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노예 (바뀐 마음)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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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축사노예 (바뀐 마음) 21화
"우리... 집에서 말입니까?"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호준이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네. 다른 집들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강금리의 다른 집들은 대부분 초가집이 많았고 누군가를 재워줄만한 방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신세를 질만한 집이라면 집이 넓은 영순네 집과 호준네 집이었는데 영순네 집은 일단 영순의 부모님을 포함해 부인까지 해서 대가족이 살고 있어서 유리의 입장에서는 찾아가기가 그랬고 그나마 남은 것은 호준네 집이었다.
물론 남자 혼자 사는 집에 한창 나이의 여자가 찾아가는 것에 유리도 망설이기는 했지만, 호준을 보면서 조금씩 경계심이 풀어지기도 했다. 도시의 남자들처럼 어떻게든 술을 먹이고 그녀에게 수작을 부려보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짓을 하지 않았고, 순박한 농촌 총각이라서 괜찮아 보였다.
기본적으로 무해한 사람이라고 유리는 호준을 느끼고 있었다.
"으음......"
지금만 하더라도 이런 경우 이게 웬 기회냐 하면서 좋다고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당장 대학교에서 일부러 그녀를 늦게까지 귀가하지 못하게 한 뒤 교통수단이 끊기자 자신의 원룸에서 자고가라고 하던 과대표처럼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방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호준은 곤란한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부탁드릴게요."
"불편하실 텐데..."
"괜찮아요. 정 안 되면 잠만 자도 되니까요."
유리의 말에 호준은 깊이 고민하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요! 지금 바로 짐을 옮겨도 될까요?"
"아, 그건 좀 곤란하고... 오늘 저녁에 오는 것으로... 아무래도 방을 비워야 하니까......"
"네, 그렇게 할게요. 저녁 먹고 올라갈게요."
"그럼... 그런 걸로."
* * *
아침부터 시작된 축사 청소가 끝났다. 점심시간이 되고 호준은 요즘들어 항상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
"헉... 헉..."
아까 거절했어야 했나? 라고 스스로를 책망해 보았지만 그 상황에서 거절하면 더 의심을 사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호준은 그야말로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숨겨야 해......"
호준은 무서운 눈으로 숨겨진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지쳐서 잠들어 있는 알몸의 유정이 있었는데 그녀의 피부는 거칠거칠한 시멘트 바닥에 긁혀서 곳곳이 부어오르고 상처 투성이가 되어 있었으며 시멘트를 칠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멘트 독까지 오른 상태였다.
목에 걸려있는 사슬 때문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가엾다는 감정을 느끼겠지만 지금의 호준에게 있어서는 마치 질려버린 장난감을 어떻게 버려야 할까 생각하는 것처럼 유정이 귀찮고 불편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으응...?"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쩍쩍 갈라진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호준에게 있어서 처음의 꾀꼬리 같이 듣기 좋았던 소리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불쾌하게 느껴졌다. 엉망진창으로 잘려나간 머리카락도 제대로 감지도 못하고 관리도 되지 않아서 모래와 먼지가 묻어있는 데다가 하반신에는 애액을 제대로 닦지 못하는 바람에 먼지가 묻어서 검게 달라붙어서 호준은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갖고 싶었던 유정이었지만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역겹게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흥분할 때마다 어두운 곳이라서 잘 몰랐지 실제로 본다면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원판이 미인이라고 할지라도 성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이 사라지고 만다.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눈 유리의 핑크빛 입술과 쩍쩍 갈라져서 딱지가 앉은 유정의 입술을 비교하자니, 호준은 어제 저 입에다가 자신의 남근을 넣은 것이 후회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슨... 일..."
그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게다가 하필이면 생리가 시작되는 바람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유정은 제대로 고개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열대야라고는 해도 알몸으로 시멘트 바닥에서 잠들었으니 몸이 아픈 것도 당연했다.
전체적으로 유정의 몸은 심하게 망가져서 금방이라도 요양을 해야 할 정도였지만 호준은 처음 그녀를 잡았을 때처럼 그녀를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지 않았다.
"존나 귀찮게 하는구만......"
유정만 없었어도 호준은 유리와 좋은 분위기로 진전될 수 있었을 것만 같았다. 평범하게 잘 만나고,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언제 들킬까, 혹시라도 알게되면 자신을 혐오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없이 말이다.
물론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유정이 자신을 데리고 있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가 강제로 납치, 감금한 것이며 유정이 이곳에서 실종되지 않았으면 유리가 올 일도 없으니 유리를 볼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호준의 머릿속에는 지금 유정에 대한 원망이 꽉 차 있었다.
"이리 와."
"사... 살살..."
유정의 머리채를 잡아쥐고 고정되어 있던 사슬을 풀어서 손에 쥔다. 유정은 그에게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에게 질질 끌려갔다.
마치 코뚜레가 메여있는 송아지처럼 그녀는 호준에 의해서 질질 끌려서 어딘가로 향했다.
"아악...!"
"시끄러워! 조용히 안 해? 빨리 따라오기나 해!"
"조... 조금만 천천히... "
"닥쳐! 소리 내지 마!"
호준은 그녀가 중간에 유리조각을 밟건, 힘이 풀려서 발목을 접질르건 신경쓰거나 도와주지 않고 억지로 그녀의 목줄을 끌어서 끌고 갈 뿐이었다.
유정이 끌려가고 있는 길은 집의 뒷문을 통해 축사로 바로 향하는 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호준이 큰 길로 통하지 않고 가는 길.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초목이 우거져서 마치 밤처럼 어둡게 느껴지고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이곳이 얼마나 습한 것인지 얼마 전에 새벽에 잠시 내렸던 비로 인한 습기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다른 곳과는 다르게 질척거리는 진흙이 남아 있었다.
제대로 된 신발을 신지 않는다면 진흙에 미끄러지고 제대로 다니기는 힘들었지만 호준 같은 장정은 그럭저럭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그 동안의 일로 인해 힘이 풀려버린 유정은 바닥에 몇 번이나 넘어져서 그녀의 몸에 진흙이 묻고 돌에 부딪치면서 발이 피투성이가 되고 발톱이 빠질 듯이 들어올려졌지만 호준은 절대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목줄을 쥐고 끌고 왔지만 뾰족한 돌을 밟고 돌에 발가락을 부딪치며 유정이 주저앉자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억지로 끌고간다.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당겼기에 유정은 울부짖으면서도 피 나는 발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네 발로 기다시피하며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야만 했다.
"여... 여기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느껴지는 축사의 역한 냄새. 단순히 시골의 두엄냄새 정도가 아닌, 방금 전에 소가 싸지른 변의 냄새가 생생하게 풍겨서 나오는 그곳.
평상시 낮에만 하더라도 곳곳에 진흙과 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 들어가기 싫어지는 장소였는데 이렇게 구석진 곳을 통해서 들어가려고 하니 유정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팔을 부들거리면서 그 자리에 멈춰섰다.
"너 뭐 하냐? 죽고 싶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