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나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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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나미의 비밀
[무료소설] 나미의 비밀
소녀를 재워줘
19. 나미의 비밀
“……미워, 정말.”
눈 뜨자마자 정신없이 이뤄졌던 격한 관계를 겨우 끝낸 후,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힘이 없어진 나미는 태선에게 안겨 몸을 씻어야 했다. 태선은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밤새 물고 빨았던 여체를 소중히 닦아 주었다.
“난 좋았는데, 넌 싫었어?”
“아니, 싫은 게 아니라, 하아. 내가 씻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와 관계를 갖는 것과 이렇게 욕실에서 알몸을 맡기는 건 별개의 일이라 생각했기에 나미의 입이 연신 삐죽거렸다.
“밝은 데서 보니까 난 더 예쁘고 좋은데.”
“윽! 자꾸 그렇게 보지 마요! 안 그래도 지금 진짜 부끄러워 죽겠단 말이야.”
태선의 끈적한 시선에 그녀는 얼른 팔로 가슴팍을 가렸다. 그와의 사이에서 더는 부끄러운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같이 밤을 보내고 난 아침이 곤혹스러울 정도로 창피했다.
그러나 태선은 이런 그녀의 수줍음마저도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나미의 몸을 정성스레 씻겨주며 그녀를 어루만졌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뭐가요?”
“내가 너를 이렇게 만지고 있다는 게.”
태선이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고백과도 같은 말에 나미의 표정도 한결 풀어지고 말았다.
“……미안해요. 그때, 갑자기 사라져서.”
“……아니야.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던 날들에 비하면, 지금 이렇게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그래도. 늘 미안했어.”
“…….”
“솔직히 말하면요. 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다시 아저씨를 찾을 거라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 아저씨한테 다른 사람이 생겼을까봐 너무 불안했어요.”
그 순간 태선의 얼굴이 잠시 흐려졌다, 이내 금세 그런 기색을 지웠다.
“……그동안 내가 훌쩍 늙어 버렸으면 어쩌려고?”
“큭. 그럼 더 좋았을 거예요. 늙은 아저씨 아무도 못 보게 꽁꽁 감춰두고 나만 봤을 테니까.”
“가두겠다는 말이야?”
“음……모르죠?”
“요게.”
“꺅!”
태선이 나미를 향해 장난스레 물을 뿌렸다. 그것을 신호로 두 사람 간에 난데없이 물싸움이 시작되고 말았다.
욕실에선 한동안 요란한 소리들과 함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편안하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태선은 나미와의 시간을 누리며 실컷 즐거워했다.
*
한참 동안 욕실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나오지 않던 두 사람은 나미의 성화로 결국 태선이 먼저 나오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집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단 생각에 그는 나미가 사두었다는 편안한 옷을 입고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은 대체적으로 화이트 톤과 아이보리가 어우러져 깔끔하면서도 포근한 인상을 주었다. 자신이 보았던 곳을 뺀 나머지 방들을 보기 위해 태선이 돌아다니던 찰나, 어느 방문을 열자 그도 익히 알고 있는 그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방이 나타났다.
“이 작가 팬인가?”
태선은 나미에게 일러스트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하며 그녀가 모아놓은 그림들을 쭉 구경했다. 1년여 전 뉴욕의 대형 갤러리에서 처음 전시회를 열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던 어느 신인 작가의 그림들이었다. 예술가로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 작가는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대번에 사로잡으며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알린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태선도 인터넷으로 그의 작품들을 보며 종종 감탄했기 때문에 이 화풍이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원래도 나미와 음악, 독서 취향이 비슷했던 지라 그림 취향마저 비슷한 건가 생각하던 태선은 어느 한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
그로선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그 작가의 신작인 것 같은데, 그림 속 인물의 분위기가 어딘지 낯설지 않았다. 만약 그 예술가가 그만의 화풍대로 저를 그렸다면 꼭 이런 모습일 것 같은데. 태선은 설마, 하면서도 좀 더 그 그림 가까이로 다가섰다. 그때.
“아직 미완성 된 거긴 한데, 마음에 들어요?”
가운을 입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두른 나미가 문가에 서서 물어왔다. 태선이 그림과 그녀를 번갈아 보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미완성…이라니? 그리고 왜 나한테 마음에 드냐고 묻는…아.”
순식간에 맞춰지는 퍼즐에 태선의 얼굴이 금세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자신 역시 이름만 알고 있던 그 화가의 정체가 그럼 바로…….
“맞아요, 내가 그린 거.”
“…하….”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오피스텔에 들어왔겠어요. 그리고 아저씨 찾아내고 또 여러 가지를 알아보는 일도 많은 돈이 필요한 거였는데. 한 번도 나한테 그런 궁금증 가진 적 없어요?”
“네가, 그 유명한 켈리.B 라고? 데뷔하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는 그 젊은 예술가?”
“풉. 아저씨 입에서 그렇게 들으니까 되게 웃긴다. 신문 헤드라인 같잖아.”
나미는 청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태선의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그림을 바라보는 그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어때요? 아저씨 보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그렸던 건데.”
“뭐? 근데 한 작품도 아직 미완성이란 말이야? 별로 내 생각이 나지 않았던가 보네.”
“에이. 아저씨 컬렉션은 따로 있죠.”
“……!”
나미가 보란 듯 한쪽 벽면을 열었다. 그곳엔 태선의 여러 가지 모습이 담긴 그림들이 마치 사진처럼 가득 전시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아저씨한테 직접 보여주려고 한 번도 발표하지 않은 작품들이에요. 이제 주인이 봤으니까 연작으로 차차 내놓을 거예요.”
“…아….”
“시리즈 제목은 ‘디어, 마이 러버’.”
그림만 보아도 나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동안 얼마나 저를 그리워했는지 전부 알 수 있었다. 그 깊이조차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진심에 그의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사람 놀라게 하는 방법도 정말 가지가지네, 반나미.”
“아저씨 울어요? 정말?”
그의 목소리가 어딘지 젖은 것 같아 나미가 고개를 들었다. 태선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붉어진 눈시울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태어나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큰마음을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자신이 밀어내려던 게 무색하리만치 나미는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태선은 코끝이 찡해지고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순간임이 분명했다. 태선은 목이 메어 와 괜히 헛기침을 했다.
“우, 울긴.”
“아닌데? 우는 것 같은데? 정말 그렇게 감동했어요?”
“아, 아니. 어, 그, 감동은 맞는데, 우는 건 아니……하아.”
태선은 결국 감동에 젖은 얼굴 그대로를 나미에게 내보였다.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녀가 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게 된 지금, 그 또한 나미에게 감추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져서였다.
그의 눈빛을 읽은 나미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다행이다, 아저씨가 좋아해 줘서.”
나미가 손을 들어 그의 눈가를 천천히 쓸었다. 그 여린 손짓에 태선은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툭. 그녀의 머리를 싸고 있던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탐스러운 머리칼들이 쏟아졌다. 그러자 진해지는 그녀의 향기에 태선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손이 거침없이 나미의 가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농염한 손길에 그녀가 움찔했지만, 이내 팔을 들어 남자의 목에 감았다. 가운 안엔 아무것도 입은 것이 없었다. 손바닥에 부드럽게 감겨오는 여체의 감촉에 태선은 그녀를 향한 진해지는 마음과 음욕을 동시에 느꼈다.
나미의 입술을 한참동안 헤집던 태선이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여기서…하고 싶어, 지금….”
버거운 숨을 헐떡이며 나미는 그의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