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음흉한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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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음흉한 호랑이
[무료소설] 음흉한 호랑이
「떡 하나 주면」
02. 음흉한 호랑이
“내가 누구면~ 어쩌게?”
저 귀여운 여인을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든 호범이 능글맞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덕분은 조금 전까지 의심했던 것이 무색하게 멀쩡한 인간 소리를 내는 그의 음성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인간이 아니야. 도망가야 해.
그러자 호범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찾아낸 인간 여잔데, 저렇게 순순히 도망가게 둘 순 없었다.
서서히 도망갈 채비를 하는 덕분을 향해, 호범은 몸을 날렸다.
“꺄아악!”
쉭, 쉭. 몇 번 공중제비를 돌더니 어느새 제 앞을 막아선 호범 때문에 덕분은 미친년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도 이 시간에 여기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이, 내가 뭐 어쩌기라도 한데? 소리는 그만 지르지?”
호범은 귀가 따갑다며 심드렁하게 제 귀를 후볐다. 덕분은 맥이 풀린 나머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대, 대, 대체 누구시오. 뉘시기에 이 시간에 엄한 사람의 앞길을 막는단 말이오!”
“나? 산신령.”
“……!”
뜻밖의 정체에 덕분은 숨을 들이켰다. 정말? 정말일까? 하지만 조금 전 코앞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본데다- 그 현란한 공중제비 실력까지 출중하지 않던가.
아니, 어쩌면 산신령이 아니라 도깨비 같은 그런 괴물, 같은 게 아닐까.
미심쩍어하는 덕분의 표정을 보자 호범의 한쪽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너 지금 의심하고 있지?”
“……그, 그런 게 아니라, 아니, 맞는 것도 같고…….”
“뭐, 상관없어. 오늘 하룻밤만 나랑 놀면 돼.”
“자, 자, 잠깐!!! 그게 무슨 말이오?!”
덕분이 또 한 번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다. 저 괴물인지 신령인지 갑자기 나타나서는 왜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저 발정이 났을 뿐인 호범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 지금 너랑 너무 하고 싶어.”
“뭐, 뭐요? 뭘 하고 싶다고?”
“떡.”
“떡?!”
“그래, 인간. 너 떡 몰라?”
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단어에, 덕분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게서 나는 떡 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접근한 거구나.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 덕분은 이제 머쓱해지기까지 했다.
떡 장수한테 떡 하나 얻어먹겠다는 건데 뭐.
덕분은 그제야 편안해진 마음으로 편하게 웃었다.
“떡을 왜 모릅니까. 제 전문 분야인 것을요.”
“호오?”
인간, 안 그렇게 생겨서 꽤 음란한가 보군? 호범은 그렇게 생각했다. 뭐, 하룻밤 유희 상대로 그 또한 나쁘지 않을 듯했다.
의미를 완전히 잘못 파악한 덕분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떤 떡을 좋아하시나요? 떡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말이죠.”
“여러 종류?”
자세를 얘기하는 건가. 호범은 검지로 미간을 긁으며 자신이 어떤 체위를 가장 좋아했는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로는 어떤 자세로 해도 전부 다 좋아 죽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흰 백설기도 있고, 앙금이 들어-”
“다! 다 좋아, 다!”
덕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호범은 무작정 외쳤다. 고객의 취향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것에 덕분은 더욱더 환하게 웃었다.
“그것참 다행이네요. 그런데 어쩌죠? 지금은 제가 예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뭐?”
“오늘 만든 떡은 다 떨어졌어요. 새로 만들어야 해요. 주문해주시면 제가 맛있게…….”
어쨌든 오늘은 안 된다는 그녀의 말에 호범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뭐지. 인간은 원래 하루에 떡을 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건가? 저런 음탕한 여인 같으니라고. 대체 뭐 얼마나 많은 남정네와 놀아났기에 나랑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거야!
“난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쌀도 없고……아무것도 없는데요?”
아아, 쌀을 주면 해주겠다는 건가? 정말이지 인간들은 계산적이고 얍삽하군. 그러잖아도 안달이 난 호범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났다.
“……그게 꼭 쌀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예? 떡을 쌀 없이 어떻게 만든답니까?”
“……이런 건 어때.”
일단 급했던 호범은 손에 끼고 있던 옥 반지를 빼 덕분에게 건넸다. 귀하디 귀한 옥 반지를 받은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세상에! 이렇게 귀한 걸 어떻게……!”
“아, 몰라. 일단 그걸로 대신해!”
호범이 덕분의 허리를 잽싸게 끌어안았다. 반지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잠시 방심했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을 안는 그 때문에 놀라 펄쩍 뛰었다.
“아니, 잠깐! 이게 무슨 짓이에요?!”
“쌀 대신 그걸 준 거야. 그러니까 나랑 한번 해!”
“네에?!”
덕분은 그제야 자기가 뭔가를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선희야, 뭐하니.”
안방과 제 방에 차례로 이부자리를 깔고 마당으로 나온 문희가 물었다. 작은 평상에 오도카니 앉아 달을 보고 있던 선희가 오라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 오늘 안 오시려나?”
“글쎄……. 오늘 안 오시면 더 좋지. 내일 날 밝을 때 편하게 오시게.”
“음. 그건 그렇지만- 꼭 오늘 올 것처럼 말씀하셔서.”
“어머니가 걱정되니?”
“조금? 한 번도 이렇게 멀리까지 장사를 하러 가신 적은 없었으니까.”
“하긴…….”
남매는 평상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빠는, 아빠 얼굴 기억나?”
“그럼, 당연하지.”
“나도 다 기억나는데, 어떤 때는 기억 안 나. 너무 보고 싶어 해서 그런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너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 항상 저들을 사랑해주었던 소중한 아버지였는데……. 그가 떠난 후 덕분이 홀로 그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아버지도 분명 하늘에서 우릴 굽어살피고 계실 거야.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어.”
문희는 오늘따라 생각이 많은 동생을 달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선희가 오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정말? 정말 그러실까…….”
“응, 우리 아버지라면 충분히. 항상 우리를 지켜보실 거라고 생각해.”
“맞아, 우리 아빤 항상 다정했으니까.”
동생의 목소리에 어느새 잠기가 묻어났다. 문희는 선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어머니는 내가 마저 기다릴 테니까 넌 이만 들어가서 자. 응?”
“엄마 오는 거 보고 자고 싶은데……졸리다.”
“있다 오시거든 깨울게.”
문희는 반쯤 졸기 시작한 선희를 안아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 덕분의 기척은 여전히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
호범은 버둥거리며 제게서 도망가려는 덕분을 끌어안고 입부터 맞췄다. 놀란 그녀가 펄쩍 뛰며 피하려 했지만 그러는 동안 그는 덕분의 저고리 고름을 풀어 헤쳤다.
“읍, 으읍……!”
“하아. 너한테서 좋은 향이 난다.”
호범은 금세 휑하게 드러난 여인의 가슴 앞섶에 얼굴을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에게 완전히 안긴 모습이 된 덕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저기, 잠깐, 잠깐만요……! 지금 이건 겁탈……읏!”
겁탈이라고?! 덕분의 끊어질 듯 이어진 말에 호범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다.
“왜? 이게 어째서 겁탈이야? 네가 쌀을 주면 해준 대서 쌀 대신 옥 반지를 줬잖아.”
“하아, 하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언제 쌀을 주면……아!”
“거봐. 겁탈 아니지? 다시 한다.”
덕분이 그와의 대화에서 일어난 의사소통의 오류를 다시 한번 알게 된 그 순간, 호범은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치마를 여미고 있는 말기끈을 슥,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