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61장. 밝혀지는 진실 (2) / 62장. 시험에 들다 (1) 66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61장. 밝혀지는 진실 (2) / 62장. 시험에 들다 (1) 66화
“너희 둘 모두, 이 차에 타.”
밖으로 나오자고 오 실장이 혹시라도 우리가 따로 말을 맞추는 걸 대비해서 같은 차에 타라고 명령을 했다.
불편하긴 하지만, 할 수 없이 우리는 모두 같은 차로 이동해야 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오 실장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나와 유연을 노려보기만 했다.
이제 물을 엎질러져 버렸다.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과, 아직 조금은 남아 있을지 모를 나에 대한 오 실장의 믿음이었다.
오 실장의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유연이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긴장되고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먹을 꼭 쥔 유연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는 게 내 눈에도 보였다.
‘괜찮을 거예요, 유연 씨…….’
지금부터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던 오 실장이 우리를 데리고 송 회장의 서재로 갔다.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고 안에서는 송 회장과 이 비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들? 무슨 바쁜 일이길래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는 거야?”
송 회장이 오 실장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오던 우리를 보고 순간 표정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옆에 있던 이 비서도 우리 얼굴을 보고 모든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제가 오늘 어디 다녀 온 줄 아세요, 어머니?”
“글쎄다…… 골프를 치러 간다고 하지 않았니?”
“그랬죠. 처음에는 그랬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저 두 사람이 같은 곳에 있더라구요. 거기다 집사람은 아무런 옷도 걸치고 있지 않은 걸 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했구요.”
“그……랬니?”
“어머니도 놀랍지 않으신가 봐요. 이렇게 태연한 반응이 나오시는 걸 보니…….”
“아들…….”
“저 두 연놈들이 어머니와 같이 이야기를 해야겠대요. 나는 뭔지 모르는데! 아무튼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해야 한 대요. 그러니까 이제 말해 주세요. 나는 모르고, 이 방 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게 뭔지!! 어머니가 직접, 말해 주세요…….”
“현태야…….”
“네…… 어머니!! 저 지금 정말 돌아 버릴 것 같으니까 그냥 말씀해 주세요…… 제발…….”
송 회장이 그녀의 아들과 우리를 모두 한 번씩 쳐다보고는 다시 이 비서와 눈빛을 교환했다. 이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도 결심을 한 눈치였다.
“내가…… 시켰다.”
“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 실장이 송 회장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거짓말하지 마세요. 어머니가 왜? 그러실 리가…… 없잖아요. 도대체 왜 어머니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똑똑히 들어라. 내 이야기를 듣고도 나약해 빠진 정신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면, 그때는 아무리 내 아들이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들을 준비가 되었니?”
오 실장이 자신의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말해 주세요…….”
폭풍전야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내가 저 둘에게 관계를 가지라고 했고 아이를 가지라고도 했다.”
“뭐라고요? 아이요?!”
“그래, 아이.”
평소에 아들에게만은 따뜻했던 송 회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지금 누구보다 차갑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왜요? 왜 저 자식 아이가 필요한 건데요? 왜…… 내가 아닌, 저, 저 아이……가…….”
오 실장은 말을 하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안타깝게도 현태 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구나…….”
“……제……가요?”
멍한 표정의 오 실장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왜요? 왜…… 제가……? 어머니, 하하하…… 농담이시죠? 제 아이를 가졌다고 찾아온 여자만 여러 명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왜?”
“나도 설마 했지만 다 가짜였다. 어렸을 때부터 유전적으로 넌 아이를 가질 수가 없는 몸이었어.”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부터! 이렇게 애처럼 굴 거야? 아이를 가질 수가 없는 게 뭐가 어때서? 저 두 사람이 너한테 훌륭한 아이를 만들어 줄 거야. 그럼 너도 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거야. 아들, 엄마를 믿어.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누구도 너에게 손가락질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내 말을 믿고 너는 그냥 아이를 가지면 되는 거야. 저 둘이 뭘 하든 너는 신경 쓰지 마. 저 계집은 그냥 장난감일 뿐이잖아……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더 예쁘고 좋은 장난감을 구해 줄게, 응?”
갈수록 가관인 모자였다.
“그럼…… 저한테…… 미리!! 으윽…….”
오 실장은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너는 내 아들이고 태양그룹 후계자야.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머지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흐흐, 흐흐흐…… 그래서요…… 구걸하듯 남이 던져 주는 아이를 제 자식으로 키우라고요? 내 와이프가 내 눈앞에서 다른 놈한테 가랑이를 벌리고! 그 씨를 받아 낳은 아이를, 제 자식으로 키우라고요? 어머니?!”
“왜 못 해?! 나는 그냥 내 손자를 낳아 줄 사람을 돈 주고 샀고, 네 아내 자리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야. 너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대를 이으면 되는 거야…….”
“어머니!!”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저깟 계집이 아까워서 그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속았다는 생각에 분해서 그러는 거야?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아니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니? 네가 자식을 낳을 수 없다고 좌절하고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도록 내버려 둬야 했니? 내가 어떻게 하면 네 기분이 풀리겠니?!!”
송 회장도 감정이 격앙된 듯 소리를 질렀다.
“으…… 으…….”
오 실장이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온몸을 비틀어 댔다.
“그럼 다른 방법도 있었잖아요. 인공수정이나 뭐 그딴 방법을 써서라도 하면 되잖아요! 왜 굳이 두 사람을 직접 만나게 하셨어요? 왜?”
“태백신당에 보살님께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인위적인 어떤 수단이라도 쓰면 너에게 화가 미친다고.”
“지금 그딴 늙은 여우 같은 인간에게 속아서…….”
“말조심하거라. 늙은 여우라니!”
“어머니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하셨는지, 알고나 계세요?”
“현태야.”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저를 위해서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부탁이에요, 어머니…….”
“이깟 일쯤은 훌훌 털어 버리려무나, 너는 큰일을 해야 해. 이런 것 따위로 흔들려서는 안 돼.”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하세요. 앞으로의 일들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어머님은 그만 빠지세요.”
송 회장이 못마땅한 듯 뭔가 한 소리를 하려고 했지만 뒤에 있던 이 비서가 그녀를 제지했다.
“알았다. 그럼 나가 봐라.”
송 회장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오 실장을 따라 유연과 나도 함께 나왔다. 이 비서가 뒤따라 가 오 실장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오 실장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두 사람은 따라와…….”
우리는 죄인처럼 오 실장을 따라 그의 방으로 갔다.
불편했다. 벌써 30분째고 오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말이라도 하면 차라리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후…… 네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야?”
오 실장이 나를 향해 물었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로 회장님이 시켜서 했으니까, 나를 배신한 건 아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회사에 출근도하기 전에 먼저 회장님께서 저를 만나자고 하셨고, 저도 약속을 했기에 말씀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실장님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 나 똑바로 쳐다봐. 그리고 대답해.”
오 실장이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부터 진실게임이 시작되려는 것 같았다.
“오늘까지 몇 번이나 둘이 관계를 가졌어?”
“세어 보지 않았습니다.”
“안 세어 보면 모를 정도로 많이 했단 말이군. 주로 보는 날이 있었나?”
“원래는 주 2회가 기본으로 되어 있었고 저번에 임신에 실패하시고 난 후에는 회장님께서 조금 더 자주 만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주로 만났습니다.”
“어머님 때문에 할 수 없이 가야 한다는 자리가 저기였나?
오 실장이 유연에게 쏘아붙였지만 유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래, 뭐 우리 어머니의 극성에 너희 둘이 할 수 없이 그랬다 생각하고, 아직 의심스럽고 이해가 안 가는 게 너무 많지만 다른 건 다 묻는다고 치잔 말이다. 그런데, 섹스를 하는데 왜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하는 거지? 일본에서도 둘은 같이 다녔잖아? 뭔가 이상하지 않아? 말해 봐…… 너희 둘이, 정말 몸만 섞은 사이야?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자신 있게 나한테 말할 수 있어?”
“다른 감정이 있을 리 없습니다.”
내가 먼저 대답을 해 버렸다.
“당신은 왜 아무 말이 없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랑 같이 잘 때는 하룻밤에도 수십 번 깨고 일어나 앉기를 반복하면서, 밖에 아무 감정도 없는 남자가 뻔히 있는데 발가벗고 잠을 주무셨다 이거지?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아…….”
“그건…… 피곤해서…….”
“닥쳐!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시겠다? 정말 너희 둘이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이지? 넌 앙큼하게도 나를 잘도 속였지만, 저 여자는 내가 잘 알지.”
“실장님.”
“됐어. 믿어 줄게. 하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만이야. 곧 까발려 줄 테니까 기대해.”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62장. 시험에 들다
어제 오 실장의 집을 나오고 나서부터는 유연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막상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들은 잠시 보류되었다. 아마도 오 실장의 지시가 떨어진 것 같았다. 다른 직원들도 이유를 궁금해 하며 나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그들 눈에는 내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일에서 배제되는 게 이해가 안 됐던 모양이다.
어차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정이는 태연한 척 일을 하고 있지만 계속 어두운 표정이었다.
회장님이 한 번쯤은 부르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로 봐서 우리 계약은 이쯤에서 끝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찾아 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모든 게 꼬여 버린 지금의 상황에서는 쉽사리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오 실장은 나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았고 나와 유연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가 어느 정도 유연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다. 곧 있을 그들만의 파티에 유연을 참석시키는 걸 고민할 만큼 유연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생겼다는 거였다.
엊그제 나를 바라보던 오 실장의 표정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가 유연을 바라보던 눈빛도.
단순한 분노도 아니었고 아픔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그에게 유연은 이제 단순한 집착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런 유연과 나와의 관계를 알게 된 오 실장이, 쉽게 넘어갈 리 만무했다.
어제 그가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됐어. 믿어 줄게. 하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만이야. 곧 까발려 줄 테니까 기대해.’
‘뭘 확인하고 뭘 까발리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