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노예 (도망쳐야 해)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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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축사노예 (도망쳐야 해) 29화
"아아아아......"
쏟아져내리는 비를 보면서 유정은 자신의 전신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쇠사슬에 고정되어 있어서 편하게 눕지도 못하고 쭈그린 자세로 묶여있다 보니, 그것이 며칠이나 되다보니 유정의 골격이 조금씩 뒤틀리고 근육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눈병으로 인해 한쪽 눈에 계속 안대를 쓰는 경우 정말로 애꾸가 되어버릴 수 있는 것처럼 지금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 묶여있는, 게다가 제대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해 몸을 추스를 여유조차 없는 지금의 유정은 정말 순식간에 허리가 굽어버리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 당장 그녀를 풀어준다고 해도 이미 척추가 틀어져서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되겠지만, 그것도 그녀를 풀어줬을 때의 이야기일 뿐.
'목이 말라......'
쏟아져내리는 비를 마시기 위해 열려있는 틈 사이로 혀를 내민다. 물이 흘러나오는 여물통은 그녀가 이미 사료를 물에 적셔서 먹는바람에 마실만한 물이 없었고, 지금 남은것은 쏟아져내리는 비를 먹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작해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몇 방울을 혀로 핥는 것으로 그녀의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내가... 누구더라?'
계속해서 갇혀있고, 대화도 하지 않고, 몸도 아파오기 시작하자 점점 생각하는 것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인이라면 몇 가지 사건만 겪어도 정신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아 망가지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유정이 당한 일들은 하나같이 끔찍하고 괴로운 일들이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져서 차갑게 식어가는 철판에 얼굴을 대고 식혀내었다. 이미 가뭄이 온 논두렁처럼 쩍쩍 갈라져 있는 입술이 따끔가렸지만, 유정의 입 안은 이미 말라 있어서 입술을 적실 수가 없었다.
"음머어~"
"무우우우!"
그 때 소들이 시끄럽게 울기 시작한다.
"......"
하지만 유정은 평소처럼 얼굴을 벽에 기대고 그 차가움에 몸을 기대고 있을 뿐이었다.
"......발!!"
"무어어어어!!"
소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무언가 듣기 싫은 소리가 나고 있었음에도 유정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얼굴이 철판에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시발! 시발새끼! 지가 감히 나한테!!"
"움머어어어어!!"
하지만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가까이 오자, 그제야 유정은 눈을 뜨고 얼굴을 벽에서 떼고 밖을 살펴보기 위해 얼굴을 내밀었다.
"이 시발놈이!!"
그 소리가 나는 곳은 바로 송아지들을 따로 모아놓은 축사칸이었다. 다른 큰 소들과 좁은 곳에 같이 합사해놓으면 서로 부딪치면서 상처를 받을까봐 빼놓은 곳인데, 지금은 골골대는 송아지 한 마리는 축사에서 빼서 집에 있는 창고로 데려갔으니 이제 거의 다 커가는 송아지 한 마리만이 외로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 송아지는 지금 묶인 채로 호준에게 걷어차이고 있었다. 있는 힘껏, 호준은 자신이 발로 송아지를 걷어차고 주먹으로 등을 후려치며, 주변에 있던 삽이나 기타 공구를 이용해 등과 다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음머어어어~!"
아무리 소가 덩치가 크고 몸집이 좋다 할지라도 한창 자라고 있는 송아지는 상대적으로 뼈가 약하기 마련. 호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공구들을 이용해서 송아지의 몸을 후려치고 있었다.
사슬로 묶여있는 송아지는 도망도 치지 못한 채 그대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소들이 자신들의 새끼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 울부짖었으나 호준은 그럴수록 더욱 분노하며 송아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호준의 축사에서 송아지들이 자주 상하는 이유가 소들이 공격적인 것이 아닌, 호준의 폭행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음머어어!!"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할지라도 고통을 느끼고 아파하고 있었다. 차라리 주먹과 발로 그냥 화풀이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덩치가 있고 가죽이 두꺼운 소에게는 버틸만한 타격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소가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고통의 비명을 지르도록 도구까지 이용해서 때리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분을 풀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분을 푸는 것이었다.
"......!"
말 그대로 송아지가 매를 얻어맞아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유정은 비명을 지르려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무어어어어!!"
송아지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비틀거리면서 무너진다. 소들이 호준을 볼 때마다 겁에 질려서 우는 이유가 다 이것이었던 것이다.
"음머어어어!! 무어어어!!"
덜컹거리면서 송아지의 어미소가 자신을 묶고 있는 결박을 풀고 호준을 치어버릴 것처럼 날뛰었지만 일반적인 축사처럼 노끈으로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 쇠사슬로 묶여있는 호준의 축사에서는 아무리 소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도움닫기를 할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슬을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무어어어......"
그렇게 암소는 자신의 송아지가 맞아죽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소가 둔하고 멍청하며 사람처럼 감정이 없는 그냥 맛있는 고깃덩어리로만 보지만, 실제로 소는 사람과 교감을 할 줄도 알고 자신의 동족들의 고통에 눈물을 흘릴 줄 알며, 같이 분노하고 두려워할 줄도 알았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는 호준의 손에는 렌치를 너무 강하게 쥐고 내려치다가 놓치면서 손톱도 깨지고 엉망이 되었지만 호준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쓰러져서 눈을 껌뻑거리면서 죽어가는 송아지를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개새끼! 시발새끼!!"
송아지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행과 슬픔과 공포로 울부짖는 소들을 보면서 유정은 지금까지 멍하니 있던 정신을 차리고 공포에 벌벌 떨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러 온다고 하면, 송아지만큼... 아니, 송아지보다 나약한 유정의 육신은 금방 망가져버리고 말 것이다.
"시발... 아직 화 안 풀렸어 시발..."
호준의 이를 가는 소리, 장화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유정은 문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호준이 제발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신이시여 제발...!'
공포에 질려서 소변까지 지려버릴 것 같았지만, 그 동안의 고생으로 인해 망가져버린 육신은 이렇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벌벌 떠는 상황에서 소변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발...... 계집이 필요해... 계집이..."
피투성이가 되어 앞을 지나가는 호준을 보면서 유정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호준을 바라보았다.
제발 걸리지 않기를 바랬지만 문이라고 해봐야 파이프를 연결한 문인지라, 시선만 한번 돌리면 숨을 수도 없이 유정의 벌벌 떠는 모습이 다 보일만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여자가 필요하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면, 그녀를 찾아올 것인데......
'제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호준을 보고 있던 유정. 그리고......
호준은 문을 열고 축사를 나갔다.
"......하... 하아..."
그것은 유정에게 있어서 매우 다행이었다. 손과 몸이 피투성이가 된 호준의 몸은 마치 공포영화의 살인마와도 같은 모습이어서 유정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
하지만 동시에 여자가 필요하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이곳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갔다는 것은 이미 유정을 여자로써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유정은 그 사실에 몸을 떨면서 절망했다. 마치, 자신이 호준의 여자였다가 버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서운함과 억울함이 물밀듯이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