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육 (그 놈의 애인) 3화
무료소설 완전한 사육: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완전한 사육 (그 놈의 애인) 3화
공상과 망상에 지칠 즈음에야 그는 공복을 느낀다. 이불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와 풀어진 눈을 끔뻑거리며 그는 걷기 시작한다.
단골이 되어버린 분식집에 들어가 라면을 시켰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도 이제 질린 탓이다. 하여튼 이것이 그의 저녁식사였다. 주머니 속의 남은 돈을 계산하면서 학교 다닐 때 자주 갔었던 카페에 슬그머니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카페에는 여전히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학생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왁자지껄, 미래가 어떻고, IT사업이 어떠느니 창업투자가 어쩌니 하며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목청 높여 떠들어대고 있었다.
마성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이런 젊은 속에서도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들이 열중하여 흥분하는 일들은 뭔가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마성진에게 당장 급한 문제는 내일부터의 밥값이었다. 생각해 보니 방세도 석 달이나 밀려있다.
마성진은 휭하니 그 카페를 나왔다. 쩍쩍 달라붙을 듯 차가운 네오불빛 아래를 마성진은 고양이 등이 되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걸었다.
그때였다. 마성진의 곁을 지나던 검은색 중형차가 갑가지 멈추더니 클락션을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대학 동기인 현기영이란 친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딜 가는 데 멍청하게 걷고 있냐, 마성진.”
현기영이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타! 술 마시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사실 그와 별론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는 마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런데 조수석에 웬 여자가 타고 있었다.
“이 녀석, 바로 얼마 전에 학교를 그만 둔 마성진이라고 해. 음침해서 전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녀석이지.”
현기영은 옆의 아름다운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마성진을 소개했다.
현기영의 아버지는 큰 건설회사의 사장이다. 부잣집 아들인 데다가 핸섬보이여서 그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건 당연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여자가 그가 데리고 다녔던 여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유현지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마성진을 돌아보며 살짝 머리를 숙였다. 그녀의 용모를 정면으로 본 마성진은 그 단아한 미모에 압도되어 엉겹걸에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목부분에서 부드럽게 웨이브진 밤색 머리칼의 아름다움. 볼선이나 목선도 매끄럽고 섬세하며 피부는 상세하게 빛나고 있다. 게다가 언뜻 넘겨본 몸매도 완연한 굴곡이 느껴지는 게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어때, 내 애인 꽤 미인이지?”
현기영은 신호를 기다렸다가 차를 출발시키며 자랑스럽다는 말투로 물었다.
“게다가 이 아가씨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유예지 씨의 동생이야.”
그으래? 하고 마성진은 일부러 놀란 듯한 소리를 냈다.
유예지는 국내외에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했지만, 무엇보다 그 뛰어난 미모로 자주 여성지에 실렸다.
올해 나이 서른. 전 외교관 부인으로 스물여섯에 미망인이 된 여성이다. 어쩐지…… 그런 언니를 뒀으니 저렇게 예쁘겠지.
현기영은 유현지와 어깨를 맞대듯이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두 청춘이 여기 있구나 하고 마성진은 뒷좌석에서 두 사람을 묵묵히 관찰했다.
현기영은 강남의 한 카페 앞에 차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