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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섬 Three Some (그녀와의 밀월 여행) 57화

무료소설 쓰리섬Three Some: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쓰리섬 Three Some (그녀와의 밀월 여행) 57화

아! 낮지만 고운 그녀의 목소리가 귓속에 감미롭게 파고들자 두근거리던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접니다. 수, 수경이 엄마…… 아니, 사랑 씨!”

 

늘 부르던 호칭에서 재빨리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자 저쪽에서 말은 안 했지만 깜짝 놀라는 기운이 그대로 내 귀에 전해졌다. 말문을 잠시 닫았던 그녀가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냈다.

 

“후후후. 평소 수경이 엄마라고 부르던 정원이 아빠가 갑자기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어휴~ 왜 이리 어색한지……분명 제 이름이 맞는데도 마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듣는 것 같은 기분 있죠?”

 

“하하하. 그렇습니까? 저는 전부터 그렇게 부르고 싶었는데……”

 

수경이가 자신이 낳은 친딸도 아니고 사랑 씨라는 본명으로 부르면 그녀가 유부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어때요? 사랑 씨만 괜찮다면 앞으로 그렇게 호칭을 부르고 싶은데요.”

 

“후훗…… 그거야 뭐, 정원이 아빠 좋을 대로 하세요.”

 

“저기 말이에요…… 어젯밤, 집에서 수경이 아빠, 몰래 저한테 주신 쪽지 말입니다.”

 

“아, 네에……”

 

내가 본론을 꺼내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밝았던 사랑 씨의 목소리 톤이 눈에 띄게 우울해졌다.

 

“집에 들어와서 몰래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어자에게 받은 연애편지를 받은 기쁨으로 아마 그 쪽지를 수십 번은 되풀이해서 읽었을 겁니다.”

 

우울해진 그녀의 목소리가 내 딴에는 신경 쓰여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사랑 씨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한층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죄, 죄송해요. 괜히 제가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네요.”

 

“아, 무슨 말씀을요. 전 괜찮습니다. 그런데 사랑 씨.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그냥 좀 답답해서요. 저기…… 정원이 아빠. 어제 저희 집에서…… 무슨 낌새를 차리지 못하셨나요? 무언가 이상한…….”

 

“그렇다뿐이겠습니까? 안 그래도 사랑 씨가 제게 준 쪽지를 보고 제가 그 집에서 받았던 느낌 때문에 사랑 씨가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닌가했습니다. 사랑 씨…… 우리 만날까요?”

 

말을 마치고 나서 그녀가 어떤 답변을 할까싶어 노심초사했다.

 

“전 괜찮은데, 괜히 제가 정원이 아빠를 귀찮게 해드리는 게……”

 

“아, 아닙니다! 귀찮기는요. 한 번은 꼭 사랑 씨와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 할 일이에요.”

 

그새 그녀가 마음을 바꿔 먹을까봐 나는 그녀의 말을 서둘러 잘랐다.

 

“사랑 씨. 우리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 동네에서 말하기는 그렇고 좀 멀리 나가서 진지하게 얘기 좀 나누면 어떻겠어요?”

 

말을 끝내고 나서 아차 싶었다. 보험 일 때문에 마누라가 거의 매일 같이 차를 끌고 나가는 것을 순간 깜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면허증은 가지고 있지만 운전을 하지 못해 거의 집 앞에 세워져 있다시피 하는 세영이 네 집의 차를 떠올렸다.

 

“네. 좋아요. 안 그래도 바깥바람을 쐬면 답답한 마음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럼 정원이 아빠, 저희 집 차로 움직이면 되겠죠?”

 

“그럼 그렇게 할까요? 말 해놓고 나서 안 그래도 차가 없어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하하하.”

 

잘 되었다 싶었다. 마음속으로만 고대하던 사랑 씨와의 단 둘만의 만남이 드디어 성사가 되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정원이 아빠. 한 시간 뒤에 동 입구에서 만나면 괜찮으시겠어요?”

 

“그래요. 그럼 그때 뵙는 걸로 하지요. 뭐. 저기 그런데, 잠깐만요. 사랑 씨!”

 

전화를 끊으려다말고 나는 그녀를 불렀다.

 

“네에?”

 

“저기 말이에요. 혹시 말입니다. 수경이 아빠……집에 계신가요?”

 

“네. 그런데 왜 그러시죠?”

 

그녀의 남편이 집에 있다는 말에 나는 몹시 신경이 쓰였는데,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신경 쓰실 것 없어요. 답답하다고 했더니 나가서 바람 쏘이고 오라고 등을 떠민 사람이 바로 수경이 아빠에요. 정원이 아빠 얘기를 꺼냈더니 선뜻 같이 나갔다 오라고 하던데요?”

 

자신의 마누라를 따먹으라고 부추기던 그녀의 남편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제야 나는 홀가분해졌다. 마음이 가벼우니 흥이 절로 났다.

 

“잘 됐네요. 그럼 한 시간 후에 보기로 해요.”

 

나는 외출준비에 신경을 썼다. 마치 태어나 이성을 눈을 뜨고 처음 여자랑 데이트하는 그런 심정이었다. 이윽고 약속 시간이 되었고 꼭꼭 숨겨두었던 비상금을 챙겨 집을 나서면서도 흥분 때문에 벌렁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았는데도 이미 그녀는 벌써 도착해 아래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옅은 화장기가 묻어있는 그녀의 얼굴이 더 말할 나위 아름다웠다. 사랑 씨가 꾸벅 인사를 하며 차 키를 건네준다.

 

“제가 운전이 서툴러서요. 정원이 아빠가 해주시면……미안해요.”

 

“별 말씀을요. 당연히 남자인 제가 해야지요.”

 

사랑 씨가 건네준 키를 받아들고 나는 운전석 쪽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이 머리 위에서 느껴졌다. 문을 열다말고 나는 위를 쳐다보았다. 어제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랑 씨의 뒤 베란다에 누군가가 서서 우리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사랑 씨의 남편이었다. 그가 담배를 피우면서 나를 향해 내려다보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모른 척하고 사랑 씨가 조수석에 앉는 것을 보고 서둘러 운전석에 앉았다.

 

“사랑 씨. 막상 차에 타긴 했는데, 혹시 어디 마음속에 정해놓은 곳이라도 있으세요?”

 

“글쎄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지척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하얗고 가냘픈 그녀의 목선이 시선에 들어오자 그곳에 입술을 갖다 대고픈 마음이 불쑥 치솟아 올랐다. 얇은 상의 밖으로 불룩 튀어나온 유방의 윤곽이 보기 좋았다. 그녀를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일었다. 나는 사랑 씨, 모르게 나지막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며칠 전부터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거길 갔다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동해 쪽은 갔다 오기가 좀 먼 것 같고 인천 쪽은 어떨까요? 거기도 바다가 있잖아요. 정원이 아빠.”

 

나는 처음으로 단 둘이 만난 그녀와 집에서 가급적 멀리 떠나고 싶었다.

 

“물론 거기서도 바다를 볼 수 있지요. 그러나 동해의 푸른 바다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대관령 쪽의 길이 진즉에 뚫려 있는데다가 평일 오후니 좀 무리해서 내달리면 대략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이면 그곳에 도착할 수 있어요. 우리 그리로 갑시다. 사랑 씨. 동해의 푸른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요.”

 

나는 간절한 어투로 그녀를 설득했다.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요. 이따 돌아올 시간에 너무 늦지 않도록 정원이 아빠가 신경을 써 주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차창을 통해 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사랑 씨의 베란다가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위층, 남편이 있는 유부녀와 마누라가 있는 아래층 남자가 그렇게 단 둘이 처음 떠나는 여행이었다.

 

밤새 고대하던 소풍의 출발점에 선 철부지 아이들같이 나와 그녀는 들떠 있었다. 차가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에 진입해 삼십 여분 쯤 달렸을 때였다. 이제는 처음의 설렘이 다소 가라앉은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정원이 아빠. 아까 낮에 전화로 얘기하다가 말았던 얘기인데요…… 어젯밤에 저희 집에서 이상한 분위기 눈치 채지 못하셨어요?”

 

오른 쪽 뺨에 그녀의 시선을 느끼면서 나는 앞만 보며 대답했다.

 

“사랑 씨. 안 그래도 오늘 그것 때문에 사랑 씨를 이렇게 만나게 된 건데요. 사실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 저도 그렇고 사랑 씨도 그렇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먼저 제가 궁금해서 물어볼게요. 사랑 씨는 어제 우리랑 잘 계시다가 왜 방으로 먼저 들어간 거지요?”

 

나는 질문을 던져놓고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녀가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건…….”

 

난처한 얼굴로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랑 씨가 아무런 대답도 못하니까 제가 딱 까놓고 노골적으로 말할게요. 듣기 거북스러워도 제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

 

“어젯밤의 모임이 난잡한 그룹 섹스를 하는 스와핑인줄은 사랑 씨도 알고 있었지요? 아니, 제가 보기에 욕실에서 알몸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영이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받은 느낌인데, 그 집에서 한, 두 번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지요? 우선 그것만 대답해 보세요.”

 

“네에……맞아요. 그러나 처음부터 우리 집에서 그런 모임을 가졌던 건 아니에요.”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주로 그 사람들이 자주 정해놓고 모이던 집은 송이네 집이었어요. 간혹 세영이 네 집에서 모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우리 집에서 모이는 일이 잦았어요.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스와핑 모임을 거부하는 저에게 의도적으로 자꾸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일부러요? 말씀을 듣다보니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혹시 사랑 씨한테 그 모임에 가입하라고 누군가 자꾸 종용을 하는 모양이지요? 아니, 대체 그게 누굽니까?”

 

앞만 바라보고 운전을 하다가 나는 사랑 씨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뚝하게 솟은 콧날 밑으로 작고 앙증맞은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생각만 해도 분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전부 다요. 거기 모이는 사람들 전부다……특히 수경이 아빠가…… 남편이라는 작자가 더 강압적으로 요구하니……정원이 아빠,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높아진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에이, 말도 안 돼요! 어젯밤에 말이에요. 수경이 아빠하고 꽤 긴 시간 얘기를 나누었거든요. 그런데 자기는 억지로 그 모임에 사람을 가입시키지는 않는다던데요? 아, 물론 사랑 씨는 말할 것도 없고요. 본인이 원해서 자기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모이는 자리라고 하던데……”

 

내 말에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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