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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학교 (굴뚝에 연기) 34화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노예 학교 (굴뚝에 연기) 34화


유정의 손이 엉망으로 흔들렸다. 선하는 울지 않았다. 울기는커녕 차분하게 유정을 보는 선하의 눈은 몹시도 투명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눈이었다.

“왜?”

“…….”

“왜? …어째서?”

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유정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이 학교에 오는 여자들… 최소한 살인 한 번쯤은 저지르고 온 애들인데. 그렇게 다른 사람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욕심을 부려놓고… 왜 결정적인 순간에는 포기하는 거야? 어째서?”

“…….”

“죽을죄를 지었으니까, 반성했으니까, 이제 와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더 악착같이 살아서 계속 지옥에서 구르란 말이야! 그래야… 그래야 되는 거 아냐?”

선하는 유정의 혼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머리로는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게 유정의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죄에 대해 대가를 치르는 방법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각각 다를 것이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가지의 사죄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부터… 유정처럼 악착같이 살아남아 비참하게 구르고 있는 것까지.

하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었을 때 손쉽게 놔줬던 유정을 기억하기에, 난데없이 이렇게 악을 쓰는 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인의 손을 더럽혀서… 더 죄를 지어야 하기 때문일까. 지금도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사형 집행인을 원망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판결 내린 판사 원망하는 사람은 있어도…….”

“…….”

“그러니까 괜찮아요.”

“으흑…….”

유정의 손에서 망치가 떨어졌다. 뭐가 이렇게 유정을 몰아붙인 걸까. 급기야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하는 유정의 어깨를 내려다보다가, 선하는 같이 주저앉아 유정의 어깨를 토닥였다.

“왜 울어요? 저… 잘 모르겠어요.”

“…나는…….”


며칠 전,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유명한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SNS에 윤주의 유서와 동영상이 올라왔다. 아마도 벼르고 별렀던 일일 것이다. 윤주와도 충분히 얘기하고 벌인 일일 거고…….

음란한 영상이 있는 이상 글을 삭제하기는 쉬웠다. 정우 씨는 예상했다는 양 유서만 첨부한 텍스트 문서를 업로드 했고, 한편으로는 영상을 뿌렸다. 목줄이 걸린 윤주가 윤간을 당하며 허덕이는 영상을…….

이 학교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비밀 유지를 최우선으로 지키는 회원제였다. 같은 회원이라도 서로 알 수 없는 일도 많았고… 지금도 동영상에 본인은 없다는 이유로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 사람도 많았다.

윤주의 시체를 넘긴 정우 씨는 필경 해외로 도피해서 일을 벌였을 것이다. 그러니 잡는 것도 골치 아플 테고… 정우 씨의 아버지도 새파랗게 질려서 그 자식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다며 적극 협조해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려 애썼다.

사실 아무리 시끄러워도 어차피 조금만 버티면 잠잠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 없다. 자극적인 소재가 생기면 감정적으로 공감해서 들끓다가, 금세 가라앉는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일은 커져 갔다.

“근본도 없는 사형수 계집애들이 팔자 편하게 외부로 나가더니… 전속이고 뭐고 다 파기하고 도로 데려와! 아님 죽이던가!”

지워도 지워도 여기저기서 글이 올라왔다. 어차피 사형수인데… 하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건… 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본인이 그렇게 살고 싶다잖아, 하는 얘기도 있었다. 사형제도의 찬반이 걸리면 토론은 격해지고 꼭 개싸움이 되어 갔다.

정우 씨를 추적하는 한편, 외부로 나간 여자를 다시 끌고 오는 작업이 이어졌다.

한 번 밖에 나간 여자는 쉽게 다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손님이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살을 들먹이며 협박하거나, 데려갈 때 지불한 것 이상의 보상을 약속해야 했다.

그리고…….

일이 점점 커지자 불똥이 튈 게 두려워서 스스로 여자를 죽여 버리는 일도 있었다.

혜영이의 손님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다가 혜영이의 시체만 내주고 문을 닫았다. 그 인간은 두 번 다시 이 학교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아니, 오히려 계속 불안에 떨지도 모른다. 그 인간처럼 그 학교에서 노출될 행동 안 한 사람은 드물 텐데, 겨우 그걸로 불안에 떨면서… 사람이 오기도 전에 혜영이를 죽여 버렸다.

울었을 것이다. 심약하게 질질 짜면서 혜영이를 죽이려 들었을 거고, 혜영이는… 목걸이가 걸려 있는 이상 반항할 수는 없었겠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소심하고, 상대적으로 학대하는 일이 적고, 사형수였던 자신에게도 잘해주는 사내를 택했으니… 이런 순간에 이렇게 나올 걸 예상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며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밖에 있다가 다시 들어온 여자들은 지옥에 다시 들어온 얼굴로 교관들에게 끌려갔다. 시체가 되어 돌아온 사람들은 조용히 태워야 했다. 굴뚝에 연기가 쉴새 없이 올라갔다.

모두가 한심하고, 모두가 불쌍했다.

혜영이의 시체를 다른 시체와 함께 화장하는데, 장 교관이 유정을 붙잡았다.

“그 새끼 아직도 못 잡았나 본데, 이선하를 처리해.”

“이선하를요?”

“저 유서에 나오는 선하가 그 사건일 거라고 떠들어대는 놈들이 있잖아. 귀찮아지니까 죽여 버려.”

“…….”

“손님인 척하고 흥미 위주로 캐려는 놈 있어도 곤란하고, 사형장 보내다가 들키면 곤란하니까 여기서 태워 버리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 뭐… 교관이라도 되면 모를까. 그년이 그 정도의 융통성이 있겠어?”

“알겠어요.”


선하는 흐느끼는 유정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였다. 유정은 기실 매우 지쳤다. 살아 있을 수 있는 동안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죽어서 지옥이 실제로 있을지는 모를 일이니까, 속 편하게 죽어서 속죄하느니 악착같이 여기 있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일이 너무 커지고 사방이 시끄럽고… 시체가 부지기수로 나뒹굴자 저기 같이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전부 죽었어. 다 죽었다고… 왜 이렇게 쉽게 죽는 거야? 그럴 거면… 그럴 거면 애초에 사형 집행 받을 것이지… 당할 거 다 당하고 죽기까지 하면…….”

“교관님…….”

“왜 죽겠다고 하는 거야? 내가 꼭 너를 죽여야겠어? 살아! 무슨 짓을 해도 살 각오 아니었어?!”

“…….”

유정이 선하의 팔을 잡더니 눈물이 잔뜩 어린 얼굴로 선하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 손에는 곧 힘이 빠져나갔다. 선하의 눈은 너무 맑았다.

“살아야 할 거 아냐. 살아 있어야……. 죽고 나서 무슨 소용이야, 윤주처럼 이렇게 일을 벌여도… 손님 잘 잡았다고 그렇게 부러움 샀던 혜영이도… 살아 있는 게 제일…….”

“하지만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

“정말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불이 난 건 우연이고, 저는 아직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살아 있으면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잖아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아직도 그런 소리야? 그거 말이야. 기억의 조작이야. 네가 계속 그렇게 믿다 보니 너까지 착각하는 거라고. 대한민국 경찰 우습게 알지 마.”

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형이 강화된 만큼 경찰도, 사법부도 철저하게 일을 처리하는 건 맞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이런 일을 당했음에도 신뢰가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필이면 선하가 억울하게 여기 있는 건 사실이었다.

“교관 해. 그럼 살 수 있어. 왜 안 하겠다는 거야? 지금 당장 교관 안 하면 장 교관이 널 죽일 거라고!”

“교관님은… 왜 그렇게 절 살리고 싶어 하세요. 다른 사람한텐 안 그랬으면서…….”

“이제 지쳤어.”

“네?”

“성적이 좋다고 꼭 오래 살아 있는 건 아니야. 여태 살아 있는 사람이 교관이 되면 되는 거야. 나는 말이야… 되도록이면 아무도 안 죽었으면 했어. 장 교관이 내 눈앞에서 도륙한 그 동기도… 끝까지 나랑 같이 살아 줬으면 했어.”

“…….”

“같이 살자. 1분이라도, 1초라도 더…….”

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말해주는 유정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선하는 곧 후회했다.

“교관 될 거면 신고식을 해야 하지 않겠어?”

음부는 아직 얼얼했다. 쓰리고 감각이 없는 아래가 아직 따가운 판에, 기다렸다는 듯 교관들이 우르르 선하의 방을 찾았다. 최근에 바빠서 여기저기 끌려다녔던 교관들은 마침 좋은 장난감이 생겼다는 양 선하를 찾아 왔다.

“야, 잡아! 오늘 그냥 죽어 보자.”

히죽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남자들의 팔이 선하의 가는 팔다리를 잡아 눌렀다. 성기가 얼굴과 입술, 가슴… 허리와 다리 사이로 눌려 문질러졌다.

“으읍……!”

도대체 몇 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억지로 다리가 크게 벌어지더니 둔탁한 충격이 밀려 들어왔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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