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노예 (필사의 탈출)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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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축사노예 (필사의 탈출) 31화
근처에 번개가 내려쳤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아프게 만든다.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비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호준은 그 빗 속에서 대문 너머로 힐끗 보이는 노란색 우비를 보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이... 등신 새끼가...!"
100\%다. 요즘들어 형준은 시시때때로 자신의 집 근처에서 눈치를 보다가,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유리를 불러들였다. 마치 유리가 위험한 순간마다 알려주고,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일부러 호준에게 알려서 허튼 짓을 못하게 만들려는 것처럼.
호준을 의심하는 삼순이 할머니가 시킨 행동이 분명했다.
뿌득뿌득... 이를 갈면서 호준이 대문 밖에 대기하고 있을 형준을 노려보았다. 만약 지금 그가 유리를 강제로 취하려고 한다면 형준이 어떻게 해서든 막거나, 호준을 두려워해서 막지 못한다 할지라도 바로 삼순이 할머니에게 가서 이를 것이고 삼순이 할머니가 무슨 조치를 취할지 모르는 상황.
호준은 열이 받아서 잇몸에서 피가 배어나오도록 이를 악물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나가서 형준을 죽을 정도로 팰 수도 없었다.
형준은 멍청하기는 하지만 힘이 장사라서, 호준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어릴 때 호준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함부로 대들지는 못하지만 만약 호준이 그를 폭행하다가 실수로 형준이 호준과 맞먹거나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때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시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집에서 갑자기 삐삐거리는 비상음이 울려퍼진다. 호준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동되어 있는 알람을 확인해 보았고, 곧 축사에 설치되어 있는 적외선 센서에서 누군가의 움직임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소들이 갑자기 나와서 돌아다닐 일은, 갑자기 홍수라도 일어나 축사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없었다. 인위적으로 누군가 들어갔거나, 혹은 탈출했거나...
'이 시발년이!'
그 쇠사슬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탈출했다는 것은 호준에게 있어서 상당한 위험이었다. 만약 유리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시발!"
어깨에 두꺼운 우비를 두르고 호준이 밖으로 나간다.
"히, 히익!"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호준을 발견한 형준이 겁에 질려서 몸을 웅크리자 아까 전까지 즐거운 생각을 했던 그를 방해한 형준이 괘씸하기는 했지만, 그 순간 호준은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야! 형준아! 나 좀 도와라."
"혀... 형준이가?"
"그래! 이거 유리씨에게 도움이 되는 거니까! 할머니가 유리씨 도우라고 했지?"
"으... 으응. 할미가 아가씨... 도우라고 했다."
"그럼 따라와."
"어디로 가는 거냐?"
호준은 자신의 축사와 연결된 뒷산을 가리켰다.
* * *
마치 세상이 떠내려갈 것처럼 홍수가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말도 안 되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해서 한치 앞도 알아보기 힘들었고, 게다가 계속해서 흙이 물에 쓸려 미끄러지면서 유정은 알몸으로 진흙탕을 구르고 있었다.
가뜩이나 눈도 침침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고, 다리와 팔도 곱아서 움직이기 힘들고, 이곳 지형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최대한 멀리 도망가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뒷산에서 헤매는 것에 불과했다.
그녀가 정신이, 눈이, 몸이 더 멀쩡한 순간에도 헤매던 그곳을 이런 폭우 속에서, 몸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진흙탕에 몸을 구르고 폭우에 다시 그 진흙이 씻겨나가는 아수라장에서도 필사적으로, 네 발로 기어서라도 이곳을 탈출하려 하고 있었다.
미끄러운 진흙을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엉망으로 뼈가 부러진 손이 꺾이면서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최대한 탈출하려 했다.
진흙을 파헤치느라 손톱이 뽑혀나가고 돌을 밟으면서 반동으로 발톱이 뽑히는 등, 알몸으로 산을 올라간다는 것은 가시덤불이나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이 가득한 공간을 걸어가는 것처럼 힘겹고 고통스러운 행위였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조금만 더 가면 있을 거야......'
흐릿한 그녀의 눈동자에 남아있는 것은 독기밖에 없었다. 이를 악물고 자신의 몸이 망가지더라도 그녀는 전진했다. 재갈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서 숨이 막히고, 빗물에 숨구멍이 막히면서 몇 번이고 질식할뻔 했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따라오기도 어려울 것, 게다가 발자국이나 손자국이 남아도 폭우가 묻어주니 도망가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었다.
물에 젖은 가슴 사이로 흔들거리는 쇠사슬이 가슴 사이를 멍들게 만들었지만, 유정은 온 몸이 멍투성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후우... 후우우..."
특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지금 나타난 가파른 언덕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미끄러지는 것만 조심한다면 약간 빠르게 손을 짚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경사였지만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마치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해야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어려운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언덕만 넘는다면......!'
가파른 언덕을 몇 번이고 구르고 구른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개처럼 네 발로 기어도 미끄러진다. 마치 워터파크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타는 것처럼 미끄러지면서도 그녀는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이 언덕만 넘으면 자신의 집이 나올 것처럼, 자신의 동생 유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누군가 자신을 구해줄 것처럼 말이다.
"흐으으으!!"
손톱 밑에 피가 배일 정도로 힘을 주고 올라온 언덕 위에서, 그녀는 두 쌍의 장화를 보았다.
얼굴이 아플 정도로 강한 폭우 속에서 그녀는 노란색 우비를 입은 사람들을 올려다보았다. 흐릿한 빗물 사이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은, 자신을 위해 모포를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 살았어... 나는 이제 산 거야...!'
빗물에 묻혀 잘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산 것만 같았다. 자신의 앞에 보이는 장화를 그녀는 양손으로 붙잡으면서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있었다.
"이 시발년이... 길러준 은혜도 모르고 도망을 쳐?"
하지만.
현실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
눈을 가리는 빗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다시 본 광경은, 모포가 아닌 비료포대를 들고 있는 호준의 모습이었다.
유정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고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녀는 축사에서 50m도 벗어나지 못했다. 빗 속에서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애초에 그녀는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도망이라는 것을 가기 힘들 정도로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었다.
"흐... 흐으읍...!"
언덕을 굴러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는 머리채를 붙잡혀서 호준에 의해 강제로 질질 끌려갔다.
"흐으으윽! 흐으으읍!!"
마구 발버둥을 치고 울면서 그녀는 양손으로 빌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잘못했다고 비는 것처럼 울면서 빌었지만, 호준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채 그녀를 끌고 인적이 더욱 드문 숲으로 끌고가고 있었다.
발을 끌면서 그에게 저항해보려 했지만, 호준의 강한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마치 가축처럼 질질 끌려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