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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세 식수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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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성인소설: 세 식수의 재회

[무료소설] 세 식수의 재회

「떡 하나 주면」


31. 세 식구의 재회


“그럼, 우리도 같이 데려가 줘요.”


덕분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문희와 심부름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덕분은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뒤였다.


“내 딸이 무사한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죠. 안 그러니, 문희야?”


“예? 아, 예. 어머니. 그건 그렇지만…….”


“우리도 데려가 줘요. 그리고 거기서 며칠 지내볼게요. 만약 지낼 만한 곳이라 판단이 되면, 내 딸과 그 왕잔지 뭔지 하는 사람이랑 혼인하는 걸 허락하리다.”


덕분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기회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오는 법인가 보다. 두꺼비 왕국이라니. 그곳이면 호범에게서 잠시나마 피해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왕국이라는데, 아무리 호랑이고 신령이라도 거기까지 찾아오진 못할 것이었다.


거기다 제 자식이 다 그곳에 있으니 덕분의 약점이랄 것도 없었다. 그가 제 아이들을 가지고 저한테 협박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덕분은 모든 계산이 끝난 얼굴로 하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의아한 얼굴을 하던 하인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심부름꾼이 답했다. 덕분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문희에게 말했다.


“채비하거라, 문희야.”


문희는 덕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우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그리한다면 저 또한 따르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


선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섬섬의 물건을 받아내다 또 혼절한 것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이불을 끌어 올려 덮었다.


“엄마……오라버니……흐윽.”


울지 않으려 해도 눈물이 퐁퐁 솟구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선희는 하는 수 없이 이불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숨기려 했다. 그 순간.


- 아가씨, 잠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떤 낯선 여인의 목소리였다. 놀란 선희가 딸꾹질을 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숨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인기척이 들렸다. 선희는 눈만 보이게끔 이불을 슬며시 내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여종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 왕자님께서 목욕을 시켜 드리라 하셨습니다. 저희가 따뜻한 물을 내올 테니 이곳에서 편히 목욕하시지요.”


“…….”


“씻는 동안은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마음 푹 놓으셔도 된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선희의 겁먹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갔다. 어쨌든 이래저래 찝찝해서 씻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으니,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부탁드릴게요.”


“예,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서글서글한 인상의 여종이 문을 열어 손짓하자 나무로 만든 큰 목욕통이 기다렸다는 듯 방안으로 들어왔다.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나는 것을 보니 선희도 얼른 들어가 몸을 담그고 싶었다. 잠시 눈치를 보던 그녀가 침상에서 내려오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한 순간이었다.


“어윽……!”


예기치 못한 전신을 덮치는 고통에 선희는 숨을 삼키며 주저앉고 말았다. 다리 사이가 말도 못 하게 욱신거리고 허리는 누가 밟고 가기라도 한 것처럼 묵직하게 아파졌다. 그녀를 기다리던 여종들이 놀라 달려왔다.


“어머,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아가씨?”


“하아, 하아, 아……저 좀, 붙잡아 주시겠어요? 으으.”


여종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 선희는 천천히 탕 속에 몸을 담갔다. 약재가 담긴 향유와 꽃잎들이 물에 같이 풀어지고 잔뜩 긴장했던 그녀의 몸 역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호사스러운 목욕에 선희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고 있었다.


“아, 이제 좀 살겠다.”


“물 온도는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네. 너무 좋아요. 향기도 정말 좋고요.”


“다행이네요. 아휴, 그런데 왕자님이 너무 하셨어요, 정말. 아직 어리신 분께.”


그녀의 몸을 씻겨주던 여종이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다. 선희는 왜 그들이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몰랐지만 이내 제 몸의 상태를 내려다본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흰 피부 위로 섬섬이 남긴 붉은 울혈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선희는 그들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나머지 부분을 씻어냈다.


목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선희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천둥과도 같은 울림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소릴 듣고 말았다. 선희는 민망함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죄, 죄송해요. 제가 너무 배가 고파서…….”


“아니에요. 시장하실 수 있죠. 저희가 얼른 식사를 가져다드릴게요.”


“가, 감사합니다.”


그들은 비단으로 만든 고운 옷을 그녀에게 입혀주고 머리 역시 다 말려 곱게 새로 땋아주었다. 묵은 때를 벗겨내서인지 선희는 원래보다도 훨씬 아름다워져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그녀가 방에서 밥을 기다리고 있는 그때 문이 열리고 섬섬이 들어왔다. 선희는 곧바로 경계의 눈빛을 했지만 섬섬은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넋 나간 얼굴을 했다.


“세상에……이리 아름다워도 되는 것이오?”


“…….”


그의 칭찬이 듣기 좋았지만, 자신을 멋대로 끌고 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든 사람에게 곧바로 마음이 열리진 않았다. 선희는 섬섬의 눈길을 피하고는 부러 다른 곳에만 시선을 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가 능글맞게 다가왔다.


“아직도 화가 난 것이오?”


“다가오지 마십시오. 여기서 혀를 깨물고 싶진 않습니다.”


앙칼진 선희의 대답에 섬섬의 미간이 좁아졌다.


“어찌 그리 무서운 말을 하는 게요. 나는 그대를 위해 반가운 소식을 전하러 왔거늘.”


“듣고 싶지 않습니다.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와 형님께서 지금 이리로 오고 계신다고 하오.”


섬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선희의 고개를 돌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그대의 어머니와 형님이 나의 하인과 이쪽으로 오고 계신다고.”


“정말입니까? 정말로 우리 엄마랑 오라비가 여기에 온다고요?”


“그렇다오. 온 김에 이곳에서 우리가 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구려.”


아직 덕분과 문희가 온 것도 아닌데 선희는 울컥한 마음이 치솟았다. 그녀의 눈가에 들어차는 눈물에 섬섬이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내가 낭자에게 몹쓸 짓을 했구려. 미안하오.”


“끅…흡….”


섬섬이 다정하게 달래주자 선희는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그녀를 안고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울지 마시오. 내가 전부 잘못했으니.”


“흑, 흐윽. 흡…….”


그렇게 한동안 선희가 섬섬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그때였다.


- 왕자님, 아가씨의 어머니와 오라버니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저, 제가 나갈래요.”


식구가 도착했단 소식에 선희가 고개를 번쩍 들고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근육통이 다 나은 것은 아니라서 그녀는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조심하시오. 우리가 같이 나가면 되니.”


“으……네.”


섬섬은 선희를 부축하고 방 밖으로 나섰다. 마당에 오늘 종일 그리워했던 덕분과 문희의 모습이 보이자 선희는 아픈 것도 잊고 달려가 그들에게 안겼다.


“엄마!”


“아가!”


“선희야!”


세 식구가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자칫하면 만나지 못할 뻔했던 공포와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과 동시에 호범의 눈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그들 모두에게 뒤섞였다.


섬섬은 세 식구가 모두 제 손아귀로 떨어진 것에 몹시도 만족해하며 뒤에서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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