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천박한 비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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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8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천박한 비밀28
[무료소설] 천박한 비밀28
서준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는, 지겹게 전화해대던 효선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거실에서 TV를 틀어 보기 시작했다.
“...”
멍하니 바보 같은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던 지혜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우울한 감정을 추스르고 그에게 말을 걸려 하였지만, 서준이 지혜의 곁을 지나칠 때, 그녀의 얼굴 주변으로 그의 몸에서 나온 낯선 향기를 느꼈기에 지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바보같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가 목욕탕으로 가기 위해 밖을 나섰던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지혜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그의 몸에서, 둘만의 보금자리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아닌, 낯선 향이 풍겨 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어, 엄마... 나 수정이랑 같이 친구 집에서 놀아도 돼?”
“응? 어, 당연하지...”
눈시울이 붉어진 바보 같은 얼굴의 그녀에게, 똑같이 눈이 퉁퉁 부어있는 아들이 방에서 나와 질문했다.
아이들이 이러한 불편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해 밖으로 나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서준과 지혜에게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인지, 지혜는 알 수 없었다.
“...”
그렇기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또 미안하기도 했다.
아직 남편이 끼니를 챙기지 못했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집에 있던 반찬을 덜어, 서준만을 위한 상을 차려주었다.
“배고프면...”
“먹고 왔어.”
“...”
서준은 그녀가 자신을 위해 상을 차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혜가 상을 다 차린 다음, 그에게 식사하라고 말하자 매몰차게 거절했다.
“아, 응...”
지혜는 뻘쭘하게 미소 지으며, 식탁 위로 차려져 있던 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서준과 지혜, 둘만이 있는 집안으로 퍼졌고, 이내 감정이 북받친 것인지 지혜가 눈물을 흘리며, 예쁜 얼굴을 잔뜩 찡그려 바보같이 꾸며놓고는 서준을 향해 말했다.
“이, 이유 정도는, 히윽, 말해줘... 고칠게...”
“...”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건지, 잘 모르겠어...”
지혜는 양손으로 자신의 눈물을 닦으며 서준을 바라보았다.
“요가 때문이야? 나 정말 그 사람이랑 연락도, 히윽, 안 해. 오히려 싫어했단 말이야...”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무너져 내리지 않았던, 평화롭고 행복했었던 생활이 단번에 붕괴되자 그녀의 정신도 한계인 듯 팔을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다시, 히윽,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
“어떻게 되어버린 건지... 무슨 이유인지 전혀 모르겠어...”
절규하듯 들려오는 지혜의 목소리에도, 서준은 소파에 누워 묵묵히 TV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
“왜 갑자기 안 하던...”
지혜는 알지도 못하는 여성과 관계를 맺은 서준에게 화를 내려 했지만, 이 이상 관계가 틀어질 것이 무서워 그러지는 못했다.
“난 당신이 아직도 너무 좋은데... 왜 그러는 거야...”
“...”
“뭔가 불만이 있으면, 히윽, 말해줘...”
그런 그녀의 절규가 섞인 울음소리를 들으며, 서준은 생각했다.
‘분명 내 앞에서는 불쌍한 척 다하고 또 뒤로는 남자 만나면서 다리나 벌리고 있겠지.’
그는 지혜를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러한 생각을 하여, 꿋꿋이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혹시 대학교 때 있었던 소문 때문인 거야?”
“...”
“그거...”
지혜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성이, 남편이 그녀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한 듯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이내, 심호흡하며 천천히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냐, 아니라구... 나랑 같이 있었잖아... 나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잖아...”
지혜는 사랑했던 그가, 그녀를 그런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서준이 직접 말해주기를 원했다.
지혜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
애석하게도 서준은 그녀의 외침에 침묵으로 답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소문은... 나랑 전에 사귀었던, 히윽, 사람이 퍼뜨린 거야...”
“...”
“헤어지니까, 날 엿 먹이려고! 히윽, 그 사람이 거짓 소문을...”
“...”
이미 그녀를, 아무에게나 몸을 대주는 여성으로 생각하는 서준의 귀에는, 지혜의 말은 시덥잖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결국 그날, 아이들이 자리를 비켜주어 서로 간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서준 때문에 둘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서준은 출근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
그리고 그를 따라 지혜도 조용히 일어났다.
그녀는 서준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레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고, 이내 서준이 욕실로 들어가자 평소처럼 그를 위해 요리를 준비했다.
“...”
지혜는 서준을 위해 아침밥을 만들며 생각했다.
‘오늘... 안 먹어 줄 수도 있겠지...?’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면, 서준은 그녀의 아침밥을 먹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괜찮아... 분명 나아질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지혜는 먹어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고, 혹시나 서준이 밥을 맛있게 다 먹었을 때, 어떤 식으로 말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요리를 하다, 예전에 서준이, 아침에 많은 양의 밥을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혜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오늘은 서준에게 배부르고 든든히 먹이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심을 줄인 채, 그가 원했던 만큼, 적은 양만 만들어 그의 아침밥을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후, 몸을 씻고 나온 서준은 그녀가 준비해준 아침밥을 보았고, 아무 말없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지혜는 혹시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밥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하며 눈을 피했다.
이내 옷을 다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마친 서준은 식탁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그대로 문으로 걸어갔다.
“아...”
지혜는 자신도 모르게 서글픈 표정을 짓고는 작게 탄식했다.
어쩌면 오늘, 서준이 그녀의 요리를 먹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하며 받아들였을 때와, 그것을 직접 두 눈앞으로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은 너무나도 달랐다.
서준이, 그녀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에 손을 대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이내 지혜는 자신의 잠옷 소매로 눈을 훔치고는 그를 뒤쫓아 문 앞까지 따라갔다.
“조, 조심하고...”
“...”
“잘 다녀와...”
“...”
눈시울이 붉어진 지혜는 해맑게 웃으며 그를 배웅해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그러지는 입술 때문에 속상했다.
그런 오묘한 표정을 짓던 지혜는 마치, 잘못한 짓을 용서받으려는 아이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내 쿵 하며 닫히는 현관문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