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노예 (회광반조)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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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축사노예 (회광반조) 30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하지만 이내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을 지배하는 이 감정은 지금 스톡홀름 증후군에 가까운 증상이었고 자신은 호준과 아무런 사이도 아닌, 아니 호준을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며칠 동안 그렇게 했다고 슬픈 감정을 느낀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그를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유정은 자신의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진 것인지, 얼마나 망가져있는 것인지 알아차리고 전율했다.
'위험해......'
단순히 육체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아예 정신이 굴복해버린다면 그녀는 평생 그의 가축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축이 되어 그의 성욕을 풀어주는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방치되어 죽어가거나, 혹은 분노한 그에게 폭행을 당해 죽거나.
어느쪽이건 그녀에게는 끔찍한 미래밖에 남지 않았다.
'탈출... 해야해...'
벗어나야 한다. 방금 전의 호준이 하는 행동을 보면, 호준이 다시 분노했을 때... 그렇게 공구로 유정을 때리지 않으라는 법이 없었다.
처음에야 유정을 그나마 자신의 성욕을 배출할 대상으로 보아서 건드리지 않았지만, 이미 그녀를 가축취급하는 현재 상황에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송아지를 화가 났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때려 죽이는 호준인데 지금까지 호준의 신경을 긁은(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당연한 행동을 한)유정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송아지는 말을 못하지만 유정은 말을 할 수 있으니, 호준의 뒤틀린 가학심을 채워주기에는 더욱 좋았고. 지금까지는 머리에 열이 오르고 굶주림과 피곤함 때문에 깨닫지 못했지만, 방금 전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냉정하게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으윽......"
목에 걸려있는 사슬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멀쩡한 손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을, 축사 문에 손등을 찍혀서 손뼈가 상한 지금 상황에서 건드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응...?"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를 묶어놓고 있던 사슬이 오래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몸으로 계속 잡아당기고 있어서 늘어난 것일까.
사슬의 고리 하나가 헐거워져 있었다. 약간 벌어진 고리 사이로 사슬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서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으으으윽......"
조금만 더 늘어난다면 고리 하나가 빠지면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목에 걸려있는 사슬을 잡아 당기려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양손으로 붙잡고 잡아당겨보려 했으나, 이미 손뼈가 부러진 그녀의 손은 제대로 사슬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흐으... 흐으으..."
묶여있는 재갈 때문에 숨을 쉬기 어려웠고, 손도 아프고 전신의 근육도 저려오고 있었다. 매일 웅크리고 있었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쉬지 못해서 그녀의 몸은 금방 쓰러져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유정은 자신의 목에 걸린 사슬을 팔뚝에 감았다.
"흐윽!"
철컹, 하면서 사슬이 팔을 조인다. 이미 상할대로 상한 피부가 제대로 다듬지 않은 쇠사슬에 긁히면서 팔에서 피가 배어나왔지만, 유정은 계속해서 힘을 줘서 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윽...!"
팔이 뜯겨 나갈 것만 같았다. 피부를 파고드는 차가운 사슬이 마치 살을 찢고 뼈를 부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정은 여기서 포기하는 순간, 자신은 이곳에서 가축이 되어 길러진다는... 아니, 도살당하고 말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팔이 망가지건 말건 잡아당겼다.
드드드득...
원래 아무리 사슬이 조금 벌어졌다 할지라도, 그것을 인력으로 벌리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건장한 남성이 체중을 싣고 잡아당겨도 변형시키기 힘든 것이 최근 철강기술이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시간 사용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유정의 몸을 속박하느라 계속해서 무게가 걸려 있었기도 한 사슬은 결국 조금씩... 아주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으으읍!"
결국 벌어진 틈으로 다른 사슬이 빠져나왔다. 순식간에 사슬이 반토막이 나고, 그녀의 목에서 시작된 사슬이 가슴 사이로 들어가 사타구니에서 덜렁거리며 흔들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금 사슬로 축사에 묶여있던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흐읍... 흐으으읍..."
문을 나서기 위해 몸을 숙이고 아래로 기어서 빠져나간다. 소가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둔 문이었기에, 사람은 네 발로 엎드려서 자세를 낮추니 쉽게 빠져나갈 수가 있었다.
'됐어!'
찢어진 팔뚝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유정은 결국 자신을 가둬두고 있었던 우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 * *
"......"
자신의 방에 도착한 호준은 미리 설치해놓은 카메라를 통해서, 창고에서 송아지와 놀아주고 있는 유리를 살펴보았다.
물론, 유리의 방에도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두었다. 지금 이 화면은 만에 하나라도 유리가 이 화면이 무엇이냐, 라고 물을 경우 송아지의 긴급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CCTV라고 대답하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유리의 방에 연결되어 있고, 샤워실에 연결되어 있는 카메라는 호준의 휴대전화로만 켤 수가 있었다.
'시발... 오늘 사고 한번 저질러?'
아까부터 자꾸 아랫도리가 발기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호준은 꼭 화가 솟아오르고, 폭행을 풀고 나면 발기하고 말았다.
물론 이런 곳에서는 여자가 없으니 대부분 그냥 자위하는 방식으로 해소를 했지만, 지금은 눈 앞에 유리가 있으니 입맛이 다셔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유정은 잘 대해주면서 설득하고 키워보려 했지만 실패했고...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라면, 똑같이 반항할 것 같다면 유리는 처음부터 그냥 강제로 범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망가져 있던 호준의 사고방식이 점점 위험하게 변하고 있었다.
한 번 삐뚤어진 방향으로 굴러가던 공이 나중에 가서는 처음에 굴린 곳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방향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지금의 호준은 처음에는 약간 삐딱한 농촌 청년이었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지금에 와서는 유정을 납치하는 사건 이후로 인간으로써 필요한 기본적인 상식과 양심... 그런 것이 애초에 없었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생활하는 최소한의 눈치는 있었지만 이제와서는 그런 눈치를 본다는 개념조차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순과 그 부인을 그렇게 개패듯이 패버리는 일은, 예전이라면 동네 소문을 생각해서 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유정을 납치하는 순간부터 무뎌지기 시작한 양심과 상식은 이제 완전히 망가져버려서 호준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자신의 욕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발기한 흉물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유리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지금까지 티켓다방이나 다른 곳에서 풀지 않았던 그의 정욕을, 유리를 상대로 풀 생각이었던 것이다.
유리가 싫어한다거나 도망치거나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호준의 머릿속에서는 유리가 호준의 몸맛을 깨닫고서 굴복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아, 아가씨! 형준이 왔다!"
하지만 호준이 유리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고리를 잡는 그 순간, 대문 밖에서 형준이 다급하게 유리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