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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섬 Three Some (나, 지금 떡치러 간다!!) 73화

무료소설 쓰리섬Three Some: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쓰리섬 Three Some (나, 지금 떡치러 간다!!) 73화

“앉게나.”

 

“…….”

 

“자아, 피우게.”

 

사랑 씨의 남편이 테이블 위의 놓여있는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뽑아서 내게 건넸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내가 자네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부디 나를 어려워하지 말게나. 나이를 떠나 우린 이미 각자 서로의 와이프를 사이좋게 공유한 친밀한 사이가 아니겠나? 껄껄. 똑같은 입장이란 말일세.”

 

시발 놈! 남자의 거들먹거리는 상판대기와 주절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속에서 쌍욕이 절로 나왔다. 내가 방에서 자고 있을 줄 알고 나, 몰래 먼저 이 집에 온 마누라와 떡을 친 남자의 얼굴에는 아직까지 흡족함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사냥을 하고 실컷 먹이를 포식한 맹수의 그것과도 같은 포만감이 좔좔 흐르는 남자가 내미는 담배를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었다. 그리고 불을 붙여 폐부 깊이 한 모금 길게 빨아들였다.

 

갑자기 어지러웠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오려고 몹시 마음 졸이며 안간힘을 쓴데다가 곧 이어진 사랑 씨와의 숨 가쁜 섹스를 끝낸 뒤라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탓일 것이었다.

 

서로 마주 앉아 한동안 담배를 피우고 있는 데도 사랑 씨의 남편이 나를 부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내 쪽에서 조바심이 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 작자의 말이 맞았다. 서로의 마누라를 각자 공유한 동등한 입장인 거였다. 나는 사랑 씨의 남편이 말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베란다 밖을 응시했다.

 

정면 바로 아래에 세영이 네 집 베란다가, 그리고 이층 높이를 더 내려가 송이네 집 베란다가 한꺼번에 보인다. 하룻밤 간격으로 그녀들을 따먹었던 지난여름 날의 밤이 마치 까마득한 기억 저편의 일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세영이 네 집 거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내가 여기 올라 올 때 보았던 시간은 얼추 새벽 한 시를 살짝 넘었을 때였다. 지금은 아마도 두 시가 훨씬 넘었을 것이었다. 세영이 네 쪽과는 달리 송이 네 집의 거실바닥에는 흐린 불빛이 깔려 있었다.

 

그 불빛은 거실에서 켜진 불빛이 아니라 주방에서 흘러나온 불빛 같았다. 그녀는 지금 술이라도 마시고 있는 것일까. 혹시 세영이 엄마도 같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금 침대에 둘이 알몸으로 누워 서로의 음부를 빨아주며 격렬한 레지비언들이 하는 행위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처구니가 없게도 그 순간, 나는 세영이 엄마가 내게 보여주었던 자위 기구로 사타구니를 활짝 벌린 송이 엄마의 음부에 그것을 삽입하는 상상을 했다.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흐흐흐. 송이 엄마가 전신을 배배꼬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들이 내게 보여주었던 적나라한 행동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잡생각으로 지금 이 남자와 마주한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느낌을 알아차렸는지 드디어 사랑 씨의 남편이 입을 열었다.

 

“그래, 어떻던가? 우리 수경이 엄마의 반응은?”

 

“뭐가 말입니까?”

 

나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랑 씨의 남편이 무엇을 물어보는지를 대충 짐작이 갔다.

 

“허어~ 사람 참! 생뚱맞기는.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 애초에 내가 자네한테 우리 집 사람을 허락한 이유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남자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가득했다. 이제 여유가 있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스와핑이든 그룹 섹스든 자꾸 싫다는 여자를 억지로 가입시키려는 이유가 뭡니까? 전에 이야기를 듣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정말 납득이 안 가서 그럽니다. 혹시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남자 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진지하게 물었다.

 

“……다른 이유는 전혀 없네. 말했잖은가. 수경이 엄마한테 진정한 자유를 주고 싶어서 그런다고.”

 

사랑 씨의 남편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가 가방 끈이 짧아서 그런지 도대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어쨌거나 저한테 말씀하신 대로, 또 제가 전부터 원했던 대로 수경이 엄마와 오늘로서 두 번째, 섹스를 한 건 분명합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완고한 둑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사랑 씨와 가졌던 관계의 횟수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으음.”

 

남자의 이마가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나는 말을 이었다.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사랑 씨는 보통 도도한 여자가 아니더라고요. 아마 더 잘 아실 테지만요…….”

 

말꼬리를 흐리고 남자의 눈치를 보자 그가 곧바로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 곧고 강직하고 자존심도 센 여자지. 사람이든 사물이든 지나치게 곧으면 금방 부러진다는 것을 수경이 엄마도 알아야 해. 내 마누라를 자네에게 허락한 것 중에 그 이유도 포함 된다네. 자네가 같이 살아보면 알겠지만 아주 피곤한 스타일이야.”

 

“어쨌거나 이 집에 들어와 사랑 씨와 섹스를 노골적으로 나눌 정도면 이제 그녀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녀의 수치심과 자존심을 속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려면 말입니다. 그런 상태가 되어야 뭐 원하시는 대로 스와핑을 하든 아니면 막말로 다른 남자, 여자들과 섞여 그룹 섹스라도 할 거 아니겠습니까?”

 

내 말을 듣고 나서 남자는 잠시 생각에 빠진 눈치였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네. 이왕 이렇게 된 거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대신 말일세……완전히 굴복시켜 놓아야 하네.”

 

사랑 씨가 지금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리가 없는 그녀의 남편이 무언가의 감정에 도취된 얼굴로 힘주며 말했다.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알겠습니다. 피곤해서 그만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이제 달리 할 말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사랑 씨의 남편이 나를 불러 세웠다.

 

“내, 자네한테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뭡니까?”

 

문 쪽으로 나가려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자네는 자네 집 사람이 나와 또 우리 스와핑 모임에서 비정상적인 섹스를 하는 것에 남편으로서 아무런 감정이 없나? 분명 분노라든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게 정상일 텐데 말일세.”

 

나는 그의 말을 서둘러 잘랐다.

 

“어차피 세상이란 게 제 좆 꼴리는 대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흐흐흐.”

 

주방을 빠져나와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가다가 나는 사랑 씨가 있는 방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그녀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수경이 아빠랑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 별 일 아니니까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잘 자요. 내일 제가 전화 드릴게요.”

 

사랑 씨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문을 닫고 그대로 그녀의 집을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우리 집으로 돌아와 모처럼 편안한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에 마누라의 얼굴을 마주쳤지만 우리는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딱히 건넬 말도 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나와 마누라 사이에 갈수록 대화가 줄어드는 느낌이다.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쯤 되니 거의 남남과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십여 년을 함께 살며 쌓아왔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밤이 찾아왔어도 사랑 씨의 집에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낮부터 깊은 밤까지 틈틈이 전화를 걸었고, 사랑 씨는 살갑게 내 전화를 받았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저 일상생활의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난생 처음 애인을 사귀어 흥분된 마음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우리는 전화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아무튼 사랑 씨는 나와의 대화로 인해 마음이 많이 편해진 듯 했다. 하지만 내 입장은 반대였다. 그렇게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나면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진즉에 위층으로 후다닥 달려 올라가 그녀와 뜨거운 섹스를 나누며 긴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나라고 왜 없겠는가. 그러나 나는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남편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대용품으로 내가 이용당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정말 사랑 씨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할 때,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사랑 씨의 자존심과 수치심을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는 그녀의 남편과 그 부분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나는 그자와는 다른 목적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간절히 날 원한다고, 나랑 섹스를 하고 싶다고 지금 당장 집으로 올라와 달라는 사랑 씨의 부탁은 그 많은 전화 통화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마냥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었다. 물론 내가 올라간다고 언제라도 말한다면 사랑 씨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결코 원하는 게 아니었다. 결국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자 정말이지 이러다 내가 먼저 미쳐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와중에도 마누라가 깊은 밤에 몇 차례 집을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여편네가 그 시간에 나가는 뻔한 목적을 알고 있기에 집에 홀로 남은 나는 방에서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욕정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그 좋아하던 야동도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이틀인가, 삼일인가 지났을 때였다.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을 버티지 못해 내 방에서 홀로 청승맞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열 두 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여편네가 또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전과 달리 나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나가는 발걸음이 아니었다. 당당한 발걸음소리를 들으니 지금 나 떡치러 간다고 노골적으로 선포하는 듯 했다.

 

“젠장!”

 

씁쓸한 기분에 나는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허전한 속을 달랬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먼저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알딸딸하게 술이 오른 김에 모른 척하고 그냥 나도 올라갈까 어쩔까 망설이다보니 시간만 자꾸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위에서 사랑 씨가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때를 맞추어 전화가 걸려왔다. 액정판의 발신자를 보니 사랑 씨가 틀림없었다. 나는 다급하게 휴대 전화를 집어 들었다. 이쪽의 급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정원이 아빠?”

 

“아, 네에. 접니다.”

 

“뭐하세요?”

 

“그냥 잠도 안 오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사랑 씨의 전화도 없고……잠도 오지 않아 그냥 제 방에서 혼자 술 마시고 있습니다.”

 

“어머! 청승맞게끔 혼자서 무슨 술이에요?”

 

“괜찮습니다.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그런 대로 혼자서도 먹을 만합니다. 저기……그건 그렇고 우리 애 엄마 거기 올라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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