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그것은 아마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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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그것은 아마도...전쟁
[무료소설] 그것은 아마도...전쟁
「떡 하나 주면」
39. 그것은 아마도……전쟁
퍽! 호범이 문희를 삼키려는 그 순간, 커다란 바윗덩이가 호범의 등허리를 쳤다. 물론 그에게는 돌멩이 하나 날아와 부딪힌 정도의 타격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가 움직임을 멈추기엔 충분했다. 호범은 분노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돌려 제게 돌을 던진 이를 바라보았다.
“이 미친 호랑이야! 그래, 네가 정말 산신령일 리 없어.”
그곳엔 호범 못지않게 화가 난 미호가 씩씩거리고 서 있었다. 저를 건드린 게 다름 아닌 여우 나부랭이인 것에 호범은 코웃음 쳤다.
“너희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그저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보구나.”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무고한 사람을 죽여 놓고 무사할 것 같아?”
미호는 이판사판이었다. 문희를 제가 보는 앞에서 잃을 수는 없었다. 내가 저 애를 어떻게 다시 찾았는데. 저 애가 내게 어떤 약속을 했는데. 저 애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데.
그녀는 문희가 그에게 물려 죽는다면 저야말로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물론 가장 좋은 일은 호범이 이대로 아무런 사건도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저희를 놓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가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호범은 서늘하게 웃었다.
“어쩌지? 지금 난 뵈는 게 없거든. 그렇게도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내가 들어주마.”
툭. 호범이 쥐고 있던 문희의 멱살을 내팽개쳤다. 그는 느긋하게 미호를 향해 돌아섰다. 막혔던 숨통이 트인 문희가 기침을 하며 모자랐던 공기를 들이마시는 동안, 호범과 그녀는 대치 상태가 되고 말았다.
미호는 그가 내뿜는 위압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그의 기에 압도당할 것 같았지만, 이를 꽉 깨물었다. 그래, 내게는 여우 구슬이 있다. 저 신령 나부랭이,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모든 걸 걸고 맞선다면, 해볼 만할지도 몰라.
미호는 뱃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여우 구슬을 깨우기 위해 단전으로 기를 모았다. 그것은 그녀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보물이었다. 하지만 구슬의 힘을 빌려 호범과 싸우고 난 후엔-
생명마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지고 싶지 않아. 그것이 미호의 바람이었다. 문희를 잃고 기약 없는 기다림에 절어 살아갈 자신이 없었으니까.
“허? 그까짓 하찮은 요술로 네가 내 상대나 된다는 것이냐.”
그러나 호범은 그녀의 그런 노력도 전부 우습게 보이기만 했다. 미호가 아랑곳하지 않고 기꺼이 모은 도력을 던지려는 순간, 문희가 뒤를 보인 호범의 등에 순식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문희야아!!!!”
그의 위험을 감지한 미호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산속에 메아리치는 그때, 호범이 날아올랐다.
*
이 위급한 상황이 섬섬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섬섬은 최대한 호범과 부딪히는 일 따윈 만들고 싶지 않았거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문희가 위험해지면, 선희는 못 견딜 것이리라. 덕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는 처가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섬섬이 선희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방으로 다시 들어가자, 그녀는 이미 옷을 차려입고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당황한 섬섬이 다가와 선희를 말렸다.
“낭자, 뭐 하는 짓이오.”
“제가 가겠습니다. 내가 가서 오라버니를 데려와야겠습니다.”
“거기가 어디라고! 산군과 구미호의 싸움이 붙었다 하오. 얼마나 위험한데……!”
“그 위험천만한 곳에 지금 내 오라비가 있다는 얘깁니까?”
“…아….”
섬섬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로써 선희는 더욱 고집을 부릴 것이고, 그는 그녀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저도 갈 것입니다. 오라비를 그런 곳에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낭자.”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흐윽, 우리 오라버니 좀 살려주세요. 흑.”
선희의 눈에서 벌써 닭똥 같은 눈물방울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태어나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 애틋한 남매지간이었다. 그런 그에게 생긴 위험에 선희는 제 숨통이 다 조여 오는 것 같았다.
“아, 알겠소. 울지 마시오. 낭자가 이리 계속 울면 데려갈 수가 없다오.”
“흡. 알겠습니다. 저도 울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꼭 저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리다.”
섬섬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섬와를 알현하러 향했다. 천년 묵은 두꺼비 독은 대대로 왕만이 보관하고 관리 할 수 있는 것이니, 그것을 얻으려면 허락이 필요했다.
“뭐? 새아기의 오라버니가 지금 산군에게 잡혀 있다고?”
섬섬의 이야기를 들은 섬와와 여와 내외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섬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촌각을 다투는 일입니다. 한시가 급하니, 만반의 준비를 위해 천년 묵은 독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하……. 꼭 그것까지 써야 하겠느냐? 아무리 그래도…….”
“차차 이 나라의 왕비가 될 여인의 오라버니 일입니다. 그래도 윤허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알겠다. 허락하마. 허나 그 독을 쓰는 너 또한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야 한다. 알겠느냐.”
“염려하지 마소서. 독을 쓰는 일은 언제나 자신 있었습니다.”
섬섬은 왕이 건네는 독 항아리를 품에 안고 서둘러 처소로 돌아왔다. 그의 기척에 선희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마중을 했다.
“이제 가는 겁니까? 가도 됩니까?”
“그렇소. 어서 떠납시다.”
섬섬의 말에 선희의 가슴이 두려움과 걱정, 불안과 초조로 거세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컥, 커흑! 쿨럭!”
호범에게 내팽개쳐진 문희는 커다란 나무에 등허리를 세게 부딪혀 피를 토했다. 미호가 허겁지겁 달려와 그를 안아 들었다.
“문희야! 문희야!!! 괜찮니? 정신을 좀 차려봐! 응?!”
“크흑, 괜찮아요. 하아. 조금 놀랐을 뿐이야.”
“어떡해. 피 나잖아. 또 피가 나잖아! 흐으.”
다른 데도 아니고 피를 토했다는 사실에 미호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문희가 호범의 목을 조르는 것뿐만 아니라 늘 가지고 다니던 돌도끼로 그의 목을 쑤시기까지 했기에, 발광하는 호랑이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등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괜찮대도. 크흠. 여우님이야말로 괜찮은 거죠?”
“내가 뭘 했다고! 너 움직이지 마. 응? 이대로 가만히 있……꺄악!”
정신을 차린 호범이 미호의 목덜미를 물어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거세게 포효하며 문희를 향해 앞발로 내리쳤다.
“커흑!”
거대한 호랑이의 앞발에 전통으로 맞은 문희의 몸이 충격에 튕겨 올랐다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또 한 번 입에서 핏덩이가 쏟아져 나왔다.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지.”
“그만해, 이 빌어먹을 호랑이 새끼야!!!!!”
그 순간, 미호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뻗어져 나가더니 그녀는 각성한 구미호의 모습으로 현신하고 말았다. 몸집은 호범과 비등할 만큼 훨씬 커졌고, 구름처럼 일렁이는 아홉 개의 꼬리는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새빨갛게 빛나는 눈은 그녀가 지금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허, 주접들 떠네.”
그러나 호범은 여전히 어떤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 그를 향해 미호가 전속력으로 뛰어와 몸통을 부딪쳤다.
쾅쾅! 천둥 번개가 치고 지진이 난 듯한 굉음이 산 전체를 울렸다. 성난 두 짐승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문희는 뻐근한 가슴께를 움켜쥐고 무력하게 그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호범의 목표는 문희였는지, 그는 틈만 나면 미호가 기를 쓰고 지키는 문희를 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