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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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6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22화
[무료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22화
그날 저녁.
형은 회식이 끝난 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휴일이니, 그는 오늘 집으로 돌아와 푹 쉴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형은 그러지 않았다.
한 손에는 어디서 사 온 것인지, 야식을 담은 봉투를 들고서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봉투 속에서 여러 개의 술병을 꺼내었다.
“형, 아직도 마시려고?”
아직 완전히 취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술 냄새를 풍기는 그가 이 이상 술을 먹어도 괜찮을지 의심했다.
하지만 형은 나와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회식 자리에서 힘을 아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회식 자리에서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으니...”
그런 형의 모습을 보고, 형수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형이 그러고 싶다면, 나와 함께 술을 마셔도 상관없다는 듯 가만히 바라보다가, 형이 가지고 온 봉투를 열어 식탁 위로 야식을 올려놓았다.
“넌 술 안 마실 거냐? 술 마시기 싫으면 콜라나 사이다 사줄게.”
형은 내 기분에 따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형에게, 나는 지금껏 잘못한 것도 많으니 한 번쯤은 형과 어울려 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아냐, 나도 같이 마실게.”
“아하하. 그래.”
형은 식탁에 자리 잡고 앉은 채, 형수님을 빤히 바라보았다.
시간이 늦기는 했지만, 그녀도 먹고 싶으면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했다.
아니, 형이 자신의 아내에게 그런 차가운 태도를 보일 리 없었다.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먹자는 눈빛이었을 것이다.
형수님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피식 웃으며 접시와 젓가락 그리고 컵을 가져왔고, 형의 옆에 함께 앉았다.
“...”
형제들과 각각 몸을 섞은 적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나도 그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
딱 보기에도 매워 보이는 야식이었다.
이 시간에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 건강에 괜찮을지 걱정되었지만, 자주 이러는 것도 아니니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젓가락을 움직였다.
형이 먼저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집에서는 이상한 질서 같은 것이 있다.
두 사람은 항상 먼저 밥을 먹지 않았다.
계속 이야기하며 시간만 보냈었다.
그것에 질려 내가 손을 움직여 밥을 먹기 시작하면, 형은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내 입으로 밥이 들어가고, 반찬이 들어가는 것을 본 뒤, 형도 만족한 듯 천천히 자신의 밥을 먹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형수님도 형이 먼저 밥을 먹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지만, 이내 내 형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듯, 자신도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아야만 밥을 먹기 시작했었다.
지금도...
그 이상한, 이 집만의 전통적이고 이상한 관습이 시행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움직였고, 내 입으로 매콤한 야식이 들어가자, 형은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띠며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술병을 들고서는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형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따라줄까?”
“괜찮아, 인마.”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있었다.
내가 아직도 어려 보인 걸까.
그는 마치, 애가 어른을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는 듯 느껴졌다.
이내 형은 자신이 따른 술을 나에게 건네었고, 형수님을 바라보며 술을 들어 보였다.
“됐어.”
형수님은 딱 잘라 거절했다.
형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또 다른 컵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형은, 자신의 아내에게 질문했다.
“그럼 뭐 마시려고?”
“물 마시면 되지.”
당연하다는 듯, 형수님이 웃어 보였다.
휴일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매일 이런 식으로 함께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정말 가끔 있는 일이었다.
나를 위해서, 야식을 챙겨와 집에서 술자리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형이 마시고 싶을 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상황도 싫지는 않았다.
거실의 텔레비전을 켜놓고, 약간의 소음이 추가된 그 상태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형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개인적으로 즐거웠다.
하지만 오늘은, 형의 앞에서 술을 마실 때마다, 형의 옆에 앉아있는 형수님에게 눈이 돌아갔다.
그녀의 가슴으로 자꾸 눈이 움직였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질수록, 형수님을 만지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정말 그러한 행동을 할 정도로 취하지도 않았던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이상한 이야기를 입으로 꺼내고 말았다.
“형.”
“어, 뭔데?”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순간 정적.
방금 전까지는 내가 많이 취하지 않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꽤 정신 나간 소리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니, 많이 취했던 것 같았다.
정적이 길어지자 나는 내가 실언을 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런 나를 형수님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형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형은, 조심스레 나에게 입을 열었다.
“야, 축하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형의 반응에, 나 역시 덩달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그런 나에게, 형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 취직 못 한다고 자신감 없이 집에서만 지내던 모습이 마음 아팠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여자들도 만났나 봐?”
형을 깔깔 웃으며 계속 말했다.
“집에서만 음침하게 있는 줄 알았더니... 잘 놀고 다녔나 보네, 다행이다.”
“...”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잔뜩 펼쳐져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의 의미가 형이 생각하고 있던 의미와는 많이 달랐다.
방금 내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라고 말을 하고서도, 무서웠다.
형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서웠고, 두려웠다.
하지만 형은 나를 욕하지 않았다.
물론 그 상대가 형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뀔 것이었다.
하지만 형은, 내가 평소에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게 된 상대가 형수님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나를 굳게 믿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라는 마음으로 떠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축하한다는 반응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었고,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은 바보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
“친구랑 놀다가 돈이 부족하면 말해, 형이 용돈 잔뜩 줄 테니까.”
“...”
“부담 가지지 마, 인마! 네가 돈 없다고 친구들 안 만나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술 먹고 노는데 돈 많이 써봐야 얼마 쓴다고... 친구들이랑 조금 논다고 해도 형 잘사니까 걱정 마.”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형수님도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내가 무슨 의도로 그 말을 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형의 말에 동의해 주지 않고 나와 함께 입을 꾸욱 다물고 있었다.
형은 기분이 좋아진 듯 술을 쭈욱 들이켰고, 깔깔 웃으며 자신의 술잔에 스스로 술을 따랐다.
오늘따라 술이 맛있다느니, 안주가 너무 맛있으니 따듯할 때 빨리 먹으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형은 기분 좋게 야식을 즐겼다.
그날 결국 형 혼자 기분이 좋아졌고, 이후 세 명이서 시작한 술자리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