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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심란한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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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성인소설: 심란한 남매

[무료소설] 심란한 남매

「떡 하나 주면」


24. 심란한 남매


퍽 대범한 미호의 말에 호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저, 건방진 것.”


“신령님이야말로 인간을 그만 건드리는 게 좋으실 겁니다. 이미 그 일로 산 전체가 떠들썩했습니다. 그러니 옥황상제님의 귀에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주제에 누구더러 충고하는 것인지.”


아! 진짜 여우 구슬을 걸고 한번 개겨 볼까 보다!!! 미호는 울컥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억눌렀다.


*


선희는 그날 밤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제 손에 영롱히 빛나는 옥 반지 때문에 더욱 심란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느껴지느냐. 내 심장이 이렇게 너를 향해 뛰고 있다. 네가 나를 거절한다면 내 심장 또한 멈추겠지. 너는 그렇게 나를 죽일 셈이냐.’


‘내 오랜 시간을 너만 바라보았다 하지 않았느냐. 그 긴 시간의 순정을 이리 매몰차게 거절할 것이냐.’


‘네가 내 아내가 되어준다면, 그래 주기만 한다면 나는 네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겠다. 내 바다보다 더 넓고 깊은 마음으로 너를 포용하고 수용하며 살겠다. 그러니 제발……내가 안 된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라.


‘나는 네가 내 평생 옆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구나. 내 간청을 받아주지 않겠느냐?’


그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섬섬이 제게 청혼하며 했던 말들이 계속해서 그녀의 마음을 여전히 뒤흔들었다. 아직 살면서 누군가를 그리 오래 마음에 담아 좋아해 본 적 없던 선희에게 섬섬의 마음은 제법 묵직하고 무겁게 다가왔다. 그렇게나 저를 좋아한다는데…….


선희는 또다시 반대로 돌아누웠다. 징그럽게 생긴 두꺼비들만 잔뜩 있는 두꺼비 왕국에 저 혼자 인간인 모습이 상상되었다. 또 제가 낳은 새끼가 두꺼비 외양을 하는 것도 떠올렸다. 제가 그렇게 끔찍한 것을 낳게 된다니…….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져, 선희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덕분은 딸아이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또한 한없이 복잡하기만 했다. 여태 자식들의 혼사에 무관심했던 저를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나이가 차면 출가를 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언제까지고 끼고 살려고 했던 것인지. 그러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것이리라. 세상 물정 모르는 선희가 두꺼비와 혼인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까무러치고 싶었던가. 그 무엇도 아닌 두꺼비라니……하. 덕분은 자꾸만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그런 와중에 호범이 선희에게 호기심을 나타냈던 것도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신령이라면서 그렇게 파렴치해도 되는지. 자신의 정절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딸까지 탐내다니. 그를 떠올리면 두려움이 밀려왔다.


‘음 - 너한테 딸이 하나 있지?’


‘껄껄. 보아하니 아직 순결한 처녀인 것 같던데.’


‘그 맛은 어떨까, 내 궁금해지는구나.’


자신이 칠색 팔색하자 농이라며 어영부영 넘어가긴 했지만, 그의 진짜 속내를 알 길은 없었다. 처녀의 맛이 궁금하다던 그 눈빛, 그 표정, 그 목소리……. 덕분은 갑자기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듯했다.


그렇다고 선희를 호범을 피하게 한다고 두꺼비에게 이참에 시집을 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아니, 문희는 또 어쩐단 말인가.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장남이 먼저 장가를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덕분은 자식들 걱정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꼬이는 것 같아 이를 악물었다.


*


다음 날, 늦게까지 잠을 설친 선희가 눈을 떴을 땐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이었다. 덕분은 언제나처럼 떡을 팔러 나갔고 문희도 나무를 하러 간 건지 보이질 않았다.


선희는 덕분이 저를 위해 차려놓은 아침상을 놓고 늦은 끼니를 때웠다. 그녀의 마음은 섬섬과의 혼인을 하지 않는 쪽으로 거의 기울어진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꺼비를 배 아파 낳아 키울 자신이 없었다.


섬섬이 인간의 모습일 때 아무리 잘생기고 가진 게 많은 부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밥을 먹고 나면 섬섬을 만나러 어제 그 늪지대로 가봐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때였다.


“선희 낭자, 안에 있소?”


“어……. 선비님!”


그녀가 찾으러 가기도 전에 섬섬이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도 집에 올 땐 두꺼비의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어제처럼 선비 차림이었다. 선희는 놀라 버선발로 그를 마중 나갔다.


“안에 있었구려.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오?”


“아……그것이, 네. 그런데 갑자기 존댓말을…….”


“이제 내 안사람이 될 여인이니, 그대를 귀히 여기기로 했다오.”


섬섬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안사람이라니. 여전히 자신과 혼례 할 생각에 부풀어 있는 그에게 거절의 말을 하려 했던 선희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저, 어머니는 장사하러 나가셨고, 오라버니는 집에 없습니다.”


“아, 그렇군. 어제 어머니께 말씀드려 보았소? 우리의 혼례에 대해서 말이오.”


“……네. 말씀드렸습니다.”


“뭐라 하셨소?”


섬섬의 얼굴에 기대감이 잔뜩 서렸다. 선희는 애써 눈길을 피하며 우선 그를 안으로 들였다.


“일단 들어오십시오. 밖에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 내가 급한 마음에 실례한 것 같구려.”


“아닙니다. 누추하지만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음을 다부지게 먹어야 해. 선희는 긴장된 마음으로 섬섬을 방에 들어오게 했다.


탁. 두 사람이 들어간 방의 문이 닫혔다.


*


산에 올라와 장에 내다 팔 약초를 캐던 문희는 자신이 호미질 한 번에 한숨도 한 번씩 내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약초를 캐기 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오두막집 먼저 들렀더랬다. 원래도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던 미호는 당연하게도 그곳에 없었고 문희는 텅 빈 오두막을 본 순간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을 애써 모른 척했다.


호기롭게도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한 것은 자신인데 왜 이제 와 이런 미련을 떠는 것인지. 문희는 스스로를 욕하며 얼른 밖으로 나와 약초부터 캐기로 한 것이었다.


“하아…….”


그러나 한숨도 같이 튀어나오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는 없었다. 그때 그의 앞에 토끼 한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와 입을 오물거렸다. 그 얼굴이 마치 제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문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왜 거기 그러고 있느냐?”


그가 말을 걸자 토끼가 기다란 귀를 펄럭거렸다. 그 모양이 꼭 저를 따라오라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오라고?”


그러자 토끼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문희는 의아해하면서도 그 작은 짐승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토끼는 가끔 뒤를 돌아보며 그가 저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를 데리고 가나 싶었던 문희는 이내, 토끼가 안내해 준 곳의 눈앞에 보이는 것에 입을 벌렸다.


“시…심 봤다…! 심 봤다!!!!!”


그것은 틀림없는 산삼이었다. 뿌리가 제법 실한 것이 퍽 오래 묵은 귀한 것 같았다. 이거라면 해묵은 집안 살림이 한 방에 해결될 것이 틀림없었다.


“고맙다, 토끼야! 정말 고마워!”


문희는 어느덧 이미 사라진 토끼에게 뒤늦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뿌리가 상하지 않게 조심조심 삼을 캤다. 바위 밑의 이끼를 뜯어 그사이에 고이 껴놓은 뒤 가방에 챙기려는 그때였다.


“네가 고마워해야 할 건 토끼가 아니라 나 같은데?”


그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미호가 방실방실 웃으며 서 있었다. 문희는 다소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우님?”


“얼굴이 왜 그래? 꼭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여우님이 어떻게 여길…….”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그래서 내가 선물한 거야. 그 삼, 요긴하게 쓰라고.”


미호는 생긋 웃었다. 그녀를 잊겠다고 애써 다짐한 것이 무색하게 문희의 심장이 그녀의 미소에 덜커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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