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호랑이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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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성인소설: 호랑이의 분노
[무료소설] 호랑이의 분노
「떡 하나 주면」
38. 호랑이의 분노
덕분과 들판에서 신나게 정사를 벌인 후 호범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였다. 그의 집터에 웬 못 보던 여인이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보여 호범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여인의 외모가 몹시도 아름다워, 하마터면 군침을 흘릴 뻔했더랬다.
“뉘슈?”
여인은 그의 심드렁한 반응에 어이가 없다는 듯, 냉소했다.
“인간 세상에 너무 오래 계셨나 봐요. 나도 몰라보시고. 저 항아입니다. 상제님의 전갈을 가져왔습니다.”
“…헉…!”
그녀가 다름 아닌 하늘에서 달을 주관하는 여신이란 것을 알게 된 호범은 앞뒤 잴 것 없이 무릎을 꿇었다. 더구나 그녀가 직접 내려온 이유가 옥황상제의 심부름 때문이라니. 심상치 않은 일일 것임을 직감한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소, 송구합니다, 항아님.”
“서신입니다.”
그녀는 호범의 사과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상제의 서신인 금종이를 우아하게 펼쳤다. 그러자 천둥처럼 옥황상제의 음성이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 호범이 네 이놈!!!! 네가 기어이 금기를 깨고 인간 여인과 정을 통하였느냐?! 그것도 모자라 싫다는 여인을 몇 번씩이나, 종내에는 아무나 올 수 있는 벌판에서까지 그 짓을 하고! 네가 정신이 있는 게냐, 없는 게냐? 너는 지금 유배를 간 것이다. 한데 그곳에서까지 사고를 치고 말아? 두 번 다시 천상으로 올라오고 싶지 않은 게지!」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천지신명이시여, 부디 저를 어여삐 여기시고……!”
「 시끄럽다! 네 그 입에 발린 소리는 더 듣고 싶지도 않아! 네가 정 그렇게 아랫도리를 못 놀려서 안달이라면, 내 그것을 가져가겠다. 」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서, 설마…….”
「그래. 그 빌어먹을 양물! 그걸 가져가겠단 소리다.」
“아이고! 그럼 저는 죽습니다. 제가 그것도 없이 어찌 살아간단 말입니까! 안됩니다, 안 돼요!”
호범은 앞에 항아가 있다는 것도 잊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렸다. 옥황상제는 한 번 한다고 하면 정말 하는 이였기에, 그는 제 소중한 앞섶을 꽁꽁 숨긴 채 안절부절못했다. 그 모습을 여지없이 바라봐야 하는 항아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눌러 참느라 고역이었다.
그의 간절한 외침에 상제의 답이 들려왔다.
「흥, 그래도 그걸 없앤다 하니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오만방자한 네놈도 두렵긴 한가 보구나.」
“아이고, 당연하죠. 제발, 제발 살려주시옵소서. 저는 이거 하나로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는 놈인 거 아시잖습니까. 신이시여, 제발 아량을 베풀어 주소서.”
「그래?」
“예, 예! 그러하옵니다. 상제님이시여, 부디……!”
「 좋다. 허면 내 다른 벌을 내리겠다. 」
“예? 아니 또 무슨 벌을 내리시겠다고…….”
「 싫으면 그 양물을 내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뭐든,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나이다.”
호범은 ‘나 죽었소’, 하고 완전히 납작 엎드려 기었다. 새로운 벌을 생각하는 중인지 잠시 침묵하던 상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 그 인간 여인의 진심 어린 애정을 얻어 보거라. 그리하여 이 천계까지 함께 올라와 평생의 연분을 내 앞에서 맺어라. 그리하면 나도 고려해보마.」
“예?!”
「기한은 다음 보름달이 뜨는 날까지니라. 실패하면 그땐 주저 없이 네 양물을 가져갈 것이다.」
펑! 상제의 금빛 서신은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졌다. 호범이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땐 항아의 모습 또한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아악!!!!! 빌어먹을!!!!!!!!!”
고요한 산에 호범의 거친 포효가 울려 퍼졌다.
*
마음이 다급해진 호범이 다음 날 덕분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녀도, 그녀의 자식들도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연기처럼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는 온 산을 이 잡듯이 헤매고 찾아 마침내 그 세 식구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곳은 바로 두꺼비 왕국. 아무리 산을 호령하는 산군이어도 그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왕국을 지키는 천 년 묵은 두꺼비의 독은 신령인 호범에게도 치명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호범은 옥황상제의 지령을 받은 날 이후로 한 번도 덕분을 만나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그는 영락없이 아랫도리를 고스란히 바쳐야 할 판이었다.
오직 덕분을 만나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만 가득 찬 호범은 이미 독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그에게 드디어, 덕분의 아들인 문희가 두꺼비 왕국 밖으로 나왔단 소식이 들려온 것이었다.
*
문희는 집채만 한 호랑이의 등장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태어나 호랑이를 본 것도 처음인데, 이렇게 크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호랑이라니. 미호는 단박에 그의 정체를 알아챘지만, 문희는 그게 아니었기에 몸이 얼음처럼 굳고 말았다.
잔뜩 겁에 질려 버린 문희를 본 호범은 비웃으며 이죽거렸다.
“흥, 애송이가 따로 없군. 바지 좀 봐라, 오줌이라도 싼 것 아니냐?”
미호가 어금니를 깨물며 문희를 간신히 끌어 제 뒤에 감췄다.
“그, 신령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로…….”
“나는 네게 볼 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네 뒤에 벌벌 떨고 있는 그 아이에게 있는 것이지.”
호범이 대놓고 저를 저격하자, 문희의 몸이 티 나게 움찔했다. 그의 떨림을 전부 느끼고 있는 미호는 제법 단호하게 나갔다.
“이 아이가 지금 신령님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제게 말씀해 주시면…….”
“비켜라. 네까짓 게 끼어들 일이 아니니.”
“읍!”
호범이 앞발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그 바람에 미호가 가뿐히 날아갔다. 미호의 방패가 사라지고 문희는 호범과 오롯이 마주하게 되고 말았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문희는 혀까지 깨물며 어떻게든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 애썼다.
“제, 제, 제게 무, 무슨, 볼 일이십니까…….”
“네 어미, 지금 어디 있느냐?”
“예? 저희 어머니요?”
문희는 호랑이가 찾는 사람이 다름 아닌 덕분이라는 것에 두려움도 잊었다. 하지만 잔뜩 짜증이 난 호범에게는 문희의 망설임조차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래. 시간이 없으니 빨리 말해라. 아직 두꺼비 왕국에 있는 게냐?”
“그, 그걸 어찌……!”
“내 한시가 급해 그러는데, 네 어미를 만나야겠구나. 그러려면 네가 좀 필요 할 것 같거든.”
“예?”
“너를 잡아먹으면, 기겁하고 내 앞에 달려 나오지 않을까.”
호범의 날카로운 발톱 하나가 거만하게 문희의 턱을 찍어 추어올렸다. 발톱에 찔린 그의 턱에서 피가 흘렀다. 문희는 저를 보며 정말로 입맛을 다시는 호범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 어머니를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냥, 좀 필요해서.”
생명을 가지고 논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없어 보이는 호범의 태도에 문희는 진한 환멸을 느꼈다.
“……당신이란 작자가 신령일 리가 없어.”
“호? 그래?”
“알겠다. 우리 어머니가 갑자기 급하게 그곳으로 떠나신 이유. 다 너 때문이었구나.”
“……뭐?”
호범은 덕분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저라는 사실에 잠시 멈칫했다. 그의 태도에 문희는 완전히 확신하고 말았다.
“네깟 놈이 들러붙는 게 싫어 두꺼비 왕국으로까지 몸을 피하셨던 거야. 자꾸 지저분하게 추근거리니까.”
자존심을 긁는 문희의 말에 호범이 왕방울만 한 노란 눈이 순간 푸르게 빛났다. 어흥!!! 그의 어마어마한 포효에 산등성이가 울릴 정도였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호범의 아가리가 문희를 향해 크게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