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일기장 (저 어떡하죠?) 6화
무료소설 처제의 일기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제의 일기장 (저 어떡하죠?) 6화
6화)
“왜 진작 이런 걸 안 했던 걸까? 이렇게 짜릿한데 말야.”
상중이 운전석으로 돌아와 힘겹게 바지를 입고 있을 때 도연이 돌돌 말려 벗겨져있던 팬티를 손으로 풀며 말했다.
“어떡할래, 여보? 나 내일 쉬는 건 변함없는데, 하룻밤만 호텔에서 자고 들어갈까?”
“돈 아깝게 뭘. 집에 가서 쉬자.”
“그래도, 모처럼인데….”
상중의 대답에 입술까지 내민 채 뾰루퉁해진 도연은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얘가 또 일어날지 어떨지도 모르고….”
자존심은 상했지만, 그가 우려하고 있는 걸 사실대로 말했다. 언젠가부터 한 번 사정하고 죽어버린 물건이 다시 일어나는 일이 드물었다. 그건 이미 도연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뭐, 꼭 섹스만 하러 가나? 옛날 기분 내러 가는 거지. 엊그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자기랑 연애할 때 생각나서….”
아내는 정말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쩐지 그녀의 눈빛은 상중의 물건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아니, 일으켜 세울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도연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사실 상중의 머릿속에는 아까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던 게 정말 처제였는지 어떤지 알고 싶은 생각만 꽉 차있을 뿐이었다. 지연이 분명했지만, 어둡고 흐릿한 상태로 혹시 자기가 잘못 본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그래, 그럼. 바다나 보러 가자.”
“응!”
아내는 기쁨을 억누르지 않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은 정말 결혼 전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그녀의 외모는 결혼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눈가에 생긴 미세한 주름 말고는 살이 찌지도 않았고, 피부도 좋았다. 변해버린 건 힘든 회사 생활로 인해 10년 새 급격히 늙어버린 상중 자신뿐이었다. 그동안은 그 사실이 상중을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상하게도 그런 아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내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처제의 얼굴이 스쳤다.
일요일 오후가 늦어서야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도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이었지만, 상중은 밤사이 조금 더 수척해진 것 같았다.
집에 처제는 없었다.
“어, 지연아. 너 어디야? 아, 응, 그래. 밥은 먹고 다니는 거지? 언제 들어오는데? 알겠어. 밤늦게 다니면 위험하니까 일찍 다녀. 요새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뭐래?”
“미팅 있어서 나갔대. 저녁에 들어올 거라네.”
상중은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켰다.
“휴, 노는 게 더 피곤한 것 같애. 나 먼저 잘게 여보. 내일 새벽에 나가봐야 돼.”
설거지와 방청소를 마친 아내가 9시도 안 돼서 방에 들어갔다.
지연이 들어온 건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처제 왔어?”
“네, 형부. 잘 놀다 오셨어요? 언니는요?”
“어, 자고 있어.”
“부럽네요, 놀러도 가고.”
상중이 앉은 소파로 다가온 지연이 그의 바로 옆에 풀썩 앉았다.
“주말에도 바쁘네.”
“그러니까요. 하, 이러다 진짜 일만하다 죽는 거 아닌가 몰라요.”
지연에게서 약한 술 냄새가 났다.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또 술 먹었나봐.”
“어? 술 냄새 많이 나요?”
상중의 말에 지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상중의 얼굴 앞에서 입을 벌렸다.
“하아아아.”
지연의 입 속이 훤히 보였다. 가지런한 이빨과 분홍빛 혀, 그리고 목젖까지.
“형부….”
상중은 미소만 살짝 지어보였을 뿐 지연의 행동에 아랑곳없이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지연이 그런 상중 옆에 바싹 붙어 앉더니 어깨에 기댔다.
“저 진짜 어떡하죠?”
자못 진지한 목소리였다.
“왜 처제, 무슨 일 있어?”
지연의 힘없는 목소리에 상중이 고개를 돌렸다. 처제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상중의 턱에 닿았고, 살짝 벌어진 티셔츠 사이로 가슴골이 보였다.
“도저히 모르겠어요. 어떡해야 할지….”
지연이 말을 할 때마다 콧속으로 술 냄새가 올라왔지만, 딱히 혀가 꼬이진 않아 있었다. 지연의 알 수 없는 말에 상중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일 때문에 힘든 거야?”
“일은 늘 똑같죠 뭐.”
“그럼, 남자문제?”
남자보는 눈이 형편없던 지연의 일기 속 과거가 떠올랐다.
“뭐,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이쁜 우리 처제를 힘들게 하는 남자는 대체 어떤 놈이야?”
상중은 괜히 목소리를 높였다.
“피휴…. 아, 몰라몰라몰라! 형부!”
“응?”
상중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지연이 두 손을 마구 흔들어대더니 벌떡 일어나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상중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지연의 얼굴에서 아내 도연의 얼굴이 보였다.
상중은 다음 말을 기다렸으나, 지연은 뜸을 들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아녜요. 저 씻어야겠어요.”
라고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2009년 6월 15일
안 해!
짜증난다. 사기꾼에 불과한 놈을 믿음직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얼마 만나보지도 않고 섣부르게 결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사기를 당하면 기분이 이런가? 연애 따위 안 해!!
2009년 9월 5일
최악이다.
술을 너무 많이 먹으면 잘 때 옷을 다 벗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얼마 안 됐다. 필름이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 옷을 벗었던 기억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냥 어쩌다 답답해서 벗은 것 뿐이겠지 했었다.
그런 술버릇이 생긴 이유가 뭔지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나,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다.
아무튼, 나 진짜 최악이다.
남자로서는 모텔에 데리고 간 여자가 옷을 막 벗어젖히니 이게 웬 떡이냐 싶었겠지. 정황상 내가 먼저 꼬신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자를 지켜주는 남자는 세상에 없는 건가?
남자는 다 똑같다.
―
지옥 같은 월요 근무를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처제의 일기장을 읽으며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있던 상중이 일기장을 탁 소리가 나도록 덮어버렸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쓰레기나 버리러 가야겠다.
“형부! 스읍, 또 혼자 나온다. 같이 나오자니까! 하나 줘요. 언니는요?”
“월요일이 제일 바쁜 날이잖아. 새벽에나 들어올 거야.”
“그럼 우리 둘이 오붓하게 데이트할 수 있겠네?”
“쓰레기 데이트?”
상중의 목소리가 조금 퉁명스러웠지만, 지연은 뭐가 좋은지 키득거렸다.
“술 한 잔 할래요?”
“또?”
“네!”
“처제 완전 술꾼이었네. 몸에도 안 좋은 걸.”
“어허, 형부 그거 몰라요? 술이든 뭐든, 가장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독도 약이 되는 법이에요. 그런데 저는 지금 술이 너~무 먹고 싶어요. 그러니 저는 몸에 좋은 약을 먹는 거라구요.”
“대체 무슨 논리야?”
상중과 지연은 맥주와 소주, 그리고 피자와 떡볶이를 사서 집으로 왔다.
“소주랑 피자?”
“아, 저만 믿고 먹어봐요.”
상중은 지연의 주문 대로 피자를 한 입 먹고 소주를 마셨다.
“오, 괜찮네 이 조합.”
“그렇죠? 저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누가 술꾼 아니랄까봐.”
술을 한두 잔 나눈 둘의 대화가 무르익었고, 은근슬쩍 하는 스킨십도 늘어났다. 처제의 일기장을 읽고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상중의 기분도 꽤 좋아졌다.
“형부, 게임 안 할래요?”
“무슨 게임?”
“아무거나! 대신, 이기는 사람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기!”
그렇게 말하고 상중을 바라보는 지연의 발그레한 얼굴에 이모티콘에서나 볼 법한 하트가 보인 것 같았다.
“이 나이 먹고 게임은 좀…. 처제, 그냥 해달라는 거 해줄 테니까 얘기 해.”
“안 돼요! 그럼 재미가 없잖아요.”
지연이 윽박지르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했으나 예상대로 그는 지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봐. 내 이럴 줄 알았지.”
“와, 형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부러 진 거 아녜요? 연습게임이라고 치고 다시 해요.”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지연은 대체 뭐가 웃긴지 박수를 쳐대며 웃었다.
“윽…, 룰은 룰이니까. 자, 뭐 해줄까 처제?”
“음….”
신나게 웃던 지연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리고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발그레했던 얼굴까지 하얘진 것 같았다.
“자, 진짜 들어주기예요! 딴 말 하기 없기. 손가락 걸어요.”
지연이 내민 손가락에 상중은 별 생각 없이 손을 내밀었다. 상중의 새끼손가락에 건 지연의 손가락에 힘이 꽉 들어갔다.
“나 또 업어줘요!”
지연의 결연한 표정에 뭔가 엄청난 걸 예상하고 있던 상중은 맥이 풀렸다. 그러면서도 전에 지연을 업었다가 하루 종일 허리가 아팠던 게 생각이 나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기는 내기였다.
“좋다….”
뛰듯이 상중의 등에 오른 지연은 몸을 밀착시키고 목에 팔을 감았다. 그 바람에 풍성한 지연의 가슴이 물컹거린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등을 통해 전해지는 가슴의 물컹거림과 귓가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는 술 냄새, 그리고 달콤한 체취로 인해 허리에서 전해지는 통증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형부 등 따뜻해요.”
상중은 물컹거리는 가슴 저 너머에서 콩닥거리는 지연의 심장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 소리는 꼿꼿해지고 있는 자신의 물건을 느끼지 못할 만큼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