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위험한 유혹) 41화
무료소설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위험한 유혹) 41화
그래서 힘들었다는 말이면... 농담일까 진담일까?
"진짜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 나 물 좀 갖다주라. 나 일어나면 안 돼서..."
"어... 그래."
일어나서 돌아다니질 못하니 날 부른 거구나...
핏기 없는 안쓰러운 얼굴에 조용히 일어나 냉장고로 다가갔다. 그러나 생수병이 없었다. 원룸에 정수기가 있을 리는 만무했고.
"물은 어딨어?"
"끓여놔야 되는데... 움직일 수가 없어서..."
끓여? 축 늘어져있는 한기호가 이렇게 불쌍해 보일 수가 없었다. 생수병 사둘 돈도 없었던 걸까. 그렇게 사정이 안 좋은 걸까. 요즘 같은 세상에 수돗물을 끓여서 마신다니...
"슈퍼 가서 물 사올게. 슈퍼는 어디쯤 있어?"
"근처엔 없어."
무슨 생활권에 슈퍼도 없는지... 기호가 처한 상황에 한숨이 나왔다.
"그럼 원래 항상 물을 끓여서 마셔?"
"어... 생수는 비싸니까."
생수가 비싸단다. 그 몇 천원이 비싸 못 산단다. 가슴이 착잡해졌다.
"그래. 기다려."
물을 마셔야 하는데 물을 끓일 힘도 없으니, 기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와닿았다. 어떤 병이고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더 캐묻는다면 기호의 기분이 비참해질 것 같아 말없이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를 다시 뒤졌지만 착잡한 마음만 번져갔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챙겨줄 사람이 없는지, 반찬통 하나 없이 냉장고가 텅 비어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밥통에는 마른 밥만 약간이었다.
"밥은 먹었어?"
"조금... 먹다 구역감이 느껴져서."
"죽 끓여주면 먹을 순 있겠어?"
"어..."
힘없이 대답하는 기호를 두고 냄비에 밥을 풀었다. 물을 올려 끓이며 죽을 쒔다.
동정심이 밀려들었다. 그간 기호를 굳이 수신 거부하고 차단까지 했어야 했을까 후회스러웠다. 좋게 달래서 보낼 것을. 그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던가. 그게 정말이라면 자신이 죄인인 것 같았다.
"춥거나 어지러우면 말해. 약 사올게."
"듣는 약 없어... 누워서 쉬면 돼."
자주 겪어본 일인가보다. 대체 무슨 병이길래...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더 캐묻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물을 식혀 가져다주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물을 몇 모금 마신 뒤 다시 힘없이 누워 눈을 감고 있는 기호를 보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렇게 졸면... 기호 또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여기로 오라고 했는데 오빤 언제쯤 올까...
**
세아가 의자 위로 무릎을 세운 채 얼굴을 파묻은 것이 벌써 삼십분 째였다. 잠든 것이다. 그 즉시 몸을 일으키고 탁상 위에 놓여있던 시계를 침대 아래로 밀어 넣었다. 다 잘만 치워놓고 이건 왜 못 치웠는지...
몇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세아가 발견했다면 병원비도 없고 생수조차 살 돈이 없다는 자신의 거짓말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워터 월드에서, 그저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여자들을 전부 후리고 다니는 시진이 이세아까지 애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 엿 같았다. 원래 세아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남자친구가 그런 놈이라니 더더욱 빼앗고 싶어 머리를 굴렸다.
서현과 유수라, 두 여자와 몇 가지 일을 벌이기로 하고 시진이 집을 나간 틈을 타 그녀를 불러들였다. 알고 보니 세아의 친구였던 유수라... 순간 식겁했지만 다행히 세아보다 김시진을 좋아하는 년이었다.
기호의 작전은 이것이었다. 동정심 유발.
없는 척, 못사는 척, 불쌍한 척. 남자로서야 매력이 반감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미지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폼생폼사인 기호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지만 이미 다른 놈과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딱히 통할만한 다른 방법이 더 생각나지 않았다. 세아를 갖기 위해 이 정도쯤은 감내할 생각이었다.
더럽고 짜증스럽지만 시작했으니 그냥 밀고 나가자. 일단 그녀를 이 집에 잡아두어야 했으니. 그래야 김시진과 세아 사이에 균열이 생길 것이고, 균열이 생겨야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간쯤이면 유수라가 김시진의 집에 들러 일을 치르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을 것이다. 수라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세아를 집에 보낼 것이다.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집 앞까지 함께 가 시진과 수라의 정사 장면을 함께 목격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그게 실패하면 유수라가 핸드폰으로 촬영할 정사 장면을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상처받은 세아를 위로하며 오늘 밤 그녀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베개 밑의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해도 여전히 수라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남자를 제 밥으로 아는 여자라고 그렇게 유명하던데... 유수라의 작업은 생각보다 더뎠다. 김시진이 쉽게 넘어오질 않는 건가?
**
오래 전 그 날처럼 테이블 아래로 시진을 툭툭 건드리며 자극할 줄 알았는데, 수라는 그저 옷 위로 밀려나온 가슴만 내보이며 시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쳐다보는데... 오빤 밥이 넘어가요?"
풋 웃는 모습이 요염하지만 매력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기가 막혀 실소가 터졌다.
"안 넘어간다. 자꾸 쳐다보니까 짜증나서. 거실로 꺼져."
"와... 말 무섭게 하시네."
왜 이렇게 들이대는 걸까.
"내가 여자친구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
"근데요?"
"근데 왜 이렇게 집적대냐는 거지."
남자에게 안기고 싶어 안달을 내는 것이 안쓰러웠다.
"내가?"
"그래."
"티.. 났나?"
또 싱긋 웃는다.
다시 넘어가지 않는 밥을 넘기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한 번 쓸더니 곧바로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시진을 빤히 보며 다시 손가락을 꺼내고 있었다. 축축히 젖은 손가락을 다시 넣었다 빼기를 수 번 반복하던 수라가 한 번 더 싱긋 웃었다.
"오빠..."
야릇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그의 사타구니를 쿡 찔렀다. 발로...
그렇지 않아도 넘어가지 않는 밥, 초조한 기분이라도 잊어보려 밀어넣고 있는 건데 앞에서 저 꼴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역해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바로 일어나 식탁을 대충 치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곧장 따라와 옷을 가슴 아래로 내린다. 수라는 달아오른 표정으로 그를 침대로 밀고 위로 올라탔다.
"야!"
그녀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너 왜 이러냐? 돌았냐?"
수라는 대답도 없이 피식 웃으며 그를 향해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한 번만 해요, 오빠."
"그렇게 하고 싶어?"
"네."
수라는 이제 팬티까지 벗어 던지며 그의 침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오빠랑 하고 싶어요... 한 번만 넣어줘..."
"내 방에서 꺼져."
방 밖을 가리켰지만 수라는 그녀의 손으로 음부를 슬슬 문지르고만 있었다. 붉은 입술을 벌리며 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저런... 미친 년. 약을 한 년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무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손을 대야 하는데, 대고 싶지가 않아 방을 나왔다. 대문을 나갈까 하다 대체 세아는 언제쯤 돌어올까 싶은 생각에 소파에 앉아 머리를 싸맸다. 한기호의 집은 결국 누구에게도 알아낼 수 없었고, 이 밤 갑자기 아프다며 그녀를 부른 한기호의 속내가 검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지난 한 달 지내본 결과 놈은 여자를 밝혔지만 시진에겐 깍듯했다. 그를 잘 따랐고 좋아하는 듯 보였으니 시진의 동생으로 알고 있는 세아에게도 다른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정말 아팠고, 연락할 여자가 없으니 세아를 불렀으리라. 놈에게 하룻밤을 즐기는 여자나 음주가무를 함께 즐기는 메이트들은 많았지만 친구는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유일하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여자를 불렀을 것이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연락은 왜 되지 않는 건지...
방에서 걸어나온 수라는 이제 완전한 나체였다.
"오빠 참 힘들어... 게이야?"
다가오는 그녀를 보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면 다 넘어오든?"
"그럼요."
"몇 놈이랑 해봤냐?"
"오빠 생각보단 많지 않아요."
"그럼 한 천명 되나?"
"...."
"세아랑 만나지 마라. 부탁인데 제발... 이세아랑 연 끊어."
"오빠 게이죠?"
"아니. 그냥 너랑 하기 싫은 거야."
"대놓고 그런 말까지 하네."
그에게 다가오던 수라의 걸음이 멎었다. 자존심이 상한지 표정이 어두웠다.
"니가 대놓고 들이대니까."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초조하고 불쾌한 시간들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기호의 핸드폰은 여전히 조용했다. 수라의 작전이 실패한 것 같았다.
하긴... 여자친구가 이세아인데 그런 년이 눈에나 차겠어?
어찌 보면 세아가 의자에서 잠들어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밤을 보낸다면, 이제 저쪽에서 오해를 하고 둘의 사이가 멀어지겠지. 그래. 그 또한 좋은 방법이었다. 연락이 두절된 여자친구의 외박. 어찌 보면 이 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혹시 건드리면 깰까 싶어 의자에 엎드려 잠든 세아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한 번씩 몸을 움찔거리면서도 다시 고개를 묻고 잠에 빠졌다. 뭐가 이렇게 피곤했을까...
쓰러질 것 같은 세아를 안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이렇게 건드렸는데도 칭얼거림 하나 없이 깊이도 잠들어 있었다.
날 그렇게 차단했던 건 그저 김시진 때문이었겠지. 오란다고 이곳까지 찾아와준 걸 보면 자신에게도 관심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아의 옆에 누워 잠든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 키스하고 싶고 건드리고 싶지만... 잠든 여자와 그런 짓을 하는 취미는 없었다. 그저 이 아름다움에 취해 날이 밝을 때까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동이 텄을 때쯤, 천천히 세아의 옷을 벗겼다.
**
정말로... 이럴 줄은 몰랐다.
아주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 익숙하고 반가운 마음에 젖어 방어기제를 해제했던 그 날에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어떻게 멀쩡한 정신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세아가 남자를 몰랐기 때문이었을까.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워터 월드에서 시진과 붙어있던 시간동안, 그와 함께 왕눈이를 타고 물장구를 치고 장난치는 그 시간동안 이따금씩 그녀를 보고 있던 기호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그가 말했듯 이전에 좋아하던 마음 때문이라 생각해 이런 식으로 지저분한 일을 벌일 놈으론 생각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