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권력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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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7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권력의 상관관계
[무료소설] 권력의 상관관계
소녀를 재워줘
10. 권력의 상관관계
사실 태선은 2년 만에 만난 나미를 붙잡고 어떻게 된 건지, 그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묻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 또한 예전의 홍태선이 아니었다. 급작스레 제 앞에 나타난 나미가 예전의 반나미가 아닌 것처럼, 지금의 그는 많은 것이 달라진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나미에 대한 생각을 저버린 채, 태선은 학장실 문을 노크했다.
똑똑.
- 네, 들어오세요.
어딘지 평소보다 더 차분한 박향미의 목소리를 듣고 태선이 문을 열었다. 그 안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아, 총장님.”
“허허, 홍 교수. 이거 오랜만이구만.”
태선은 급히 안에 있는 인사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 향미의 말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제가 홍 교수 잠깐 들리라고 했어요. 이런 얘긴 아무래도 당사자 앞에서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박 학장은 이미 마음을 확실히 굳힌 것 같구만. 박 학장 생각이 그렇다면야 뭐, 어디 이견이 있을 수 있겠나.”
“역시. 총장님은 제 의견을 누구보다 존중해주실 줄 알았어요. 이사장님께도 제가 따로 말씀드릴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태선이 의아한 얼굴로 자리에 앉으며 향미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홍 교수 축하해요. 곧 학과장으로 승진 될 거예요.”
아아. 기어이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태선을 휘두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학장님, 전 아직…….”
“사람 참, 듣던 대로 겸손하구만. 자네가 작년에 발표한 논문도 아주 인상 깊게 읽었네. 이런 인재가 우리 학교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든든한지.”
제 말을 자르고 총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태선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제 역량이 학과장을 맡기에는-”
“언제까지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홍 교수가 양보 좀 해요. 응?”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기저에는 강압이 깔려 있었다. 태선은 시선을 떨어트렸다.
“박 학장이 홍 교수를 무척 많이 신뢰하나 봐? 아, 둘이 원래는 사제지간이었댔나?”
“네. 홍 교수가 학부생일 때부터 봤으니까요. 지금 저렇게 번듯하게 자란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그래도 둘이 너무 친하면…….”
“아유, 별 걱정을 다 하신다. 총장님, 저 박향미에요. 저 모르세요?”
“아주 잘 알지.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은가.”
“네. 염려 놓으세요. 제가 더 잘할게요.”
둘의 대화를 들으며 태선은 이 학교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절감했다. 총장을 멋대로 오라, 가라하며 교내 인사권을 자신의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자. 그런 여자가 바로 박향미였던 것이다.
태선은 문득, 이유를 알 수 없이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이렇게 셋이 만난 것도 오랜만인데, 우리 저녁이나 같이 할까?”
총장이 은근슬쩍 향미에게 몸을 기울이며 제안했다. 그러나 찻잔을 들어 짧게 입을 축인 향미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죄송해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나중에 제가 따로 날을 잡아서 알려드릴게요. 총장님, 괜찮으시죠?”
“흠, 흠. 박 학장이 안 되면 할 수 없지.”
“다음번에 제가 풀코스로 모실게요.”
향미가 코를 찡긋거리며 그에게 은밀히 눈짓했다. 총장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그래, 그래. 그럼 나는 이만 들어가 보겠네. 우린 다음에 또 보자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총장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총장은 나가기 전 태선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허리를 숙였던 태선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이리와, 태선아.”
향미가 느슨하게 웃으며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그를 본 태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기 학교잖아요.”
“새삼스레?”
“……시장하지 않으세요? 우리 식사하러 나가죠.”
“이리 와.”
태선이 오지 않고 버티자 향미의 입매가 굳어졌다. 그녀의 정색에 그는 하는 수 없이 향미가 앉으라는 곳에 엉덩이를 댔다.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감히 누가 허락 없이 내 방문을 여는데? 이사장이 와도 그럴 수는 없어.”
향미의 손이 아무렇지도 않게 태선의 바지 속으로 들어갔다. 태선의 허리가 펴지면서 그의 숨결이 점차 거칠어졌다.
“하아…그만….”
“손으로 해줄게. 넌 나한테 키스해줘.”
자신의 분신을 붙잡힌 남자는 무력하게 여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벌리고 탐욕스럽게 그의 입술을 먹어 치웠다.
“읏, 읍……!”
끝내 향미의 손바닥이 그의 정액으로 흥건해질 때까지, 둘의 은밀한 몸짓은 계속되었다.
*
석훈이 늦게 태선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석훈 역시 접대 자리에서 어렵게 빠져 나온 지라, 빠듯하게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태선의 자리로 다가갔다.
“이 의리 없는 놈아. 혼자 먼저 시작하기 있냐?”
“어……왔냐.”
태선은 공허하게 웃으며 석훈의 앞으로 잔을 놓아 주었다. 이렇게 기분이 후진 날에 불러낼 친구도, 이젠 석훈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실이 못내 씁쓸하여 태선은 또 한 번 잔을 들이켰다.
“왜, 무슨 일 있어? 박 교수가 잘 안 해줘?”
“아니. 너무 차고 넘치게 잘해줘서 미칠 지경이지.”
“호오, 그 정도야?”
“이번에 나더러 학과장 자리를 맡으래.”
“미친, 대박. 홍태선 아주 잭팟 터졌네.”
석훈은 박수까지 쳐가며 신나했다. 그러나 태선의 미간은 찌푸려질 뿐이었다.
“그게 뭐 좋은 거냐. 내가 그 여자 개처럼 굴러서 얻어낸 자린데.”
“야, 그래도 개는 좀…….”
“있잖냐. 우리 생각보다 더, 훨씬 더- 대단한 여잔가 보더라, 박 교수.”
“그럼 좋은 거 아니야? 황금 동아줄을 잡은 거잖아. 한턱 쏴, 이 자식아.”
“……난 무서워.”
태선은 나지막이 속내를 읊조렸다. 지금 딱 그의 상태가 그랬다. 여기서 어디까지 갈지, 얼마큼 더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제가 잡고 있는 그녀가 황금 동아줄인지, 아니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그냥 현재를 즐기고 누리면 되지.”
“…….”
“우리 인생에 그런 기회가 어디 쉽게 올 것 같아? 넌 봉 잡은 거야. 좋게 좋게 생각해.”
“…하아….”
이 브로커 새끼가 뭘 알겠나. 태선은 인상을 쓰며 연거푸 술을 마셨다. 그러나 아무리 알콜을 속에 들이 부어도, 갑갑한 속은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았다.
석훈과 헤어지고 오는 길, 태선은 결국 모든 것을 게웠다. 박향미와 먹었던 저녁까지도. 신물까지 뱉어낸 다음에야 그는 굽혔던 허리를 펼 수 있었다.
“아, 씨발…….”
사는 게 왜 이렇게 엿 같은지 모르겠다. 이제 분명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산다는 건 지겨운 것이었다. 지금 자신이 쥐고 있는 모든 것이, 남창처럼 몸을 굴려 얻어낸 것들이라 더 그런 것이리라.
그는 이내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제와 물을 사 마셨다. 그럼에도, 자신은 이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길 위에서 뛰어내릴 용기조차 없는 놈이었다. 적어도 박향미가 제 페니스에 질려 나가떨어질 때까지, 꼼짝없이 붙들려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때 누가 저를 진심으로 위로 좀 해주면 좋으련만.
“……미친 새끼.”
창놈 주제에 위로까지 바라는 스스로가 한심해 태선은 자조하고 말았다. 어렴풋하게 누군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는 애써 그 형체를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