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섬 Three Some (내 마누라하고 해도 돼!!)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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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쓰리섬 Three Some (내 마누라하고 해도 돼!!) 59화
나는 술병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내 너스레에 불안해하면서도 그녀는 빈 잔을 들어 내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둘만의 오붓한 술자리가 시작이 되었다.
술을 마시면서도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그런데 홀짝홀짝 마신 술병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나자 이번에는 그녀가 술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사랑 씨가 술을 잘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터여서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의외였다.
“늘 답답하고 숨이 콱 막힐 것 같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니 못 마시는 술도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가네요. 회도 무척 맛있고요. 제법 마신 것 같은데 하나도 안 취하는 기분이에요.”
술이 안 취했다는 그녀의 말과는 달리 양쪽 뺨과 눈동자에 이미 붉은 홍조가 어려 있었다. 하긴 먼저 시킨 술의 삼분의 이 가량을 그녀 혼자 넙죽넙죽 마셨으니 그런 흔적이 엿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던 속도를 늦추었던 나도 그때부터 서서히 잔을 비우는 속도가 덩달아 빨라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술이 약간 올라서인지 사랑 씨는 나에게 별다른 제어를 하지 않았다. 두 병째 술도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냈다. 또 주문한 세 병째의 술병 또한 무섭게 비어져 갔다. 그런데 이젠 빨갛다 못해 얼굴 전체가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저기 말이에요. 정원이 아빠. 아무리 생각해도……이해가 가지 않은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이런 얘기를 정원이 아빠한테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요.”
“…….”
나는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제 방에서 정원이 아빠가 욕실 앞에서 세영이 엄마랑 나눈 대화를 들었어요. 아, 물론 다 들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정원이 아빠가 내려가고 나서 수경이랑 정원이 엄마가 곧 올라왔거든요. 저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그녀가 답답해 내가 먼저 말을 잘랐다.
“사랑 씨. 우리 이렇게 합시다. 어떻게 보면 양쪽 집에서 저나 사랑 씨나 배우자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 사람끼리 만나 같이 여기까지 온 거고요. 서로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비참한 처지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망설이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다 말씀하세요. 그래야 저도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을 사랑 씨 앞에 다 꺼내놓지 않겠어요? 저는 괜찮으니까 개의치 마시고 하고 싶은 말씀을 하세요.”
그러자 그녀가 입가에 힘을 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경이를 제 방에 데려다 주고 정원이 엄마가 그들이 있는 안방으로 곧장 들어갔는데요, 거기서 남자 둘에 여자 셋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제가 굳이 떠벌이지 않아도 잘 아실 테고……그런데 집에 있던 아내가 윗집에 올라가 그런…… 짓을 서슴지 않고 해도 남편으로서 아무렇지도 않은가요?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으세요?”
말을 마치고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채워져 있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 단숨에 들이켰다.
“후후.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게 정상적인 남편인가요? 그렇게 따지자면 저는 사랑 씨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지요. 사랑 씨는 수경이 아빠의 팔에 이끌려 그들이 적나라하게 벌이는 그룹 섹스를 바로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 아닙니까? 오히려 제가 사랑 씨한테 되묻고 싶네요. 남편이 바로 옆에서 다른 여자들과 한데 섞여 그 짓을 하는 것을 바라본 심정을요. 이런! 말을 끝내고 보니 제가 너무 잔인한 질문을 던진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술기운에 벌겋게 상기된 사랑 씨가 내 말을 듣고 그 장면이 떠올랐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는 듯했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쓴웃음을 짓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속에 담고 있는 말을 솔직하게 말하자고 제가 먼저 말했으니 사랑 씨한테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말이에요. 지금 심정으로는…… 바로 눈앞에서 제 집사람과 수경이 아빠가 이 자리에서 제가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버젓이 노골적인 섹스를 벌여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에이, 설마요?”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니, 정말이에요. 이제 우리 집 사람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식어버렸기 때문에 설사 내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전 꿈쩍도 안 할 자신이 있습니다. 후후후.”
내가 그때 그 말을 사랑 씨한테 했던 것은 의도적으로 그녀에 대한 내 연민을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안 그래도 요즘 하도 괴로워서 부부 사이의 연을 여기서 끝낼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지금 당장 지구에 종말을 맞이한 사람처럼 말을 마치고나서 나는 짐짓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랬더니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사랑 씨가 안쓰럽게 바라본다. 잠시 그러더니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끔찍해요.”
“뭐가요?”
“사랑하는 배우자가 눈앞에서 다른 여자랑 하는 것을 바라보는 그 비참한 기분 말이에요. 방에서 난잡스러운 짓을 하는 것도 모자라 그제 밤에는 어땠는지 아세요? 송이 네, 집 베란다에서…… 아, 됐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도……”
“사랑 씨! 설마 소, 송이네 베란다에서 무언가를…… 보셨나요?”
그녀의 말을 듣다가 깜짝 놀라 나는 큰 소리로 물었다. 그저께 밤이라면 수경이 아빠가 그 베란다에서 송이 엄마랑 세영이 엄마, 두 여자와 부둥켜안고 질펀한 애무를 나누었던 그 밤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올라간 목소리로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혹시 사랑 씨, 그 시간에 집, 뒤 베란다에 이, 있었습니까?”
“그, 그게…… 왜, 왜요?”
내가 놀라는 얼굴을 하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사랑 씨가 내게 되물었다. 이런 우연히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집에서 망원경으로 그곳을 훔쳐보고 있었을 때, 같은 시간에 사랑 씨는 바로 우리 집 위층,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그들의 난잡한 행위를 같이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었다.
“헛, 참! 그들의 더러운 짓거리를 나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니네요.”
“네에?! 그, 그럼 정원이 아빠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정말 어쩌려고…… 정원이 아빠도, 그리고 저도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 우리 동의 누군가도 그들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녀가 나에게 외쳤다. 잠시나마 창백했던 사랑 씨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렇겠지요.”
“어휴! 진짜…… 아무리 뻔뻔해도 그렇지, 어떻게 남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대담하게 그런 짓들을 서슴없이 벌일 수가 있는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분노를 속으로는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목소리를 높였던 사랑 씨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그렇지만 난 다 알아요. 남편이 왜 남들이 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이네 베란다에서 그런 짓을 서슴없이 벌이는 지를요……”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녀가 떨어트렸던 고개를 들었다. 사랑 씨의 시선과 내 눈빛이 서로 부딪쳤다.
“저, 때문이에요. 제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요. 남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정원이 아빠도 그날 밤, 바로 밑에서 그들이 하는 짓을 보셨다고 했는데, 세영이 엄마가 웃는 얼굴로 나한테 손을 흔드는 것도 보셨겠네요? 참, 어떻게 앞집 유부남과 그런 파렴치한 짓거리를 하면서 보란 듯이 그 집 아내가 되는 저한테 환하게 웃어 보일 수가 있는지…… 그게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할 짓인가요?”
그 부분은 사랑 씨의 착각이었다. 세영이 엄마가 손을 흔든 것은 사랑 씨한테 흔든 게 아니고 우리 집 베란다에 그때 나랑 같이 있었던 마누라한테 했던 손짓이었다. 맞은 편, 서로의 위치상 그녀가 오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사랑 씨……이야기를 듣다보니 한 가지 사랑 씨한테 궁금한 게 있어요. 저도 어젯밤에 수경이 아빠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하도 많아서 그래요. 그런 비정상적인 남편…… 아니, 사랑 씨가 어디가 부족해서 그딴 남자랑 같이 살고 있는……”
말을 하다가 사랑 씨의 얼굴을 보고는 나는 입을 닫았다. 모멸감 때문인지 아니면 남편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눈에 띄게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무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었고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었다.
“사랑 씨……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우리는 가슴 속에 담긴 말을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했잖아요.”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망설여지지만…… 수경이 아빠가 말이에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것처럼 보였던 그녀가 긴장된 얼굴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모임에 가입할 수만 있다면 사, 사랑 씨와 같이 잠을 자도 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저한테 하시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