망이 돌아왔다. 그런 선하의 눈을 차마 마주볼 수가 없어서 진태는 더욱 괴로웠다.
“…미안. 힘들 것 같아. 너 사회에선 이미 사형된 걸로 되어 있어… 호적도 말소됐고. 네가 여길 나가서 무죄라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여태 살아 있느냐에 대해서도 필연적으로 설명을 꼭 해야 할 텐데… …이 학교는 절대 드러나지 않아.”
진태가 힘겹게 꺼낸 말을 들으며, 선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학교는… 나도 잘 모를 정도로 윗사람이 관여해서 세운 거야. 여기 있는 건 다 말단들이라서 힘도 없고…….”
“…….”
“…네가 꽤 유명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무죄일지도 모른다는 여론도 약간 있지만… 이미 사형이 집행되고 너는 죽은 거라고 사람들이 아는 이상은…….”
예상은 하고 있었다.
“너는… 손님이 데려가 주지 않는 이상 여기서 영영 못 나가. 나가서 입이라도 잘못 놀렸다간……. 죽을 거고.”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감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더는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유정을 따라오고, 각서를 쓰고… 남자의 성기를 받아내면서 선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진태는 조심조심 전한 이야기지만, 선하는 쓴웃음만 나왔다.
“…그래요…….”
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태는 선하가 미치지나 않았는지 염려되는 얼굴이었지만, 선하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살고 싶어, 나는.’
유정처럼 수치심을 버려서라도, 윤주처럼 무슨 짓을 당해도 받아들여서라도.
‘영영 성노예로 산다고 해도 죽기 싫어. 절대 싫어. 나는… 나는 무죄란 말이야.’
“고맙습니다. 검사 끝났어요? 저 수업 가요? 어디로 가요?”
아무렇지도 않은 선하의 태도에 진태가 오히려 당황한 것 같았지만… 진태는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다.
“…어, 수업……. 2층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