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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 9장 그래, 나도 똑같이 해주마 (5) 74화

무료소설 타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타부 9장 그래, 나도 똑같이 해주마 (5) 74화

전에도 놈을 따라 자주 들락거리던 곳이었다. 구석진 빈 방에서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놈과 같이 여러 차례, 노래도 부르면서 같이 놀기도 했었다.

 

연수는 문 옆, 카운터의 자리가 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살폈다. 여러 방에서 흘러나오는 손님들의 노래 소리가 한꺼번에 어우러져 소음이 복도까지 크게 울려 퍼졌다. 어떡해야 하나 잠시 연수가 망설이고 있는데, 코너에서 갑자기 나타난 낯익은 얼굴이 깜짝 놀란 얼굴로 연수를 바라보았다.

 

“어머! 너, 연수 아니니?”

 

“아, 안녕하셨어요?”

 

연수 또한 상대방을 알아보고 나서 얼떨결에 머리를 꾸벅거렸다. 은숙이 아줌마였다. 그녀가 손에 빈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연수 너, 정말 오랜만에 얼굴 본다. 호호호. 얘, 네가 어쩐 일이니?”

 

“…… ”

 

연수는 할 말이 없어 머리를 긁적거렸다.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사실 이 곳에 올 때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다기보다는 집으로 향해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생각이 나서 그냥 발이 이끌린 대로 온 것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얘. 난데없이 네가 불쑥 나타나니…… 그런데 정말 어쩐 일이니? 정우도 없이…… 혼자서 말이야.”

 

그런데 정우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연수는 못 들을 것을 들은 사람처럼 순간적인 불쾌감에 몸서리를 쳤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 오늘 우리 정우 만난 거 아니니?”

 

은숙 아줌마의 질문에 연수는 속으로 큰 소리로 외쳤다.

 

정우요? 그 시발 새끼, 지금 우리 엄마랑 같이 모텔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개처럼 헐떡거리며 섹스를 하고 있다고요!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스스로 알아챈 연수는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은숙에게 대답했다.

 

“요새 정우, 얼굴 본 지 오래됐어요? 뭐가 그리 바쁜지.”

 

연수의 대답에 비아냥거림이 섞여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숙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 말이다. 한 집에서 사는 엄마인 나도 그 잘난 낯짝을 본 지가 꽤 오랜 된 것 같구나. 몹쓸 자식! 이젠 지도 다 컸다고 내 말도 우습게 안 단다. 하긴 요즘 젊은 애들이 다 그렇지만 말이다. 정우, 그 놈의 자식이 착하고 순한 연수, 네 성격의 백 분의 일만 닮았더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속을 썩지는 않았을 텐데…… 휴우~~”

 

“아줌마도 참…… ”

 

연수의 말을 끝으로 거기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들 없이 혼자 온 연수가 아무래도 꺼림칙한 것일까 은숙이의 행동이 괜히 일부러 할 일을 찾아 허둥대는 것 같았다.

 

“아줌마. 요즘 장사는 어떠세요? 잘 되시죠?”

 

연수의 물음에 은숙이 고개를 저었다.

 

“얘, 말도 마라.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 우리라고 별 수 있니?”

 

“그래도 아줌마네는 단골손님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방에도 손님들이 꽉 찬 것 같고요.”

 

“아냐. 꽉 차기는. 보면 모르겠니? 환기시키려고 빈 방들마다 문 열어놓은 거 안 보여?”

그 틈을 이용해 연수가 재빨리 말했다.

 

“아, 아줌마. 손님이 없으면 나, 여기서 조금 놀다가 가면 안 될까요?”

 

연수의 물음에 눈이 휘둥그레진 은숙이 되물었다.

 

“호, 혼자서?”

 

“네에.”

 

“별 일이네. 혼자서 무슨 재미로 놀아? 청승맞게.”

 

전혀 그럴 행동을 할 연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은숙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왜, 갑자기 혼자서 그러고 싶을 때 있잖아요. 제가 오늘 좀 울적해서 그래요. 손님들이 오면 제가 방을 비워드릴 게요.”

 

“그, 그래? 그럼 네 마음대로 해. 마음에 드는 빈 방에 가서 놀렴. 근데 말이야. 연수 너, 무슨 일이 있었니?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인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에요. 그냥 혼자서 놀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

 

“왜?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저기…… 얼마 드리면 될까요?”

 

겸연쩍은 얼굴로 연수가 묻자 은숙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나서 연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무리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그렇지, 내가 너한테 대여 비를 받았다가 네 엄마한테 무슨 욕을 먹으려고? 까불지 말고 그냥 아줌마네 가게에서 네 마음대로 노래 부르면서 스트레스 확 풀리게 놀다 가면 아줌마는 그것으로 족해. 빨리 아무 방이나 골라잡아서 들어가기나 해.”

 

“고마워요. 아줌마. 그런데 말이에요…… .”

 

연수가 말을 잇지 못하자 은숙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말해 봐. 뭘 머뭇거려? 연수야. 너, 아줌마를 안 지가 몇 년인데, 여태껏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니?”

 

“…… 그게 혼자서 놀려면 맨숭맨숭해서…… ”

 

“깔깔깔. 얘가 오늘 사람 여러 번 놀라게 하네? 너, 술도 마시니?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정우, 그 망할 자식하고는 다르게 너는 술이라고는 입에도 댈 줄은 몰랐는데? 이야! 연수가 엄마나 다름없는 나한테 술을 달라고 하니까 갑자기 네가 어른이 다 된 것처럼 보인다. 얘. 호호호. 너, 그 동안 고추는 많이 컸니?”

 

“아줌마도 참.”

 

연수는 심하게 부끄러움을 타는 시늉을 했다.

 

“깔깔깔. 연수 너 말이다. 네가 아주 어렸을 때, 네 엄마가 심하게 아파서 자리에서 못 일어난 적이 있었거든. 그때 내가 며칠 너희 집 살림을 도와준 적이 있었어. 너를 말이야. 아줌마가 홀딱 벗겨놓고 온 몸에 비누칠을 해가며 네 알몸을 씻겨준 적이 있었단다. 너, 그거 기억 안 나지?”

 

“왜 기억이 안 나겠어요? 엄마 빼고는 아줌마가 제 알몸을 만진 첫 번째 여자인데요, 하하하.”

 

“어머! 어머! 연수, 너 그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것 같다. 얘. 계집애처럼 같이 없던 녀석이…… ”

 

새삼스럽다는 시선으로 잠시 연수를 쳐다보다가 은숙이 서두르는 몸동작을 보였다.

 

“어휴~ 내 정신 좀 봐. 연수야. 빨리 아무 방이나 들어가서 자리 잡고 앉아 있어. 아줌마는 방에 이것 좀 넣어주고 시간나면 들어가 볼 테니까.”

 

캔 맥주를 커다란 컵에 벌컥벌컥 따르며 은숙이 재촉하자 연수는 잠자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방이 붙어있는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연수가 들어간 방을 확인했는지 노래방의 반주기가 작동을 할 준비가 되었다. 연수는 앉은 채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가슴 밑바닥부터 끓어오르는 어떤 감정 때문에 편하게 숨을 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수는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석상처럼 앉아있었다. 단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남주 누나가 준 소형 녹음기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맥주를 놓고 서둘러 나간 은숙이 방으로 다시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지만 금방 돌아오겠다던 그녀는 여태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연수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던 은숙이 아줌아의 말과는 달리 밤이 깊어갈수록 손님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글렀다고 생각한 연수가 허탈하게 몸을 일으킬 때였다.

 

“너, 노래도 안 부르고 우두커니 앉아서 뭐하니?”

 

문을 열고 들어온 은숙이 아줌마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연수는 얼떨결에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그냥요.”

 

은숙이가 연수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너, 정말 오늘 이상하다. 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무슨 말 못할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할지 난감한 연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옆에 다가와 앉은 은숙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혼자서 바쁘게 움직인 탓이라 지쳤는지 그녀가 거친 숨소리를 냈다.

 

연수의 시선이 은숙의 젖가슴에 꽂혔다. 이렇게 가까이 그녀와 마주한 것은 연수의 기억에는 없었다. 옆에 바짝 다가와 앉은 은숙이 아줌마의 몸은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풍만했다. 잦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위, 아래로 큼직하게 부풀어 오르며 흔들리는 가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거기다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짙은 향수 냄새가 연수를 후각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연수야. 너, 말이다. 며칠 전에 우리 남주 만난 적 있니?”

 

“네. 그런데 왜요?”

 

“호호. 아냐. 남주가 며칠 전에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기에 꼬치꼬치 캐물었거든. 고 계집애가 요새 연애질을 하는지 매일 같이 늦게 들어와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니?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섭니? 다행이 너를 만났다니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건 아니네.”

 

“아니에요. 저랑 누나랑 오랜 만에 만나 그냥 가볍게 술 한 잔 했어요.”

 

“그, 그래? 둘이서 무슨 얘기를 했어?”

 

“아줌마도 참. 남주 누나랑 뭐 할 이야기가 있겠어요? 서로 본 지도 꽤 됐고, 그러다보니 얼굴 좀 보자고 해서 잠시 만난 것뿐이에요.”

 

“그렇구나. 참, 요새 네 엄마는 어떻게 지내시니? 아줌마가 전화를 해도 잘 안 받고 집에 들르면 아프다고 그냥 쉬겠다고 하니, 일부러 나를 피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엄마한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싶어 곰곰이 되짚어 봐도 딱히 잘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연수야. 너, 말이다. 나중에라도 엄마를 한 번 살짝 떠보아주지 않으련? 아줌마가 엄마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게 있는가 말이다.”

 

“알았어요. 그런데 아줌마가 엄마한테 평소에 얼마나 신경써주시는지 제가 잘 알고 있는데, 엄마가 아줌마를 일부러 피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고 보니 자꾸만 이야기가 겉돌고 있는 것 같아서 연수는 조바심이 일었다. 주머니 속에 들어간 손은 여전히 소형 녹음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본론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갑자기 은숙이 몸을 일으켰다.

 

연수는 하마터면 일어나려는 은숙의 손목을 낚아챌 뻔했다. 연수는 쭈뼛거리며 은숙을 따라 의자에서 일어섰다. 무언가 낌새를 느낀 것일까. 은숙이 초조함 때문에 허둥대는 연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연수. 너, 정말 오늘 이상하다.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여기 온 거지? 솔직히 말해봐.”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연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렸다.

 

“그, 그래? 나한테 할 얘기가 뭐니?”

 

“사실은 남주 누나 때문이에요.”

 

“뭐?”

 

정우와는 달리 남주 누나는 은숙의 친자식이었고 애지중지 키워온 딸년이었다. 그래서인지 누나의 이름을 꺼내자 아줌마의 반응은 확실히 달랐다.

 

“그것 때문에 누나를 만났거든요. 요즘 누나가 꽤 큰 고민이 있는 모양이에요. 오죽했으면 나이 어린 동생인 저를 만나 상담하자고 했겠어요?”

 

“도, 도대체 남주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니? 큰 고민이라니? 어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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