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이혼하자고 말하진 말아줘)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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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라넷 (이혼하자고 말하진 말아줘) 13화
< 소.라.넷 13화 >
“동서 지금 질투하는 거야? 에이, 같은 구멍동서끼리…….”
"구.. 구멍동서라뇨."
경숙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언니의 말이 맞는 말이다.
같은 구멍을 나누는 동서지간...
그녀는 경숙 앞에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악수 해요. 정말 제가 젊을 때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가네요.
저도 남편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엔 .. 전 마음에 안드는 남자랑 자고 내 남편은 그걸 훔쳐보며 자위했어요.
그때 전 세상에 저만 이렇게 섹스하며 사는 줄 알았어요.
아 난 불행한 여자구나. 이렇게 사는 사람 나밖에 없을거야.
이렇게 생각했는데... 세상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다른 부부들도 이렇게 사는 사람 많더군요."
"아, 정말 대단해요. 전 그렇게 못 살것 같은데..."
"후훗, 그쪽이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네요."
"왜요?"
"즐길거 다 즐겨놓고 아닌 척 하잖아요, 자꾸.
어제 좋아서 죽겠단 표정 다 봤는데..."
경숙은 어젯 밤 일을 떠올려보았다.
나이든 여자의 남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서 헐떡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그의 육봉에 박힐 때.. 그녀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오랜만에 밑을 가득 조이며 섹스를 했던 것 같다.
그녀의 표정을 읽은 여자가 경숙의 등을 툭 쳤다.
"내숭 떨지 마요, 좋으면서. 그냥 즐겨요. 세상에 즐길게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나 자기 남편 좀 소개시켜줘요. 자기 남편 정말 내타입이다."
"언니, 무슨 농담을.. 내 남편을 소개시켜달라니요."
경숙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진지한 그녀의 깊은 눈동자 속에 경숙의 얼굴이 비쳤다.
거짓말이나 장난을 칠 여자 같지는 않았다.
"너무 귀여워서, 저렇게 나이가 들었는데도 귀여운 남자 첨 봤어.
제대로 하고 싶은데 자기도 알다시피 자기 남편이랑은 어제 재미를 못 봤어."
나이 많은 여자가 남편을 좋아한다 하니 경숙은 질투가 났다.
20여 년을 남편과 같이 살며,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20대 연애시절, 남편과 대학 캠퍼스 커플로 지낼때도 공적으로 알려진 커플이라
제3자가 낄새도 없이 평탄하게 연애를 했다.
다른 여자가 남편을 탐냈다해도 이렇게 대놓고 남편이 좋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나 새로운 감정, 질투...
이 나이에 마음 속에 불꽃이 튈 수도 있구나.
항상 똑같은 일상 속에서 흔들림 없는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갑자기 가슴 속이 뜨겁게 울렁이기 시작했다.
"나 당신 남편이 마음에 들어요. 당신 남편과 자고 싶어요.
그러려면 동서 허락을 받아야겠죠?"
오랜만에 찾아온 낯선 감정에 눈을 깜박이고만 있는데
나이든 여자가 다시 한번 치고 들어왔다.
눈 앞에 있는 당돌한 그녀를 보았다.
그녀도 꽤 괜찮은 여자였다.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타입에 현명하고 지적이며 성숙한 타입이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나를 설득시키듯 다시 한번 입술을 열었다.
"너무 진지해지지 마요. 당신 남편과 결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연애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단지 섹스면 되는데... 우리 나이가 섹스가 그렇게 어려운 나이인가.
나이 드니까 욕구는 커지는데 욕심은 없어지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과 섹스하는게 유일한 소망이죠, 호호."
그녀는 '섹스'란 단어를 말하며 후훗 여유롭게 웃었다.
질투란 감정은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내 남편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록 남편이 낯설어졌고 ..
남편의 얼굴이 새롭게 느껴졌으며, 그런 내 남편생각에 두근거림이 찾아왔다.
"남편 많이 사랑하죠?"
"네..."
"나도 우리 남편 사랑해요. 만약 그쪽 남편이 나랑 자는거 본다면
동서는 남편을 무지 사랑하게 될걸요?
그리고 남편도 동서를 많이 사랑한단걸 알게 될거에요. 믿어봐요. 내 말이 맞나"
그녀는 빙긋 웃으며 경숙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른 아침에 이런 대화를 나눈 두 여자는 어느새 친해진 듯 같이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인 나이든 여자가 경숙을 많이 챙겼다.
경숙도 그녀와 섹스 얘기 같은 은밀한 대화를 나눌때 빼고는 참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았다.
집안일이나 요리도 잘해서 이것 저것 배울 수도 있었고,
한번 봤는데도 마치 친동생처럼 자신을 챙겨주는게 고마웠다.
그렇게 아침식사를 하고 다들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애초부터 1박 2일로 기획되었던 것이라, 이렇게 익명상 하룻밤을 즐긴 후 다음날 흩어진다고 했다.
경숙은 이 곳에 남편의 동창모임이라고 얘길 듣고 왔지만
동창 모임이 아니란 사실은 어젯 밤 집단 섹스를 하며 눈치 채버렸다.
그 사실을 남편에게 따져 묻고 싶지만 그보다 더 신경쓰이는 게 있었다.
바로 나이든 여자가 계속해서 남편에게 추파를 보내고 있는 점이었다.
남편과 사이가 틀어지면 그 사이에 나이든 여자가 남편에게 다가올 것만 같았다.
남편을 질타하는겐 집에 돌아가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나온 남편을 보는 순간, 그녀는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평소같으면 너무나 내 곁에 있는게 당연한 사람이라 감흥이 없을테지만
다른 여자가 눈독 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남편이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고 있는 모습이 낯설면서 자꾸만 두근거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집단 난교에 대하여 화를 내고 싶었으나,
화는 커녕 옆에서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떠오르자 심장이 벅차게 뛰었다.
질투와 함께 드는 감정, 그건 소유욕이었다.
경숙은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아침에는 남편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침 밥을 먹고 세 부부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탔다.
마지막까지 나이든 여자는 내 남편에게 눈을 떼지 못 했다.
마치 먹이를 눈 앞에서 놓치는 암사슴처럼 남편을 향해 입맛을 다셨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라 타고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그녀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하마터면 다른 여자에게 남편을 뺏길 뻔 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옆에서 운전대를 잡은 남편은 경숙의 눈치를 봤다.
"미, 미안해. 당신, 내가 미안해."
아내를 스와핑 모임에 몰래 데려왔는데.. 당연히 남편은 그녀에게 죽을만큼 미안해졌다.
아내가 말이 없자 남편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미안해, 이혼하자고 하진 말아줘.."
남편은 풀죽은 강아지 처럼 말했다.
다른 부부들은 차를 타고 다 각자의 집으로 가기위해 출발했는데
경숙씨네 부부는 아직 펜션에 머물러 있었다.
시동을 킨 차는 와이퍼만 왔다갔다 거렸다..
남편은 이대로 서울로 갈 수 없었다. 서울에 가면 아내가 도망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맘을 졸이고 있는데..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여오는게 보였다.
경숙은 눈물을 머금고 남편을 쳐다 보며 말했다.
"이혼을 왜 해. 내가 당신이랑 이혼을 왜 해.."
그때 였다.
남편의 휴대폰이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경숙은 모르는 번호지만 남편은 알고 있는 번호였다.
같이 스와핑을 했던 큰 형님의 번호였다.
"받아, 얼른.. 전화왔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전화를 받으라고 보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