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69장. 위기의 순간 (2) / 70장. 그녀의 복수 74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69장. 위기의 순간 (2) / 70장. 그녀의 복수 74화
“오 실장에게 흠집을 낼 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여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내 말에 강 총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식회계 관련 건은 태양그룹 쪽에서 꼬리 자르기를 할 것 같아. 최악의 경우에는 오현태 실장이 아니라 송 회장의 비서가 모든 걸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혐의가 명백한데 그게 가능한가요?”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게 권력의 힘이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가 불리해질 거야. 곧 언론도 돌아설 테고. 오늘 새벽부터 태양그룹이 흔들리니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는 것과 같다는 기사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어.”
중간에 다른 변수가 생기면서 일이 꼬여 버린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오 실장 일당에게 등을 돌리게 하려면 가장 확실한 카드는 그 파일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전 국민이 그들에게 등을 돌린다면 언론과 법도 어쩔 수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정작 내 입장에서는 그 카드를 전혀 활용할 수가 없었다. 어떤 경우에도 유연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니까 조금만 상황을 더 지켜보죠.”
“하루 이틀 안에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힘들 거야.”
강 총장은 이미 회의적인 말투였다.
“지훈 씨는 다른 계획이 있어요?”
“저한테 이틀만 시간을 주세요. 그 사이에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볼게요.”
“일단 나도 다른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내일이나 모레 다시 만나요.”
오 사장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늘에서 뭔가 똑 떨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이유는 최악의 상황에서 유연만이라도 보호해 여기를 빠져나가게 할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강 총장과의 만남을 가지고 모텔로 돌아와 있는데 12시가 다 돼 가는 시간에 휴대폰이 울렸다. 익숙한 전화번호가 휴대폰 액정에 찍혀 있었다.
‘서 마담……?’
70장. 그녀의 복수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살이 좀 빠져 있긴 했지만 살짝 그을린 모습에 오히려 더 건강해 보였다.
“여기요, 혜진 씨~”
“오랜만이죠?”
그녀가 웃으며 내 앞자리로 앉았다. 이른 아침 거피숍이라 사람들도 많지 않아 조용했다.
“더 예뻐졌어요. 건강해 보이고…….”
“지훈 씬 얼굴이 까칠하네요. 한국 들어와서 신문 보니까 경제면은 온통 태양그룹 이야기로 도배돼 있던데 거기에 지훈 씨도 포함되어 있는 거 아니에요?”
“왜 아니겠어요? 그렇긴 한데…….”
“왜요? 뭐가 잘 안 풀려요?”
“워낙 큰 손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까 쉽지 않네요. 덩어리가 큰 싸움에서 이기려면 가진 자원이 많아야 하는데 뭔가가 부족해요. 지금 상황에선…….”
“그래요? 힘들겠다.”
“만나자마자 너무 내 이야기만 했네요. 그럼 오늘 새벽에 들어온 거예요?”
“네. 잠깐 지훈 씨 얼굴도 좀 보고 정리할 것도 있어서요. 내일 새벽에 또 출발할 거예요. 이번에 가면 정말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에요.”
“좋겠다. 나도 여길 떠나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 않네요.”
“누구랑?”
“왜 그래요? 하핫.”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요…… 꼭. 어딜 가든 뭘 먹든 혼자 하니까 외롭고 쓸쓸해요.”
“여행 다니다가 좋은 사람 좀 만나라니까요…….”
“다 짝지어서 다니던데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들어온 거예요? 아직도 정리할 게 남았어요?”
“있죠. 신세도 좀 갚아야 하고…….”
“무슨 신세요?”
“지훈 씨한테 진 신세요.”
그녀가 날 보며 빙긋이 웃었다.
“나요? 나한테 무슨 신세를 져요? 신세로 치자면 내가 갚을 게 훨씬 많은데…….”
“아니에요. 언젠가 꼭 한 번 내가 마음에 가진 빚을 갚으려고 했는데 지금 그때인 것 같아요.”
그녀가 가방을 열어 나에게 담배갑만 한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열어 봐요. 보석은 아니니까 그런 기대는 하지 말아요.”
“도대체 뭔데 그래요?”
상자를 열자 그 안에 조그마한 플라스틱 케이스가 들어 있었고, 그 안에 작은 크기의 메모리 카드가 있었다.
“이게…… 뭐예요?”
“혹시나 몰라서 가져와 봤어요. 지훈 씨가 싸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휴대폰 외장 메모리에 끼우면 바로 재생되니까 지금 한번 봐요.”
“내 건 외장메모리 호환이 안 돼서 재생할 수가 없네요.”
“그럼 내 핸드폰에도 옮겨 놓았으니까 이거 봐요.”
그녀가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꽂은 다음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어두운 공간에 여러 개의 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로 들어서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 실장과 한 이사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얼굴도 선명하게 나타나 있을 뿐만 아니라 말소리까지도 뚜렷하게 들렸다.
그제야 거기가 어딘지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서 마담 가게 안에 마련된, 그리고 나도 가 본 적이 있는, 그곳이었다.
“여긴…….”
“기억나죠? 지훈 씨도 몇 번 가 봤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걸…….”
“이런 장사하면 귀찮은 일이 많이 생겨요. 그러다 보면 나도 만약을 대비해서 하나쯤은 나만의 무기를 장만해 두어야 하거든요. 그게 이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이걸 만들어 가지고 있을 사람을 추측해 봤을 때, 오 실장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혜진 씨밖에 없어요. 이걸 내가 공개하게 되면…….”
“상관없어요. 지금 나가면 안 돌아올 거니까.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사람이 감옥에 있거나 감옥에 없더라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혜진 씨…… 마음은 고맙지만 아무래도 위험해요.”
“나는 내일 당장 떠날 거예요. 이걸 쓰고 안 쓰고는 이제 지훈 씨 자유예요. 하지만 꼭 오 실장에게 한 방 먹여 줬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서 마담이 딱히 오 실장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을 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왜…….’
“사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 자리라뇨?”
서 마담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날, 오 실장과 함께 지훈 씨가 같이 병원에 왔던 날…….”
‘그날이라면…….’
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 실장이 내뱉었던 끔찍한 말들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걸 들었어요?”
서 마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리하면서까지 왜 나에게 이걸 전해 주었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사람이, 그것도 아이가 죽어 가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혜진 씨…….”
“알아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그깟 일에 무슨 신경 쓰냐고 모르는 척하면 그만 아니냐고 하겠지만 나한텐 아니에요.”
“…….”
“이건 애달프게 죽은 내 아이를 모욕한…… 그 사람에 대한 벌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내 아이를 위로해 주었던 지훈 씨에 대한 선물이에요. 그러니까 그거 가지고 그 사람한테 지지 말아요. 그리고 지훈 씨가 원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럴 테니까…….”
그녀가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세상 그 어떤 위로보다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다.
“고마워요. 솔직히 막막했는데, 이제 다시 싸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혜진 씨 덕분이에요…….”
“아차, 이건 보너스.”
이번에 그녀가 내민 건 서류 봉투 뭉치였다.
“이건 또 뭐예요?”
“내가 의외로 좀 꼼꼼한 구석이 있거든요. 그 사람이 거기 데리고 왔던 사람, 날짜, 그리고 우리 가게에서 쓴 금액, 누가 결제를 했는지, 2차를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 등등이 모두~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는 장부들이죠. 대부분 2차를 나갔으니까 성상납을 증명해 줄 만한 자료가 되겠네요. 메모리카드 안에 그 두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이 녹화된 자료들도 많으니까 그걸 가지고 아마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훈 씨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하아…… 어떻게 이런 걸,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요.”
“우린 친구니까 이제 그만 고마워해도 돼요.”
“아마 나중에 일이 잘 풀린다면, 난 필리핀에 있을지도 몰라요. 혹시라도 필리핀에 오게 되면 연락해요. 내가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다 할게요.”
“그 약속 지켜요~! 거기 가서 빈대 붙을지도 모르니까. 흐음…….”
“살아도 돼요~”
“하핫…… 고민해 볼게요~ 이제 그만 가 봐야겠어요. 여기에서 헤어지면 오랫동안 못 보겠네요. 다시 볼 때까지 건강해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고 내게 악수를 청했다.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거렸다.
악수를 마치고 그녀가 나를 안아 주었다.
“다 큰 남자가 눈물이 헤프면 못써요. 씩씩하게 잘 해 나갈 거예요. 힘내요.”
그렇게 내 등을 토닥여 주고 그녀가 자리를 떠났다.
***
하루 만에 다시 우리 세 사람이 모이게 됐다. 나는 그들에게 가진 자료를 모두 보여 주었다.
자료를 확인하며 강 총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것들 모두 어디서 난건가? 이런 게 있었으면 왜 진작 말을 안 했나?”
“저도 오늘 선물 받은 거예요.”
말을 하고 내가 웃자, 둘 다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선물이라뇨?”
오정윤이 의아한 듯 다시 물었지만 내가 대충 얼버무려 버렸다.
“그게 뭐가 중요해요? 우리 손에 이 자료들이 들어왔다는 게 중요하지. 안 그래요, 총장님?”
“이걸 터트리면 걸려 들어갈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거의 핵폭탄급이야.”
“신문 보니까 오 실장을 살리기 위해서 이 비서가 덤터기를 쓰는 분위기더라구요. 오 실장을 묵인해 준 회계법인 ‘한경’도 오 실장과 관련이 없다는 걸로 나오고…….”
“그런 상황이지…….”
“그런데 이 비디오 하나만 봐도. 그들의 말은 이미 진정성을 상실하게 되는 거죠. 오 실장이랑 한 이사가 같이 섹스까지 하는 사인데,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 또 실장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는 게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는 거죠. 또 여기에는 총장님 얼굴이 없으니까 뿌려도 무관하겠죠?”
“그렇긴 하지…… 흠!”
“장부에서도 총장님에게 해가 될 만한 건 미리미리 정리해 둘게요.”
“그, 그래야지…….”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오정윤이 나에게 물었다.
“이제 전면전이죠. 송 회장 아니라 그 이상의 누가 와도 손 댈 수 없는 진실이 다 까발려지게 되면 어쩔 수가 없을 거예요. 유튜브에도 영상을 뿌릴 거고 각종 언론사에 모두 다 보낼 거예요. 아마…… 난리가 나겠죠? 이젠 아무리 노력해도 끌 수 없는 불이 될 거예요.”
“그럼…… 송 회장 해임 건도 훨씬 수월해지겠어요.”
“그렇겠죠. 이거 기대되는데요?”
“원래 여론이 들고 일어나면 아무도 막을 수가 없지. 수사가 안 되던 사건도 여론이 들고 일어나면 관심을 가지고 수사가 진행되는 것처럼 말이야. 이걸 본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두고 보면 알겠죠? 그리고 사장님 부탁 하나 드릴 게 있어요.”
“말해 봐요.”
이제 내일이면 모든 게 드러날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노려 내가 원하는 걸 쟁취하기만 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