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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금단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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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0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성인소설: 금단의 관계

[무료소설] 금단의 관계

「떡 하나 주면」


23. 금단의 관계


“있잖아- 나 오늘 청혼받았어.”


“……뭐?”


“뭐라고?”


선희의 폭탄과도 같은 고백에 모자가 동시에 놀라 되물었다. 그녀는 수줍게 옥가락지를 낀 손을 내보였다.


“이것도, 증표로 받았어.”


“아……!”


“뭐 하는 사람인데? 나이는? 사는 곳은?”


“아니, 그, 오라버니. 하나씩 천천히 물어봐. 아! 그러지 말고 집으로 인사를 하러 오게 하면 어떨까?”


“그러겠대? 인사를 오겠다고 해?”


덕분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물었다. 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빨리 오고 싶대. 근데 엄마는 내 혼인을 허락하는 거야?”


“아니 누군지도 모르고 덜컥 허락부터 하는 게 어디 있니. 네가 우선 자세히 얘기해 봐. 어디 사는 뭐 하는 사람인데?”


선희는 길게 땋아 내린 머리끝을 쓰다듬으며 잠시 말하기를 망설였다. 음, 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뭐라고 말해야, 우리 식구가 충격을 좀 덜 받을까.


그러나 뭐라 꾸며줄 말이 달리 없었다. 무슨 말을 갖다 붙여도 충격일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겠지. 선희는 일단 제 마음부터 굳게 먹었다.


“실은 그 사람……두꺼비야. 두꺼비 왕국의 왕자님이셔.”


“……?!”


“……!!!”


막내의 충격적인 고백에 이번에 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방안에 찾아온 침묵에 선희는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왜……다들 아무 말도 안 해?”


물론 두 사람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말부터 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눌러 참고 있을 뿐이었다. 막내를 뭐라 하기엔 각자 호랑이와 구미호와 정을 통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또 다른 문제였다. 혼인이라니. 인간과 두꺼비가 어떻게 혼인이란 것을 한단 말인가.


마침내 고심하던 덕분이 침통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선희야. 너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엄마? 그게 왜 말이 안 돼?”


“세상에 어떻게 인간이 두꺼비와 살림을 차리느냔 말이야. 혼인이 장난이니? 소꿉장난 같은 그런 놀이인 줄 알아?”


“……그래. 나도 어머니 말씀에 동의한다.”


침묵하고 있던 문희 마저 반대하고 나서자 선희의 눈썹이 아래로 축 처졌다.


“그래도 겉모습은 사람이야. 우리 세 식구 먹고사는 것도 보장해 준다고 했고, 일단 혼인만 하면 이 가난도 해결해 준댔어. 그 사람, 신력이 보통 아닌……!”


“너 두꺼비 자식을 낳을 수 있어? 네가 낳은 새끼가 두꺼비인 꼴을 보고도 감당하며 키울 수 있겠어?!”


“……!”


덕분의 현실적인 조언에 선희는 멍한 얼굴을 했다. 바보같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하긴,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두꺼비이니, 그 씨를 받으면 자신은 두꺼비 새끼를 낳을 것이었다. 내가 두꺼비를 낳는다고? 그건 괴물이 아닌가……!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에 선희는 몸이 굳고 말았다.


선희의 얼굴이 충격으로 질리는 걸 보며 덕분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저러면 포기하겠지.


“거봐라.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람은 사람과, 두꺼비는 같은 두꺼비와 혼례를 올려야지. 잔말 말고 너희 둘 다 어미가 정해주는 사람과 연을 맺도록 하거라.”


“…….”


“……네.”


선희는 답을 하지 못했고, 문희도 마지못해 겨우 한마디 할 뿐이었다. 그의 마음속엔 미호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


모처럼 여우의 모습을 한 미호가 수풀을 마구 뒹굴었다. 털도 고르고, 쌓여 있던 짜증이나 화를 풀고 싶을 때 수풀에 털을 뭉개면 기분이 꽤 괜찮았다. 콧속으로 스미는 풀 내음이 향긋했다. 그녀가 그렇게 뒹굴 때마다 흰 여우 털이 나풀나풀 흩날렸다.


“쯧쯧. 아직도 이렇게 짐승 같아서야 어디.”


“…헙…!”


펑! 난데없는 불청객의 등장에 당황한 미호가 재빨리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치마 소복만 걸친 그녀의 뽀얀 어깨와 쇄골은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호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 나한테 추파를 던지는 것이냐?”


“아, 아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미호가 손가락을 튕기자 저고리가 금세 생겼다. 호범은 아쉬운 구경거리를 놓쳤다는 듯 또 한 번 혀를 찼다. 뭔가 못마땅한 구석이 있어 보이는 그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미호는 조용히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려 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서라.”


“……!”


젠장.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미호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걸음을 멈췄다. 멈춰 선 그녀에게 다가온 호범이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대더니 킁킁, 냄새를 맡았다.


“하. 또 인간 사내의 정기를 뺏은 것이냐.”


“…….”


“네가 정녕 천벌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호범의 호통에 미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 신들은 영물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인간이 되고 싶거든 치러야 할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데, 막상 영물이 그런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을 건드리면 그 또한 참을 수 없어 했다.


미호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한 일이지만.


그녀는 무사하게도 살아서 제 앞에서 걸어 나간 문희를 떠올리며 간신히 답했다.


“하, 하지만 이번에는 죽지 않았습니다.”


“허? 어디서 거짓을 고하는 게야!”


“사실입니다! 멀쩡히 살아서 집에 돌아갔습니다. 제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호범의 무시무시한 눈초리가 미호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거짓이 아니었기에, 떳떳했다. 호범도 그녀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아 보이자, 시선을 거두며 코웃음 쳤다.


“흥. 그깟 한 번 운이 좋게 인간이 살아남았다 하여 네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제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내의 정기가 필요합니다. 아시잖습니까. 그렇게 하게 한 것 또한 바로 신들이십니다.”


“호오. 내게 말대꾸를 하는 것이냐?”


“……신령님도 이번에 인간 아녀자를 잡아다 데려가서 맘대로 교접하셨잖아요!!!”


끝내 억울함을 참지 못한 미호가 대놓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린 호범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네가 나와 맞먹으려 드는 게냐.”


“신도 인간과 교접하는 마당에 저라고 왜 안 됩니까? 특히나 저는 인간의 정기가 아니고선 살 수도 없는데요? 너무 허기집니다. 자꾸만 허기가 지는 것을 어찌합니까? 인간들 사이에 구미호가 사람 간을 빼먹고는 죽인다더라, 하는 소문을 낸 것도 사실은 신령님 아니십니까?”


“하……?”


마치 오늘만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호범에게 참아왔던 울분을 쏟아내는 그녀의 발칙함에 그는 한쪽 눈썹을 추어올렸다. 그제야 미호는 대드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어쨌든 억울하옵니다.”


“하면 욕심을 버리거라. 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 된다.”


“그건……!”


“그건 또 안 되겠지. 그러니 누구 탓을 하겠느냐. 네 욕심이 자초한 일인 것을.”


너무 얄밉게 말하는 호범 때문에 미호는 진지하게 여기서 붙어 볼까 고민했다. 턱도 없을 테지만 천년 가까이 인간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품어왔던 여우 구슬을 쓴다면 해볼 만 한 일 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이깟 신령 하나와 싸우기 위해 그 긴 시간 개고생을 하며 여우 구슬을 품어왔던 게 아니지.


미호는 자칫 끊어질 뻔했던 이성을 겨우 붙잡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호범에게 차분히 답했다.


“……제 살길은 제가 알아서 찾겠습니다. 허니, 너무 심려치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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