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여보, 당신의 아버지가 나를 더듬고 있어) 21화
무료소설 시아버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시아버지 (여보, 당신의 아버지가 나를 더듬고 있어) 21화
들어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남편이, 그 여자와 있을 줄 알았던 남편이 내게로 왔다.
얼마나 심장이 떨리는지,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했는지,
너무 놀라 죽을 것만 같았다.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아버님의 방문을 열고 인사했다.
그때, 그 표정, 남편의 황망한 표정,
어이없다는 듯 내 흐트러진 머리와 땀을 흘리고 있는 아버님을 바라보는, 황당한 표정.
“당신이 왜? 두 분 뭐 하신 거예요?”
블라우스 단추가 풀어져 있을까?
치마는 제대로 올라갔을까?
아버님은 옷을 제대로 입었을까?
헝클어진 머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방안의 끈적끈적한 이 열기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한밤중에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헝클어진 이 풍경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아…, 갑자기 요가가 배우고 싶어서 아가한테 가르쳐 달라고 해서….”
아버님은 너무도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너무도 뻔뻔하게.
묘하게 일그러졌던 남편의 얼굴이 그제야 빵빵해진 풍선처럼 밝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셨구나. 아버님 할 만해요?”
“아이고…, 생각처럼 쉽지 않구나. 덥기도 하고.”
아버님은 이마에 고인 땀을 닦고 괜한 헛기침을 했다.
빙고. 난 속으로 외쳤다. 남편은 속았다. 남편은 우리가 조금 전 이 방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떤 행위를 했는지 알 리 없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젠장….
미처 숨기지 못한 게 있었다.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팬티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님, 요가를 하는데, 제 와이프 팬티가 왜 침대 위에 벗겨져 있는 거죠?’
그렇게 물어온다면, 그렇게 따진다면, 그렇게 화를 내며 달려든다면.
남편의 시선을, 남편을 빨리 이곳에서 끌고 나가야 했다.
“여보 출장 다녀오느라 힘들었지? 어서 씻어.”
남편을 끌고 아버님 방에서 나갔다. 다행히 그는 내 팬티를 본 것 같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씻지도 않고 그냥 자고 싶어.”
그래, 피곤하겠지. 그 여자와 침대에서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느라.
벗겨진 알몸들이 서로 살을 섞느라.
‘그런데, 당신, 정말 최악이다.’
그런 건, 하고 오지 말았어야지. 제발 그런 건.
그녀가 사 준 머플러 같은 건.
“어머, 이건 무슨 머플러야? 예쁘네?”
좀 전까지 당황하는, 초조해하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면,
이제 당혹스러워하는 건 남편의 몫이었다. 머플러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아…, 이건….”
남편이 거짓말하고 있다.
그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언제나 거짓말을 하면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거짓말을 하면 눈은 항상 말했다.
‘나, 거짓말하고 있어’라고.
“추워서 샀어. 미안해 깜박하고 자기가 해 준 머플러 안 가져가서.”
“괜찮아요. 제가 해준 것보다 예쁘네요.”
당신이 거짓말하면 눈이 덜리지만, 난, 거짓말해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아.
난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거짓말할 수 있다고!
“아아….”
‘차라리 완벽하게 속이던지, 거짓말을 잘하기나 하던지, 금방 들통나는 거짓말은 나를 더 비참하게 해.’
남편의 목에 감긴 하얀 캐시미어 머플러를 풀러 곱게 접어 내가 짠 머플러 옆에 두었다.
“내일은 어느 머플러를 하고 갈 거야?”
“자기가 짠 머플러.”
남편의 눈이 평온하다. 이번만큼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럼, 잘 자요”
“그래, 자기도 잘자.”
남편은 침대에 눕자마자 금방 숨소리를 내더니 잠이 들었다.
난 불을 껐지만,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몸에선 여전히 아버님의 타액이, 그가 남긴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 남편에게 공연히 화가 났다.
당신 때문에 난, 천박한 여자처럼 해서는 안 되는, 그래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어요.
아버님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을 씻어내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유리에 비친, 몸을 바라보았다.
아버님이 빨았던 젖꼭지, 아버님의 손가락이 들어간 질,
아버님의 혀를 받아들였던 입술, 아버님의 움켜잡았던 가슴에 거품을 잔뜩 내 문질렀다.
그러나, 밤새 닦아도 아버님의 흔적은 지워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남편의 여행 가방에서 빨래를 꺼냈다.
와이셔츠, 속옷과 양말…, 그리고 같이 딸려 나오는 옷가지.
너무 기가 막혀 그것을 집어 올렸다.
여성용 팬티, 야한 망사로 이루어진 붉은 팬티.
남편이 가져왔을 리는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가 나에게 도전장을 보낸 거였다.
‘난 당신 남편의 아이를 가진 여자’라고,
‘난, 당신 남편과 함께 있었다’고,
‘당신의 남편은 이제 내 남자라’고.
부르르 분노로 몸이 떨렸다. 맥박이 빨라지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비웃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깔깔깔깔깔깔…, 크크크크크…, 호호호호호…, 히히히히히.’
분노에 떨었지만, 냉정해져야 했다. 침착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화를 내면 지는 것이다. 지는 게임은 싫다.
그녀가 보낸 팬티를 들고 식탁으로 갔다.
남편과 아버님은 식사하고 있었다. 도라지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려던 남편이 팬티를 들고 다가오는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신 가방에서 나온 속옷이에요.”
“어?”
바보같이, 또다시 남편의 눈이 떨렸다. 무언가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이게 뭐죠?”
남편의 입에서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어떤 변명을 하는지.
“그게….”
그런데, 남편 대신 아버님이 거짓말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아! 그런 거라면 내가 잘 알지!”
아버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에요?
왜, 당신이 나서는 건가요?
이건, 우리 부부의 이야기란 말이에요.
남편의 얼굴은 새파랗게 굳어 있었지만, 아버님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남편처럼 눈이 떨리지도, 말을 더듬지도 않고 너무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나도 그런 일이 종종 있는데, 같은 방에 머무는 직장 동료들이 가끔 그렇게 여자 팬티를 가방에 몰래 넣어 장난을 치곤 하지.”
“아…, 그래, 같은 방에 있던 동료가 그런 장난을 친 것 같은데….”
남편은 거짓말을 찾고 있다가 아버님 말에 장단을 맞추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그런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니…, 회사에 가면 좀 혼내주거라.”
“아…, 예”
웃겼다. 거짓말하는 부자들의 말이. 거짓의 성찬이, 거짓의 난장판이.
“무례한 사람이네요. 장난칠 게 따로 있지.”
나도 그 거짓의 성찬에 숟가락을 올려놓았다. 그들은 나를 보며 웃었다.
안도의 웃음, 이렇게 쉽게 속였다는 웃음,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는 안도의 웃음.
“하하하하.”
“흐흐흐흐.”
식탁 앞에서 어색한 웃음들이 흘러넘쳤고 남편은 몇 숟가락 뜨지 않은 채 식탁에서 일어나더니 출근준비를 했다.
거짓의 성찬에 더는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옷장에 놓인, 두 개의 머플러 중 내가 뜬 머플러를 남편의 목에 둘러주었다.
“예쁘네.”
“응, 내게 잘 어울려.”
너무 짧은 순간의 대답이라 남편의 눈을 보지 못했다.
이 말은 거짓일까? 진실일까?
남편에게 말할까?
이제, 거짓말하지 마세요. 나 당신의 여자를 알고 있어요.
당신의 아이를 밴 여자와 통화했어요.
그러니, 제발, 더는 팬티 따위를 보내는 짓거리는 하지 말게 해주세요.
그녀가, 당신을 가지고 싶다면, 당신이 꼭 필요하다면,
기꺼이 당신 따위는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이젠 거짓말 따위는 내 앞에서 하지 말아요.
“여보. 사랑해.”
남편이 ‘사랑해’라며, 내 볼에 살짝 입맞춤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약해지면 안 되는데, 이렇게 쉽게 용서하면 안 되는데,
난 쉽게 용서하고 말았다.
“나도 사랑해.”
적어도, 그 말만은, ‘사랑해’라는 말은 진실이기를.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본다. 사람은 뒷모습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때가 있다.
남편은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저 뒷모습은 무엇을 증명하는 걸까?
저 뒷모습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당신 정말 나를 사랑해?’
그리고…,
내 뒷모습에 아버님은 무슨 대답을 들은 것일까?
내 뒷모습이 뭐라고 아버님에게 말을 했기에….
그가…, 시아버지가 남편을 배웅하는 내 등 뒤에서 나를 안는 걸까?
나는 빌고 빌었다.
남편에게 빌었다.
도대체 내 뒷모습이 뭐라 말을 했기에 내 몸을 더듬는 걸까?
시아버지의 손이 가슴을 움켜잡았다.
딱딱한 자지가 내 엉덩이를 찔러댔다.
나는 빌고 빌었다.
제발, 여보, 뒤돌아보지 말라고.
이런 모습을 보면 안 된다고.
시아버지의 뜨거운 혀가 내 귓불을 핥으며,
내 치마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빌고 빌었다.
‘여보, 제발 뒤돌아 봐줘. 그래서 이 짓을 멈추게 해줘.’
“아가야…, 사랑한다.”
힘겹게 버티고 있던 무릎이 그 말 한마디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