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섬 Three Some (그녀의 몰래카메라)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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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쓰리섬 Three Some (그녀의 몰래카메라) 4화
“그런 거라니요?”
“아이 참. 말하려니까 쑥스럽네. 그러니까 왜 있잖아요? 남자랑 여자……야한 거…….”
“야한 거요? 무슨…… 아하! 포르노 같은 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민망스러운 단어를 서슴없이 꺼냈다. 송이 엄마가 꺼낸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꺼리에 반응하는 내 목소리가 컸나보다. 우리들 옆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누워있던 젊은 여자 하나가 얼굴의 수건을 떼고 나를 힐끔거린다.
옆 사람의 행동을 흘낏거리고 나서 송이 엄마가 또 얼굴을 붉힌다. 이 여편네가 오늘따라 왜 이리 내숭을 떠실까? 아무래도 할 말, 못 할 말 있는 그대로 다 내뱉는 세영이 엄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까졌다는 것을 내게 비치고 싶은 모양이다. 남자들한테는 요조숙녀처럼 보이고 싶은 게 여자의 본능적인 마음 아닐까?
“그, 그게 우리나라 꺼…… 왜 있잖아요?”
“아이, 증말! 왜 이리 답답하게 말꼬리를 늘어트리고 그래! 옆에서 듣는 사람 답답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버무리지 말고 시원시원하게 말해.”
평소 성격이 급한 세영이 엄마가 답답했던지 송이 엄마에게 가볍게 타박을 주었다. 그러자 송이 엄마가 이내 작심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거, 왜 몰래 카메라라고 그러나? 혹시 정원이 아빠가 그런 거에 대해 조금 아시나 해서요.”
“아, 몰카요? 글쎄요. 저는 그런 쪽에는 별로 취미가 없어서…….”
지랄하고 자빠졌다. 뻔뻔스럽게 얼굴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려니 속이 뒤틀려 미치겠다.
마누라를 직장에, 그리고 아들인 정원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나서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온갖 잡다한 야동이란 야동은 다 다운받아놓고 신물이 날 정도로 섭렵해 이젠 동영상을 띄어놓고 마우스로 대충 클릭하면 파일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 도가 틀 정도의 경지까지 이른 내가 대놓고 구라를 치니 괜히 물어본 송이 엄마를 보기가 다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오죽했으면 마누라가 나를 향해 ‘야동 마니아’를 넘어 ‘야동쟁이’라는 호칭을 불러댈까? 그건 여편네가 기분 좋을 때 이야기였다. 평상시에는 주로 내게 타박하는 말이 야동이 좋으면 야동이랑 결혼하지 왜 나랑 결혼했느냐, 이 개자식아! 그렇게 야동이 좋으면 컴퓨터를 품에 껴안고 집을 나가라. 이 새끼야! 라는 등등 그까짓 야동 몇 편 본 것 때문에 내가 여편네한테 받은 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내가 하고 싶을 때 대줬어봐. 내가 그렇게까지 야동에 푹 파져 살 일은 없지 않겠는가 하는데, 솔직히 그것은 나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몰카가 왜요?”
“아, 아니에요.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 건데, 정원이 아빠가 그쪽을 잘 모르시면 괜히 물어봤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녀가 그렇게 대답하니 오히려 내 쪽에서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당장 송이 엄마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옆에 있는 세영이 엄마를 의식하는 눈치여서 나중에 전화로 물어볼 생각이어서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답답한 거 않아? 우리 나갈까? 나가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 캔 때리는 게 어때?”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세영이 엄마가 목덜미 뒤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내려 수건을 든 손을 올렸다. 상체가 위로 당겨지면서 팽팽하게 당겨진 찜질방의 티셔츠의 밖으로 젖가슴이 묵직해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그곳에 꽂혀버리고 말았다. 내 시선이 그곳에 잠시 머물러 있자 땀을 훔치던 그녀가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괜히 겸연쩍어져 서둘러 입을 뗐다.
“그래요. 조금 덥네요. 나가서 시원하게 맥주라도 마시죠. 뭐.”
내가 먼저 일어서자 세영이 엄마와 송이 엄마가 따라서 천천히 일어섰다. 후덥지근한 열기를 느끼며 막 문을 열려는데, 그때 열리는 문틈사이로 사람의 발이 먼저 들어왔다.
“제가 너무 늦게 왔죠? 미안해요. 서둘러서 온다는 게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