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선을 넘는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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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선을 넘는다는 건
[무료소설] 선을 넘는다는 건
소녀를 재워줘
08. 선을 넘는다는 건
다음 날 약속장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태선의 얼굴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태선아, 오늘 밤 열 시에 과사로 좀 올래?’
지금 떠올려도 소름끼치는 말이었다. 그는 이미 대학생이던 시절 박 교수의 손아귀에 떨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그에게 성적은 무척 중요한 것이었고, 그 키를 박 교수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는 결국 장학금 대신 휴학을 선택했다. 막노동 일을 하는 한이 있어도 그녀에게 제 순결을 바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돌고 돌아 이렇게 되는 건가.”
태선은 쓰게 웃으며 넥타이를 고쳐 멨다. 학생 때는 적어도 뭐가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었는데, 자신도 결국 이런 세태에 찌든 사람이 되었구나 싶어 속이 쓰렸다.
‘눈 한 번만 딱 감아. 그 고비만 넘기면 네 인생 꽃길이다, 이거야. 그리고 백 프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어. 박 교수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쫓겨나기도 한다더라. 그래도 이왕 큰마음 먹고 거기까지 간 거, 꽃길은 걸어봐야 하지 않겠냐?’
그를 비웃듯 석훈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브로커 주제에, 새끼 입만 살았네. 태선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자신이 비록 지금 석훈을 욕하고 있어도, 그가 걸치고 있던 명품들을 떠올리면……세상의 논리는 어쩌면 그런 것이었다.
“근데 얘는 왜 연락이 없지.”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태선은 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나미에게선 계속해서 아무런 답장이 없는 상태였다. 자신의 메시지 역시 아직도 읽지 않았고 말이다.
“후…….”
그날 이후로 아무 연락도 없는 나미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태선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 그 애까지 신경 쓰기엔, 자신이 하려는 일이 그의 일생을 통틀어 너무 어마어마한 일이었으니까.
*
파라다이스 호텔. 1107호.
드디어 그 문 앞이었다. 태선의 가슴이 몹시 두방망이질 쳤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이 문 너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세계가 두려웠다. 아아,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지.
‘대체 네가 가진 게 뭐야! 네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나 있어?!’
그때, 천둥처럼 윤정의 고함이 그의 귓가에 메아리쳤다.
‘난 이렇게 살기 싫어. 널 만나기 전으로, 아니- 너랑 결혼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그렇게 할 거야.’
‘제발 이혼해줘. 부탁이야…….’
윤정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말들을 떠올리자 태선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휘어졌다. 그녀도 했는데, 자신이라고 못할 것은 또 무언가.
“하아…….”
태선은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들이켰다. 언제까지고 여기서 망설이며 서 있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 태선이 손을 들어 초인종을 눌렀다.
“어서와, 태선아.”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고, 얇은 가운 하나만 걸친 박향미 교수가 그를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
한 때는 대한민국을 주름 잡았던 아나운서답게, 박향미는 여전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 관능미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수없는 정치계의 콜을 받고 있음에도 그녀는 교편을 놓을 수 없다는 핑계로 전부 고사했다. 그 이면의 진짜 이유는 바로 이렇게 젊은 남학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포기하지 못해서임을, 태선은 알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 태선은 마침내 방 안에 들어섰다. 홀로 와인을 마시고 있었던 듯, 테이블엔 와인과 치즈가 놓여 있었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에 머무는 것을 본 박 교수가 물었다.
“너도 와인 한 잔 할래?”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 너무 놀란 거 있지? 네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
“요즘 생활이 안 좋다며?”
박 교수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태선을 동정했다. 그 눈빛에 잠시 울컥했던 그이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태선은 힘없이 웃었다.
“……그냥, 그렇죠.”
“저런. 안쓰러워라.”
박 교수는 알만하다는 얼굴로 와인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태선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너, 내가 있는 학교로 올래?”
“……교수님 계신 학교요?”
“아무래도, 나랑 멀리 있으면 내가 힘을 쓰기가 좀 그렇잖아.”
“…아….”
“뭐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보자. 오늘 너 하기에 달린 거니까.”
박 교수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태선은 테이블 아래 둔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
“하아, 아앙! 태선아, 하응!”
박 교수의 끊이지 않는 교성이 룸을 맴돌았다. 태선은 어금니를 깨물고 그녀의 다리 사이를 쑤셨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잘 관리된 박 교수의 가슴골 사이로 또르륵 떨어졌다.
“하아, 하아……!”
“흣, 태선아, 하윽!”
그녀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듣기 싫었던 태선은 박 교수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헐떡거리면서도 그의 손가락을 기꺼이 빨아댔다.
“아, 교수님…갈 것…갈 것 같아요……!”
“흐읍, 안에, 괜찮아, 안에다 해……으응!”
태선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둘의 숨소리 역시 거칠어졌다. 마침내 그는 그녀의 바람대로 삽입한 상태에서 절정을 맞았다.
“하아, 하아.”
“잘했어, 수고했어.”
박 교수는 제 위로 쓰러지듯 엎어진 태선의 엉덩이를 톡톡 두들기며 다독였다. 침대를 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감내해야 했다.
“저……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선은 최대한 감정을 갈무리 한 뒤 무뚝뚝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교수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환하게 피어 있었다.
“저녁, 같이 먹고 가면 안 될까?”
“……알겠습니다.”
오늘 하루는 버린 하루다. 그렇게 생각한 태선은 그녀의 기분을 끝까지 맞춰주기로 했다.
*
박 교수의 비위를 끝까지 맞춰주느라 진이 다 빠진 태선의 걸음이 한 없이 늘어졌다. 나미에게선 아직도 연락이 없었다. 야속한 기집애. 왜 남의 연락을 다 씹고…….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아무런 연락도 없는 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재킷 주머니에 넣는 그의 시야로 이삿짐 차가 보였다. 이사를 하기엔 다소 늦은 시각이었기에 태선은 의아한 눈길로 차를 한 번 보고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제 집으로 향하던 태선은 자신의 옆집 문이 활짝 열린 채 인부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 저 집은 분명 나미의 집이었다. 무엇엔가 홀린 사람처럼 그쪽을 향하는 태선의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저기요, 저기요! 여기 사는 사람 이사 가는 겁니까?”
“이사는 진작 갔구유, 남은 가구 폐기처분 하는 건디유?”
태선의 질문에 인부 하나가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태선의 눈이 커졌다.
“이사를 진작 갔다뇨? 저 여기 사는 사람이랑 친한데, 그런 소리 전혀 못 들었거든요?”
“아유, 그건 지 알 바가 아니쥬. 암튼 해외로 이민 간다고, 지들은 남은 가구 처분해달란 연락 받고 온 거여유.”
인부는 혀를 쯧쯧 차더니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태선은 황망한 얼굴로 휑하니 비어버린 나미의 집안을 둘러보았다.
“이민……을 간다고?”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던 그는 휴대폰을 꺼내 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확인 후 다시 걸어주시기…….
“…하….”
몇 번을 걸어도 같은 목소리만 되풀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났던 작은 소녀는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 태선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