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57장. 연락이 오다 / 58장. 오정윤 (1) 62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57장. 연락이 오다 / 58장. 오정윤 (1) 62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벌써부터 걱정스러운 표정의 유연이었다.
“이거 봐. 벌써 잔뜩 겁먹은 표정이잖아요.”
“안 그럴 테니까 어서 말해 봐요.”
“내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리긴 힘들어서요. 최대한 빨리 유연 씨를 데려다가 내 옆자리에 앉혀놓고 싶어요.”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나한테 다 계획이 있어요.”
“무슨 계획이요? 혹시 위험한 일 아니에요?”
벌써부터 유연은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위험하고 비행기는 더 위험해요. 또 전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거, 알잖아요…….”
“알아요. 유연 씨 남편, 아직 나 같은 피라미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대단한 사람이죠. 그 정도 위험 감수하지 않고 어떻게 유연 씨를 뺏어 오겠어요?”
“방법은 있어요? 알고는 있겠지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나도 아직 그 속을 모르겠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거기에다 그 사람 주위에는 그 사람을 도와줄 많은 사람이 있어요.”
“알아요. 다 알아요. 그렇지만 내가 그걸 안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어요. 난 당신이 필요하고 내 여자가 되기를 원해요. 그러려면 나도 한 번은 그 사람들과 맞서 싸워야 해요.”
“어떻게요? 무슨 힘으로?”
“어? 나 못 믿어요? 이거 섭섭한데?”
“못 믿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알아요…… 그렇지만 날 믿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두 사람은 꼭 서로를 믿어야 해요.”
“그건 걱정 마요.”
“그럼 됐어요. 지금 나는 오 실장의 약점을 최대한 조사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나와 함께 오 실장과 싸워 줄 사람도 찾고 있어요. 그 일이 잘 해결되면 나도 해볼 만해요. 최선의 시나리오는 오 실장이 자기 스스로 유연 씨를 놓아주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 믿고 기다려요.”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요?”
유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했다.
“해 봐야죠. 아무것도 안 하면, 무엇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고마워요. 나 때문에 지훈 씨가.”
“그게 왜 유연 씨 때문이에요? 나 때문이지! 내 욕심이고, 소망이고, 꿈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거예요.”
“항상, 조심해요.”
“알겠어요…… 그리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순전히 노파심에서 이야기하는 건데…… 만약에, 혹시라도 만약에 우리 사이를 오 실장에게 들키는 순간이 와도, 나중에 내가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유연 씨는 그냥 송 회장이 시켜서 그 일을 한 거예요. 알았죠?”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더 이상 피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 앞에서 지훈 씨를 부정하고 싶지도 않아요.”
“나를 부정을 하라는 게 아니에요. 최악의 순간에 들키는 한이 있어도 우리에게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어요. 그때는 우리도 시켜서 한 일이라고 발뺌하면서 조금 더 시간을 벌어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오 실장 앞에서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예요. 만약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오 실장이 알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을 거예요.”
“알겠어요. 그냥 시킨 일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라는 거잖아요. 그게 조금이라도 그 사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요?”
“그건 모르죠.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이렇게 말해 두는 거예요.”
“알겠어요. 갑자기 막 심장이 두근거리려고 해요. 솔직히 무섭고 떨리기도 한데…… 설레기도 해요. 일이 잘 끝나면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꼭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아~! 나 밥 안 줘요? 이제 배고픈데…… 아까 맛있는 된장찌개 냄새 나던데?”
“이제야 배가 고파요?”
“네. 얼른 씻고 옷 갈아입을 테니까, 나 맛있는 밥 차려 줘요.”
“차려 주기는 하겠지만 맛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어요. 헤헤, 그러니까 너무 기대하지 말아요. 요리 블로그 보고 그냥 따라 한 건데 맛있었으면 좋겠다.”
“맛있을 거예요. 분명!”
“그렇게 기대 하지 말아요…… 부담스럽잖아요, 얼른 씻고 나오기나 해요~”
“알았어요. 금방 나갈게요.”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가자 유연이 따뜻한 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몇 가지의 반찬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아주 좋은 냄새가 났고 밥과 반찬도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본 적도 없던 수저받침대까지 다 세팅이 되어 있었다.
“와~ 너무 근사한데요?”
“얼른 앉아요.”
유연은 아직 내가 숟가락을 들기도 전이었지만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
“먹어 봐요.”
“알겠어요.”
유연이 정성스럽게 만든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입안으로 넣어 봤다.
“유연 씨, 혹시 이거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본 된장찌개예요?”
내 말에 그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요? 그렇게 맛이 없어요? 내가 된장찌개는 처음이라 맛이 좀 없나 봐요. 그럼 여기 밑반찬 다른 거 해서 먹어요.”
“그게 아니라…… 와, 진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왜요 어떤데요? 된장이 너무 짠가?”
자신의 입맛을 믿지 못하겠는지 그녀가 한 숟갈을 떠서 입으로 넣어 본다.
“나는 괜찮은 거 같은데, 내 입맛이…… 이상한가?”
자신 없어 하는 유연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맛있어요! 우와, 처음 해 본 음식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혹시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거 아니에요? 진짜 돈 주고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아요.”
“괜히 듣기 좋으라고 그런 말하는 거 다 알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말인지 궁금한 눈치였다. 실제로 맛도 있었다. 정확한 대답은 직접 보여 주는 게 가장 빨랐다.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를 집 밥을 모처럼 포식할 수 있었다. 나는 두 공기의 밥을 먹으면서 내가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다.
“솔직히 말해 봐요. 지훈 씨, 배고파서 많이 먹은 거죠?”
“잘 모르나 본데, 나는 맛없는 건 손도 안 대는 사람이에요. 내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진짜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은 거예요. 유연 씨랑 살면 금방 돼지 되겠다~”
“칫…….”
“맛있게 먹었으니까 설거지는 내가 할게요. 유연 씨는 가서 좀 쉬어요.”
“그럼 설거지는 지훈 씨가 해요. 나는 옆에서 구경할 테니까…….”
“그래요.”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유연은 뒤에서 계속 나를 지켜보았다.
“여기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죠?”
“네.”
“여기 꽤 비싼 것 같은데 어떻게 구했어요?”
“송 회장님한테 딜할 때 이것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아…… 그랬구나. 그럼 이거 말고 또 뭐가 있어요?”
“뭔가 엄청 큰 게 있긴 한데 그건 비밀이에요.”
“비밀도 많아…….”
“이제 그만 가야 할 시간 아니에요? 얼른 준비하고 있어요. 이거 끝내고 태워 줄게요.”
“차 가져왔어요. 그리고 이 셔츠, 잘 입었어요.”
“앞으로도 종종 이용해 줘요. 하핫.”
설거지를 끝내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알림창이 떠 있었다. 오정윤에게서 쪽지가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내 휴대폰에서도 새로 판 SNS계정으로 이미 접속은 해 두었다. 그 어느 때 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핸드폰을 터치하는 손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010-2xxx-6756
[누군지 모르겠지만 관심 있어요. 나한테 원하는 게 있다면 연락해요.]
사진이 누구인지 안다거나 내가 누구냐고 묻는 질문은 전혀 없었다. 그냥 내 물음에 대한 답만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받을 전화번호를 남겨 놓았다.
“저 이제 가요.”
“같이 내려가요. 차 가지고 왔다고 했죠?”
“네. 그럼 밑에 주차장까지만 데려다줘요.”
“그래요.”
아래로 내려가 유연을 바래다줬다. 그리고 핸드폰을 만지며 전화를 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한데 전화해도 받을까?’
이럴 땐 그냥 해 보는 게 답이다.
집으로 돌아와 감추어 두었던 대포폰을 꺼내 들었다. 오정윤이 남겨 놓은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58장. 오정윤
신호음이 울렸다. 하지만 신호음보다 내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전화하긴 너무 늦은 시간인가?’
그러던 와중 덜컥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정윤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녀가 나왔던 몇몇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음성을 들은 적이 있다. 비슷한 것 같았다.
“사진, 보내 드렸던 사람입니다.”
[모르는 번호라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직접 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자세한 이야기하려면, 한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괜찮은 시간 알려 주세요.”
[내일 저녁이면 괜찮아요.]
“혼자…… 나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는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해를 가하고 싶었다면 그 대상은 오정윤 사장님이 아닌, 오현태 실장님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전화를 드린 거고요. 저랑 비슷한 점이 있지 않으신가요?”
[좋아요 그럼 믿어 볼게요.]
아무리 동생의 약점을 캐내고 싶어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낯선 사람을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자치고는 배포도 크고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장소는 한강 근처구요. 내일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일 보죠.]
“네.”
오랜 시간 전화 통화를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짧은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내 손과 등은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만약 오정윤과 이야기가 잘된다면 내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
이제 저녁이면 꽤 서늘한 공기를 느낄 만큼 여름은 이미 가을에게 자신의 자리를 한 발짝 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속 시간보다 30분 먼저 와서 나 혼자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혹시나 해서 차도 가져오지 않고, 멀리서 보더라도 내가 혼자라는 걸 느낄 수 있게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핸드폰 말고는.
잠시 후,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보였고 잠시 후 검은색 자동차가 내 앞에 멈추어 섰다.
전조등이 꺼지고 곧 차문을 열고 누군가 내리는 게 보였다. 확실히 남자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확인을 하기 위해 걸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오정윤이다…….’
그녀가 확실했다.
“혹시…….”
“오정윤 사장님이시죠? 연락 드렸던 사람입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에 세련된 옷차림이었다. 매체를 통해 접한 그녀는 유한 이미지였는데 어둡기는 했지만 직접 얼굴을 보니 날카롭고 카리스마 있는 생김새였다.
“반가워요.”
“네.”
“여기서 이야기할까요? 아니면 차 안으로 들어갈까요?”
“안으로 들어가면 무섭지 않겠어요?”
내 말에 그녀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 정도로 무서울 거 같으면 여기에 혼자 나왔겠어요?”
“그것도 그러네요. 저야 어디서 이야기 하든 상관없습니다만 보여 드릴 것도 있고 하니까 차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죠.”
그녀가 먼저 운전석으로 타고 내가 나중에 조수석으로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