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섬 Three Some (너무 깊게 알면 다쳐)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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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쓰리섬 Three Some (너무 깊게 알면 다쳐) 45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한숨이 입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망원경을 구석에 찔러 넣고 두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상기된 얼굴이 뜨듯하다 못해 화끈화끈 거렸다.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서 나는 창틀을 넘어와 다급하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언제부터 수경이 엄마의 남편과 세영이 엄마와 송이 엄마가 저렇게 한데 섞여 애무를 주고받은 사이가 됐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몸짓이 저토록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서로를 한, 두 번 경험한 사이 같지는 않았다. 필시 2대1의 난잡한 섹스는 기본일 것이었다.
나는 문득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수경이 엄마를 떠올렸다. 혹시 사랑 씨는 음란하고 난잡스럽다 못해 더럽기까지 한 저들의 은밀한 관계를 알고 있을까? 더욱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과감한 애정행각이었다.
내가 이미 맞은편을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은 세영이 엄마도 아마는 송이 엄마도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바로 우리 집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위층의 사랑 씨의 눈에도 맞은편이 그대로 보일 터였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비록 깊은 밤이었지만 뒤 베란다에 수경이 엄마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내가 지금 그랬던 거처럼 그녀의 눈에도 저들의 행위가 언제든 눈에 띌 수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남편은 대담한 애정행각을 보란 듯이 펼쳐보였다. 비록 내가 슬그머니 모습을 감춰 그들을 훔쳐보았음에도 세영이 엄마를 통해 내가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필시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의도적이다! 이건 분명 의도적으로 벌인 행동이었다. 나는 그렇게 단정을 지었다. 내가 훔쳐보든 아니면 위층의 자신의 마누라인 사랑 씨가 지켜보든 의식적으로 일부러 그런 장면을 연출했다는 게 내 짐작이었다.
남편이 야심한 시간에 이웃집의 두 여자와 베란다에서 노골적으로 벌인 행동을 사랑 씨는 알고 있을까.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피우던 담배를 서둘러 끄고는 다시 창틀을 넘어갔다.
나는 맞은 편, 송이네 베란다에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셋이 뒤엉켜 애무를 나누던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훔쳐보던 내가 자리를 비우자 그들이 거기서 그런 짓을 벌일 의미가 없다는 것처럼. 나는 창문을 열고 창틀에 최대한 바짝 붙어 밖으로 머리를 길게 빼 위를 쳐다보았다.
내가 서 있는 이곳처럼 바로 위층, 또한 사랑 씨네 집의 뒤 베란다였다.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빼서 위를 쳐다보아도 당연히 그 집의 베란다가 제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몸의 위치를 제대로 잡아 바로 서서 다시 한 번 맞은편, 아무도 없는 빈 베란다를 쳐다보았다.
내가 송이 엄마의 음란한 손짓으로 황홀한 자위를 받고 떡을 쳤던 바로 그 침대에서 그들은 지금쯤 난잡스럽고 음탕하기 그지없는 몸짓으로 뜨겁고 격렬한 섹스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었다.
나는 맥이 풀려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다시 내 방으로 넘어왔다. 온 몸에 힘이란 힘은 모조리 빠져 나간 듯 지푸라기 허수아비가 벌판에 털썩 쓰러지는 것처럼 침대 위에 그대로 쭉 뻗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평소에 꿈꾸며 갈망해마지 않았던 로망을 지금 맛보고 있을 사랑 씨의 남편에 대한 시기심에 몸을 안절부절 가만히 놔두지 못하며 전전긍긍했다.
빌어먹을! 다 잊어버리자. 나는 일부러 잠을 청하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처럼 머릿속이 복잡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 밤, 나는 뜬 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다. 아침 동이 터 올 무렵에 옅은 잠에 빠져든 내가 세영이 엄마의 전화를 받은 것은 이미 오후가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뭐야? 자기, 아직도 자고 있는 거야?”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교태 섞인 목소리에도 비몽사몽 잠에 취해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자기, 어제 밤에 뭐했기에 여태 자고 있는 거야? 베란다에서 마누라를 그토록 몰아붙이더니 어제 부부 사이에 제대로 힘을 뺐나보지? 호호호.”
“…….”
그녀 특유의 고음에 잠이 확 달아난다. 시발!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누구 때문에 잠을 못 잤는지 뻔히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모른 척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기색이 엿보여 나는 그녀가 괜히 얄미웠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늘 밤, 8시에 약속을 잡았는데, 자기 시간 괜찮겠어?”
그제야 어제 세영이 엄마와 통화하던 내용이 생각났다. 간밤의 일로 세영이 엄마에게 서운한 것도 잠시 나는 그녀의 물음에 재빨리 대답했다.
“아, 네! 8시라고요? 전 시간 괜찮아요. 누님.”
“호호호. 자기, 이 모임을 굉장히 기대했었나보지? 나한테 삐졌는지 대꾸도 않더니 목소리가 확 달라졌는데? 어서 빨리 누군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지?”
“보고 싶은 사람이야 당연히 누님 아니겠어요? 흐흐흐.”
전화 통화를 할 때 늘 하던 것처럼 농담 한 마디 툭 던졌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몇 번이고 세영이 엄마와 송이 엄마, 그녀들과 있었던 모든 일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고 몇 번씩이나 다짐했던 터라 이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어서 나는 여유를 되찾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들을 사랑해서 섹스를 나눈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딱 한 번으로 끝내려니 아쉽기는 했지만 반면에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다가 그녀들과 사랑 씨의 남편이 벌인 행동을 목격한 나로서는 무언가 좋은 기회를 손바닥에 쥔 느낌이었다.
“그래? 빈말이래도 듣기 좋네. 깔깔깔.”
세영이 엄마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그녀에게 기습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저, 저기…… 누님. 어젯밤에는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도 간밤에 송이 네 집의 베란다에서 본 게 선명하게 머릿속에 되새겨지고 있었다.
“뭐가?”
“어, 어제 송이 엄마네 집 베란다에서…….”
“됐어!”
조심스러운 나의 질문을 세영이 엄마가 선수를 쳐 미리 차단했다.
“네에? 그게…….”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에서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다시 입을 열었다.
“누님. 어제 밤에 제가 분명 헛것을 본 건 아니겠죠?”
“…….”
그녀가 말문을 닫았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곧 세영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자기가 헛것을 본 것은 아니야. 그 집에서 훔쳐본 그대로라고. 그러니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 아니, 뭐 어쨌든 그건 자기 의지 문제니까 곧 알게 되겠지. 뭐. 이제 끝!”
“네에? 제…… 의, 의지 문제라니요?”
그녀가 던진 말의 뜻을 종잡을 수가 없어 나는 다시 반문했다.
“그런 게 있는 줄로만 알아. 아무튼 이따가 수경이네 집에서 보자고.”
세영이 엄마가 급하게 전화를 끊으려는 기미를 보이자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누, 누님! 잠깐만요! 한 가지만, 딱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뭔데?”
“저기…… 말이에요. 어젯밤에 누님하고 송이 엄마 가운데에 서 있던 남자……수경이 엄마, 사랑 씨의 남편 맞지요?”
내가 본 것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 맞아. 그 집에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이는 모양이네.”
“어, 어떻게 그, 그럴 수가!”
이제 내가 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거기다가 세영이 엄마가 대수롭지 않은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확인을 해주어 이쪽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을 만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게 이상해? 자기는 되고 다른 남자는 안 된다는 말이야? 자기, 지금 너무 놀라는 거 알아?”
날카로운 가시가 살짝 돋은 말투가 내 귓가를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자기도 나랑 했잖아. 그리고 들어보니까 나랑 하기 전에 이미 송이도 따먹었다며?”
너무나도 노골적인 그녀의 말에 묵언수행을 하는 수도승처럼 나는 아예 말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내가 지금 자기랑 얘기하다가 느낀 건데 말이야. 자기, 나 사랑해? 그게 아니라면 송이를 사랑하는 거야? 둘 다 아니잖아. 그냥 서로가 하룻밤 욕정을 못 이겨 같이 즐긴 것뿐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자기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우리가 어제 수경이 네 남편과 그 짓거리를 한 것에 대해 뭐랄까, 굉장히 기분 나빠하는 것 같아. 뭐야? 나도 그렇지만 송이도 자기 마누라가 아닌데, 자기는 되고 다른 남자는 안 된다는…… 설마 그런 해괴한 논리를 지금 나한테 펼치려는 것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