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65장. 풍전등화 (2) / 66장. 폭탄선언 70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65장. 풍전등화 (2) / 66장. 폭탄선언 70화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자,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오 실장에게 감사를 표하네.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의 관계는 더욱더 공고해질 것이고, 오 실장도 곧 있을 공천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갈 것이라고 믿네. 이런 자리엔 술이 제격이지만 오늘은 여자로 대체하자구…… 허허허.”
자리가 모두 정해지자 조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장연설을 쏟아 냈다. 옷을 벗고 떠들어 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없었다.
나는 그저 내 앞에 있는 가녀린 유연의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국 유연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내 욕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여기까지 따라와 줬다. 오 실장의 제안에 장단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오로지 나와 함께하기 위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자 그럼 오늘의 첫 번째 파트너부터 정해야 할 순간이 왔네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어렵게 여기까지 와 주신 조관웅 대표님께 첫 번째 선택권을 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오 실장이 운을 띄우자 조 대표가 만족한 듯 웃었다. 거기에 대고 다른 사람이 반대를 할 수는 없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 의사 표시를 했다.
어차피 여기에서 슈퍼 갑은 조 대표였다.
“그럼 다들 찬성하신 걸로 알고 조 대표님에게 첫 번째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조 대표님은 첫 번째 상대로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
그가 고개를 돌려 여러 여자들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봤다. 차례차례 꼼꼼히 훑어보던 그의 시선이 석 기자가 데려온 여자에게 잠시 멈췄다가 다시 유연에게 향했다.
뱀처럼 징그러운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유연이 고개를 돌렸다.
‘제발…….’
“고민이 되기는 하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오 실장의 정성도 있고…… 해서, 오 실장의 아내를 선택하겠네.”
“감사드립니다. 아마 이 사람도 처음으로 조 대표님을 모실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일 겁니다. 다음은 석 기자님?”
다음 사람들이 차례대로 자신과 함께할 파트너를 골랐다. 너무 주먹을 꽉 쥐었던 탓일까 손톱이 손바닥을 찔러 설핏 피가 배어 나왔다.
유연이 잠시 뒤를 돌아봤다. 예쁜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병신같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각자의 파트너 침대로 자리를 옮겨 주시죠. 조 대표님은 이쪽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그러지.”
그가 흉한 물건을 덜렁거리며 유연의 침대로 와서 앉았다.
“이건 예술이야…….”
그거 유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 실장이 조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66장. 폭탄선언
조 대표가 입맛을 다시며 유연에게 다가갔다. 악마 같은 그의 손길이 유연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가슴속의 무언가 뜨겁게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도저히 내가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모든 걸 너무 낙관적으로만 생각했나 보다. 버텨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눈앞에서 벌어질 끔찍한 상황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이 상황은 막고 봐야 했다.
주먹이 아직 쓸 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리비리한 샌님 몇몇과 나이 먹은 영감탱이 몇 명쯤이야 미친 척하고 발광하면 어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낯짝 두꺼운 영감탱이 얼굴을 한 방 시원하게 갈겨 주고 이 방을 빠져나갈 작정이었다.
결심하고 한 발 앞으로 발을 뗀 순간!
“잠시만요.”
모든 게 시작되려는 타이밍에 유연의 조용한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 앞으로 튀어나갈 생각이던 나도 잠시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무슨 일이지……?’
“왜 그러시는가?”
조 대표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직까지는 한없이 인자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못 하겠어요.”
“뭐…… 뭐야?”
다른 침대에서 듣고 있던 오 실장이 깜짝 놀라 유연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다른 사람들도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이쪽을 지켜봤다.
거절하는 사람이 생기자 당연히 흥이 깨진 듯 분위기가 싸해졌다.
“당신 왜 그래?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죄송합니다, 조 대표님. 이 사람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언을 한 것 같습니다. 다시 제가 잘 타일러서…….”
“저, 임신했어요.”
순간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줄 알았다.
“너 진짜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을!”
“확실해요. 이번엔.”
처음에는 붉게 달아올랐던 오 실장의 표정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갔다. 뒤에 있던 사람들도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흐음……! 흠! 어허!”
유연의 임신 얘기에 조 대표의 얼굴이 굳어지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 실장, 이게 무슨 일인가?”
“아닙니다, 조 대표님 이 여자가…….”
“당신 아이잖아요.”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오 실장이 유연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뭐야 정말 죽고 싶어?!”
“그럼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할 셈이에요?”
순간 오 실장의 얼굴이 또 다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유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자신의 아이를 부정하는 순간, 자신이 생식 능력이 없다고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말 테니까.
오 실장은 유연이 입만 열면 자신의 모든 게 탄로 날 위기에 놓였다.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오 실장에게는 사형 선고와 같은 일이었다.
“우리가 아이를 가지게 된 과정까지 여기서 다 떠들어야 할까요?”
유연은 침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다 마쳤다. 대담하게 떨지도 않고 오 실장을 노려보며 자신이 할 말은 다 하고 있었다.
진짜 아이를 가진 건지 아닌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임신 소식보다 더 좋은 카드는 없었다.
유연은 역시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였다. 말을 꺼낸 타이밍도 기가 막혔고, 몇 마디로 오 실장을 완전히 코너로 몰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마치 이 모든 일을 유연이 꾸민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오 실장…… 일을 왜 이렇게 만드나?”
“죄송합니다, 조 대표님.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자네 아이를 가졌다는데 이게 흥이 나겠나? 으흠…… 이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취소를 했었어야지. 자네도 그렇겠지만 여기 다 바쁜 사람들 아닌가?!”
호통에 가까운 조 대표의 꾸지람이 이어지자 오 실장도 송구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 대표님. 제가 어떻게 해서든…….”
“이제 와서 뭐 어쩌겠는가? 이대로 강행했다가 혹시라도 자네 와이프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그 원망을 누가 다 듣겠는가?”
“아닙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됐네. 이미 깨진 판이야. 다들 일어나지?”
조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른 사람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 대표님, 잠시만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후일을 기억하지. 나중에 다시 봄세. 그럼 이만 일어나겠네.”
조 대표가 방을 빠져나갔다. 오 실장의 얼이 빠져 있는 사이 한 이사가 재빨리 조 대표 뒤로 따라붙었다.
이제 모두 나간 방에 우리 셋만 남았다. 잠시 머리를 쥐어뜯던 오 실장이 유연의 손목을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도 황급히 그들을 뒤따라 내려갔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갔고, 한 이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유연은 침착한 표정으로 다시 옷을 챙겨 입었다. 나와 오 실장도 옷을 입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유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형, 자리 좀 비켜 줘요. 그리고 밖에 있는 애들 마당에 좀 대기시켜 놓고.”
“그래 알았다.”
한 이사와 은지도 집을 빠져나갔다.
“네가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뿐이에요.”
“사실? 웃기고 있네! 그게 왜 내 애야?”
“그럼, 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지 그랬어요?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야, 신유연!! 너 정말 미쳤어? 저 새끼 애를 가져 놓고 이렇게 당당한 거야?”
“그걸 바란 건 당신 어머니예요! 내 책임이 아니라고요. 임신했다고 어머니한테 말씀 드릴 거예요. 판단은 당신이 아니라 어머님이 하시겠죠.”
오 실장의 시선은 어느새 나에게로 향해 있었다.
“너희 연놈들이 무슨 작당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너흰 실수한 거야. 임신? 좋아. 낳아 봐. 대신 저놈 자식이 평생 자기 운명을 저주하도록 만들어 주지. 내가…… 짓밟고 또 짓밟아서 평생 동안 태어난 걸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그리고 너희 둘은 그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보지도 못 할 거야. 당신은 아이를 놓고도 얼굴 한 번 볼 수 없을 테니까.”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유연이 아이를 가졌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 떨림이 그 말이 진실이라고 나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지금 유연의 모습은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남자의 협박에 진심으로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 그 자체였다.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잖아? 너도 네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그리고 저놈도! 너도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리고 다시 내 눈앞에 보이면, 그때가 네놈이 죽는 날이야.”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오 실장의 시선을 피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를 가진 여자한테 허튼수작할 만큼 쓰레기는 아니겠죠?”
“뭐 이 새끼야?!”
“이젠 당신 직원 아니니까 반말하지 마, 이 개새끼야!”
“오호라 너도 이제 막 가자는 거구나. 그래, 이제 본색을 드러내야지. 그런데 똑똑히 알아둬. 개가 주인을 물면 어떻게 되는지. 따라와.”
오 실장이 유연의 손목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 손 놔~!!”
문을 열고 나가는 오 실장을 재빨리 따라 나갔다. 그리고 오 실장에게서 유연의 손목을 낚아채 왔다. 유연이 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오 실장 뒤에 있던 덩치를 여러 명이 그에게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 이것들이~! 잘도 나를 속였겠다…… 야~!!”
오 실장이 뒤에 덩치들을 향해 소리쳤다.
“네!”
“저 여자 데려오고! 저 새끼는 흠씬 두들겨 줘.”
“네!!!”
덩치들이 나에게 슬금슬금 가까워졌다. 당연히 나에게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맞서 싸울 시간에 그녀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유연 씨, 데리러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고개를 돌려 그녀만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랑 몸조심해요.”
덩치들이 그녀를 데려갔다. 그리고 녀석들의 구둣발과 주먹이 사방에서 날아들기 시작했다.
“안 돼~!! 아아악~!! 때리지 마~! 그러지 마~!!”
바닥에 나뒹굴면서도 신기하게도 내 눈에는 그녀의 모습만 보였다.
덩치한 놈이 그녀를 안다시피 해서 밖으로 데려갔다. 오 실장은 나를 비웃고 그 뒤를 따랐다.
‘조금만 기다려요…… 유연 씨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울고 있는 유연의 모습이 내가 본 마지막이었다.
눈을 떠보니 한적한 골목 길바닥이었다.
우선 몸을 움직여 봤다. 다행히 손가락 발가락도 다 움직이는 것 같았고 여기저기 온몸이 쑤시기는 했지만 못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섰다. 어두운 골목길에 다시 일어섰다.
오늘부터 내가 살아갈 세상은 이제부터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들 것이다.
이제는 그녀와 함께 내가 지켜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그것을 상기하자 휘청거리던 다리에도 힘이 생겼다. 잘 먹고 잘 살아야지라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금 내 목표는 그녀를 데려오는 것 하나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