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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64장. 폭풍 속으로 (2) / 65장. 풍전등화 (1) 69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9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64장. 폭풍 속으로 (2) / 65장. 풍전등화 (1) 69화

조금 더 시간이 흘렀고 네 사람이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이름만 대면 얼굴을 알 만한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아마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현직 야당의 당대표 조관웅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왼쪽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뽑힌 한성일보 석주민 기자가 자리해 있었다. 그들도 모두 양쪽에 여자 한 명씩을 끼고 나타났다.

강 총장도 놀란 강아지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 오랜만이군, 한 이사는. 오 실장이야 요새 자주 보니까……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보니까 더 반갑구만. 안 그래 석 기자?”

 

“저야 대표님 덕에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석 기자가 조 대표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텔레비전 속에서 보던 참된 언론인 따위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두 분에게 걸맞게 아주 지성과 미모를 갖춘 파트너분을 모시고 오셨군요.”

 

강 총장이 조 대표에게 인사를 건넸다.

 

“허허허. 강 총장 취향에 맞으려나 모르겠어?”

 

“머리에 먹물 꽤 들어 있는 년들이, 침대 위에서는 더 요란한 법이지요.”

 

“하긴 그것도 그렇지. 일단 앉아서 이야기들 나누지.”

 

일렬로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기다란 소파 위에 모든 사람들이 자리했다. 당연히 나는 뒤에 서 있었고 아직 유연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유연도 알고 있을까?’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서 비틀어 대는 것처럼 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조합이었다. 법, 정치, 경제, 언론에 있어서 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저런 자들이 똘똘 뭉쳐 있으니 아무도 저들을 건드릴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앉아 있는 건 다섯 명이지만, 저들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이 그 주위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저들이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기 서 있는 저 청년은 누군가?”

 

따로 혼자 떨어져서 있는 내가 조 대표 눈에도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 제가 데리고 있는 친구인데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플레이에는 참여하지 않고 지켜만 볼 예정입니다. 불편한 일이 있으면 돕고 지켜만 볼 겁니다.”

 

“오 실장이 어련히 알아서 했겠어?”

 

“그럼요. 그냥 집 지키는 강아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주 훈련이 잘된 개니까, 짖을 염려도 없지요.”

 

“그래…….”

 

“대표님도 아주 멋진 파트너 분을 데려오셨습니다.”

 

“아하~ 우리 오 실장 부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요새 뒤늦게 중국에서 많이 부른다고 하는군.”

 

“안녕하세요. 주혜림이에요.”

 

당돌하게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지금껏 수동적으로 남자들의 이야기에 끼지 못했던 다른 여자 파트너들과는 분명 달랐다.

자기가 정말 조 대표 여자라도 된 것처럼 한껏 어깨가 올라간 모양새였다. 조 대표도 그런 여자를 귀엽게 바라만 볼 뿐 말리지는 않았다.

 

“반갑습니다.”

 

오 실장이 대신해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도 오늘 여기 도착하고 나서야 오 실장님이 계신 줄 알았네요. 그래서 너무 의외이기도하고…….”

 

“어떤 부분이 의외셨나요?”

 

오 실장이 주혜림을 보고 친절한 얼굴로 물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오 실장님 아내분이 이쪽 바닥에서는 독보적인 캐릭터잖아요? 남자들의 첫사랑 청순한 여자의…… 거의 결정판 수준이죠.”

 

신기하게도 주혜림의 이야기에 다른 남자들이 모두 주목을 했다.

 

“그런데 아다시피 우리 업계에서 겉과 속이 같은 사람들은 실상 얼마 되지 않거든요. 빨리 뜨고 싶고 조금 더 잘나가고 싶으니까 주변의 유혹들을 뿌리치기가 힘들죠. 제가 듣기로 신유연에게 마수를 뻗친 남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고 하던데…… 그 사람들을 모두 물리치고 오 실장님이 최종 승리자가 되셨더라구요…… 그런데 그 신유연을 오늘 여기서 볼 수 있다니…… 여자인 저도 이렇게 기대되고 흥분이 되는데 다른 남자분들은 오죽 하실까……?”

 

분명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젠 탐욕으로 가득 찬 악귀 같은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이런 이야기를 유연이 들을 수 없는 게 다행이었다.

 

“안 그래요? 김 기자님?”

 

석주민 기자의 옆에 있던 여기자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러자 석주민 기자가 대신 나섰다.

그러고 보니 김 기자라는 여자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굵직한 사건에서 자주 얼굴을 비치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미모의 여기자로 이름이 높았던 그녀였다.

 

“이 친구도 아직 더 커야 하는데 또 이런 풋풋한 맛이 있으니까 데려왔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이제 다 됐는데…… 오늘의 히로인께서는 어디 계신가?”

 

조 대표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오 실장에게로 쏠렸다.

 

 

65장. 풍전등화

 

 

“여기 아름다우신 분들이 이렇게 많으신데 조 대표님께서 친히 제 아내를 히로인이라고 칭해 주시니 제가 다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자고로 여자들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리지 않습니까? 안에서 단장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내놈들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누가 있는지도 너무나 확연했다.

 

‘악마 같은 새끼들…….’

 

“다들 궁금해하실 텐데 그럼 이만 나오라고 할까요?”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오 실장이 뜸을 들이자 조 대표가 다급한 손짓으로 얼른 데려오라는 표시를 보낸다. 그러자 오 실장이 직접 일어나 뒤쪽으로 가서 방문을 열었다.

 

“나오지.”

 

그의 짧은 말이 있고나서 몇 초 후 드디어 유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색의 A라인 원피스를 입은 유연이 밖으로 걸어 나오자 남자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태라 그녀는 지금 세상 그 누구보다 밝게 빛이 났다. 나도 지금 상황을 잠시 잊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잠시 후 그녀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불안하게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유연의 손을 보니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무서워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한 건 그녀도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 실장이 미리 언질을 준 건지 모르겠지만 느낌은 확실했다.

오 실장이 직접 유연을 에스코트해서 조 대표 앞까지 데려갔다.

 

“인사 드려.”

 

아무 말 없이 유연이 고개만 숙였다.

 

“무례하게 무슨 짓이야? 조 대표님을 앞에 모시고 말소리도 안내고 인사를 하겠다는 거야?”

 

오 실장이 살짝 언성을 높이자 조 대표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올린다.

 

“너무 다그치지 말아요…… 긴장해서 그런 건데, 안 그래요?”

 

석 기자라는 놈은 아까부터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넋을 잃고 유연만 쳐다보고 있었고 조 대표는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조 대표님, 저도 언론사 있으면서 난다 긴다 하는 여배우들 다 만나 봤는데, 이건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진짜 연예인을 만난 기분입니다. 하하…….”

 

“듣고 있으면 살짝 기분이 나빠지는 거 같긴 한데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여자가 봐도 빛이 난다.”

 

“다들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비행기 태우시면 곤란 합니다. 하하하.”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올라가는 게 어떤가?”

 

조 대표가 벌써부터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옆머리가 벌써 희끗희끗한 60대였지만 평소 운동을 즐기고 호방한 성격 탓에 아직도 체형이나 외향은 남성다움을 물씬 풍겼다.

 

“그러실 줄 알고 술과 음료는 2층에 따로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술, 그까짓 게 지금 무슨 소용인가? 먼저 한 번 즐긴 다음에 술로 목을 축이는 게 어떤가?”

 

조 대표의 성화에 오 실장도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뭐 그러시다면 올라들 가실까요.”

 

“그렇게 하죠. 근데 여기에서 다들 벗고 움직이시죠?”

 

석 기자의 뜻밖의 제안이었다.

 

“굳이 그럴 것까지야…….”

 

“조 대표님도…… 참…… 일전에 윤 의원이 요정에서 놀다가, 동석한 사람이 양복 주머니에 꽂아 놓은 볼펜카메라에 찍혀서 의원 생활 끝난 거 보고도 그러세요? 여기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기 위해서 그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올라가면 다 벗어야 되는데 여기서 먼저 훌훌 벗는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 오 실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오 실장 딴에는 자신이 준비한 것을 상대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뉘앙스 때문에 조금 기분이 나빴나 보다. 가끔 화가 날 때처럼 귀가 빨개져 있었다. 하지만 조 대표 앞에서는 그런 표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따라야지요. 또 어차피 벗어야 할 옷들인데 미리 벗는다고 문제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그래, 그렇다면 뭐…… 다 벗어 볼까? 허허허,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구만.”

 

“그럼 탈의하시죠.”

 

오 실장의 말에 조금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재킷과 셔츠를 벗었고, 여자들은 치마와 원피스 지퍼를 내렸다.

유연은 순간 나를 한 번 쳐다본 후 잠시 머뭇거렸다. 그사이 다른 사람들은 이미 거의 옷을 벗고 있었다.

이제 여기에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유연과 나 둘뿐이었다.

 

“뭐해? 벗지 않고? 그리고 너도 벗어.”

 

오 실장이 유연에게 다그치고 나에게도 옷을 벗으라고 했다. 이토록 짧은 몇 초의 시간이 몇 년처럼 길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망설이거나 고민할 시간도 나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내 손으로 이 상황을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다만 유연이 딱 한 마디만 해 준다면, 싫다고 더는 견디기 힘들다고 딱 한 번만 내 이름을 불러 준다면, 모든 걸 다 버리고 그녀와 도망갈 생각도 있었다.

고민하고 있는 나를 봤는지 그녀의 선택은 나보다 거침이 없었다. 유연이 원피스 지퍼를 내리고 어깨에 걸쳐져 있던 원피스를 내리자 그녀의 속옷이 다른 남자들 앞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순간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나도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힘들지만 그녀의 선택을 나도 따라 주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나도 모든 옷을 벗었다. 유연도 나를 보고, 남아 있던 속옷마저 모두 다 벗어 버렸다.

늑대들의 시선이 오로지 유연을 쫓고 있을 때 오 실장은 나를 보며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웃음을 지었다.

뽀얗고 투명한 유연의 피부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단백질 인형처럼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유연 때문에 다른 여자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 올라가시죠.”

 

“그러지.”

 

사회 지도층들이 여자들과 옷을 벗고 나란히 줄지어 계단을 오르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우스꽝스럽거나 해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일 게 뻔했다.

한 이사가 앞장서 모두를 2층으로 안내했고 왼쪽에 있던 커다란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안쪽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이 큰방의 구조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다섯 개의 커다란 침대와 창가에 쳐져 있는 커튼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석 기자님처럼 혹시나 그런 걸 굳이 의심하실 수도 있으니까 모든 걸 다 빼 버렸습니다.”

 

한 이사가 자랑스럽게 그 볼품없는 물건들을 흔들어 대며 지껄였다.

 

“다른 게 뭐가 필요 있나? 침대만 있으면 되는 거지 허허허.”

 

각 5개의 침대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운데 원심부를 제외화고 원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었다.

 

오 실장이 직접 침대를 배정했다.

 

“넌 여기에서 대기해.”

 

그는 나를 유연이 앉은 침대 뒤에 대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한 발짝 더 내 옆에 다가와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마 너랑 별 상관없는 여자라면 이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너한테는 여기가 지옥 불구덩이가 될 거야. 그리고 허튼수작은 하지 마. 지금쯤 문 밖에서 덩치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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