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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믿을수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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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5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성인소설: 믿을수 없는 현실

[무료소설] 믿을수 없는 현실

소녀를 재워줘


32. 믿을 수 없는 현실


프러포즈가 완전히 실패한 후, 향미가 돌아온 곳은 학교였다. 학교에는 아직 학생들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녀의 사무실이 있는 연구동 건물은 조용하기만 했다.


이곳은, 말하자면 그녀의 왕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학교에서 그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무엇이든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그녀 뜻대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태선 또한 직접 이리로 부르지 않았던가.


그렇게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온 향미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열이 오르는 이마를 짚고 이리저리 서성이던 향미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그간 장 실장에게 보고받았던 사진들을 전부 꺼냈다.


그 수많은 사진들 속에 태선과 어떤 긴밀한 관계를 가진 것 같은 여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윤정을 빼고는, 전부 그를 스쳐 지나가는 동료나 학생들이 다였다. 그의 감시를 시작하고 나서 받은 모든 사진들을 살펴봤지만, 그가 감히 제 앞에서 사랑이란 말을 운운할 정도의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거짓말이야. 거짓말일거라고.”


입고 있던 재킷을 집어 던지며 향미는 초조하게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이 태선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 리가 없잖은가. 더구나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윤정이 알고 있는 것을 말이다.


아, 혹시 석훈도 알고 있는 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향미가 휴대폰을 꺼내 석훈에게 전화를 걸려는 그때였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장 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에 오는 길에 진작 그를 부른 상태였다. 남자를 본 순간 향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가득 메운 사진을 촤라락, 던져 버렸다.


“너 뭐하는 새끼야!!!”


“……!”


늦은 시간,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호출 당해서는 오자마자 쏟아지는 폭언과 행패에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바닥으로 흩어진 사진을 슥 훑어보니 자신이 그간 건넸던 태선의 사진들이었다.


장 실장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자 향미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 시간에 장 실장을 불렀는지.”


“…….”


“홍태선한테 여자 있는 거, 왜 보고 안 했어.”


아.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들켰구나. 아마 저 여자는 오늘 뭔가 자신의 계획을 실패한 것 같았다. 차오르는 분통을 참지 못하고 미쳐 날뛰는 꼴이 꼭 그랬다. 그와 더불어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향미를 더욱 미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장 실장은 이 시간에 불려올 때부터 이렇게 되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


“……몰랐습니다.”


“뭐?”


“제가 마크하고 있을 때는 보시는 사진의 장면이 다였습니다. 그러니 보고도 그렇게 드릴 수밖에 없었고요.”


“…하…?”


어이없다는 듯,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는 향미를 보면서도 장 실장은 태연하게 끝까지 잡아떼기로 했다.


끝까지 침묵하는 그를 보던 향미는 저벅저벅 그에게 다가가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


짝! 짝! 짝!


연달아 세 번을 후려친 뒤에야 그녀는 제풀에 지쳐 물러섰다. 장 실장은 얼얼한 뺨을 입안에서 혀끝으로 밀어 볼록하게 굴려보았다.

그 역시 고객에게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고, 더는 그녀를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았다.


“계약은 이걸로 종료하죠.”


“야, 너 돌았어?!”


“당신이야 말로, 뵈는 게 없나?”


그의 입에서 ‘계약 종료’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향미는 더 이상 제 고객이 아니었다. 그는 여태 그녀 앞에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진 채 향미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고개를 거칠게 뒤로 꺾었다.


“…윽…!”


“노는 것도 상황 파악 해가면서 놀아야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냔 말이야.”


월등한 힘의 차이였다. 방금 전까지 제게 순순히 뺨을 맞았던 남자라고는 믿을 수 없이, 그녀를 압도하는 장 실장의 카리스마는 실로 대단했다. 향미는 굴욕적이었지만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바람에 더 이상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머리채를 붙잡혔고, 두피는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거기에 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에 향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가 완전히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안 장 실장이 향미를 바닥으로 우악스럽게 내동댕이쳤다. 그녀는 자신이 흩뿌렸던 사진들 위로 볼썽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장 실장은 그런 향미를 대놓고 조소했다.


“잘 생각해. 앞으로 처신도 잘 하고. 과연 누가 잃을 게 많을까.”


“……!”


“그러니까, 적당히 까불란 말이야.”


그는 구두 끝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툭, 툭, 건드리며 협박했다. 그제야 자신이 사람을 잘못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은 향미의 심장이 덜컹거리면서 정신없이 날뛰었다.


그 순간, 문득 그의 마음으로 음험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그녀의 자세가 묘하게 남자를 동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가 구두 끝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를 벌렸다. 놀란 향미가 그의 발을 탁, 쳐내자 이번엔 장 실장이 빠르게 그녀에게로 허리를 숙였다.


“뭐,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제게 다가오는 그를 보며 향미가 점점 뒤로 물러났다. 여태 오만하고 도도했던 그녀가 겁을 먹고 슬금슬금 저를 피하는 모습은 꽤나 볼만한 것이었다.


장 실장의 속으로 정복욕과 지배욕이 동시에 피어오르면서 그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고 느긋하게 벨트를 풀었다.


뚜렷한 의미를 지닌 장 실장의 행동에 향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


*


“결혼하자, 나미야. 나랑 결혼해 줘.”


나미는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믿을 수 없어 눈만 깜빡거렸다. 키스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환청을 들은 것일까?


“아저, 아니, 오빠. 방금 나한테 뭐라고……했어요?”


나미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진지한 얼굴로 차분하게 물었다. 그러자 태선은 그녀를 훌쩍 안아들고는 주방 식탁으로 가 그 위에 앉혔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망울마저 핥고 싶단 충동을 억누르며, 재킷 주머니에서 방금 전 오는 길에 급하게 준비한 반지 케이스를 꺼내 열어 보였다.


“너랑 결혼하고 싶어.”


“……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음을, 이 순간이 꿈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태선의 목소리와 행동에 나미는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케이스에는 한 쌍의 백금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중앙에 작은 보석을 알알이 박은 모습으로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미는 떨리는 손으로 그중 남자 반지를 꺼내 태선의 왼손 약지에 끼워주었다.


“……이러면, 대답이 되나요?”


가슴이 벅차오른 태선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도 똑같이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 주었다. 나미는 제 손가락에서 영롱한 빛을 내며 반짝거리는 반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고마워. 나한테 와줘서.”


태선이 그녀의 한쪽 뺨을 조심스레 쥐고 말했다. 나미는 그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가 나를 알아봐 준 거예요. 그날, 나를 받아들여 주고 처음으로 라면을 끓여준 순간부터.”


둘의 입술이 자연스레 포개졌다. 꽃도, 음악도, 어떤 거창한 이벤트도 없는 소박한 청혼이었지만 둘의 마음이 누구보다 충만했고 행복했다. 태선은 입술을 떼지 않고 다시 나미를 안아들어 침실로 향했다.


촉, 촉.


달짝지근하고 은밀한 소리가 연신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이윽고 푹신한 침대 위로 두 사람의 무게가 동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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