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둘만의 침대) 46화
무료소설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둘만의 침대) 46화
"언제 찔렸어?"
"아까..."
"아까 찔렸는데 그걸 그대로 두고 가만 있었어? 나 설거지할 때 찔렸다고?"
"응... 근데 오빠 옷 좀... 입으라니까..."
그게 자꾸 보이잖아... 덜렁덜렁... 크긴 또 왜 저렇게 커서...
저게 흥분하면 저기서 더 커지는 건가? 그게 내 안으로 들어왔다구?
아... 미치겠다... 상상만으로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시진은 그녀의 속도 모르고 다시 그 나체 그대로 밴드를 찾고 있었다.
"입을 거야. 더워서 좀 벗었다. 보기 싫어도 잠깐 참아."
"누가... 보기 싫대?"
속삭이는 소리를 그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침대 위에 앉아 가만히 손을 보고 있었다. 큰 상처는 아닌데, 발이 베인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안아들고 침대로 온 건지. 정말 모든 행동이 너무 박력있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김시진은.
조금 뒤 시진이 서랍에서 꺼낸 팬티를 입고 다가왔다. 무릎을 꿇고 앉아 밴드를 뜯어 세아의 손가락에 감아주었다.
"니 몸 함부로 다루면 나한테 혼난다?"
"함부로 다룬 적 없어."
"다쳐놓고 밴드도 안 하고 계속 장미 줍고 있었던 게 함부로 다룬 일이지. 상처 덧나면 어쩔 건데."
"그럴 확률은 낮아."
"꼬박꼬박 말대답이네, 이게."
시진의 입술이 단번에 다가와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살짝 들어왔던 혀가 안을 휘젓고 금세 빠져나갔다. 그 짧은 키스에도 가슴이 뛰었다.
이상하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그냥 갑자기 그가 어제보다 더 좋아져 버렸다. 세아의 가슴이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이 남자에게 이 이상으로 얼마나 더 빠져들게 될까. 그런데 그 잘생긴 남자의 얼굴에 근심이 깊었다.
"오빠."
"어?"
무슨 생각에 빠져있었던 건지, 그가 놀란 듯 세아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아... 아니."
힘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젓는다.
시진은 한참을 말없이 그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한 번씩 세아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가만히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무슨 걱정 있구나... 왜 그러는데. 말해봐."
또 다시 고개를 젓는다. 말도 없이.
답답해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오빠. 말하라구... 무슨 일 때문인데 그래."
몇 번을 더 보채니 시진이 그제야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니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알고 유수라가 찾아온 거지? 우연일까?"
그가 갑자기 옷을 집어 들었다.
유수라와 한기호가 작당이라도 했단 소리일까? 두 사람이 아는 사이였나 돌아봤지만, 아닌 것 같았다. 가능성은 희박했다.
"어디 가려구?"
"잠깐 나갔다 올게. 집에 있어."
설마... 한기호와 싸우러 가는 걸까?
"그 새끼 집 말 해."
역시.
"안 돼. 싸우려는 거지?"
"싸워? 그놈이 일방적으로 쥐어터지는 거지. 이게 오빠를 뭘로 알고."
"안 돼! 그러다 걔가 오빠 신고하면 어떡해! 그리구 물증도 없잖아."
학창 시절, 동네에서 몇 번 싸움이 일었을 때 시진은 맞는 쪽보단 때리는 쪽이었다. 그가 격분해 기호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패자는 불보듯 뻔했고, 시진이 경찰서까지 오가야 할지도 몰랐다. 막아야 했다.
"그럼 더 죽여야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냥 하는 말이야. 물어보러 가는 거지, 애도 아니고 싸우긴 왜 싸워? 걱정 말고 집주소나 읊어."
시진이 짜증스레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핸드폰을 챙겼다. 한참을 말없이 그를 보고 있으니,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왜 말을 안 해. 너 지금 그 새끼 감싸?"
"하... 아니야. 가자, 가."
그 말엔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사고 싶진 않았다.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 기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세아야. 난 그 날 의자에서 자다 나왔다고 말했으니까 우리 오빠가 묻는 말에 실수하지 마. 그동안 미안했어. 잘 지내.]
이후 두 사람은 집을 나와 손을 잡고 걸으며 도로로 나갔다. 택시를 잡아타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뭘 물어보겠다는 걸까. 그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내 옷을 벗긴 얘긴 지 입으로 고하지 않겠지...
"오빠. 바로 나올 거지?"
"어."
"오빠... 화났어?"
"아니."
창밖만 보고 멍하니 대답하는 시진이 두려웠다. 별 일 없기를...
"오빠... 나 좀 봐."
"괜찮으니까 걱정 마. 너 그냥 두고 올 걸 그랬다."
따뜻하게 손을 감싸주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몇 분 되지 않아 택시가 멈춰섰고, 한 번 본 적이 있어 낯익은 골목에 발을 딛었다.
"여기야?"
"응... 저기 저 건물."
"몇 호야."
"2층 왼 편..."
결국 기호의 집으로 시진을 데려갔다. 별 것 아닌 일로 남자친구를 이곳까지 끌고 온 여자가 돼버렸구나... 하긴, 별 것 아니진 않지. 그놈이 옷을 벗겨놨으니. 하지만 그 일은 없던 일로 덮기로 했고, 바보가 아닌 이상 한기호도 제 입으로 고하진 않을 것이다. 문자로도 충분히 설명 했...
잠깐...
그 날 한기호 핸드폰이 고장 났다 했었던가? 설마 아직까지 고치지 않은 건 아니겠지?
가슴이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만일 시진이 몇 마디 던진 말에 겁을 먹어 기호가 먼저 이실직고라도 한다면... 자신까지 오해를 받을 것이다. 함께 따라 들어가려 생각했지만 시진이 고개를 저었다.
"넌 여기 있어."
"어?"
세아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니. 집에 가있어."
시진이 그녀의 손을 끌고 다시 골목을 내려왔다. 세아의 박동은 이제 불안함에 미친 듯 뛰고 있었다.
"오빠! 나 그냥 같이 갈게. 혹시 오빠가.."
"오빠 화 낸다? 말 들어."
"하지만 내가..."
"왜. 뭐 숨기고 싶은 거 있어? 그래서 입 막으려고 따라오겠다는 거야?"
이씨... 그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잖아.
"아니. 절대. 갔다 와."
그대로 시진의 손에 밀려 택시에 올랐다.
"집 도착하면 문자 해놔."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택시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며 담배를 물더니, 이내 등을 돌려 골목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세아는 몇 미터 가지 않아 택시에서 내려 조용히 기호의 집으로 걸어갔다. 제발 한기호가 그 문자를 읽었길.
시진은 이미 골목에서 사라져있었고 세아의 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다. 건물 계단을 올라 기호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문에 귀를 대보아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의 원룸이 이렇게까지 방음이 잘 될 리 없는데... 말소리가 들리든,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든, 뭐라도 들려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몇 분이 넘도록.
그렇다고 안심이 되지도 않았기에 안절부절 못하며 초조하게 계단 앞을 서성였다. 핸드폰을 열어 전화도 해보았지만 시진의 벨소리조차 집안에서 울리지 않았다. 설마 문자를 확인하고 기호가 먼저 자리를 피한 게 아닐까. 그래서 헛걸음한 시진이 집으로 돌아간 것이길...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기호의 대문 앞을 떠나 계단에 앉았다. 혹시나 시진이 어디에선가 나타나진 않을까 두리번 거리며 앉아있는데, 윗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오빠! 왜 거기서 와?"
"너... 집 가라니까 여기서 뭐 해? 진짜 말 안 듣네."
가볍게 피식 웃는 그의 표정을 보니 다행히도 걱정하던 일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야! 너 왜 그래."
시진이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아,아니야..."
"가자."
"왜 위에서 와? 위에서 뭐 했는데? 한기호도 있었어?"
"어. 끝났어. 가자."
뭐가 끝났다는 걸까...
시진의 손을 잡고 건물을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냐 묻는 세아의 말에도 시진은 한마디 대답도 없었다. 그저 기호의 집을 찾아가기 전보다 표정이 훨씬 가벼워진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 문자를 봤나보다. 그 일까지 알게 됐다면 시진이 이렇게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볼 리 없었다.
시진에게 거짓말 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컸지만, 알린다면 이별밖에 답이 없었다.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선택한 거짓말이었고, 그 일도 세아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놈이 무슨 짓을 했든 세아는 원치 않았던 일이었으니 입 밖에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무슨 일이 있었을 거란 생각도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미처 치우지 못한 장미 잎들이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 이거 빨리 담아야 돼..."
무릎을 꿇고 앉아 다시 하나하나 줍기 시작하니 시진이 빗자루를 가져와 바닥을 쓸었다.
"왜 쓸어! 하지 마!"
그의 손에서 바로 빗자루를 빼앗아 멀리 던져버렸다.
"어차피 쓰레기야."
"아니야!!"
쓰레기라니... 그를 노려보며 남은 장미들을 마저 주웠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소파에 앉아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시진이었다. 도와주지 않을 거면 쳐다보지라도 말지. 부담스럽게.
"왜 계속 봐? 그만 봐."
"...."
"그만 보래도?"
"내 맘."
이젠 소파에 누워 씩 웃으며 세아를 보고 있었다.
"이제... 기분 좀 나아졌어?"
"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옥상에서 기호를 만났던 걸까?
설마 정말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두들겨 패준 건 아니겠지? 애도 아니고, 그런 미련한 짓을 했을 리 없다.
"자꾸 보면 나 진짜 화 낼 거야?"
"예뻐서 보는 건데 참 속 좁게 군다. 내 여자 내가 보겠다는데 왜 그리 말이 많아?"
"치."
웃음을 참아보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그 무뚝뚝하던 김시진이 언제부터 이런 다정한 남자가 된 걸까. 여전히 어딘가 돌 같은 구석이 있지만 세아에겐 이미 넘치도록 다정한 남자였다.
"외박을 하든 뭘 하든... 아직도 겁나 이뻐 보인다니까, 짜증나게."
그가 소파에서 내려와 천천히 세아를 안아들었다.
"오빠! 자꾸 이러면 저거 언제 다 담아..."
"냅둬."
그대로 방에 들어갔고, 방문까지 닫아버렸다.
**
밤새 세아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에 대한 원망이 커져갔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그녀를 보며 안도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느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격분했지만... 그조차도 오래 가지 못했다. 장미 가시에 찔려 피가 나면서도 장미 한 장 한 장을 소중한 것마냥 주워 담는 세아를 보니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저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다시 사랑한다 속삭여 주고 싶었다.
이 예쁜 얼굴에 영원히 그만이 입을 맞추고 싶었다.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분노로 일그러졌던 마음이 다시 전부 세아에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괴로운 순간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 벌어진다 해도 자신의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은 해결해야 했다. 기호를 만나고 나니 따로 만나야만 하는 여자가 둘 더 생겼다. 유수라, 이서현. 아니... 김서현이었던가? 이름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 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