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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여동생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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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9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성인소설: 여동생의 결심

[무료소설] 여동생의 결심

「떡 하나 주면」


33. 여동생의 결심


덕분은 딸의 결심에 현기증이 일 것 같았다. 아, 그저 지상 낙원 같은 생활에 정신이 팔려 지금 우리 처지가 어떤 상황인지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그녀는 밀려오는 자괴감에 휘청거리고 말았다.


“엄마!”


선희가 급히 붙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으리라. 덕분은 딸에게 기대 겨우 몸을 지탱했다.


“선희야, 안 되겠다. 우리가 집을 너무 오래 비운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엄마. 여기서 지내도 된다니까. 아예 여기서 쭉 그냥 눌러살자. 응? 내가 그 사람과 혼례만 올리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두꺼비랑 혼인을 해!”


덕분이 주위를 살피며 낮은 소리로 선희를 다그쳤다. 하지만 이미 가족의 안녕과 자신의 평안을 위해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은 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나 다른 사람이랑도 혼인 못 해.”


“뭐? 왜?!”


“……어쩌면, 아기 가졌을지도 몰라.”


“…아….”


“엄마! 엄마!!!!”


선희는 심란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담아 간신히 말을 건넸고, 덕분은 기어이 쓰러지듯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지고 말았다.


덕분이 쓰러졌단 소식에 문희와 섬섬, 그리고 왕과 왕비 내외까지 그녀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들이 방에 들어섰을 때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덕분이 아니라 선희였다.


“선희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머니, 어머닌 괜찮으세요?”


상황 파악이 안 된 문희가 다급히 그녀들 곁으로 다가섰다. 덕분은 머리에 흰 천을 싸매고 있으면서도 꼿꼿이 앉아 선희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덕분을 위해 이곳으로 왕진을 온 의원은 그녀가 아니라 선희의 맥을 짚는 중이었다.


“음……지극히 정상입니다. 기가 좀 많이 약해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또래 처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요.”


“그게 참입니까? 그 태기 같은 것은…….”


“아직 처녀 아니오? 그런 건 전혀 없는데.”


“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으리.”


다행히 임신은 아니라는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각양각색으로 다양해졌다. 섬섬은 사람들을 헤치고 와 선희의 손을 꼭 붙잡았다.


“낭자, 어디가 안 좋았던 것이오? 속이 더부룩하거나 뭐가 막 먹고 싶었다거나, 그런 게 있었소?”


“아,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섬섬의 호들갑에 선희는 얼굴을 붉혔다. 무엇보다 장래의 시부모님이 될지도 모르는 분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몹시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덕분의 눈초리는 싸늘하기만 했다. 그녀는 매몰차게 섬섬의 손등을 때리며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남녀가 유별하거늘, 내 참 기가 막혀서. 전하와 왕비님이 여기까지 와주셨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오늘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엄마!”


“어머니!”


“그런 줄 아시고, 이만 나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은 문희를 제외한 섬섬네 가족들을 내몰 듯 방 밖으로 내쫓다시피 했다. 그리고는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갑자기 쫓겨나 버린 섬섬과 그의 부모들도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방에 남겨진 선희는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엄마, 난 괜찮다고 했잖아. 그리고 엄마도 두 눈으로 봤지 않아? 저 사람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잘생겼어. 그리고 그 사람하고 혼인한다고 해서 내가 꼭 두꺼비를 낳으리란 보장도 없고……그이도 확실하지 않다고 했어, 그건!”


“그래도 안 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문희는 그제야 덕분이 왜 이렇게까지 흥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일단 자신의 어머니부터 진정시키기로 했다.


“어머니, 일단 화를 좀 가라앉히세요.”


“후우, 하아. 그래, 이렇게 화만 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지.”


“그리고 선희야, 너도 어머니 말씀에 그렇게 대드는 거 아니다.”


“오라버니…….”


선희는 안타까운 눈을 했지만, 문희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계속 덕분에게 떼를 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것이었다.


“어머니, 선희는 제가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우선 어머니도 방에 가서 좀 쉬세요.”


“……그래. 저 애가 네 말은 들을지도 모르지.”


덕분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제 방 안에는 두 남매만 남아 있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문희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선희야. 어머니께 그 사람과 혼인하겠다 말씀드렸니?”


“……응.”


“하아. 지난번에 우리가 말했을 땐 그래도 듣는 것 같더니 왜 마음이 달라진 거야.”


“맞아, 내 마음이 바뀌었어. 나 그 사람이랑 혼인할래. 하고 싶어.”


“선희야.”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 세 식구 요즘처럼 편안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아. 앞으로도 쭉 이렇게 평화롭고 안락하게 살려면, 내가 그 사람과 혼인하는 수밖에 없어.”


동생의 말에 문희의 얼굴이 충격에 질리고 말았다.


“너 그럼, 지금 두꺼비 왕자랑 혼례를 올리겠다는 이유가……우리 때문이란 말이냐?”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그 사람 사랑하니?”


문희는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질문을 해야 하는 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동생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라도 물어야 했다.


오라비의 물음에 선희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실은……잘 모르겠어.”


“선희야.”


“태어나서 사랑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그 감정을 어떻게 알겠어.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싫지 않아. 그 사람이 날 만지는 게, 좋아.”


문희는 얼굴을 굳혔다. 동생과 두꺼비 왕자는 기어이 넘어선 안 되는 선까지 넘은 사이임이 이로써 확실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 자식을 죽여야 할까.”


“오라버니! 그러지 마. 그냥, 그 사람이 나를 평생 책임지면 되는 거야. 그이도 그걸 원해서 나한테 그런 거고. 그러니까 제발……오라버니만이라도 내 편이 되어줘.”


“……안 되겠다. 나도 생각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오라버니이.”


“쉬어라.”


문희는 그 말을 남긴 채 방을 나섰다. 혼자 남겨진 선희는 무릎을 끌어안고 그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자신이 가족을 위해 옳은 결정을 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머니도 오라버니도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했다.


*


밖으로 나온 문희는 혼자 후원을 걸었다. 동생의 저 결정에 자신이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떤 것이 선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일까. 이런 때에 자신이라도 능력이 있었더라면 동생이 그런 무리한 생각을 하면서까지 두꺼비와 혼인하겠다 나서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가 밀려오는 자괴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렇게 문희가 수심에 잠겨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그때였다. 바스락, 바스락. 미묘한 소리가 문희의 신경을 거슬렸다. 그가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토끼 한 마리가 그를 향해 귀를 쫑긋거리며 서 있었다.


“어, 너는…….”


자세히 보니 지난번 그를 산삼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던 바로 그 토끼였다. 그렇다는 건 미호의 심부름꾼이기도 하단 소린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문희는 애써 그 토끼를 못 본 척했다. 미호는 이제 자신과 끝난 인연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도련님! 미호님을 살려주세요!’


하지만 그 순간, 문희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외침이 울렸다. 당황한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당연하게도 토끼와 눈이 마주쳤다.


“너야……? 방금 말한 게 너라고?”


‘네. 미호님이 지금 다 죽어가요. 제발, 도년님만이 살릴 수 있어요.’


토끼의 눈망울이 울망울망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이다. 그 얼굴을 마주한 문희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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