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그녀의 질투) 16화
무료소설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4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그녀의 질투) 16화
열이 받아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니 세아의 표정이 굳었다.
"...거짓말."
다른 여자의 경우였다면 해놓고도 하지 않았다 발뺌하고 싶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아 만큼은 어제의 일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적어도 진심으로 자신을 허락한 건 맞는지, 그 점이라도 알고 싶었다.
"거짓말...이지?"
그런데 지금 세아의 표정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어젯밤의 섹스는 정말 그녀가 아닌, 술에 취한 껍질의 허락에 의한 관계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거짓말 같냐?"
씁쓸한 목소리로 물으며 세아의 허리를 천천히 끌어안았다.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며 단단히 선 대물을 세아에게 밀어붙이자, 그녀가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살짝 밀어냈다.
"오,오빠..."
"난 니 기억에 남고 싶은데... 정말 기억이 안 나?"
속삭이는 자신의 목소리가 오랜 시간 귓가에 맴돌길 바랐다. 쉽게 잊혀지고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기억이 안 나면... 한 번 더 해야지."
결국 시진이 선택한 것은 이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그녀를 가질 생각이었다. 풍만한 엉덩이를 가득 손에 쥐며, 떨고 있는 그 도톰한 입술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왜 이래..."
짙어지는 키스 도중 세아가 볼을 붉히며 그를 밀어냈다.
"이런 걸로 사람 놀리지 마. 나 오늘 소개팅 있단 말이야."
"뭐?"
그럼... 그래서 화장을 했던 거였어?
시진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수라가 남자 소개 시켜주기로 했어."
"너... 미쳤냐?"
"뭐?"
시진의 싸늘한 목소리에 그녀가 멈칫했다.
"너 어제는 이성민 마음에 든다 하지 않았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기집애들이 여기 저기 값싸게 굴리고 다니는 것들이야. 니 친구 유수라처럼. 걔랑 놀더니 너도 그렇게 변한 거냐?"
"뭐...라구?"
"여자는 조신하게 놀면서 자기 좋아해주는 남자 하나 만나면 되는 거야. 이 남자 저 남자 재고 다니지 마. 이성민인지 소개 받는다는 그 새낀지 둘 중 하나 확실히 결정하고 하나만 만나."
아니... 둘 다 만나지마.
차마 뱉지 못한 시진의 말이 입안에서 메아리쳤다. 멍하게 서있는 세아의 눈을 피해 짜증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열이 잔뜩 오른 머리를 식혔다. 자신과 한 섹스는 기억도 못하더니 아침부터 대못을 박고 있다.
분을 억누르는 듯 거칠게 숨을 뱉는 그가 두려운지, 곁에 서있던 세아의 고개가 떨어졌다.
"근데 값싸게 굴리고 다닌다니... 그렇게 변했냐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상처받은 말투,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 말이 좀 지나쳤나 싶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은 없었다. 어젯밤 술자리 이후 클럽까지 가겠다 하지 않았던가. 하루 사이 몇 명을 만나겠다는 소리였을까. 물론 세아 모르게 그녀의 순결을 가진 남자가 당당히 할 말은 아니었지만 시진은 불만이었다.
"니 행동거지가 그러니까."
"그래도 표현이 좀 그렇잖아. 나 남자친구도 지금까지 몇 명 안 만나봤고 아직 남자 경험도 한 번도 없어. 근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남자 경험이 한 번도 없단다... 어째야 할까.
내가 기억도 안 나는 너의 처음을 훔쳐간 놈이다, 하지만 넌 허락했다 분명...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구차해 보였고 비겁해 보였다. 니가 분명 허락했다는 그 말을 믿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리구 성민이 오빠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감정은 없었어. 어제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건 자꾸 오빠가..."
시진을 한 번 쳐다보며 우물거린다.
내가 자꾸 건드려서... 나와 거리를 두려고 그렇게 행동했단 소리일까?
"그리구 대낮에 소개받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구... 같이 술을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잘만 따져대더니 또 겁을 먹은 듯 한 걸음 물러 고개를 숙이고 있다. 순간 그녀를 안아 달래주고 싶단 충동이 일었지만... 그럴 기분은 아니었다. 이 이상 이 방에 머무른다면 바보같이 절절 매며 사과라도 하게 될 것 같아 그녀를 지나 방을 나왔다.
거실까지 따라오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었지만 뒤도 보지 않고 베란다로 나갔다. 담배를 물고 살짝 뒤를 돌아보니 세아가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걸 진짜... 어째야 하지?
왜 이리 열이 받지. 저 기집애가 다른 놈 좀 만나는 게 뭐가 어떻다고.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 쌓였던 욕정을 전부 풀어내지 않았던가. 어젯밤 그녀의 처음까지 가지면서. 그런데 왜 이리 속이 콱 막힌 듯 답답한지 모를 알이었다.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갑갑한 속을 달랬다. 한동안 멍하니 창밖을 보다 꽁초를 버리고 들어왔다. 가슴 한 구석에 가시라도 걸린 듯한 기분에 곧장 세아의 방문을 두드렸다.
"야."
하지만 단단히 토라진 모양인지 대답이 없었다.
"이세아. 문 열어봐."
부드럽게 가라앉은 톤으로 세아를 부르며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이세아."
하지만 여전히 조용했다.
말이라도 좋게 할 걸 그랬나. 세아가 억울한 상황인 걸까?
사실 어젯밤 성민과 술을 마시던 그녀는 옷차림만 그러했을 뿐 누구보다 조신했다. 성민에겐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화에만 열중하던 그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해도 벽에 기댈 뿐 성민과는 우연히 한 번 스치는 스킨십조차 없었다. 끈질기게 그녀를 지켜보며 이른 결론은 정말 그녀가 성민에게 다른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세아가 술에 취한 틈에 그녀를 눕힌 쪽은 이쪽이었고. 큰 소리 칠 사람은 자신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참견도 시진의 몫이 아니었다. 그녀의 애인도 아니고 심지어 혈육도 아닌데. 그런데 이런 취급을 하며 세아에게 상처를 줘도 되는 걸까?
"이세아."
다시 한 번 방문을 두드리던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 유수라인데요. 세아 친구요."
발랑 까진 기집애. 세아의 친구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여자였다. 대문을 열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세아의 방문이 열렸다.
"가자, 수라야."
시진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문으로 걸어가는 세아의 손목을 잡았다. 이대로 보내줄 수 없었다.
"야. 너 죽을래?"
옷이 왜 또... 이 모양인가. 어제 입었던 탱크탑에 색만 달랐다. 흰색 탱크탑 위에 시스루 검정색 가디건 하나만 달랑 걸치고 시진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놔. 왜 이래?"
조금 전 시진의 말들이 원망스러운지 그에게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훤히 비추는 그녀의 가슴골에 인상이 구겨졌다. 이런 대낮에 소개팅에 나가면서 이런 옷을 입고 나간다니. 값싸게 굴린다는 시진의 말에 보란 듯 오기로 입은 옷 같았다. 알면서도 짜증이 올랐다.
"좋은 말로 할 때 들어가서 옷 갈아입어. 너 그러곤 죽어도 못 나가."
"무슨 상관인데. 가자, 수라야."
시진의 말을 무시하고 나가려 했지만 그가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놓으라니까?"
세아의 손을 끌어 방에 밀어 넣었다.
"왜 이래, 진짜!"
"니가 술집 여자야? 빨리 안 갈아입어? 너 이러고 나가면 그 새끼도 너 안 좋아해."
"싫어. 수라도 이렇게 입었잖아!"
방문 앞에 버티고 서있어도 세아는 완강히 고집을 부리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방에 그녀를 밀어 넣고 빌어먹을 이 옷을 찢어발기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참을 막아서다 힘이 빠진 틈에 그녀가 달려 나갔다. 이젠 허탈한 심정으로 세아를 노려보고 서있으니, 그녀가 도도한 자태로 고개를 세우고 대문으로 향했다.
"가자, 수라야."
"아니, 난 그냥 여기서 기다릴게. 어차피 니네 만나는 거 보고 난 바로 와야 되는데 뭐. 성우 지금 여기 앞 타냐 커피숍에 있대."
"뭐?"
신을 벗고 들어오는 수라를 보며 세아가 걸음을 떼지 못했다.
"무슨 소리야? 왜... 오빠랑 둘만 있겠다고?"
둘만 있으려냐... 묻는 이유가 뭘까. 당황한 세아의 표정이 의문을 갖게 했다. 그때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
수라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소파에 앉았지만 세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현관에 머물러 있었다. 세아를 보는 시진의 기분이 묘해졌다.
"왜? 내가 오빠랑 모르는 사이도 아니구. 가서 만나고 와. 너네 동갑이라 편할 거야."
"...싫어. 너도 나와. 빨리 가자."
"니 방에서 뭐 안 훔쳐가, 이 기집애야. 나 거기 가봤자 바로 다른 곳 가야 되는데 오빠랑 회포도 좀 풀고 좋지, 왜."
시진은 두 여자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세아는 지금 질투를 하고 있었다. 시진의 여자친구에게 질투가 났다며 극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혼자 가버렸던 그 날처럼, '오빠는 내 오빠니까.' 세아가 그렇게 말했던 그 날처럼 제 오빠에 대한 소유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발을 떼지 못하는 세아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거리에서 굴러먹는 유수라를 알기에 둘만 남겨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아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급기야 그녀가 거실에 들어와 수라의 팔을 잡아끌었다.
"밖에서 놀아. 내가 돈 줄 테니까."
"내가 너네 집에 있는 게 그렇게 싫어?"
"이세아. 수라 두고 너 혼자 갔다 와. 나도 혼자 있기 심심하니까."
질투하는 세아의 모습이 귀여웠고, 반가웠다. 그래서 꺼낸 말인데, 기분이 상한 듯하다. 날이 선 얼굴로 시진을 노려보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제 하루 내 시진이 성민에게 느꼈던 그 감정을 세아가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진은 그 감정에 불을 지피고 싶었다.
"넌 소개팅 하러 가는데 왜 친구를 데려가려 그러냐?"
이제 태연히 걸어가 수라의 곁에 앉았다. 아주 가까이. 씩 웃으며 세아를 향해 말했다.
"니 이쁜 친구 오빠도 소개 좀 받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수라의 어깨에 팔까지 둘렀다. 바짝 끌어당기기까지 하니 세아의 표정이 볼만 했다.
점점 재밌어 지는데...?
딱딱히 굳은 세아의 표정을 보니 묘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현관으로 향해 오피스텔을 나가버렸고, 시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거렸다. 수라의 어깨에서 바로 팔을 떼어내고 주방에 들어갔지만 그렇게 들뜬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 옷을 입고 그렇게 잘생겼다는 놈을 소개받기 위해 집을 나간 이세아...
정말 왜 이러는 걸까... 뱃속이 부글거렸다. 섹스 한 번 하고 나니 내 여자라도 된 것 같아 이러나?
그녀를 온전히 저만이 누리고 싶은 소유욕이 번졌다. 여자가 아닌 여동생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았다. 물 없이 밥을 넘길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야. 세아한테 소개해준 놈은 뭐 하는 놈이냐?"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수라에게 물었다.
"왜요? 걱정 돼요?"
"옷을 저 따위로 입고 갔는데 그럼 걱정이 안 돼?"
"걱정 마세요. 성우랑은 그냥 커피만 좀 마시다 올 테니까."
"왜."
뜻밖의 대답에 처음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세아 어릴 적에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만나서 또 좋아졌대요. 저한테 얘기해줬어요. 좋아하는 남자 있는 애가 다른 남잘 만나겠어요? 이 소개는 그냥... 제 얼굴 봐서 해주는 거죠, 뭐."
어릴 적에 좋아하던 오빠... 최근에 다시 만난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