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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다정한 암수 두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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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성인소설: 다정한 암수 두 쌍

[무료소설] 다정한 암수 두 쌍

「떡 하나 주면」


37. 다정한 암수 두 쌍


섬섬은 선희의 방에 있던 물을 마시며 자리에 흐트러진 채 누워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벌거벗은 몸을 가릴 힘도 없이 축 늘어진 선희의 모습은 그에게 그저 자극적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안 된 마음도 들어, 섬섬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 물 좀 드시오.”


그는 물을 따른 사발을 들고 선희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여전히 열기에 취한 흐린 눈을 들어 섬섬을 쳐다보았다.


“감, 감사합니다.”


답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쯧. 짧게 혀를 찬 섬섬은 대신 물을 머금고는 곧바로 선희의 입술을 부딪쳤다. 맥없이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물이 흘러들어 가자 선희는 그제야 허겁지겁 그가 건네주는 물을 마셨다.


갈증이 일고 있다는 걸 느끼지도 못했는데, 물맛을 보니 몹시도 목이 탔던 듯했다.


그렇게 두세 차례 더 섬섬이 입으로 주는 물을 마신 후에야 선희는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렸다. 그 행동에 섬섬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이미 볼 거 다 보고, 할 거 다 한 사이에 이제 와서 가린 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아, 압니다, 저도. 저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대답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섬섬의 집요한 눈동자에 잠시 망설이던 선희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휴우. 이제 더는 못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힘들어 죽을 것 같아요.”


선희는 울상을 지으며 솔직한 속내를 말했다. 옆방에 덕분이 자고 있다는 것도 잊을 만큼, 그녀는 섬섬에게 안겨 내리 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몰아붙이는 그 때문에 선희는 여러모로 힘에 부쳤다. 그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정신만은 잃지 않고 있으니, 이만하면 크나큰 발전이라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섬섬의 눈빛은 아직도 모자라는 듯 갈망이 여전했다. 그는 그윽하게 웃으며 선희의 곁으로 바투 다가갔다.


“그대가 무척 아름답고, 부드럽고, 어여쁜 것을. 어찌 그걸 두고 보기만 한단 말이오.”


“하아. 다음에 또 하면 되잖아요.”


“다음에 또? 오호라, 나랑 하는 게 싫진 않단 뜻이로군.”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라……!”


얼떨결에 속내를 밝힌 선희의 얼굴이 화롯불처럼 달아올랐다. 섬섬은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 이불째로 그녀를 끌어안고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그거 아시오? 실은 나도……그대가 처음이라오.”


섬섬은 마치 은밀한 비밀을 말해주듯이 선희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그 이야길 들은 선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거, 거짓말. 어떻게…….”


“그대와 함께하게 될 날만을 기다렸지. 그렇게 꾹꾹 참아왔던 것이 전부 풀려난 지금, 내가 얼마나 발정이 났겠소.”


“아…….”


“봉인 해제, 그런 말이 있지.”


선희는 빨갛게 익었을 제 얼굴이 부끄러워 이불 속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고 말았다. 어쩜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이리도 스스럼없이 하시는지. 그녀는 그의 몫까지 제가 대신 쑥스러워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가슴 또한 쿵쾅거렸다. 제게 이 사내가 처음이듯, 이 사내에게 자신이 처음이란 사실이 왠지 싫지 않았다. 아니, 은근히 좋았다.


이렇게 시나브로 좋아지다……이 남자가 정녕 제 정인이 되는 것일까. 선희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그녀는 아까 섬섬이 해주다 말았던 문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저, 그러고 보니 내 오라버니에게 정인이 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내가 알고자 하면 모르는 일이 없다오. 조만간 그대의 오라버니께서는 그 낭자를 직접 데리고 오실 것 같소. 어머니와 그대에게 인사를 드리려는 모양이거든.”


선희의 입이 슬쩍 벌어졌다. 신묘한 인사로다. 앉아서 천리 밖 소식까지 들을 줄 아는구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과 제가 이토록 긴밀한 사이라니. 아아,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오라버니와 그분이 함께 인사를 하러 온다고요? 여기까지?”


“지금 지내는 곳이 이곳이니 그러지 않을까.”


“……그리되면, 여기서 모두와 같이 살고 싶습니다.”


선희는 말하면서도 자신이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아 민망했다. 하지만 섬섬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그녀를 안고 있는 팔에 더 힘을 줄 뿐이었다.


“그대 좋을 대로. 나는 내 옆에 낭자만 있으면 되니.”


다소 팔불출 같은 그의 대답에 선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게 둘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그때, 바깥에서 기척이 들렸다.


- 마마, 잠시 뵈었으면 합니다.


“무슨 일이지?”


- ……나오셔서 듣는 편이 좋으실 듯합니다.


하지만 선희를 안고 있는 그는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거기다 선희는 앞으로 제 아내가 될 사람인데 숨길 게 뭐 있을까 싶었다.


“괜찮으니 그냥 말하거라.”


- ……문희 나리께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하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이름에, 선희가 대번에 경직된 채로 섬섬을 바라보았다.


“제 오라버니……말입니까?”


아뿔싸. 나가서 들을 것을. 섬섬은 후회하며 재빨리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잠시 여기 계시오. 내 무슨 일인지 금방 알아보고 오리다.”


“……네.”


방금까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레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리는 것을 보며 섬섬은 미간을 좁힌 채 급히 밖으로 나갔다.


*


자신의 가족들을 보러 가자는 문희의 말에 미호는 잠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의 가족들은 다 인간인데, 제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왜냐하면 그의 동생은 두꺼비 왕자와 혼례를 올린다고 하고, 그의 어머니는 신령이자 호랑이인 호범과 정을 통한 사이가 아니던가. 식구들 모두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호랑이와 두꺼비 왕자를 생각하니 제가 여우인 것은 별로 큰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


“그래, 가자.”


“정말입니까? 정말 제 식구들을 보러 가주실 겁니까?”


초조하게 기다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너무나 흔쾌히 대답하는 미호에게 문희가 기뻐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앞으로 너랑 같이 살아가려면 네 식구한테 허락 정도는 받아야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우님!”


문희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연신 기뻐했다. 그가 좋아하는 모습에 미호도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이 정도 가지고 뭘……후후.”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가요.”


“뭐? 지금?”


“네. 지금 가면 내일 아침엔 어머니를 뵐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급할 것까지야……. 음, 그래도 네가 그게 정 소원이라면 지금 가자.”


문희의 재촉에 미호도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채비를 했다. 그래도 나름 그의 가족을 보러 가는 길이니, 그녀는 좀처럼 입지 않았던 색깔 있는 한복을 입고 머리를 곱게 땋아 내렸다. 그러자 영락없는 양갓집 규수처럼 보였다. 문희는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와아, 정말 고와요. 여우님을 뵈면서 늘 느꼈던 거지만, 당신은 꼭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


“어우, 야아~ 그런 당연한 소린 그만하고 얼른 가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미호의 두 뺨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나란히 여우 굴을 나선 그때였다.


“암수 한 쌍이 다정한 것이, 지켜보기가 썩 눈꼴 시구나.”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사납게 눈을 빛내며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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