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그것은 사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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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그것은 사랑, 사랑
[무료소설] 그것은 사랑, 사랑
「떡 하나 주면」
40. 그것은 사랑, 사랑
캥! 마침내 호범에게 목덜미를 물린 미호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호범은 그런 미호를 문 채 돌과 나무 등 온갖 곳을 쿵쿵 찧어댔다. 계속되는 충격에 미호가 널브러질 때쯤, 그는 침을 뱉듯 퉤, 하고 미호를 아무렇게나 뱉어 버렸다.
미호가 당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기만 했던 문희의 심정은 처참했고, 슬펐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까지 헌신하는 그녀의 모습이 비통할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미호에게만 박혀 있었기에, 호범이 저를 향해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하아, 건방진 것들. 이젠 끝을 내야지.”
호범이 문희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아가리를 벌리는 순간.
“안 돼!!!!”
미호가 던진 그녀의 마지막 기운이 그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몸을 피한 호범 때문에 정통으로 맞은 것은 아니었다. 미호는 피를 토하며 그대로 쓰러졌고, 그것을 본 문희는 절망하며 오열했다.
“여우님!!!!!!!!”
“걱정하지 말거라. 너도 곧 뒤를 따를 테니.”
호범 또한 여기저기 다치고 체력이 많이 쇠한 상태였지만, 문희 하나 정도는 거뜬했다. 그가 울부짖는 문희를 향해 다가선 그때.
푹! 퓨퓻!
“컥!!!”
호범은 전신으로 퍼지는 독 기운에 사지가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쿵! 그는 더 이상 어떤 힘도 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오라버니!!!!!”
호범이 완전히 쓰러진 뒤에야 섬섬은 붙잡고 있던 선희를 놓아줄 수 있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문희에게 달려갔지만, 문희는 쓰러진 미호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여우님, 흑, 여우님, 제발 정신을……아윽, 정신을 차려 주세요. 네? 흐윽.”
피투성이가 된 흰 여우의 모습으로 늘어진 미호를 끌어안고 문희가 고통스레 절규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미호의 끊어진 숨통은 도무지 다시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 여우……? 구미호???”
선희 또한 눈앞에 쓰러진 두 영물의 시신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섬섬은 문희의 목숨은 살렸지만, 미호는 구하지 못했단 사실에 착잡함을 느꼈다.
“연모합니다. 여우님, 제가 아주 많이 연모합니다……그러니, 다시 제 곁으로 와주세요. 네? 으흑, 여우님……한 번만 더 제게 웃어주세요. 흐윽. 우리 행복하게 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어흐흑.”
문희는 대답 없는 그녀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며 오열했다. 그 모습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릴 만큼 애절하고 슬펐다.
“문희야!!! 선희야!!!”
뒤늦게 소식을 접한 덕분이 섬와 내외와 함께 숲에 나타났다. 아수라장 속에서 딸을 찾고, 아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호범에게 닿았다. 사지가 굳은 채 눈을 희번득 뜨고 죽은 그는, 틀림없는 호범이었다.
“헉……!”
덕분의 눈이 충격으로 질려갔다. 오는 동안 여와에게 대강의 사정을 전해 들었는데, 상황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고, 비극인 듯했다. 더구나 아들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엉망진창이 된 짐승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우는 중이었다.
“무, 문희야……아들아.”
덕분은 재빨리 호범에게서 눈을 떼고 문희를 불렀다. 그 순간 완전히 절망에 잠긴 문희가 곁에 굴러다니던 나뭇가지를 들고 제 목을 찌르려 했다.
“문희야!!!!”
“오라버니!!!!!!”
두 여인의 비명과 동시에 섬섬이 날래게 뛰어들어 그의 손을 막았다. 문희는 그대로 섬섬의 품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다.
*
두 화상이 염라에게 닿았다는 보고를 받은 옥황상제는 탄식하고 말았다. 그가 뭘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두 짐승은 저들끼리 열나게 싸우더니 똑같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옥황상제는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들을 제 앞으로 데려오도록 명령했다.
호범과 미호는 나란히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옥황상제 앞에 섰다. 호범은 상제의 벌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창피함과 민망함, 거기에 어처구니없이 죽임을 당했다는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고 있었고, 미호는 그저 모든 것을 해탈한 듯, 초연한 얼굴로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 그녀를 슬퍼 보이게 만들었다. 상제는 그런 미호에게 더 정이 갔다.
“미호야. 네 어찌 그런 얼굴이냐. 인간이 되지 못하고 승천한 것이 한이 된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냐.”
“…….”
네, 라고 답해야 하는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그녀의 마음에 문희가 깊이 걸려 있는 탓이었다. 육체를 벗어난 영혼은 바람처럼 자유로웠기에, 미호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려고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다행히 기력을 다해 쓰러졌으니 망정이었지만, 앞으로 깨어나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미호야.”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하고 죽은 게 한이 된 것이 아니라, 저 때문에 멀쩡한 목숨 하나를 버리려는 어떤 미련한 이 때문입니다.”
“……쯧쯧.”
상제는 그녀가 말하는 이가 누군지 알았다. 그라고 문희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미호가 목숨을 잃은 것도 한 가지 이유, 바로 그를 살리기 위한 희생 때문이었다.
이 짠한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상제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이들을 안타깝게 생이별시킨 호범이 더욱 못마땅했다.
“호범이 너는 그 인간 여인의 아들을 죽여서 어떻게 마음을 얻으려 했느냐.”
“예? 아니, 뭐 그야……당연히 제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하려고.”
“뭣이 어쩌고 저째?! 당연히이? 제 아들을 죽인 놈을 당연히 좋아하는 여인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이냐!”
“……아.”
호범은 진실로 처음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로지 덕분을 제 앞에 나타나게 하는 데만 눈이 멀어 그녀의 아들을 정말 죽일 뻔했던 것이다. 호범의 안일한 태도에 상제는 더욱 분노하고 말았다.
“너는 내가 내린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데다 멀쩡한 인연을 네 못된 심보로 갈라놓기까지 했으니, 원래 내리려던 벌을 내리겠다.”
“예? 그, 그건 안 됩니다, 옥황상제님!!!”
“흥. 너는 양물을 내게 반납하고 빙옥에 들어가 천 년을 더 수행해야 할 것이다. 너의 양물은 천 년 후에 돌려주겠느니라.”
“천지신명이시여! 어찌 제게만 그리도 가혹한 형벌을 내리신단 말입니까!! 억울합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저저, 끝까지 주둥이만 살아서는. 여봐라! 꼴도 보기 싫으니 이놈을 당장 끌고 나가라!”
“신이시여! 옥황상제시여!!!!!”
그 엄청난 몸부림에도 호범은 결국 처참하게 끌려나가고 말았다. 상제는 저를 이렇게 만든 호랑이가 어떻게 되거나 말거나 여전히 슬픔에 잠겨있는 미호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저 여린 짐승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이 하나 있었을 뿐, 그걸 빼면 참으로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그 사실을 옥황상제는 알고 있기에 더 안타까웠다.
“미호야. 네가 그 아이에게 단단히 마음을 빼앗긴 모양이로구나.”
“……몰랐는데, 이리 헤어지고 보니 저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마음이……너무 아픕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 그 아이에게 더 잘해줄 걸 그랬나 봅니다.”
미호의 커다란 눈망울에 금세 물기가 차올랐다. 그 모습이 처연하다 못해 짠해진 옥황상제는 마침내 큰 결심을 내렸다.
“좋다. 너의 그 마음이 나를 움직였느니라.”
“……예?”
“너는 다시 내려가 그 미련한 자와 함께 못다 누린 천수를 누리고 올라오너라.”
“……!”
“네가 그토록 염원했던 인간이 되는 것도 허락해 주겠다.”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무척이나 파격적인 옥황상제의 제안에 감동한 미호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