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학교 (더 미칠 수 있었구나) 27화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노예 학교 (더 미칠 수 있었구나) 27화
윤주는 늘 외로웠다.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는 평범한 가정이라는 게 윤주에게는 언제나 환상이었다. 부모의 사랑은 세상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거라던데, ‘엄마’라는 단어만큼 사람을 쉽게 울리는 건 없다는데…….
윤주에게는 그 평범함이 너무도 특별해 보였고, 부러운 것이었고… 손에 닿지 않는 꿈이었다.
가족을 갖고 싶어서 쉽게 택한 남자는 윤주를 항상 때렸다. 그래도 사랑이라고 믿었다. 내 주제에 이게 어디냐고 생각했다. 내가 잘하면 맞지 않을 줄 알았다. 약을 발라주는 손은 다정했으니까… 윤주는 그거라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를 죽이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윤주는 오래 참고, 또 참았지만… 사실 윤주는 이미 고장 난 상태였던 거다. 다른 방법을 떠올릴 정도의 정상적인 사고력은 이미 박살 났다. 그래서 윤주는 윤주의 인생에서 유일했던 그 남자를 죽이는 것으로 그녀의 세계 자체를 부숴 버렸다. 그러니까… 유정이나 장 교관의 분석은 정확했다. 윤주는 내심 가능한 한 처참하게 죽고 싶었다. 에이스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무슨 요구를 하든 받아들이고 짓밟히면서 꼬박꼬박 감사하다고 했던 건… 윤주가 자학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미의 시체를 보기 전까지… 윤주는 자신의 인생에는 없었던 모든 게 실체화된 것 같은 선하가 참 좋았다. 어차피 윤주는 자신은 여기서 유린당하다가 죽어야 하는 여자라고 생각했고… 선하에게 쏟아지는 요청까지 선하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대신 수행하면, 심신이 더 빨리 망가질 게 자명했으니까……. 선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윤주에게 순수한 감사의 시선을 보냈지만 윤주는 이건 서로 이득인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시체를 보는 순간 새삼스럽게 죽음의 공포가 몸에 와 닿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윤주는 그 순간 상미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목을 졸린 적은 있었다. 담배를 피부에 대고 짓누르는 인간도 있었다. 그래도 인두를 들이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하는 사색이 되었고, 혜영은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상미의 엉망인 시체에 대고 자위하는 남자를 쳐다봤지만… 윤주는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내가 이미 완전히 미친 줄 알았는데, 더 미칠 수 있었구나…….
윤주는 그 모습을 보고 젖었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강한 고통을 원했다. 산 채로 난도질을 당하고 싶었다. 좀 더… 더. 강하게, 거칠게, 죽을 정도로…….
그런 자신이 무서웠다. 이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윤주는 그런 거 말고 더 막 대해달라고, 더 때리고, 욕하고, 고통스럽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이건 이 학교에 와서 그렇게 된 건지, 윤주 본인의 문제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윤주는 미쳤다. 이성이 자꾸 마비됐다. 그저… 섹스하고 싶고, 그것도 그냥 섹스가 아니라 생사의 경계를 오갈 정도의 지독한 학대를 받고 싶었다. 기왕이면 그러다 죽고 싶었고.
눈물이 났다.
윤주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는 걸 깨달은 ‘정우 씨’는 윤주를 다그쳤다. 언제까지 이선하를 붙들고 있을 거냐, 데리고 나간다고 해줄 때 가자고 설득했다.
가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더 고문당하다 죽어야 하는데…….
사실 윤주의 의사 따위는 필요 없었다. 윤주가 원하지 않아도 정우 씨가 돈을 지불하고 윤주를 끌고 가면 그만이었다. 정우 씨가 윤주를 봐주고 있다는 걸… 윤주는 잘 알고 있었다.
’말 잘 들으면 이선하까지 같이 데리고 나가줄게.’ 라고 지껄이는 놈들은 그저 핑곗거리를 하나 더해 윤주를 좀 더 심하게 갖고 놀려고 하는 것뿐이다. 주변에서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윤주가 선하에게 집착하니까… 윤주도 정말 그 말을 믿는 것처럼 애타게 매달리며 허리를 흔들었지만, 내심 윤주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처음부터 윤주에게 선하는 그저 여기서 더 망가지기 위한 구실이었던 탓이었다.
새삼스럽게 그걸 자각했다. 지금의 윤주는 시체를 보고 자위하는 저 남자와 다를 바 없이 미친 상태였다. 더 돌아버리기 전에 정우 씨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야… 그동안 핑곗거리였던 선하가 생각났다.
윤주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시선을 받은 적이 없었다. 순수한 호의, 감사, 애정이 듬뿍 담긴 올곧은 선하의 눈……. 그 눈이 이제 와서 아쉽고, 슬프고, 괴로웠다.
어차피 죽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서 그럭저럭 따라가던 수업과 손님과의 시간이 급격하게 힘들어졌다. 마음은 미어질 것 같은데, 몸은 누군가 덮쳐 누르기만 하면 음탕해졌다. 그러다 보니 매번 끌어안고 달래줬던 선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봐주는데… 윤주는 거기에 대체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자꾸 눈물만 났다.
혜영이 나가고, 화가 난 정우 씨의 손에 목이 졸려 죽을 뻔하고, 휘청휘청 샤워실에서 물을 맞고 있는데 선하가 울먹이며 나갈 수 있으면 나가라고 다그쳤다.
아… 나는 그저… 나를 위해 얘를 이용했는데, 얘는 내가 없어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뻔히 알면서 자신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나가라고 해주는구나.
윤주는 펑펑 울었다. 선하는 언젠가부터 창백하게 반응이 없다가 넋 나간 얼굴로 횡설수설 안 되겠다고 반복하더니… 마침내 윤주 입에서 나가겠다는 얘기와 미안하다는 사과가 반복되자, 멍청하게 윤주를 한참 봤다.
“…언니, 괜찮아. 울지 마요…….”
선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냉큼 윤주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선하는 전후 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윤주가 우니까 마음이 몹시 아팠다.
“나한테 왜 미안해요? …나한테 왜 잘해줘요. 내가 언니한테 뭘 했다고…….”
“흑… 으흑, 흑… 나… 난… 나는…….”
“괜찮아요, 언니. 울지 마…….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언니한텐 고마운 것뿐이에요.”
윤주는 더 말하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울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우는 건 어릴 때부터 내내 혼날 일이었고, 들켜서는 안 될 일이었을 뿐… 아무도 윤주의 눈물을 안타까워해 주지 않았다.
선하는 같이 울어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윤주를 달래줬다. 윤주는 그게 몹시 고맙고… 정말로 미안했다.
혜영이 나간 날, 무대에서 윤간당하며 스스로 허리를 흔들던 윤주에게 격분해서 목을 졸랐던 정우 씨는 그 날은 그대로 돌아갔지만… 마침내 윤주가 결심한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찾아왔다.
선하가 창녀의 방이라고 부르는 개인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들어온 사람이 정우 씨인 걸 알았을 때… 윤주는 조금 안심했다. 그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정우 씨는 평소에 잘 지냈는지 같은 인사를 하곤 했지만 역시 분이 아예 풀리진 않았는지 입을 다문 상태였다.
윤주는 가만히 그를 보다가 다짜고짜 문을 연 채 멈춰 있는 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꿇어앉아 고개를 완전히 바닥에 처박았더니 정우 씨는 당황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무슨 소리야?”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제발…….”
“…뭐?”
“저 같은 것한테… 호의를 베풀어주셨는데, 제가… 주제도 모르고 버티고 있어서… 잘못했어요. 허락만 해주시면 뭐든…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 좀 데리고 나가 주세요, 아니면 죽여주세요……. 당신한테… 당신한테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손을 더럽히기 싫으신 거라면 사형장에 돌아가라고 하셔도 가겠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
“죄송합니다. 다시는… 다시는 정우 씨 말 안 듣는 일 없을 테니까… 저… 전…… 흑… 으흑……!”
윤주는 울었다. 무릎 꿇고 비는 것도, 비굴하게 애원하는 것도 지겹도록 반복한 일이었는데 새삼스럽게 눈물이 펑펑 났다. 진심을 담은 말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는지 그동안 생각도 못 했다.
그는 흐느끼는 윤주를 일으켰고,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았다.
키스가 달콤했다. 덮쳐오는 손길이 나른했다. 삽입은 조금 아프고, 조금만 아파서 애가 탔다. 허리를 흔들었다. 그는 좋냐고 물었고… 윤주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더 쑤셔 주세요. 더 세게… 더 마음껏. 더 멋대로 다뤄 주세요. 사실 저는 항상… 죽고 싶었거든요.
그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윤주를 내려다보며 재차 윤주의 목을 졸랐다. 숨이 막히니 머리가 텅 비었고,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의식이 끊기기 전에 그가 손을 놓더니 윤주의 몸을 당겨 와락 안았다. 선하처럼 따뜻하고 다정했고, 선하보다 훨씬 단단하고 힘이 셌다.
좋아요, 주인님…….
그날, 윤주가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