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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학교 (노예 학교) 39화 완결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노예 학교 (노예 학교) 39화 완결


장 교관에게 당하고 돌아온 뒤…

선하는 멍하니 침대에 앉은 채 하염없이 울었다.

그건 아마 충동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죽을 거면 여기서 밧줄을 걸라는 유정의 말이 머릿속에 뱅글뱅글 맴돌았다.

선하는 서랍에서 밧줄을 꺼내 서툴게 맸다. 턱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선하는 착한 애였다.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부모님한테 투정이나 부리던, 어쩌면 요즘 보기 힘든 순진한 타입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선하가 존속살인이나 방화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어주지 않았다. 아니… 믿어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끝내 누명은 벗겨지지 않았다.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교관이 된 유정이 카메라를 언급하고 선하의 알몸을 구석구석 살피고, 제모하고… 뒤이어 광란의 난교를 펼쳤을 때는 그저 낯설고 무섭기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었다.

진태가 자신의 말을 믿어줬을 땐 정말 기뻤고… 처녀를 잃었을 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처음 절정했을 때… 그리고 윤주와 함께 시험을 치고 수업을 받고 같이 잠들고…….

윤주가 있다는 것만으로 선하는 이 학교에서의 생활 동안 엄청나게 위로를 받았다. 윤주가 윤간을 당하면서 섹시하게 신음할 때… 선하는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윤주라면 이 지옥을 버틸 수 있으리라고,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윤주는 선하를 이용했다고 했지만… 선하에게도 윤주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런 윤주까지 결국 처참하게 망가져 갔다.

생각해보면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버텨왔다. 교관이 된 것도 유정이 이끌어줬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여기에서 버텨낸다 해도 언젠가는 죽는다. 상미처럼 손님 손에 죽거나… 민지처럼 장 교관 손에 죽거나… 윤주나 혜영이처럼 바깥까지 나간다 해도 상대의 사정에 의해 언제 죽을지 모르고… 그렇지 않다 해도 미쳐 버려서 죽음을 원하게 되는 거다.

이 목걸이는 무슨 짓을 해도 죽을 때까지 절대 벗겨지지 않는다. 꼭 선하에게 씌워진 누명처럼…….

‘…미안해요, 교관님… 고맙습니다…….’

선하는 지쳤다. 아주, 몹시 지쳤다.

장 교관의 말대로 결백을 증명하려면 차라리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걸 택했어야 했고, 밧줄이 목에 걸리기 직전까지 악을 쓰다 죽었어야 했다. 여기 와서… 이렇게 천박한 짓을 하며 사는 걸 택한 이상 이미 인간 취급받을 자격도 없는 거였다.

‘…왜 그땐 살아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마를 때도 됐는데 눈물은 끊임없이 샘솟았다.

천장에 걸린 밧줄을 당겨보면서… 하나하나 떠오르는 지나간 절망들을 생각하며 선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젠 다 틀렸다. 그냥 죽는 수밖에…….

탕! 탕! 탕탕!

선하의 상념을 깬 건 연속적으로 들리는 총소리였다.


김정우가 자살했다. 그는 사형수가 아니었고, 인맥도 넓고 꽤 반듯한 청년이었다. 바보 같은 죽음이라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동양 문화권은 원래 목숨을 바쳐 주장하는 일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이다. 그가 택한 방식은 확실히 유치했지만, 그만큼 이슈가 되긴 쉬웠다. 여론은 들끓었고 도저히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당연히 노예 학교 또한 발칵 뒤집혔다.

학교를 폐쇄하고 죄수는 전부 형을 집행. 교관들은 전원 자택 근신. 비밀 엄수 필수.

윗선의 대처는 감정 하나 없이 건조했다. 그 명을 전해 들은 장 교관은 삽시간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씨발… 그걸 말이라고 해? 개새끼들… 나는… 난 틀리지 않았어! 어디서 쓰다 버린 말 취급이야?! 내가 뭘 어쨌다고……!”

덧, 장영철 교관은 퇴직 권고.

윗선에서는 학교의 손님 목록을 불문에 부치는 대신 학교와 장 교관을 포기하는 걸로 타협한 듯했다. 장 교관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김정우, 그 개새끼가… 병신 같은 새끼, 한심한 새끼! 차윤주 그 썅년이……!”

장 교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학교에 있는 건 전부 죽을죄를 지은 여자들이다. 장 교관의 생각, 아니 신념으로는 그런 여자들한테 빠져서 한순간의 감정에 휘둘리는 건 세상 다시 없을 바보짓이며, 열병은 시간이 지나면 식게 마련이었다. 김정우가 병신이었고… 장 교관 본인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어차피 사형수들, 죽었어야 할 여자들을 어떻게 대하든 인권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의 갑론을박에 사형 제도의 찬반 문제까지 얽혀들자 옳음과 그름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존재하긴 할까?

장 교관이 이를 갈고 있는 동안 교관들이 학교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3층 인원 확인. 전원 사망.”

“4층 인원 확인. 도주 인원 1명 확보.”

사방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자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죄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몇 명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아아악! 사람 살려! 잘못했어요, 안 돼, 안 돼!!”

“싫어, 엄마! 꺄아아악!”

장 교관은 총을 꽉 쥐었다.

장 교관이 먼저 찾아간 곳은 유정의 방이었다. 그러나 유정은 이미 이상한 기류를 눈치챘는지 방에 없었다. 장 교관이 그다음으로 찾은 곳이… 선하의 방이었다.

“이선하!”

“…….”

“아하, 이 썅년… 안 그래도 죽으려고 했냐? 그래. 너넨 다 죽어야 해…….”

어떻게 된 거냐, 이게 무슨 난리냐, 진심이냐… 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밧줄을 걸고 침대 위에 올라서 있던 선하는 멍한 눈으로 장 교관을 돌아봤다. 장 교관이 총구를 선하에게 들이댔다.

눈을 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쩐지 눈꺼풀조차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너넨 다 씨발년들이야… 지은 죄만큼 속죄하면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가능한 한 처참하게 죽어야 한다고! 이 학교가 너네를 재교육시켜서 써먹어 보겠다고 만들어진 줄 알아?! 너넨… 너넨 다 죽어야 해. 죽어야 한다고…….”

철컥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선하는 눈을 감지 못했다.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으르렁거리는 장 교관이 보였다.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자꾸 나서… 계속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화장터의 연기 냄새인가. 아니면…….

콰직!

총구가 불을 뿜기 직전, 장 교관이 선하의 눈앞에서 허물어졌다.

매우 불쾌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현실감 없이 멍하게 무너지는 장 교관을 보고 있던 선하가 장 교관의 덩치에 가려져 있던 인영을 발견했다.

유정이었다.

유정은 언젠가 선하에게 휘두르던 망치를 꽉 쥐고 있었다.

망치가 장 교관의 두개골을 그로테스크한 모양으로 함몰시켰다. 시커먼 망치에 묻은 게 대체 뭔지 선하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구역질이 치밀었다.

“…….”

“교… 교관님…….”

유정은 선하에게 대꾸하지 않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장 교관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다. 탕, 하는 소리가 나면서 장 교관의 움직임이 이내 정지했다.

“…뛰어내려.”

“…….”

“자, 이거 가지고… 어서.”

유정의 표정은 무슨 감정이 담겨 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이 여자의 웃음에는 ‘쾌’가 없다고. 그 기이한 웃음마저 없는 유정의 얼굴은 마치 가면 같았다. 인간의 얼굴 가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몹시도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유정은 분명히 선하가 건 밧줄을 봤을 텐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유정은 장 교관의 총을 선하에게 주고는 무작정 창문으로 선하를 밀었다.

창문 밖으로 강이 보이긴 했지만… 이 높이에서 뛰는 건 무리였다.

분명 죽을 거야…….

“빨리!”

선하는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유정은 선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선하는 문득 이상한 냄새의 정체를 깨달았다.

휘발유였다.

교관들이 휘발유를 뿌리고 다닌 것 같았다. 학교를 전소시키고 모든 걸 은폐할 셈인 걸까?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건지 선하는 알 수 없었다.

유정이 아직도 손에 쥐고 있는 망치에서 나는 냄새가 아주 역겹게 느껴졌다.

죽음의 냄새, 피비린내, 살점과 뇌수가 범벅되어 풍기는 기괴한 향…….

거기에 휘발유 냄새가 뒤섞였다.

유정이 억지로 좁은 창문으로 선하를 밀어 넣어 떨어뜨렸을 때, 누군가 방문을 걷어찼다.

“김유정! 아니… 이선하는?!”

탕!

“…씨발, 하필… 장 교관… 이 개새끼랑… 같은 데서, 죽니…….”

생각한 말이 끝까지 제대로 소리가 되어 나왔는지 유정은 알 수 없었다. 총성이 한 발 더 울렸고, 유정의 머리가 덧없이 날아갔다.


소름이 끼치면서 가물가물해진 의식이 점점 돌아왔다. 허벅지를 타고 스멀스멀… 불쾌한 감촉이 닿았다. 다리를 벌리고, 음부를 매만지고… 그리고 덮쳐드는 남자의 손길.

묵직한 무게감과 소름 끼치는 구취…….

그러나 허벅지를 간질이는 감촉만 계속될 뿐, 당연하게 따라올 것만 같은 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선하는 눈을 떴다.

온몸이 아팠다. 팔이 부러졌는지 퉁퉁 부어 있었고 극심한 통증이 밀려 왔다. 유정의 손에 강으로 밀려 떨어진 뒤 물살에 휩쓸리고 바위에 긁혔는지 온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살아 있네…….’

하반신에 물에 담겨 있었다. 물풀이 허벅지에 걸려 선하의 몸 위로 미끄러졌다. 아까 느낀 건 이거였던 것 같았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고개를 들고 올려다봤더니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학교의 잔해가 보였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교관들은 죄다 도망친 모양이었다.

이제야 학교의 위치를 알고 몰려온 기자들과 구조대인가…….

선하는 잠시 강가에 누운 그대로 하늘을 봤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해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많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살아 있는 사람 없는 것 같은데? 다 탔어, 뼈만 나와.”

“네, 여기는 사형수 재교육 기관. 노예 학교가 있던 자리입니다. 보시다시피 학교는 전소되었으며…….”

떨어질 때 총성을 들었다. 유정은 왜 본인이 탈출하지 않고 선하를 내보낸 걸까?

‘…난 총도 쏠 줄 모르는데. 강에 밀면서 총을 주면 무슨 소용이야…….’

어째서인지 웃음이 났다. 그런데 뺨이 뜨거웠다. 지금 선하의 얼굴은 마치 유정 같았다.

장 교관이 경련하던 모습과 유정의 웃음, 상미, 혜영… 윤주……. 그리고 진태…….

지금 몸을 일으켜서 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살려주세요, 하면 되는 걸까?

그토록 부르짖었던 나는 억울해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를 하면… 이제는 내 말을 들어줄까?

선하가 입을 열지 않으면, 학교와는 꽤 떨어진 강가까지 밀려와서 널브러져 있는 선하를 저쪽에서 먼저 발견할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이대로 누워 있으면 며칠 내로는 발견되긴 할지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손도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선하는 여전히 죽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이대로 썩어 없어지고 싶었다.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일으켜, 선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학교의 잔해를 뒤로 하고 숲 속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못 가 호흡이 힘들어지고 격통이 밀려왔다. 선하는 그대로 넘어졌고, 쓰러지는 힘에 못 이겨 흙바닥에 굴렀다. 데굴데굴 구르다 보니 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나무 숲 구덩이에 처박혀 엎어지게 됐다.

‘…아빠…….’

된통 굴렀는지 전신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구조대를 부를 목소리조차 더는 나오지 않았다. 선하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나뭇잎 사이로 저물어가는 해가 선하에게 닿을 듯 말 듯했다. 곧 해는 완전히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지옥이 다시 시작되는 걸까. 짐승 같은 남자들이 교육이라며 선하에게 덤벼들고, 그리고… 선하 본인도 짐승이 되어 절망의 쾌감에 허덕이는… 그런, 노예 학교의 시간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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