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학교 (희망 같은 게 있기나 할까?) 25화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노예 학교 (희망 같은 게 있기나 할까?) 25화
혜영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선하는 혜영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윤주를 돌아봤지만, 윤주는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을 것처럼 입을 꽉 닫은 채였다.
“어, 언니…….”
“…….”
“언니, 전… 전 괜찮아요. 저는…….”
더 말을 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세 사람은 여전히 알몸에 목걸이만 착용한 짐승 같은 모습으로 복도를 걸어, 11기 공용 감옥으로 돌아왔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이 호흡까지 괴롭게 했다.
교육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진태는 보이지 않았지만, 선하는 변함없이 아침부터 알몸의 구석구석을 검사받아야 했다. 검사 명목으로 음부에 이물질을 쑤셔대는 놈들은 많았다. 손이나 성기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술병으로 아래를 헤집어댔을 때는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술병을 넣은 교관은 킬킬대며 선하의 비명을 한참이나 즐겼다.
검사 후에는 지명한 손님이 있으면 손님에게 끌려가거나, 아니면 수업을 받아야 했다. 이거나 저거나 가녀린 육체가 짓밟히는 건 똑같았다. 머릿속이 차츰… 천천히, 엉망이 되어 갔다. 망가지고 있다는 게 본인도 느껴질 정도였다.
거울 속에 처음 여기 왔을 때 봤던, 교육이 끝났을 때쯤의 멍한 얼굴을 한 인형 같은 여자가 보였다…….
사람이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게 다행인 걸까? 목걸이 하나 건 채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옷을 입은 교관이나 손님들 사이를 걷는 것조차 수치심이 느껴지지 않을 때쯤…….
“…나 내일 나가.”
혜영이 전속 계약을 맺고 나가게 됐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혜영은 나가는 게 결정된 뒤에도, 그러니까 이 지독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침착한 얼굴이었다.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선하는 놀라서 혜영을 돌아봤지만, 옆에 있던 윤주가 텅 빈 눈을 한 채 미동이 없었다.
“다, 다행이에요.”
“다행? 글쎄. 이 목걸이가 풀리지 않는 이상 다행인 게 뭐가 있을까. 안 죽고 살아 있는 거?”
“…….”
“…그러니까 내일은 지하야. 일찍 자.”
혜영은 등을 돌렸지만, 선하는 잠들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선하보다 오히려 윤주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윤주는 지명 손님이 많았다. 수업을 받는 시간보다 손님과 함께 있는 일이 많은 정도였다. 그건 윤주에게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교관들은 손님이 다시 ‘사용’ 가능할 정도로 괴롭혔지만 손님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흡사 누가 먼저 윤주를 망가뜨리나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다.
“…언니, 들었어요?”
윤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하는 윤주의 손을 찾아 쥐었다.
“…언니… 나가요. 혜영 언니도 나간다잖아… 나갈 수 있으면 제발…….”
윤주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윤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듯 말 듯해서 답답했지만… 선하는 고개만 끄덕이는 윤주에게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진태에 이어 윤주까지 못 보게 되는 건 아주 슬펐지만… 이대로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그러나 희망 같은 게 있기나 할까?
지하는 늘 똑같았다. 어둠 속에 관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날아왔다. 무대에서 보이는 곳 외에도 비밀 관람석이 있다고 했으니까… 구조상 아마 저쪽.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선하는 쓴웃음이 나왔다. 이 학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짐작할 정도로 오래 있었다는 실감이 들었고, 그런데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 괜히 우스웠다.
멍하니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알몸의 여자들이 덜덜 떨며 들어왔다.
‘…아. 12기구나…….’
벗은 몸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웅크리고, 눈물 젖은 눈으로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고, 공포와 불안이 뒤섞인 눈으로 사람들을 흘끔거리고, 이쪽에도 가끔 시선을 보내는 저 눈빛.
그 눈을 보니 바로 얼마 전에 저기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혜영이 앞에 섰다.
혜영을 데려가겠다고 나선 손님이 보였다. 둥글둥글하고 평범하게 생긴, 길에서 마주치면 기억도 못 할 인상의 흔한 중년 사내였다.
“여기 리모콘이요. 문제가 있으면 회수해서 폐기하거나, 이미 폐기된 뒤라도 회수팀이 가니까 염려 마시고요. 직접 처분하신다면 연락만 해주시면 됩니다.”
전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회수’나 ‘폐기’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선하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정은 오늘도 헤죽헤죽 웃고 있었고, 12기 여자들은 울음을 꺽꺽 삼키고 있었다.
“자… 보통은 교육이 잘 됐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플레이를 좀 즐기시는데요. 정말로 이대로 괜찮으신 건가요?”
사내의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조명이 집중되는 것조차 불편한지 자꾸 고개를 흔들던 사내는 리모콘을 받고 혜영의 목줄 대신 그 손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연락 주세요.”
혜영은 잠깐 윤주와 선하를 돌아봤지만, 이내 몸을 돌려 사내를 따라갔다. 사내는 허둥지둥 혜영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듯 지하를 벗어나려 했다.
“어머, 아니에요. 여러분. 플레이가 없다고 실망하실 건 없습니다. 11기에 아직 두 명이 남아 있거든요. 12기 교육도 할 겸… 11기 차윤주와 이선하가 서비스할 거니까 염려 마세요.”
무대 위에 반쯤 넋이 나간 윤주가 끌려 나왔다. 잔뜩 겁을 먹은 선하도 비틀거리며 밀려 나와서 무릎을 꿇고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등 뒤에서 벌어질 일은 뻔했다. 혜영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
“왜 그래?”
“…아니에요, 주인님.”
혜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해줄 수 있는 말은 전부 하고 왔다. 나머지는 전부… 윤주와 선하의 선택이었다. 선하는 선택할 처지가 아닌지도 모르지만.
윤주도, 선하도… 저기 아무것도 모르는 12기도 혜영이 손님을 잘 골랐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형수를 인수해가면서 이만큼 대우해주는 손님은 흔치 않은 게 사실이기도 했다.
이 학교는 깊은 산 속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들킬 위험은 극히 희박하건만… 사내는 혜영의 나신을 자기 옷으로 덮어 가리기까지 해가면서 혜영을 차에 태웠다.
혜영은 창녀였다. 더 젊을 때는 몸 하나로 대기업 연봉이 우습게 돈을 쥔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오래 할 수 있는 짓은 아니었다. 그쯤엔 정말 신중하게 골랐던 것 같다. 첩을 둘 재력도 있고, 마음의 여유도 있고, 문제가 커지지도 않을 상대를…….
혜영의 패인은 그 남자를 사랑해버린 것이었다.
침대에서 속삭이는 말 따위는 믿는 게 아니었는데. 남자의 속성 같은 건 질릴 정도로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혜영을 만날 때마다 행복해했고,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했고, 조건에 맞춰서 결혼한 부인과 자식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아니 아예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런 건… 불륜을 저지르는 유부남이 그냥 다 하는 소리일 뿐인데.
혹시 문제가 생겨 버리면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몇 번이나 그런 사례를 보기도 했다. 무난하게 첩질을 하려면 그의 가정에 손대는 건 금기라는 것 정도는… 뼈에 새겨진 것처럼 몇 번이나 곱씹고 다짐해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자기 일이 되니까 똑같았다. 그를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부인과 자식이 사고라도 나길 원하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실제로 부인이 아플 때도, 자식이 사고가 났을 때도 그는 가족을 팽개치고 혜영과 함께 있었다.
혜영도… 자신 안에 그런 광기와 무모함이 있는 줄 몰랐다.
그의 부인과 자식을 살해했을 때… 그는 천하의 쓰레기를 보는 얼굴로 자신을 봤다. 더러운 창녀가 내 가족을 죽였다고 악에 받친 저주를 퍼부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실제로 그의 폭언을 들으면서도, 어차피 그럴 줄 알았다고, 나는 바보가 아닌데 바보짓을 했다며 자신과… 모든 걸 잃은 그를 조소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으면 그런 짓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젯밤까지만 해도 자신을 안고 다정하게 속삭였던 그 목소리를 좀 더 당당하게 갖고 싶어서…….
“적당한 집을 구해줄게. 필요한 건 내가 다 갖춰줄 테니까.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나만 보고 있어.”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지금 혜영을 저 학교에서 꺼내준 사내는 썬팅한 차 안에 들어가서야 혜영의 몸을 히죽대며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네, 주인님…….”
“나는 절대 널 죽이거나 하지 않아. 겁먹지 말고…….”
사내는 혜영의 목덜미를 핥아 올리더니, 혜영을 뒷좌석에 눕히고 가슴과 음부를 마구 어루만졌다. 혜영은 자신의 아래가 빨리 젖을 수 있게 음탕한 생각을 반복하면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사내가 혜영의 가슴을 아플 정도로 꽉 물었다. 유두를 잘근잘근 씹어대는 사내의 이빨은 짐승의 그것처럼 거칠고 날카로웠다.
“흐… 으윽… 하, 아! …아, 아니…에요. 어차피… 죽었어야 할 사람이잖아요, 저…….”
이 사내는 그저 가진 돈에 비해 그 학교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요즘 몸 파는 애들은 조금만 함부로 대해도 오히려 갑질을 해대니까… 이 사내는 그냥, 여자를 대하기 어려워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면서, 창녀 따위한테 무시당한다는 잠재된 분노가 가득 들어 있는 타입이었다.
혜영은 사내를 믿지 않았다. 사내가 굳이 사형수에 창녀였던 혜영을 고른 건… 그 정도라면 멋대로 할 수 있겠다, 그 정도라면 나를 최고의 남자로 떠받들어주겠지… 라는 아주 싸구려틱한 생각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당신이라면… 당신한테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말 그대로 당신이 제 주인님이니까…….”
이 사내가 언젠가…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 질리거나, 혹은 쾌락에 중독되어 혜영을 죽여버릴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렇다 해도 이 사내는 이런 곳에 익숙하지 않은 인간이니… 인두로 음부를 지져 죽이는 것보다는 신사적으로 죽이겠지…….
사내는 혜영의 말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몹시 흥분해서 혜영의 목걸이를 목이 졸릴 정도로 콱 잡아당기며, 거칠게 혜영의 안에 침입했다.
새된 비명이 터지는 걸 참았다.
지하에서 윤주와 선하가 당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 아니… 눈앞의 이 사내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참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