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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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1화
[무료소설] 거기가 좋아요, 도련님 - 1화
이른 아침. 나는 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문밖에서 무언가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그럼, 다녀올게.”
“응, 조심해서 다녀와!”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내 귀에 들려왔다.
아마, 형이 출근을 준비하고 있으며, 형수님이 그를 배웅해 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직 불도 켜지지 않은 내 방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내 현관문이 열린 뒤, 두 사람이 키스하는 듯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는 천천히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내 방문을 열기 위해 문 손잡이를 잡았다.
“...”
하지만 나는 그 문을 열지 못했고, 다시 천천히 침대 위로 걸터앉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시간을 확인했다.
아마 내가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 역시 출근하기 위해 더욱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을 것이다.
“하아...”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취직하지 못했고, 그대로 침대에 다시 드러누운 채 밝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방문이 열리며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일어나셔야 하는 시간이에요!”
“아, 네.”
나는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형수는 내 방문을 열자마자 어두컴컴한 방안을 확인하더니, 이내 성큼성큼 다가와 커튼을 확 젖히며 말을 이었다.
“빨리 일어나서 아침밥 드셔야죠.”
그녀가 열어놓은 문밖으로, 형수님이 차려놓은 아침밥의 따스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켰고, 그대로 형수님을 지나쳐 문밖으로 나섰다.
형과 형수님, 그리고 나는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내 고향은 꽤 시골이었고, 대학생 때, 대학교 근처의 원룸에서 자취하며 도시생활 처음 즐겼었다.
졸업에 맞추어 취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예쁜 여자친구도 사귀어 함께 원룸에서 문란한 생활을 보내기도 했었다.
‘희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 여자친구는, 항상 나와 붙어있고 싶다며 내가 사는 원룸에서 생활하다시피 자리를 차지했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희경에게 결혼까지 제안했었다.
취직도 하지 않고 시퍼렇게 어렸던 그 날, 나는 진심이었다.
그녀와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희경이도 나와 함께 결혼해 줄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그날 내 품에 안겨 ‘응.’이라는 대답과 함께, 내 가슴팍으로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더니, 나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었다.
분명 모든 것이 잘 흘러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희경과 함께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세상을 몰랐던 내가 품고 있었던 착각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쉽사리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었다.
희경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자존심은 괜찮지 않았다.
그녀를 이끌어주지 못하는 남자라는 생각에, 나는 나에 대한 원망을 쌓아갔다.
대학을 졸업했고 나이는 먹어가고 있었지만, 변변한 직장 하나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괜찮다고 하며 내 편에 서 주었지만, 나 때문에 시간만 버려가며 늙어가는 그녀를 보는 것조차 괴로웠다.
그리고는 내 형편없는 모습에, 나 스스로 지쳤고,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었다.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인지 그녀는 나에게 눈물을 보이며, 자신은 이런 상황도 좋다고 나를 설득시키려 하였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도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나에게 물었었고, 나는 미안하다는 대답밖에 들려주지 못했었다.
그날 그녀는 나에게 몇 번이고,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었었지만, 나는 내 결정을 계속해서 고집했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 시절 오랫동안 사귀어 왔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를...
그녀는 나를 기다려주려고 했고, 정말로 나를 사랑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음에도... 나는, 나 때문에 그녀의 삶이 망가져 가는 것 같았고, 그것을 보며 견디지 못해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었다.
그 당시의 나는, 그녀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희경이의 의견을 무시한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었다.
당사자인 그녀가 괜찮다는데, 나는 언젠가 그녀가 나를 형편없는 남성으로 평가할 것이 두려워, 혼자 괴로워하다가 그녀를 먼저 내치고 말았다.
나는 그녀의 기분을 이해해 주기보단, 지금 당장 괴로운 내 마음을 위해 행동을 옮겼었다.
“맛, 괜찮아요?”
“네. 이거 굉장히 맛있네요.”
나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녀가 차려준 아침 식사가 놓인 식탁으로 도착했고, 그곳에서 식사를 시작했었다.
형수님은 이미 형과 함께 밥을 먹었던 것인지,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배시시 웃고만 있었다.
“오늘도 면접 있죠? 도련님도 오늘 하루 힘내셔야 하니 든든하게 드셔야죠!”
그녀는 밥을 먹는 내 모습을 부담스럽도록 지켜보며 그렇게 말하였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오늘도 취직을 위한 면접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그녀는 나의 면접 연습을 도와주었다.
형수님은 내가 취직하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고 말하면서까지, 나의 취직을 기원했다.
형의 아내로서 하는 말이었는지, 아니면 내 전 여자친구로서 하는 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형수님의 이름은 ‘이희경’이었다.
대학 시절, 나와 결혼까지 약속했던 여자친구와 이름은 물론 생김새도 닮아있었다.
아니, 닮아있었던 것이 아니라 본인이었다.
형이 결혼하기 전, 사랑하는 여성이 있고 언젠가 결혼할지도 모른다며, 나에게 그녀를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났었던 그 날, 내가 알고 있는 여성이, 형의 여자친구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다.
그날 그녀도 놀랐었던 것인지 그 감정이 표정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지금 사귀고 있는 남성이 전 남자친구의 형이라니... 그녀도 충분히 놀랄만했다.
나와 그녀는 그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처음 만난 척 서로에게 인사하였다.
그리고 나는 형수님이 될지도 모른다는 여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았었다.
나는 형수님이 차려준 밥을 깨끗하게 비우고, 면접을 보기 위해 정장을 차려 입은 채, 현관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 내 뒤에서, 예전에 나를 사랑해 주었던 여성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꼭, 잘되기를 바랄게요. 도련님.”
“... 고마워요.”
“취직... 꼭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그녀의 응원을 듣고서는 미소를 보여주었고,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손을 거칠게 붙잡으며 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라고 해도, 내 뒤에는 형수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의 이상한 행동에 뒤돌았고,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수님의 작고 귀여운 입이, 몇 번이나 말을 고르고 있는 듯 오물거리며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열심히 골랐던 말이 튀어나왔다.
“아, 그... 응원하고 있으니깐, 긴장하지 말고... 조심해서 가요.”
그녀의 눈빛이 흐려졌고, 어딘가 답답한 것인지 표정도 어색해 갔다.
아무래도 지금 형수님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그 말은,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듣고 싶었던 말도 아니었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남몰래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헤어졌던 그녀가, 내 형의 아내로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 나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 괴로웠다.
그렇기에, 아직도 내 손을 꽉 붙잡은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기뻤다.
정말 해서는 안 될 생각이었지만...
갑작스레 내 손을 꽉 붙잡은 그녀가, 아직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해주기를 바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