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음모) 38화
무료소설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4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여동생과 야릇한 동거 (음모) 38화
원래 좀 반반한 애들일수록 거절을 당하면 받아들이질 못한다. 설마, 내가 까이다니, 아닐 거야, 튕기는 거겠지, 그러니 한 번만 더 찔러보면 되겠지. 눈앞에서 애원하고 있는 서현도 같은 케이스였다.
"미안하다."
따뜻하게 말해보려 하지만 여전히 시진의 목소리엔 냉기가 서려있었다. 이 이상 그녀를 달래줄 만큼 시진은 비위가 좋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를 한 번 꽉 쥐어주고 창고를 나왔다.
마지막까지도 입술을 짓이긴 채로 자신을 노려보던 그 시선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지만 잊기로 했다. 갓 스물이나 된 계집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지만 끝끝내 후회가 남았다. 품에 안아 다독이고 달래줬다면 지금처럼 찝찝하진 않았겠지...
세아가 있을 집으로 향하며 조금 전 보았던 서현의 잔상을 지워냈다.
그 날 이후 워터월드를 그만두고 세아와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방에서 밤을 보내고 매 시간을 붙어 지냈다. 틈만 나면 그녀의 입술과 가슴을 가만두지 않았다. 팬티를 끌어내리면 시진을 원망하듯 노려보며 자꾸만 밀어내는 그녀의 손길에 그 이상 선을 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손가락으로 몇 번 건드려주면 금세 힘이 풀려 신음하는 그녀였다.
"하아... 오빠... 오빤 나랑 이거 하려고 사귀는 거지?"
가늘게 눈을 뜨고 노려보는 그 모습조차 섹시하게만 보였다. 그렇다고 섹스만 하고 싶단 건 아니고...
"니가 섹시하니까 손이 가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누가 이런 가슴 달고 다니래?"
시진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면서도, 세아는 어느새 그의 품에 무너져 신음하고 있었다.
**
워터 월드에서 세아를 만나고 술을 한 잔 마신 이후, 기호는 오랜 시간 그녀를 그리워하며 가슴앓이 했다. 세아의 친구라는 여자가 나타나 그 룸에서 쫓겨난 뒤 찝찝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술을 마시는 동안 누구인지도 모를 오빠만 찾던 세아를 보며, 잊어야 함을 알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누구든 그녀를 직접 보면 자신과 같을 것이다. 이세아를 직접 본 뒤 어떻게 며칠만에 잊을 수 있을까.
"아... 짜증나게 꿈에도 나오네..."
술집에서 세아와 마주보고 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그리웠다. 하지만 연락을 해도 단 한 번의 답도 없었다.
아, 한 번 있었지.
[남자친구 생겨서 연락 못할 것 같아. 미안.]
기가 막혔다. 친구 사이인데, 그저 친구와 주고받는 연락인데도 하지 못하게 막는 남자를 만나고 있단 말인가. 이세아가 뭐가 아쉬워서...
하지만 그 날 밤 오빠만 찾던 세아를 생각해보면, 아마 그렇게 좋아하던 그 남자와 이루어졌기에 이렇게 순종적인 여자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럼 이미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소리군... 좋아하던 그 남자와.
세아라면 자신과 같이 추근덕대는 남자들이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젠 애인도 생겼으니 한기호라는 이름이라도 기억해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기호 또한 어딜 가나 여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남자였지만 세아에겐 도무지 자신감이란 것이 생기지 않았다.
워터 월드에서 맨정신에 세아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기호가 알게 된 것은 세아와 자신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었단 사실이었다. 캠퍼스가 상당히 넓었고 두 사람의 주 활동지역이 달라 지난 학기동안 마주치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국문학과의 절세미녀가 세아였다는 것을.
그녀에 대한 평판은 교내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걸어다니는 인형, 모델, 연예인. 각종 수식어가 다 따라붙는 그녀의 이름을 언뜻 들었을 때에도 설마 동창인 이세아였을까 싶었다. 기억 속의 세아라면 모델이란 소릴 들을 만큼 키가 큰 아이는 아니였으니.
예쁜 여자에 허덕이지도 않았으니 직접 보러 갈 생각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이세아는 그 정도로 대단한 여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만큼 잊지 못하는 건지도 몰랐다.
입대했다면 그녀와 이렇게 마주치기도 힘들었을 텐데, 서현이 워터 월드에서 일할 생각이 있냐며 제안해준 덕에 세아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 서현은 은인이었다.
지금 같은 기분으로는 누구와도 통화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날 이후 반가운 사람이 된 서현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이 뜬 액정을 보며 전화를 받았다.
"어. 서현아."
- 통화 돼?
"그럼. 말 해."
- 나 뭐 좀 물어보려구. 너 그 날... 워터 월드에 시진이 오빠 아는 여자애 왔던 그 날 기억해?
"어."
- 너 퇴근할 때 택시타고 같이 갔던 그 여자애가 걔 맞지?
"세아?"
- 어. 걔 이름이 세아야?
"어. 왜?"
- 너... 걔랑 무슨 사이야?
"왜 묻는데?"
- 너 원래 여자랑 잘 안 놀잖아. 근데 그 시간에 같이 가니까 좀 이상하기도 하구... 혹시 걔 작업 중이야?
"뭘... 그런걸 묻냐?"
- 목소리 들어보니까 맞네.
눈치 빠른 것.
- 그럼 나랑 만나서 얘기 좀 하자.
"갑자기 왜?"
- 중요한 얘기야. 너 걔 작업 중이면... 아마 내가 도움이 될 거야.
그 말에 이끌려 서현을 만났지만, 들어보니 터무니 없는 소릴 늘어놓고 있었다.
"장난하냐?"
기호의 짤막한 대답에 서현이 테이블 위로 잔을 세게 내려놓았다. 날카로운 소음에 그들의 주변에 앉아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게 장난 같애? 거짓말 같다구?"
"내가 세아한테 듣기론.."
"그래. 그 세아라는 애가 한 말. 그게 거짓말인지 아닌진 나도 몰라. 근데 내가 다 봤다구. 둘이 클럽에서 키스하는 것도 봤고 워터 월드에서 두 사람 수영복 벗고 별짓 다 하는 것도 다 봤어. 내가 봤다니까?"
흥분한 서현이 몸을 부들거리며 호소했다. 답답하다는 듯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때리며.
"확실해?"
"너 걔한테 관심 있다더니.. 그 날 걔 안 보고 뭐했는데?"
"보긴 봤지. 다 봤어. 손 잡고 다니는 것도 봤고 같이 슬라이드 몇 번씩 타는 것도 봤고. 근데 옷 벗고 뭘 했다고? 그건 못 봤는데."
생각해 보면... 처음 세아를 알아보지 못했던 그때 멀리서 걸어오던 그녀의 몸매를 보고 입을 벌렸던 그 순간 시진이 눈을 돌리라 말했었다. 하지만 그저 아끼는 여동생이니 그런 말을 했던 거라 믿었는데... 근데 두 사람이 사귀기 직전이라니.
그럼... 그렇게 찾던 오빠가 김시진이었다는 소린가. 당시 사귀기 직전이었다면 지금 사귀고 있을 그놈도 김시진?
질투심과 불쾌한 감정에 속을 끓였다.
기호는 복잡한 기분으로 눈앞에 놓인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
"워터 월드 씨씨티비 있잖아. 그거 직접 확인해 보던가."
"뭐?"
"그걸로 보라구. 찍혔을 테니까. 걔네가 뭘 했는지, 어떤 사이인지."
눈을 빛내며 말하는 서현의 시선을 피해,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눈을 감았다. 대답 없는 그를 흘끗대며 서현이 빨대를 쪽쪽 빨았다. 그 소리가 조금씩 거슬려오기 시작했다.
"김시진이 곧 지 여자친구 될 사람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방이 다 뚫린 곳에서 여자애가 그런 짓 다 받아주는 거 보면 이세아도 시진오빠 좋아하는 거지 뭐겠어? 지금쯤 이미 사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그래. 남자친구 생겼다더라.
기호가 실소를 뱉으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웃기단 생각 뿐이었다. 20년 가까이 같이 살았다더니. 하긴. 남녀 사이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친남매도 아니라던데. 둘이 좋으면 사귀는 거지...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고 전화를 해도 수신거부 처리하는 세아가 보고 싶어 창밖을 쳐다보았지만, 길을 지나는 사람들 중 그녀가 있을 리 만무했다.
"아무튼 한기호. 둘을 갈라놓을 그 뭔가를... 난 알아."
서현이 날카로운 눈매를 더욱 치켜떴다.
"그게 뭔데."
"너 유수라 알지? 여기 보건대 유명한 애."
"아... 이름은 들어봤는데. 왜?"
유수라. 남자 없이 못 사는 애로 사내놈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름이었다. 오래 전 동네에서도 꽤 유명했던 그 여자와 동일 인물인가 싶었다.
"걔 도움 좀 받기로 했지. 걔가 남잘 좀 잘 후리거든."
"너 시진이 형 좋아하던 거 아니었냐? 근데 시진이 형을 후리게 두겠다고?"
"난 어차피 글렀어. 그 둘 박살나는 거 보는 걸로 충분해."
씩 웃는 서현이 사악하고도 한심해 보였다. 물론 이 유치한 장난에 마지못해 끼어드는 자신의 입장도 한심하지 그지없었지만, 자신의 매력이 통하지 않는 세아에겐 이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 동아줄이라도 잡는 수밖에.
"근데 넌 유수라를 어떻게 아는데."
"어제 클럽에서 만났어. 내 친구 친구던데?"
"그래서 나한테 갑자기 연락한 거냐? 방법이 생겨서?"
"그래. 왜. 넌 별로 안 땡겨?"
달갑지 않은 듯 삐딱하게 서현을 쳐다보고는 있지만 상당히 끌리는 제안이었다.
"뭘 고민해? 얘가 진짜 뭘 모르네. 여자는 아무데서나 그런 짓 안 해. 남자가 건드리면 여자도 흥분해서 아무데서나 막 벗고 그럴 거 같아? 이세아는 김시진 이미 좋아하고 있어.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니가 좀 잘 생겼다고 너한테 넘어올 거 같니? 유수라는 반드시 필요해. 니가 오케이 해야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지. 한쪽만 건드리는 것보다 둘이 동시에 밖으로 돌아야 일이 쉬워지지."
"내가 해야 될 게 뭔데."
"시간을 맞춰야지."
서현이 레모네이드를 쪽 빨며 중얼거렸다.
"그래. 해보자."
이제부터 벌이게 될 일에서 세아에 대한 죄책감은 전부 벗어두기로 했다. 그녀를 완전히 차지한 뒤 그때 가서 행복하게 해주면 그만일 것이다.
**
세아와 연인이 된지 22일째 되는 날이었다. 투투라고...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기념일이었지만 시진은 꽃집에 들렀다.
"장미 좀 사러 왔습니다."
"네. 몇 송이 드릴까요?"
몇 송이가 좋을까...
워터 월드에선 세아가 부담을 가질까봐 한 송이밖에 건네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식적인 애인이 되었다. 22일이라 하여 스물 두 송이만 안겨주기는 싫고.
"이백이십 송이 주세요."
"그렇게 많이요?"
사귄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에 선물하는 꽃다발 치고는 과하게 무거운 경향이 있었지만, 세아라면 좋아할 것이다. 그녀가 이 장미를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리며 오피스텔에 들어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순간, 10분 전 세아에게서 문자 하나가 도착해 있던 것을 발견했다.
그 문자를 받은 즉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세아도 그놈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곳의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알아낼 수 없었다. 한 달 전쯤 세아가 기호와 함께 택시에 올랐던 그 날의 악몽이 반복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언제부터인가 세아의 핸드폰 전원이 꺼져 있었다.
소파 한 구석에 장미다발을 쳐박아 두고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렸다. 제발... 제발 오늘 밤만 넘기지 마라. 동이 튼다면 정신이 반쯤 나가버릴지도 몰랐다. 이미 지금도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티비를 켜두었지만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손에 얼굴을 묻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지 한 시간이 지났을 때쯤, 초인종이 울렸다.
세아라면 을 누르고 들어올 텐데 왜...
바로 달려가 인터폰을 봤지만,
세아가 아닌 낯익은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