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섬 Three Some (내 마누라의 신음소리)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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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6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쓰리섬 Three Some (내 마누라의 신음소리) 69화
마누라가 혀를 내밀며 문을 닫았다. 홀로 남은 집에 또 다시 외로운 적막감이 찾아왔다. 부부라면 꿈도 꿀 수 없는 비정상적인 대화를 서슴지 않는 나와 마누라가 과연 정상적인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
문득 사랑 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집으로 먼저 들어간 그녀의 안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저녁 무렵, 넌지시 문자를 넣어보았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오늘 새벽녘에 헤어질 무렵, 그녀의 차갑기 그지없는 언행으로 보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설마하며 기대를 걸었던 나는 그만 풀이 죽었다. 다음 날과 또 그 다음 날 문자를 연거푸 넣었지만 반응은 한결 같았다. 더 이상 참다못해 나는 사랑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받지 않던 전화를 시도 때도 없이 계속 걸었더니 나중에는 아예 전화기를 꺼 놓았다.
정말이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사랑 씨의 안부도 안부지만 그녀가 보고 싶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남들 다 잠든 깊은 새벽에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통해 사랑 씨의 집문 앞에서 몇 번이나 서성거리다 돌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초조해졌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다보니 일상생활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사랑 씨를 보지 못해 애타는 마음에 입술이 늘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있었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폭발할 것만 같은 나날이 계속 흘러갔다.
그렇게 한 달쯤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서서히 계절이 바뀌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내게 전화를 하거나 일부러 집에 찾아왔음에도 없는 척, 피해왔던 세영이 엄마의 전화를 받은 것은 또 며칠이 속절없이 흘렀을 때였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세영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를 통해서라도 혹시 사랑 씨의 안부를 전해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자기야. 우리 찜질방 갈까?”
특유의 애교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나른하게 울려 퍼진다. 말하기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살아서인지 세영이 엄마의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흐흐흐. 그럴까요? 누님.”
바람이라도 쐬지 않으면 집구석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누님……찜질방에는 누구, 누구 갑니까?”
“응. 자기랑 나랑 그리고 송이네. 그렇게 셋이.”
“저기, 누님. 수경이 네는요?”
“전화기가 꺼져 있기에 집으로 찾아가 봤더니 가기 싫다고 우리끼리 다녀오라는데?”
“그, 그래요?”
갑자기 맥이 탁 풀리면서 온 몸에 힘이라는 힘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누님. 저도 안 갈 랍니다. 송이 엄마랑 둘이서 갔다 오세요.”
“…….”
내 맥 빠진 목소리를 눈치 챘는지 잠시 말이 없던 세영이 엄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오늘 밤에 우리 집에 올래? 지금 말이야. 수경이 만나보고 자기 목소리 들어보니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구나? 안 봐도 비디오야. 왜 수경이가 한 번 주고 나서 입을 싹 닦아? 호호호. 자기야. 몸에 쌓인 것은 몸으로 푸는 게 제일 빨라. 아무튼 오늘 우리 집에 와. 술 한 잔 하면서 내가 자기 얘기 들어줄게. 그리고 당기면 우리 화끈하게 한 번 하자. 어때?”
방금 전까지 착착 귓속에 감겨오던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짜증스럽게 들린다.
“이따가 봐서요. 가게 되면 갈게요.”
그런데 그날 밤이었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 사람처럼 어김없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거실을 숨죽여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소리를 들었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보나마나 마누라일 거였다.
불을 꺼놓아 깜깜한 어둠 속을 뒤적거려 휴대전화의 폴더를 열었다.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어 한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십여 분 정도 잠자리에서 뒤척거리다가 날카로워 질대로 날카로워진 신경 때문에 나는 기어이 몸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현관을 확인해보니 마누라의 신발이 없었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디론가 나간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들고 있던 휴대 전화로 사랑 씨한테 다시 통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녀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 신발을 신고 여편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소리 없이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 사랑 씨의 집 문 앞에 섰다.
잠시 그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잠금장치의 뚜껑을 슬며시 위로 올렸다. 비밀번호가 숨겨져 있는 숫자판이 초록색의 불빛으로 반짝거렸다. 이 집의 비밀번호를 내가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나는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가락 끝이 알코올에 중독된 환자처럼 심하게 부들부들 떨렸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집의 비밀번호를 풀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수백이 아니라 수천, 아니 수만의 숫자조합으로 이루어질 게 분명한 비밀번호일 터였다.
나는 나, 몰래 이 야심한 시간을 틈타 집밖으로 빠져나간 마누라가 분명 이 집으로 들어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마누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 순간, 나는 어처구니가 없게도 마법의 주문을 외고 이 문 안으로 유유히 사라져버린 마누라를 부러워하고 있었던 거였다. 나 또한 서둘러 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사랑 씨…… 그녀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 몽유병 환자처럼 무언가의 강력한 힘에 이끌려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사랑 씨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여자를 덮치고 싶어서. 그러려면 어서 빨리 안에서 굳건하게 잠긴 문부터 열어야 했다.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차례 주먹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러고 나니 한결 손가락을 놀리기가 편해졌다. 나는 서둘러 내키는 대로 숫자버튼을 이리저리 눌러보았다.
그러나 안에서 굳건하게 닫힌 문이 쉽게 열릴 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숫자버튼을 마구 눌러보았지만 잠금장치는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십 여분을 그렇게 바동거려도 문이 열리지 않자 나는 초조함에 휩싸였다.
그러다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보 같은 자식! 스스로를 잠시 자책하며 문득 떠오른 숫자를 빠르게 눌렀다. 그 번호는 사랑 씨의 집 전화번호였다.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렸지만 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사랑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러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내게 문자를 보냈던 사랑 씨의 남편 번호로 버튼을 눌러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허탈했고, 이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허망함으로 인해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 번 더 숫자버튼을 눌렀다.
“찰칵!”
“……!”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안에서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랑 씨의 남편의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와 그녀의 전화 번호 뒷자리를 아무 생각 없이 눌렀는데 드디어 문이 열리고 만 것이었다.
뇌관에 불이 붙어 곧 터질 것 같은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들고 있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이 그대로 폭발할 듯 했다. 나는 조용히 쥐어 잡은 문의 손잡이를 아주 천천히, 느린 속도로 돌렸다.
스르르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주변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너무나 조용했다.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내 몸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의 간격이 생기자 나는 재빨리 사랑 씨의 집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어두웠던 현관은 낮선 침입자를 경계하듯 자동인식기능으로 나의 존재를 드러냈다. 잠시 밝아진 조명등 아래로 눈에 낯설지 않은 신발이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누라의 신발이었다. 예상은 한 일이었지만 그게 막상 현실이 되자 착잡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곧 조명불이 꺼져 다시 캄캄해진 어둠 속에 서 있다가 몸을 움직였다.
내게는 분명 이 집에 들어온 목적이 따로 있었다. 소리를 최대한 죽여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가서는 살금살금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다. 여편네가 이 집에 있는 게 확실하다면 사랑 씨는 지금 남편과 같이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불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아 몹시 어두웠지만 부릅뜬 눈동자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차츰 어둠이 눈에 익어 흐릿하게나마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천천히 벽을 더듬어 앞으로 가는데, 바로 현관 옆에 딸린 방이 있었다. 그 방이 예전에 이 집에서 모임을 가졌을 때, 중간에 자리를 피했던 사랑 씨가 들어간 방이었다.
나는 지금 그녀가 이 방에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랑 씨가 이 방에 있다! 그녀가 이 방에 있는 것이다. 문은 잠갔을까. 그렇다면 내가 우여곡절 끝에 이 집에 몰래 숨어들어온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셈이다. 제발 문이 잠겨 있지 않기를! 내 어림짐작으로는 사랑 씨도 여편네가 이 집에 온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나는 사랑 씨가 있는 방을 스쳐 지나쳤다. 계속된 팽팽한 긴장감에 한 줄기의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렀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훔치고 나서 나는 안방으로 보이는 그곳을 향해 조용히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그 방에 다가가면 갈수록 간헐적으로 새어나오는 신음 같은 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방문 앞까지 도달한 나는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하아~하아~ 하으으으으…… ”
숨이 넘어가듯 헐떡거리는 저 신음소리. 들려오는 음성만으로도 마누라임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마누라의 신음소리를 방문을 사이에 두고 듣고 있었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