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58장. 오정윤 (2) / 59장. 전략적 파트너들 (1) 63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58장. 오정윤 (2) / 59장. 전략적 파트너들 (1) 63화
“자…… 그럼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텐데…… 나한테 보여 준 그 사진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확실한지부터 확인을 해야겠죠?”
“물론입니다. 사장님도 단번에 알아보시지 않았나요?”
“그렇기는 하지만 요즘은 워낙 이런 걸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나는 폰으로 옮겨 온 오 실장의 동영상을 재생해 오정윤 사장에게 보여 주었다. 희미하게 소리가 나긴 했지만 신음 소리도 들렸고, 오 실장과 유정이가 섹스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표정 없이 관찰하던 그녀의 얼굴이 붉어질 만큼 음란한 섹스였다.
“흐음…….”
동영상 재생이 끝나고 내가 휴대폰을 끄자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나이가 있었지만 꽤 젊어 보이는 그녀였다.
“우선 당신이 누군지부터 알아야겠네요. 이거, 직접 찍은 건가요?”
“네.”
“그렇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태양그룹 직원이라는 이야긴데 맞아요?”
오정윤 사장은 퍼즐 맞추기라도 하는 듯,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어 가기 위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저 동영상 속에 있는 여자가 누군지도 알고 있어요?”
“물론입니다.”
“하하…… 하하하하…….”
난데없이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거 재미있네요. 혹시 이 여자도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인가요?”
“네.”
“이 여자 이름이 뭐죠?”
“신유정입니다.”
“신유정이라…… 내 기억이 틀린 게 아니었네…….”
그녀는 혼잣말처럼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혹시 둘이 무슨 사이인지도 알고 있어요?”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아, 알고 있습니다. 신유정 씨와 신유연 씨가 자매사이라는 거.”
오정윤이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두 분 사이를 알고 있다는 건 오 실장님도 알고 계십니다.”
“그래, 요? 그런데 여전히 오 실장이랑 함께 일을 하고 있다구요?”
“네.”
“흐음…… 그럼 이제 당신이 누구인지부터 먼저 밝혀야 하겠군요.”
“저는 유지훈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태양그룹을 수석 입사했고 오 실장님을 측근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그녀가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오 실장을 측근에서 모신다고요?”
“네.”
“그것도 의외네요. 걘 아직 개인 비서도 안 쓰고 있는데 측근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기왕에 뭔가를 밝히려면 시원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개인 비서가 없으시기 때문에 저를 비서처럼 쓰고 계십니다. 일본 출장도 제가 수행해서 같이 다녀왔고 각종 술자리, 모임, 그리고 섹스파티까지 저를 동행하십니다.”
“하하하, 하하하…… 웃어서 미안해요. 그 정도면 충분히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웃음을 멈춘 후 그녀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나에게 질문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엘리트코스에 진입했고, 오 실장이 전폭적으로 밀어줄 것 같은데 왜 나에게 온 거죠? 이건 그쪽이 봐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이야기 아닌가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그냥 오 실장 쪽에 남아 있는 걸 선택할 것 같은데……?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제가 밀어내고 싶은 대상과 사장님이 밀어내고 싶은 대상이 같을 뿐입니다.”
“그러니까요. 왜 탄탄대로 출셋길을 내버려 두고 그 대상을 오 실장으로 정했냐고 묻는 거예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구체적으로 뭘 얻고 싶은 건가요? 돈인가요? 아니면 자리?”
역시 이런 사람들은 어떤 조건이나 목적에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행동의 동기가 유연 때문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차라리 목적을 돈으로 돌리는 쪽이 더 현실성이 있어 보였다.
어차피 돈이라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일 테니까.
“일이 잘 성사되면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돈이라…… 뭔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설명은 아니네요. 당신은 눈을 보면, 분명 돈 말고 다른 게 있긴 하겠지만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그러지 않아도 돼요. 내가 굳이 알 필요도 없고, 나도 내가 원하는 것만 얻으면 되니까…….”
“…….”
“그런데 안타깝네요. 보여 준 이 자료만으로 오 실장을 옭아맬 수는 없어요. 물론 이런 막장 스토리에 불륜 치정극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다예요. 결정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오 실장에게 등을 돌릴 수 있게 만드는 파급력은 없어요. 대주주들이나 다른 직원들이 오 실장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거기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불행한 일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다시 말하면 이 정도로는 오 실장에게 생채기를 내는 수준도 안 될 거예요.”
“이것 말고도 있습니다. 오 실장님의 지시로 분식회계 관련된 일을 제가 일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자료들을 모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으면 오 실장님에게도…….”
“아직 신입사원이라더니 정말 티가 나네요.”
그녀가 코웃음 쳤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아직 순진해서 잘 모르나 본데 국내 대기업 중에 분식회계나 다른 비자금을 갖고 있지 않은 회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말로 그런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을 거예요. 바꿔서 이야기하면 모두가 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거죠. 그게 왜 그럴까요? 검찰의 수사능력이 떨어져서일까요? 아니면 그들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일까요?”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죠. 알고 있지만 안 하는 거예요. 왜 안 하냐고요?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니까요. 아주 유기적이죠. 서로 모나게 튀어나온 부분 없이, 서로의 빈틈을 잘 메워 가며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거죠.”
“…….”
“지훈 씨가 그런 걸로 걸고넘어진다고 해서 누가 콧웃음이나 칠까요? 정말 그럴까요?”
“그러니까 사장님께서 도와주시면…….”
“내가 대신 싸운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어요. 그럼 나보고 확률도 모르는 게임에 무작정 뛰어 달라는 건가요?”
그녀의 말은 한마디도 틀린 게 없었다.
“그럼…… 그 톱니바퀴들을 한꺼번에 부숴 버릴 만 한 걸 들고 오면…… 될까요?”
59장. 전략적 파트너들
분명 내 말을 듣고, 어둠 속에서도 고양이처럼 반짝이는 오정윤 사장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확신할 순 없지만 확실히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사장님도 귀가 있으시다면 혹시 들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오 실장님이 최근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그 사람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오 실장님의 배후를 봐주고 계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죠. 만약 저에게 그것들을 깨부술 카드가 있다면, 그때는 저와 함께 싸워 주시겠습니까?”
“그게 어떤 거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네요. 그 사람들의 치부를 모두 들추어내려면 국정원이 나서도 안 될 판인데, 지훈 씨가 어떻게 그 사람들을 한꺼번에 깨부술 수 있다는 거죠?”
“만약에 있다면요. 그때는 저와 함께 싸워 주실 건가요?”
아직 완전히 나를 신뢰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만약 정말 그런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내 파트너로 인정해 줄게요. 그에 합당한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도 이루어질 거고.”
“그럼 준비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죠.”
“잠깐 그 자료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준비되면 직접 보시고 판단하세요. 허튼소리 하려는 건 아닙니다. 굳이 돈이 아니라도 예상하셨다시피 저는 꼭 오현태 실장을 무너뜨려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싸움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준비한 다음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조금 뒤 늦은 질문이긴 하지만, 어떻게 날 찾았어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왜 내가 당신이 오 실장을 무너뜨리는데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죠?”
“다른 대주주 분들을 만날 때는 일반적인 식당을 이용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어요. 혹시라도 오 실장님이 눈여겨본다면 알아차리지 않겠어요.”
“아…….”
그녀도 이제야 뭔가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충고 고마워요. 지훈 씨라고 그랬죠? 만약 지훈 씨가 정말 날 도와줄 수 있다면, 아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예요. 우리 둘 모두에게 행운을 걸어 보죠.”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내가 차에서 내리자 오정윤 사장의 차가 멀어졌다. 신분을 밝히지 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정도도 노출하지 않고 나를 믿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선 중요한 건 모두를 날려 버릴 폭탄을 내 손에 가질 수 있느냐는 거였다.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은지에게 보낼 메일을 작성했다.
메일에 카메라를 전달해 줄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CCTV를 피해 사각지대로, 내가 준비한 소형카메라를 던지면 마당에 있는 은지가 그걸 주워서 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제에서 그렇게 쉽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편한 날짜와 시간을 알려 달라고 덧붙인 후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빨리 확인을 할 수는 없겠지? 휴대폰이 있다면 조금 더 연락하기가 쉬울 텐데…….’
오 실장이 준비하는 그 파티에는 강 총장과 그 이상의 거물급 인사들도 함께 올 것이 자명했다. 그 장면을 모두 카메라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았다.
그 자료를 가지고 누구와 어떤 협상을 할지는 나중 일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한 관계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우선할 리는 없었다.
원래 톱니바퀴라는 게 그런 거다. 한 곳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전체가 와장창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그런 밑그림이었다.
그들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이전투구의 양상. 그러기 위해서는 은지와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
오전 내내 계속 일은 안 되고 휴대폰만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휴대폰이 없는 은지에게 연락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일뿐이었다. 바로바로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이 이렇게 불편한 걸 새삼 깨달았다.
점심을 먹고 화장실로 가 있는데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낮 시간 동안 마당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건 할 수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발견하면 안 되니까, 네가 말한 그 장소에 내가 있을 때 정확히 던질 수 있어야 해.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주워서 안으로 가지고 오면 되니까…….
그리고 요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 옆집에 무슨 공사를 하나 봐 인테리어를 다 뜯어고치고 사람들이 어제 오늘 계속 들락거리고 있어.
오늘 저녁이면 끝난다고 하니까, 내일 초저녁에 해가 살짝 지는 시간, 7시 정각에 거기로 던져. 그 사람도 내일은 늦게 오는 날이고, 뭐가 날아 들어온다고 해도 그 시간에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
이걸 촬영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무섭다, 지훈아.]
최후의 무대는 한 이사의 옆집이 될 공산이 높았다. 그리고 그 집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상황에서는 은지밖에 없었다.
은지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건 사실이었지만 만약 성공할 수 만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었다.
퇴근하면서 속칭 뽁뽁이라 불리는 재료를 사서 집으로 갔다. 그 포장재로 카메라를 완전히 감싸고 겉에는 테이프를 몇 겹 둘렀다.
워낙 작은 사이즈이다 보니까 포장을 한 상태에서도 계란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였다. 이제 이걸 잘 던지기만 하면 끝나는데 내 팔이 해내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