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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의 일기장 (다시 펼친 처제의 일기장) 36화

무료소설 처제의 일기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제의 일기장 (다시 펼친 처제의 일기장) 36화

36화)


그렇지 않아도 복잡했던 상중의 머리는 지연의 이야길 듣고 난 뒤, 곧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도연과 지연 자매에게 그런 비밀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래… 어쩌면… 지연이 이렇게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도 어릴 적 언니와 겪었던 일과 연관이 있을까?

그런데 만약 지연이 말처럼 그게 어릴 적 있었던 일이라면 왜 일기장에는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걸까?

말로는 표현 되지 못할 수많은 의문들이 상중의 머릿속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연은 고민에 빠진 상중의 심각한 표정엔 아랑곳 없이 테이블 밑으로 길게 뻗은 발끝으로 그의 허벅지 사이를 쓰다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건 언뜻 그의 복잡한 생각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려는 의도적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다구요. 그렇게 커졌었는데 그냥 나가버려서.”

지연의 목소리가 어느새 잔뜩 젖어있었다.

상중은 어제같은 상황을 꿈조차 꿔본적이 없었다.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처제와의 관계라니….

이미 처제와 형부의 관계에선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을 저질러버리고 말았지만, 딱 거기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어젯밤 자고 있는 아내 옆에서 관계를 하려고 한 것도 그로서는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한 거였다.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또 다른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문득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잠에서 막 깨 취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아내, 아내의 허락을 받고 다가오는 지연… 그 있어선 안 될 상황 앞에 마주한 그의 물건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커져 버렸더랬다.

지연을 단호히 밀치고 방을 뛰쳐나온 건 바로 그 멋대로 커져버린 빌어먹을 물건 때문이었다.

본능에 이끌려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는 건 그만두고 싶었다.

상중은 파자마 차림 그대로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안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그제야 안방에서 나온 지연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언니 자요. 들어가서 주무세요.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상중이 기억하기에 지연의 그 목소리는 조금 슬프게 들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카페 테이블 아래에서 상중의 가랑이 사이를 쓰다듬고 있던 지연의 발이 빠져나갔다. 그의 물건이 전혀 발기되지 않고있는 걸 그제야 지연이 눈치챈 모양이었다.

“몇번이나 말했지만… 형부가 어떤 사람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전 단지…”

딴 생각 중이던 상중이 지연의 눈동자에 초점을 맞췄다. 눈을 아래로 내리 깐 슬픈 표정이었다.

“…언니한테 미안했어요….”

집으로 향하는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택시 안에서도 서로 반대쪽 창만바라보았다.

따지고 보면 지연의 행동들은 처음부터 이해가 안 가는 것 투성이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내일모레면 서른인 다 큰 처녀가 이토록 분별없이 행동할 수가 있는 걸까?

그런 분별없는 행동을 바로잡아주지는 못할 망정 뼈다귀 앞에 개새끼마냥 침만 질질 흘려댄 자신에게도 화가 치밀었지만, 뻔히 술버릇을 알고 있으면서 그걸 이용해 기억도 못할 아내 앞에서 그런 짓을 하려 한 지연에게 더욱 화가 났다.

결단코 배신하려 하지 않았던 아내를 배신하면서까지 지연을 향해 진심어린 사랑의 마음을 담았건만, 지연은 단순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나미가 다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어쩔 수 없이 퇴근 때마다 지연을 데리러 가긴 했지만, 상중은 지연에게 말을 건네지도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처음엔 상중의 그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던 지연도 상중의 차가움에 차츰 포기하는 듯했다.

“이제 안 데리러 오셔도 돼요 형부….”

한 주가 흐르자 지연이 먼저 상중에게 말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퇴근 때마다 불편한데도 아내 눈치를 보느라 선뜻 그만두지 못하던 그였다. 그가 아내에 대해 말을 하려는 찰나,

“언니한텐 제가 말 할게요.”

상중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듯 말하는 지연의 얼굴에 슬픔이 어려 있었지만, 상중은 그 얼굴 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

지연과 되도록 말을 섞지 않고 흘려보내고 있던 그 주 중간에 도연이 생리가 끝난 참이었다. 도연은 생리 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상중의 물건을 붙잡아 흔들고 물고 빨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의 물건은 전혀 발기를 하지 않았다.

“여보, 차장 달고 스트레스 받는 거야?”

커질 생각없는 물건을 입에 넣어 열심히 혀로 굴려대다가 끝내 포기하고 올라온 도연이 상중의 팔을 베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요새 표정도 어둡고…. 무슨 일 있어?”

그러나 상중은 도연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아내는 그런 술버릇이 있는 줄 알고 결혼 이후 되도록 술을 입에 대지 않을 만큼 노력해왔었다.

그래서 그는 미안한 마음에 한손을 뻗어 도연의 가슴을 주무르다가 잠들었다. 그 말캉거리는 촉감에도 그의 물건은 전혀 미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주가 흘러 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주말 오전 느즈막이 잠에서 깬 상중이 거실로 나왔다. 자신의 숨소리 말곤 인기척 하나 없는 텅 빈 거실을 보니 지연과 하루 종일 안고 있었던 지난 주말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그를 분노케 한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낮 동안의 기억이 홀로 남았을 때 떠오른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연이 소파에 걸터앉아 엉덩일 내밀던 장면, 베란다 창문에 가슴을 납작하게 만들고 쏟아내던 신음소리 등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허전함.

불현듯 떠오른 그 허전함은 가슴에 꽉 채워져 있던 분노를 한꺼번에 밀어내고도 남을 정도로 컸다. 얼어 붙었던 감정에 작은 금이 생긴 것도 잠시, 곧 허전함에 잠식당한 감정이 처제 지연을 찾았다.

지난 일주일 간 그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연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이해해보려는 노력도 점차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어제 저녁 퇴근하면서 더이상 데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지연의 목소리와 표정이 불쑥 떠올랐다.

이해해보자. 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해 못할 처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순간, 그가 한동안 잊고 있던 물건이 떠올랐다.

처제의 일기장….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모두 그 일기장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

10년 동안 아무 감정도 없던 어린 처제에게 빠져들게 된 건 어쩌면 전부, 금기의 마음을 품은 채 성숙해가는 처제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일기장이 없었다면… 아마 상중의 삶은 그동안 그래왔듯 일과 삶에 치일 뿐인 무미건조한 하루들만 반복되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신혼 때로 돌아간 것처럼 아내와 전에 없이 격렬한 섹스를 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처제와의 관계가 깨져버린 지금…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째 그의 물건은 발기를 못 하고 있었다.

상중은 결국 처제의 방문 앞에 섰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문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처음 처제의 방에 들어섰던 날 마주했었던 창가에 나란히 선 미니 화분도, 조막만한 얼굴로 웃고 있는 사진도 몇 달 전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맡지 못했던 처제의 내음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일기장은 없었다. 상중은 당황했다. 책장 맨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흝었다. 다른 책들은 다 제자리에 있는데 일기장만은 보이지 않았다.

숨긴 걸까? 아니 그럴 이유는 없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상중이 일기장을 읽은 적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곧 일기장을 숨겨두었을 법한 곳을 찾아 방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그리 뜻밖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곳에서 일기장을 발견했다.

하트를 안고 있는 볼 붉은 소녀가 그려진 일기장은 처제의 베개 아래 숨어 있었다. 아마… 어젯밤 일기를 쓰다가 잠들었던 거겠지. 상중은 생각했다.

일기장을 집어 올리는 그의 마음이 어째서인지 콩닥거리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떨리기도 했다. 처음도 아닌데… 떠는 이유는 뭘까…

떨리는 손을 붙잡고 그가 일기장을 펼쳤다.

?
2016년 10월 20일

후회… 그리고 허전함…

생각해보면 형부로서는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지 몰라.
형부랑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마냥 그게 좋아서… 그 사실을 잊고 말았나봐.

그렇지만… 나도 언니에게 미안했는 걸…

형부만 언니가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라구… 형부를 사랑하는 만큼… 내겐 언니도 소중하니까…
우리 다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을 뿐이야…

언니라면… 이해할 것 같았으니까…

나 때문에 형부와 언니가 불행해지는 건 싫어… 혹시라도 언니가 먼저 우리의 관계를 눈치라도 채는 날엔… 모든 게 끝나버릴 거야. 나는 그게 싫었던 거야.

그냥 난… 언니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어… 형부가 이렇게 화낼 줄은 정말 몰랐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는 관계인 걸 잘 알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죄책감으로 채우고 싶진 않았을 뿐이야.

그 날이 오기까지… 이제 두 달 정도 남은 건가…?
이대로 형부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날이 오게 되면 어쩌지…?
어떻게 해야 다시 형부랑 함께 할 수 있지…?

고작 5일밖에 안 됐는데… 나… 형부 자지가 너무 그리워… 박히고 싶어 미치겠어…. 손가락만으로는 안 돼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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